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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113화 (113/251)

#113화 – 회색 쥐(5)

투두두두두두!

이제 총으로 쏴 죽이는 것도 귀찮았기에 라칸은 게임 속에서 봤던 자동 포탑 전차 3대를 만들었다.

각 포탑 전차엔 미사일 장비와 서브 머신건이 달려 있었다.

모양새는 뭔가 이상해도 상관이 없었다.

아무렴 그냥 저 서브 머신건이 불을 뿜으면 괴물들은 걸레짝이 되어 죽을 것이고, 미사일이 날아가면 땅이 사라졌다.

거기에 자동 추적 시스템까지 달려 있었기에 라칸이 일일이 조준할 필요도 없었다.

편리한 괴물 살육 전차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공학적으로 문제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었다.

뒤늦게 든 고민이지만 이 지구 무기를 보고 솜니움이 ‘라칸은 혹시 이세계인인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 보니 그런 생각은 기우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라칸은 회귀 전에 분명 레인로버를 비롯한 중요 멤버들에게 자신이 빙의자라고 설명을 했다.

그럼에도 티그리스가 말하길 우노가 끝까지 자신이 이세계인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다.

그건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들에게 현재 지구에 대한 정보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런 기이한 형태 무기들을 보고 ‘이세계 무기’라고 단번에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드워프의 신식 무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다.

“이게 현실에서도 가능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판타지 세상 속 강철 부대라.

이런 류의 판타지 소설을 읽어 본 경험이 있었는데, 뭔가 판타지에 화약 냄새 나는 것같아서 라칸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이만한 개꿀이 없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자동 사냥이 된다니.

이 세상에서만큼은 티그리스 부럽지 않았다.

라칸은 이제 괴물 사냥은 자동 포탑 전차에게 맡겨놓고 주변을 살펴봤다.

라칸이 솜니움의 공유몽 세계에 온 이유는 하나다.

솜니움의 기억 파편을 찾아 현실 세계 속 솜니움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

라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다.

그 무엇보다 많은 정보.

라칸은 하늘을 나는 카메라 달린 드론과 모니터들을 만들었다.

라칸은 드론 수십 대를 사방으로 날렸다.

물론 드론 조작 스위치 따위 필요 없었다.

마치 자동 포탑 전차처럼 라칸이 원하는 방향대로 날아갔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들이 사방을 비추었고, 라칸은 그것을 모니터로 확인했다.

“진짜 세상 편하네.”

조금 생각이 트이니 이렇게 쉬운 게 없었다.

라칸의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들어오며 상급 탐색 능력이 미친 듯이 가동되었다.

꿈속 세상인 만큼 기이한 것들이 대다수라서 정보 분류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듯했지만, 급할 것은 없었다.

괴물들은 라칸에게 위협 따위 되지 않았으니까.

‘라면이나 먹을까?’

지금 상상력이라면 라면과 콜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지 한다면 솜니움이 라칸을 굉장히 이상하게 볼 것이 분명했기에 라칸은 참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급 탐색이 정보를 물고 왔다.

[탐색 결과]

1. 다른 괴물들과 달리 공격성을 보이지 않은 쥐들이 티그리스 동상이 있는 곳에 모여 있다. [자세히 보기]

2. 마법사들끼리 전쟁을 하는 섹터가 존재한다. [자세히 보기]

3. 일정 거리마다 완벽하게 똑같은 모양의 저택이 있다. [자세히 보기]

상급 탐색이 발견한 특이한 점은 총 세 가지였다.

그중 라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첫 번째 항목이었다.

‘티그리스 교관님 동상?’

우선 공격성이 없는 괴물들이 공유몽 속에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티그리스 교관님의 동상이 이곳에 왜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칸은 [자세히 보기]를 확인했다.

[1. 다른 괴물들과 달리 공격성을 보이지 않은 쥐들이 티그리스 동상이 있는 곳에 모여 있다.

쥐들은 괴물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반항조차 하지 못한다.

공격을 당해 죽은 개체는 눈 녹듯이 사라지며, 잠시 후 새로운 판잣집에서 나타난다.

쥐들은 나이트메어에게 감염된 거지들로 추측된다.

쥐들은 티그리스의 동상을 찾아 헤매며······]

라칸의 눈앞에 쏟아지는 정보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쥐들은 괴물이 아니고 라칸처럼 나이트메어에 감염된 그레이 타운의 시민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라칸을 쫓는 괴물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티그리스의 동상을 찾아 헤매고 있다.

쥐들이 티그리스 동상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티그리스 동상 근처에는 괴물들이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거 사람들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알겠네.”

솜니움은 그레이 타운의 시민들의 꿈속을 조종하여, 티그리스의 곁이면 안전하다는 무의식을 심어준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네들을 회색 쥐라고 표현한 이유도 진짜로 꿈속에서 자기들이 회색 쥐로 변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나면 잊긴 하겠지만, 무의식에 각인되어 티그리스는 구원자로 경찰과 경비와 같은 황국의 공무원들은 악마로 보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마법사들끼리 싸우는 섹터가 존재한다는 내용은 굳이 [자세히 보기]를 하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았다.

그곳은 나이트메어에 감염된 제국 대학학생들의 꿈속 세상일 것이다.

회색 쥐들의 세상과 학생들의 세상이 나뉘어져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겠지만, 아마 꿈이 겹치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거리별로 똑같은 모양의 저택이 있다는 내용은 어떻게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곳은 꿈속 세상이지만 사람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구조물이 제법 있다.

떨어진 땅덩어리들을 연결해 주는 레인보우 브릿지라든가, 그레이 타운의 시민들이 자주 보는 레인보우 브릿지 앞 쓰레기 분수대 광장과 같은 곳이 반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제각기 인식하고 기억하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다리라고 하더라도 모양이 조금씩은 달랐는데······

하늘에 떠 있는 저 하얀 저택만큼은 완벽하게 똑같았다는 것이다.

라칸은 고개를 들어 거꾸로 매달려 있는 하얀 저택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저 저택은 이상했다.

다른 땅덩어리들은 모두 레인보우 브릿지라든가 판자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유독 저 저택만큼은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이 공유몽 속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무인도를 보는 것 같았다.

“가볼까?”

더 이상 드론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기에 라칸은 몸을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라칸은 심호흡을 했다.

저 저택까지의 거리는 대략 500m가 넘는다.

하지만 라칸은 믿었다.

한 번의 도약으로 저 먼 거리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쿵!

커다란 굉음과 함께 라칸의 몸이 저택을 향해 날아갔다.

중력이 뒤죽박죽이라 몸이 팽글팽글 돌았지만, 방향은 제대로였다.

쿵!

라칸은 저택의 앞뜰에 슈퍼 히어로 랜딩자세로 도착했다.

일단 도착하고 나니 다른 지역과 유난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냄새였다.

도처에 깔려 있던 습한 공기 냄새가 아닌 약간 타는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그리고 저택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듯 말라죽은 담쟁이 넝쿨들이 창문과 벽에 달라붙어 있었으며, 앞뜰 잔디밭은 잡초들로 무성했고, 고목에 매달려 있는 그네는 불지 않는 바람에도 스스로 흔들렸다.

그중 라칸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그네 앞에 있는 핑크색 이불 더미였다.

핑크색 이불들은 하나같이 타다 만 흔적들로 가득했는데, 얼마나 많이 쌓여 있었는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꿀꺽-

라칸은 본능적으로 이곳에 솜니움의 비밀이 모두 담겨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그레이 타운의 시민들이나 귀족 마법사들의 저택으로 보이지 않는 이 낡은 저택의 주인은 누구겠는가?

이 공유몽 속 세상의 주인인 솜니움 하나밖에 없지 않겠는가?

라칸은 조심스럽게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택 내부는 망가진 앞뜰처럼 처참했다.

괘종시계는 고장 난 듯 멈춰 있었고, 깨진 유리조각과 부서진 나뭇조각들이 바닥에 즐비했다.

벽지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졌지만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듯 색이 바래 있었다.

라칸은 기나긴 복도를 지나 거실로 향했다.

거실은 누군가가 한바탕 뒤집고 간 듯 소파와 가재도구들이 난장판으로 되어 있었다.

이 고풍스러운 저택에 귀중품들이 하나쯤은 있을 법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삐걱- 삐걱-

라칸은 위에서 들리는 마룻바닥 밟히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성냥 그리고 기름통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사내의 얼굴은 정확히 볼 수 없었는데, 라칸의 눈썰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내의 얼굴에 누군가가 검은색 모자이크를 한 것처럼 얼굴이 가려졌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라칸이 보이지 않는 듯, 라칸을 무시하고 터벅터벅 걸어 구석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라칸도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 사내의 뒤를 쫓았다.

사내는 문 앞에서 망설이더니 결국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문은 열려 있었기에 문 안쪽 상황을 보는것은 쉬웠다.

사내의 딸아이 방인 듯 선반에는 다양한 인형들이 가득했고, 너덜너덜한 집과 앞뜰과는 다르게 방 안은 깨끗했다.

사내는 침대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작은 딸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곤, 품에서 ‘리본 인형’을 빼내더니 기름을 콸콸 쏟았다.

아이는 기름이 바닥을 적시고 있음에도 계속 자고 있었고, 사내는 기름을 바닥 구석구석에 뿌리고 자기 머리 위에 쏟아부었다.

순간 입에서 ‘안 돼’라는 말이 나왔지만 사내는 결국 성냥불을 붙였다.

사내의 비명은 없었지만, 굉장히 괴로운듯 마치 소금을 뿌린 지렁이처럼 난동을 부렸다.

그때 믿을 수 없게도 아이는 눈을 번쩍 떴다.

아이의 눈동자 색은 녹색이었다.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달렸다.

발에 불이 붙어 엄청나게 아파 보였지만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눈물을 뿌리며, 라칸이 있는 문밖으로 잽싸게 달려 나왔다.

라칸은 본능적으로 아이의 길을 비켜주었고,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라칸은 홀린 듯이 아이의 뒤를 쫓았다.

아이는 불타는 자신의 방을 쳐다봤다.

그제야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빠······.”

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라칸은 숨이 메어왔다.

이 아이는 어떤 심정일까?

자신과 함께 자살을 하려고 한 아빠가 미울까?

아니면 아빠를 두고 도망친 자신이 미울까?

라칸은 도저히 그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

잠시 후, 불길이 거세게 천장을 잡아먹자 아이는 정문으로 달려 나갔다.

정문을 빠져나가자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며, 타버린 핑크색 이불이 하늘을 날았다.

핑크색 이불은 그네가 있는 놀이터 앞에 싸였다.

라칸은 답답함이 목 끝까지 쌓여 핑크색 이불 더미만을 먹먹하게 바라봤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이건가.’

라칸은 가슴 먹먹한 감정을 털어냈다.

솜니움이 불우한 과거를 갖고 있었단 것은 슬픈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유몽 속 세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괴롭혀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솜니움의 과거가 어떻든지 간에 결국 인류를 변절한 변절자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넌 누구니?”

그때, 뒤에서 들리는 여인의 목소리에 라칸은 깜짝 놀라 뒤를 쳐다봤다.

여인은 아이와 똑같은 녹안에 검은색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여인의 눈빛은 굉장히 무서웠는데, 라칸을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 듯이 살기가 가득했다.

라칸은 반사적으로 위를 쳐다봤다.

반대쪽 땅에 있어야 할 라칸의 자동 포탑들이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라칸은 저 여인을 처음 보는 것이지만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여자가 로타의 눈 솜니움이다.

“어디서 본 얼굴인 것 같긴 한데······ 그레이 타운의 거지들은 아닌 것 같고, 단순한 마법사라고 하기엔 드워프들이 사용할 법한 저 고철 덩어리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이 안 되고.”

솜니움은 품속에서 작은 사람 모양 인형과 바늘을 꺼내 들었다.

“어서 말해주지 않을래? 안 그러면 내가 아주 나쁜 짓을 할지도 모르거든.”

“알려줘도 나쁜 짓 하실 거잖아요.”

솜니움은 씨익 웃었다.

“아주 잘 아네.”

솜니움은 바늘을 들고 인형의 팔을 찍었다.

[명경지수의 정신의 효과로 ‘환통의 저주'에 면역이 됩니다.]

라칸은 의아하다는 듯이 솜니움을 쳐다봤다.

“뭐 하시는 거예요?"

“······어?”

솜니움은 다시 바늘로 인형을 내리찍었다.

이번엔 심장이었다.

[명경지수의 정신의 효과로 ‘환통의 저주’에 면역이 됩니다.]

솜니움은 크게 당황했다.

“너······ 너 뭐야. 왜 저주 인형이 안 통해?!”

“글쎄요?”

솜니움은 저주 인형을 계속 내리찍었지만 라칸은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솜니움의 저주 인형이 무슨 능력인지 모르겠지만, 라칸의 정신을 흔들어 공격하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라칸에겐 명경지수의 정신이 있기에 이런 짓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라칸은 대신 손에서 ‘리본 인형’을 만들었다.

솜니움은 라칸의 손에 리본 인형이 만들어진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떴다.

“너······! 너!”

그리고 라칸은 기름통을 만들어 리본 인형에 부었다.

솜니움은 저주 인형을 내팽개치고 바늘을 들고 달려들었다.

“당장 그만해!”

마지막으로 발화 마법으로 불을 붙이자 리본 인형은 화끈하게 불이 붙었다.

그러자 솜니움은 어린아이처럼 벌벌 떨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급기야 바닥에 쓰러졌고 자신의 발을 부여잡았다.

솜니움의 종아리에는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다.

역시나 저택에서 본 녹안의 아이는 솜니움의 과거 모습이었고, 이 저택은 솜니움의 트라우마 그 자체였다.

그런데 왜 솜니움은 이 공유몽 속 세상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심어둔 것일까?

‘주술의 대가 때문인가?’

라칸은 나달에게 주술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주술을 사용하려면 고통이나 피, 목숨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분명히 들었다.

솜니움은 이 기억을 공유몽 속에 심어둠으로써 이 공유몽이라는 주술적 공간을 유지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솜니움이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자 지진이 난 듯 세상이 뒤흔들렸다.

그리고 허공을 찢고 새로운 건물들과 간판들이 쏟아져 내렸다.

라칸은 본능적으로 저것들이 티그리스가 말한 현실 세계 속 솜니움의 기억 조각들이라 확신했다.

라칸은 재빨리 저 기억 조각들을 눈에 담았다.

수없이 많은 쓰레기들이 내려왔지만 라칸은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건 노르베르드 타워?’

노르베르드 타워와 함께 ‘베이튼’이라고 적힌 명패, 찻잔과 테이블도 쏟아졌다.

그 말은 지금 솜니움이 노르베르드 타워에 있다는 뜻일까?

그러나 라칸의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콘티넨탈 호텔’이라는 간판과 707호 문, 707호 카드키가 떨어져 내려왔다.

콘티넨탈 호텔은 노르베르드 타워 바로 맞은편에 있는 고급 호텔이다.

솜니움은 티그리스를 관찰하기 위해 노르베르드 타워 맞은편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 하고 있는 것이었다.

‘됐어!’

이제 라칸에게 남은 것은 이 공유몽을 빠져나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지?

“너······그래. 너 기억이 났어.”

솜니움은 바늘을 치켜들고 라칸을 무섭게 쏘아봤다.

“너 라칸이구나. 티그리스 그놈이 이상하게도 자주 사용한다는 제국 대학 학생.”

솜니움은 이제 불타는 리본 토끼를 봐도 아무렇지 않은지 버티고 있었다.

“넌 곱게 죽지 못할 줄 알아. 이 세상은 바로 내 세상이거든.”

쿠구구구구궁-!

이 무인도 같은 저택에 다리가 순식간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다리는 하늘 높이 올라가 라칸을 찢어 죽일 듯이 쳐다보는 괴물들을 향해 이어졌다.

괴물들은 연결된 다리를 타고 미친개처럼 달려왔다.

“이런 젠장!”

라칸은 바로 총을 만들어 쏘려고 했지만 솜니움이 손을 휘젓자마자 총이 사라졌다.

“내 세상에서 그딴 짓이 가능할 거라 생각해? 넌 이곳에서 죽었다가 깨어나도 못 빠져 나가. 네가 미쳐버릴 때까지 가지고 놀거거든.”

솜니움의 협박에 등골이 오싹했다.

라칸의 마음이 급해졌다.

티그리스는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갔을까?

도대체 어떤 수로?

괴물들이 어느새 다리를 다 건넛다.

라칸의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무렵 라칸의 귓가에 이상한 환청이 들렸다.

“일어나라! 라칸!”

라칸의 뺨이 홱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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