소설리스트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108화 (108/251)

#108화 – 여우와 고양이(2)

인간은 먹기 위해 존재하는 생물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네메시스와 소라는 적어도 그 말은 귀족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귀족들에게 있어서 식사는 부차적인 일이고 그저 포크와 나이프를 어떻게 하면 우아하게 놀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자기들이 이렇게 회초리 찜질을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탁!

“아야!”

네메시스는 매섭게 날아온 트리샤의 나무회초리에 손등이 붉게 물들었다.

“내가 몇 번을 말했죠? 네메시스? 그 포크는 스테이크를 썰 때 사용하는 포크지, 생선 썰 때 사용하는 포크가 아니라고요.”

이번엔 소라의 손등에 회초리가 날아갔다.

“악!”

“세상에 버터나이프로 생선을 잘라 먹는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이러다가 최초로 음식 앞에서 굶어 죽는 기사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트리샤는 깐깐한 예법 교육 선생이 되어 어디서 주워 왔는지 모를 동그란 안경을 쓰고 더럽게 아픈 회초리를 든 채 문명화되지 않은 둘을 교육했다.

‘이 자식 분명히 즐기고 있어.’

네메시스와 소라는 분명히 봤다.

트리샤는 회초리를 내려칠 때마다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강제로 붙잡아놓느라 얼굴 경련이 일어나려 했다.

실제로 트리샤는 즐거웠다.

친구들을 합법적으로 갈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걸 마다한다고?

소라와 네메시스는 부들거리며 트리샤를 쏘아봤다.

“안 어울리게 존댓말 하지 말고 쌍욕을 박아. 트리샤.”

“제가 언제 그런 상스러운 소리를 했다고 그러십니까?”

“이······이!”

네메시스는 다시 네메시스의 등허리를 착! 때렸다.

“말은 언제나 교양 있게. 말실수 할 것 같으면 아예 입을 다물고 계세요. 그럼 절반이라도 가니까.”

트리샤는 자기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 버렸다.

“아, 왜 유모가 내 등허리가 박살이 나도록 때렸는지 알 것 같네. 이렇게 재밌는데 어떻게 참아.”

“너······!”

네메시스가 결국 폭발하려고 하자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티그리스가 네메시스를 쳐다봤다.

네메시스는 속이 막 뒤집히려고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이 예법 수업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기사가 될 수 없다고 했으니까.

“그래도 둘은 다행인 줄 알아요. 진짜 공주 수업을 하면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먹어야 하는데, 그건 또 예법이 다르거든요.”

소라는 손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염동력으로 생선 살을 순식간에 발라내 입안에 집어넣었다.

우물우물우물우물.

“소라! 지금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트리샤 넌 양심이 있어야 해! 어떻게 고양이가 생선을 참으라고! 그것도 이렇게 맛있게 구워진 생선을 말이야!”

소라는 부드러운 생선 살이 혀에서 녹아 사라지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 다 식은 생선이었지만 오늘 첫 끼였기 때문에 너무나도 맛있었다.

“우엉우엉 너무 맛있어!”

“누가 그렇게 교양 없이 쩝쩝거리며 먹으라고 그랬어요!”

트리샤는 이제 회초리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등짝을 때렸다.

짝!

“아악! 트리샤 너 오러 사용했지!”

“잔말 말고 어서 포크랑 나이프 안 사용해요?!”

이번엔 네메시스도 견디지 못했는지, 포크로 푹! 찍어서 스테이크를 야무지게 물어뜯었다.

마치 여우가 고기를 물어뜯어 먹는 것 같은 야생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으아아아! 너무 맛있어!”

“네메시스!”

식탁이 엉망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제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것들을 어떻게 사람으로 만들지?”

트리샤는 기본기가 있었기에 황궁 예법을 교육하는 데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인의 눈에는 저 둘이 먹을 것 하나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 4살짜리 아기 그 이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4살이 낫다.

4살짜리 아이는 저렇게 땡깡을 부려도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저것들은 다 큰 어른이지 않은가?

제인은 티그리스가 출근하는 다음 주 화요일이 두려워졌다.

그땐, 제인이 혼자서 저들을 가르쳐야 하니까.

제인은 이미 없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네메시스와 소라의 예법 교육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모양이었다.

이건 티그리스도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

티그리스도 예법 교육이 검술 훈련보다 배는 더 힘들었다.

외워야 할 것도 많고 틀리더라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틀리니까.

물론 티그리스처럼 매사에 예법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들이 황제 폐하나 황녀 전하의 앞에서 수인이 아닌 기사로 섰을 때, 추태는 보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평소에는 예법을 지키지 않아도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지만, 황제 폐하의 앞에서 실수를 범하면 그것은 망신을 넘어서 대참사다.

그러니 티그리스는 엄격하게 교육할 예정이었다.

“으아아악! 뭔 옷 입는 게 이렇게 복잡해!”

“이건 의장용 제복이니까 그렇죠! 어서 순서대로 깔끔하게 입으세요!”

와장창-!

······물론 진짜 오래 걸릴 것 같긴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져갈 무렵에서야 1일 차 예법 교육이 끝이 났다.

네메시스와 소라의 손등과 등허리에는 사랑의 회초리 자국이 가득했다.

화가 제법 날 법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참는 것이 진짜로 기사가 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진짜 기사만 되면, 첫 결투 상대는 트리샤 바로 너야.”

예법 선생 모드가 아닌 친구 모드로 돌아온 트리샤는 정말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우면 들어오든지.”

“캬아아아!”

물론 순수한 목적은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동기 부여는 확실한 듯했다.

티그리스는 샐러맨더의 검을 챙겨 들고 테라스 문을 열었다.

“네메시스, 소라.”

티그리스의 호출에 트리샤를 어떻게 하면 요리할지 궁리하던 둘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왜······요?”

네메시스가 존댓말을 하다니.

그래도 예법 교육이 헛짓거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지. 지금은 아직 기사도 아니고 뭣도 아니잖아. 내가 왜 존댓말을 한 거지? 아무튼 왜?”

“······둘의 실력을 보려고 한다. 본 무장을 착용하고 밖으로 나오도록.”

“우리 실력?”

“그래. 너희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한번 거하게 붙어보자는 뜻이지?”

“그래.”

네메시스의 검은색 꼬리가 살랑거렸다.

“안 그래도 궁금하긴 했었어. 작년에 봤을 땐 진짜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영 아니란 말이지. 테호 대장로님이나 땅딸보 아저씨한테 물어봐도 대답은 안 해주고 말이야.”

소라는 소파에 늘어졌다.

“난 그냥 쉬고 싶은데. 내 하루치 노력량을 바닥까지 다 쓴 상태라서 말이야.”

그러나 소라의 꼬리는 살짝씩 살랑거렸다.

“물론 뭔가 내기 같은 게 걸리면 다를지도?”

“만약 너희들이 나를 이긴다면 예법 교육은 없던 거로 해주마.”

소라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진짜?! 거짓말하지 않기다?!”

“그래.”

“잠시만 그럼 나는 뭐를 걸어야 하지?”

“어차피 너희들이 질 테니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원하는 것이 없기도 하고.”

“······이거 자존심이 팍 상하는데? 그러다가 지면 쪽팔려서 어쩌려고 그래?”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내게 기본적인 검술 교육을 받는 것으로 하지. 기사로서 배워둬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에엑?! 우리보고 검까지 배우라고?”

“내기를 걸라고 한 것은 소라 너다. 아닌가?”

소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그래. 그 대신 너무 허무하게 졌다고 다시 해달라고 하지 않기다?”

티그리스와 소라 그리고 네메시스는 테라스에 서로 마주 보고 섰다.

그중 소라가 하품을 하며 먼저 앞으로 나왔다.

“일단 나 먼저 할게. 후딱 끝내고 쉬어야지.”

소라는 티그리스의 성질을 건드리기 위해 아무것도 아닌 척 연기를 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소라가 이미 전투준비를 다 마친 상태란 것을 알고 있었다.

수인들 중 소라와 네메시스의 능력은 굉장히 특출 난 편에 속한다.

네메시스의 경우에는 티그리스와 같은 ‘그림자 이동’이라는 고유 능력을 갖고 있었고, 소라의 경우에는 ‘염동력’이라는 초능력을 갖고 있었으니까.

물론 염동력을 사용할 때 염동 마법과 마찬가지로 마나를 사용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면 소라의 염동력과 일반 염동 마법과의 차이가 무엇이냐?

염동 마법은 계산을 하지만 소라는 오직 감각만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라가 '마나’로 바늘을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지금 티그리스의 눈에는 소라가 어느 방향과 경로로 바늘을 날릴 것인지 한눈에 보였다.

트리샤는 손에 든 동전을 엄지손가락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준비하시고.”

팅-

하늘 위로 동전이 치솟았다가 추락했다.

그와 동시에 샤를로트와 아이린이 도저히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바늘 수십 개가 날아갔다.

너무나도 얇고 작은 데다가 해가 이미 진 저녁이다 보니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어떻게 봤는지 날아오는 수십 개의 바늘을 단 한 번의 칼질로 모조리 쳐냈다.

아니, 모았다.

소라의 바늘들은 마치 자석에 붙은 것처럼 검에 찰싹하고 달라붙어 움직이질 않았다.

“무슨······!”

소라는 있는 힘껏 검에 달라붙어 있는 바늘들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바늘들은 작게 미동할 뿐이었다.

“이게 왜 안 움직이는······.”

‘마나의 실’을 사용해 마나의 유동을 눈으로 읽을 수 있는 트리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티그리스가 어떻게 소라의 바늘들을 통제하고 있는지 모두 보였다.

소라와 바늘을 연결하는 마나의 실이 티그리스의 검을 감싼 알 수 없는 마나의 막에 파고드는 순간 상쇄되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소라는 갖고 있는 오러를 박박 긁어 강하게 바늘들을 움직이려 했지만, 마나의 막에 또다시 상쇄되어 통제력을 잃었다.

티그리스는 소라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네가 범했던 실수를 짚어주자면, 첫 번째 넌 내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네가 갖고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나 두 개 정도는 남겨두는 게 맞았겠지.”

소라는 바늘을 사용할 수 없자 근처에 돌아다니는 돌멩이들을 주워 티그리스에게 날렸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돌멩이들을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두 번째, 정교함에 비해 힘이 너무 부족하다. 특히 날리는 것까지는 썩 나쁘지 않지만 잡아당기거나 미는 힘은 굉장히 약하군. 아마 날리면서 추진력을 더하는 구조인 것 같은데, 지금처럼 네 주 무기가 붙잡혔을 경우 대응책도 필요하다.”

소라는 티그리스의 발목을 향해 염동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소라의 염동력을 아예 파괴하곤 앞으로 전진했다.

“세 번째, 네 무기들의 구조가 너무 균일하다. 보아하니 염동력을 사용할 때마다 어떤 물질이냐에 따라 오러 파동의 진폭과 파장이 다른 것 같은데, 미스릴과 흑철의 순수합금 구조만으로 통일된 바늘을 사용하면 다른 마법사들이 네 바늘들의 통제권을 가져갈 수 있다.”

티그리스는 소라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소라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 네 번째, 염동력 이외의 부차적인 공격이나 수비 방법이 없다. 적어도 수인들의 박투술이나 단검술을 배웠다면 내게 달려들었겠지. 하지만 넌 네메시스와 달리 육체 훈련을 게을리한 모양이군.”

소라는 티그리스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게 없었다.

티그리스는 검에 붙은 바늘들을 떼어내 소라에게 건넸다.

소라는 티그리스가 건넨 바늘들을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았다.

“그럼 오늘부터 검술 훈련을 하는 것으로 하지. 네 신체 구조와 바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 레이피어와 같은 얇은 세검 종류를 사용하는 게 낫겠군.”

소라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져버려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소라가 이렇게 무력하게 누군가에게 져본 경험이 없었다.

수인들 중에서 제일 이동기가 좋은 네메시스도 소라의 바늘을 피하기 급급해서 접근조차 하지 못했는데, 티그리스는 기괴한 방법으로 바늘들을 묶어놓더니 아주 쉽게 이겼다.

검에 무슨 장치라도 해놓은 건가 싶지만, 저건 아무리 봐도 티그리스가 자주 사용하던 샐러맨더의 검이다.

“도대체 어떻게 내 바늘들을 붙잡아놓은거야?”

“염동력을 사용할 때 발산하는 고유 오러파동을 상쇄시킨 거다. 바늘들을 붙잡아놓은 것은 내가 개발한 오러 운용술 중 하나일뿐이고.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군.”

“천재다 천재다 했을 때는 몰랐는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천재였네······.”

말이 쉽지 소라의 고유 오러 파동을 순식간에 파악해서 상쇄시킨다는 게 말이 되는소린가?

조금이라도 계산이 틀어지면 검에 달라붙은 바늘들이 티그리스의 몸에 고슴도치처럼 박힐 텐데, 절대 자신의 계산이 틀릴 리 없다는 확신과 대담함에 소라는 혀를 내둘렀다.

티그리스는 네메시스를 쳐다봤다.

“다음은 너군.”

네메시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 * *

시간은 정말 쏜살처럼 지나가 개강 날이 되었다.

한산했던 학교는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고, 제국 대학의 서쪽 외곽에는 트리니티 전용 건물을 세우기 위한 땅 고르기 작업이 들어갔다.

이번 방학 동안 여러 교육 정책들이 단번에 통과된 탓에 제국 대학의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했다.

“이젠 제국 대학 위에 트리니티인가?”

“그런 셈이지 않을까? 들어보니까 진짜 천재들만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받아준다던데?”

“진짜 천재는 도대체 뭐래?”

“몰라. 샤를로트나 아이린 같은 천재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그럼 우리는 택도 없겠네.”

교관들은 한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트리니티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새 교관들을 영입한다나 봐요. 황제 폐하께서 직접 선정한 교관이 1순위고 제국 대학 교관이 2순위라던데요?”

“트리니티에 들어가면 연구비도 많이 받을 수 있으려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저렇게 돈을 막 쏟아붓는데요.”

“그럼 나도 한번 교관 지원을 해볼까? 최근에 내가 연구하고 있는 보안 마법이 있는데······.”

모두가 트리니티의 갑작스러운 출범에 기회를 잡아야 하나 아니면 말아야 하나 각을 재고 있을 때, 티그리스는 집무실에서 강의 신청 명단을 보고 있었다.

“흠······.”

검술학과 신청자들은 차고 넘쳤지만, 마법학부 신청자들은 정원에서 약간 모자랐다.

원래 검술학과는 80명, 마법 학부는 20명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마법학부 지원자는겨우 13명.

왜 이렇게 된 일인가 의아해하던 찰나 교수동 밖에서 마법학부 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검증받지 않은 자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위험하다!]

[마법은 장난이 아니다!]

[마법사에게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라 인성이다!]

[마법의 외부 유출은 국가 안보의 위협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잡무를 하던 샤를로트가 입을 열었다.

“제가 따로 알아봤는데 귀족 출신 마법사들이 트리니티에서 평민들과 수인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안 된다고 집회를 여는거래요.”

“그런 피켓 문구는 전혀 보이지 않는데?”

아이린은 어깨를 으쓱였다.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적으면 황제 폐하의 명을 어기게 되는 거니까 그런 문구는 적지 못하는 모양이에요.”

“흠······.”

티그리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분명 황국에서 각 마법사 가문에게 트리니티의 출범에 대해 잘 설명했다.

그래서 다른 가문들보다 마법사 가문들의 후원과 투자를 먼저 받아 트리니티에서 진행되는 마법 연구에 대한 공동 연구 기회도 주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왜 젊은 귀족 마법사들이 저런 난리를 치는 걸까?

그것보다 이 일은 티그리스가 직접 나서야 할 일인가?

저 집회와 티그리스의 강의에 마법사들의 숫자가 모자란 것 사이에 연관이 깊어 보였다.

그때, 티그리스의 집무실로 한 여인이 들어왔다.

레인로버 황녀였다.

“안녕하세요. 교관님? 골치가 좀 아프시다고 들었는데?”

레인로버는 눈웃음을 지었다.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혈기 넘치는 마법사들의 문제를 제가 해결해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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