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성좌의 던전(2)
등장인물화.
티그리스가 과거 페르셴과 아드네의 목걸이를 얻기 위해 성좌의 시련을 받았을 때, 성좌의 시련 내 사람들이 모두 페르셴의 전우로 인식했던 일을 떠올리면 쉽다.
성좌의 던전에 들어가면 대원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등장인물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었다.
트리샤는 한 사람 한 사람 차분히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성좌의 던전에 들어가면 성좌가 정해준 역할을 배분받으실 겁니다. 물론 나달 씨는 제외입니다. 나달 씨의 경우에는 확정적으로 연금술사 레기우스가 되시겠죠.”
“하지만 다른 분들은 모릅니다. 예를 들어 티그리스 경의 경우에는 이 던전의 배경 국가인 말레 왕국의 호국경이 되실 수도 있고 그리폰 기사단의 기사단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이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성좌의 던전 공략이 힘든 이유였다.
던전에 입장하면 자신이 어떤 직책을 받게 될지 모른다.
누구는 용병, 누구는 노예, 누구는 성주…….
자신이 맡게 되는 역할에 따라 어떤 위기를 겪게 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데다가, 본 역사의 흐름을 바꿔 성좌의 던전의 공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각자 자신에게 부여받은 등장인물의 사회적 직책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시게 될 겁니다. 핵심은 최소 하루에서 사흘 내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맡은 역할에서 빠져나와 팀별로 정해진 장소에 집결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트리샤는 붉은색 펜으로 세 지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A팀은 레기우스의 개인 연구실로 집결하시고, C팀은 셀프스 호수 동쪽에 있는 폭포에서 집결하고, D팀은 세계수로 향하세요. 당시 수인들은 엘프들과 수교를 맺은 상태이니 수인이 세계수로 향해도 별다른 제재는 없을 겁니다. 티그리스 경은 홀로 활동하실 테니 자신의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거인을 찾아 나서시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트리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이해 못 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그때, 아모리스가 손을 들었다.
“트리샤 씨. 저는 들어가면 안 되나요?”
“전에 따로 말씀드렸다시피 안 됩니다.”
“……쳇.”
아모리스는 이번 공략대에서 빠지게 되었다.
공략대에 도움이 안 돼서가 아니라 아모리스가 던전에 진입하는 순간 높은 확률로 신비의 땅에 갇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모리스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레기우스가 살아 있을 때, 살아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
이번엔 리니아가 손을 들었다.
“혹시 언어 문제 같은 것은 없나요?”
“유행어 같은 게 조금 다르긴 해도 말은 다 통할 겁니다. 그리고 수인이나 엘프와 같은 타 종족의 언어는 자동으로 번역되기 때문에 의사소통 문제는 거의 없을 겁니다.”
트리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더 질문은 없는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주의 사항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시대는 거인들과 드래곤들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입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다르고 여러분들의 시각으론 당최 이해 불가능한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날 겁니다. 예를 들어 매달 드래곤과 거인들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는 일 같은 것 말이죠.”
트리샤의 말에 리니아는 살짝 떨었다.
과거에는 인신 공양이 빈번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괜한 일로 분노하실 필요도 없고 감정 소모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 당시의 문화이자 생존 방법이었으니까요.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었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트리샤는 매서운 눈빛으로 공략대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말은 전원 자살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성좌의 던전은 공략 대원이 전원 사망하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수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날리는 것은 둘째 치고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였다.
“그러니 괜한 시비에 걸리지 마시고 최대한 안전하게 몸을 빼십시오. 이번 공략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아티팩트들을 바스티얀 학교장님께서 준비하셨으니, 이번 주 안으로 아티팩트 사용법을 모두 익히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티그리스를 포함한 공략대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잘해봅시다. 이만 브리핑 마치겠습니다.”
* * *
며칠 후.
샤를로트와 아이린 그리고 리니아와 레인로버는 연무장 바닥에 널브러졌다.
“헉……. 헉…….”
네 사람은 너무나도 지쳐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검을 거둬들이고 주변을 훑었다.
연무장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땅이 뒤집혀 만들어진 구덩이엔 지하수가 흘러나와 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잘려 나간 넝쿨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아이린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합격입니까?”
티그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던전에서 죽지는 않겠군.”
그제야 아이린은 만족하며 드러누웠다.
티그리스는 샤를로트, 아이린, 리니아, 레인로버 네 사람의 실력을 테스트했다.
개인 실력 테스트는 물론이고 팀으로 활동했을 때 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도 확인했다.
개인 실력은 티그리스가 파악했던 대로였지만, 팀으로 활동했을 때의 단합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팀으로 활동할 때의 리니아의 검술 변화가 두드러졌다.
“리니아.”
리니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리니아의 왼손에는 소형 원형 방패가 들려 있었다.
“언제 와그너 검방술을 연습한 거지?”
와그너 검방술은 용병들은 물론이고 일반 병사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편적인 검술이었다.
기사들로 따지자면 황국 제식 검술과 비슷한 위치랄까?
용병들 사이에선 오러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제식 검술보단 와그너 검방술이 더 인기가 많았다.
“학교에서 배웠어요. 그리고 제가 샤를로트나 아이린 언니보다 발이 빠르지 않아서 이럴 바엔 그냥 단단하게 나가자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그냥 검만 드는 게 낫나요?”
티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티그리스는 오늘 리니아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된 것 같았다.
방패와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용병이나 이제 막 군사교육을 받은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방패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좋다.
하지만 오러를 이용한 보법을 익히게 되면 오히려 방패가 거슬리기 때문에 방패를 자연스럽게 버리게 된다.
리니아도 방패가 방어엔 좋긴 하지만 움직임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움직임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소형 원형 방패를 사용함과 동시에 레인로버의 ‘매끄러운 바람’ 마법 버프를 받으니 급격한 포지션 전환에도 속도가 뒤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팀의 안정성에 크게 기여했다.
그 무엇보다 티그리스가 칭찬하고 싶은 점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생각해 발전시켰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네게 맞는 검방술을 가르쳐 주마.”
마침 황국의 서고에 쌓여 있는 검술서 중에 검방술과 관련된 검술서가 있었다.
그것을 리니아의 몸에 맞게 개조해서 가르쳐 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리니아는 활짝 웃었다.
“네! 감사합니다!”
리니아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레인로버는 주변에 쓰러진 마법 두더지들과 넝쿨 여왕들을 다독였다.
“이제 일어나야지. 집에 들어가자.”
-끼이잉…….
마법 두더지들과 넝쿨 여왕들은 레인로버의 소환 주머니로 들어갔다.
레인로버의 소환술은 발군이었다.
몬스터들은 지능이 높을수록 다루기 힘들고 특히 고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몬스터는 더더욱 길들이기 힘들다.
그런데 레인로버는 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두더지와 식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넝쿨 여왕을 각각 3마리씩 다루었다.
그 덕분에 티그리스는 네 사람이 아니라 10명과 한 번에 싸우는 듯했다.
게다가 레인로버는 티그리스가 제국대학에서 가르쳐 준 기본적인 보조 마법을 넘어서 샤를로트, 아이린, 리니아에게 적합한 보조 마법을 따로 배워 걸어주었다.
네 사람이 열심히 준비했다고 트리샤에게 듣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숨을 고른 샤를로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희 내일이죠?”
“그래.”
내일 샤를로트와 아이린의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성좌의 던전을 향해 출발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돌이킬 수 없다.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던전 공략은 성공해야만 했다.
* * *
다음 날 아침.
샤를로트와 아이린이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을 위해 제국대학으로 갔을 무렵,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황궁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황제 폐하를 뵈러 가는 건가 싶었지만, 레인로버는 황제가 계신 봄의 궁전이 아닌 보고(寶庫)로 향했다.
보고 앞에는 역시나 보고지기 마테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위대하신 황금의 일족을 뵙습니다.”
마테오는 레인로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입을 열었다.
“바로 보고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네.”
레인로버가 사전에 마테오에게 이야기를 해둔 듯 둘은 곧바로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에게 말했다.
“황제 폐하를 뵙는 게 아니라 성물을 가지러 오신 거였습니까?”
“아빠는 뭐 하러 봐요.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요?”
“……폐하께서 섭섭해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안 그래도 이 문제 때문에 전에 개인적으로 뵀어요. 그럼 됐죠.”
“이 문제라는 게 정확히 뭡니까?”
레인로버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직접 보시면 돼요.”
마테오는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계단 앞에 도착했다.
마테오는 레인로버에게 말했다.
“황녀 전하. 황금의 인장을 부탁드립니다.”
레인로버는 품속에서 작은 황금 반지를 꺼내 들었다.
황금 반지에는 루체트 황가의 문장이 박혀 있었는데, 레인로버는 문장에 자신의 마나를 흘려 넣었다.
그러자 계단 옆에 전에 없던 고급스러운 황금빛 문이 생겨났다.
“여긴…….”
“황족만이 드나들 수 있는 0등 보고(寶庫)예요. 어서 들어가죠.”
마테오는 양손에 들고 있던 등불 하나를 티그리스에게 건넸다.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황국의 법도상 아무리 보고 지기라고 해도 0등 보고엔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레인로버는 익숙하게 계단을 올랐고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발밑을 등불로 비춰주며 따라갔다.
0등 보고에 들어서자 티그리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0등 보고에는 정확하게 두 개의 성물이 있었는데, 하나는 거대한 검이 전시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고풍스러운 나무 지팡이가 걸려 있었다.
티그리스는 나무 지팡이는 뒤로하고 홀린 듯이 거대한 대검으로 향했다.
거인의 목이라도 벨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게 생긴 대참도 형태로, 겉보기엔 수수해 보이면서도 오랜 세월을 보낸 듯 고풍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티그리스는 이 대검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대검은 회귀 전 티그리스가 최후의 전쟁에서 사용했던 ‘대적자의 검’이었다.
“이 검이 어떻게 이곳에…….”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어요. 아마 아우로므가 키메라가 돼서 보고를 날려 버렸을 때도 여기에 있었겠죠.”
그러면 말이 되지 않는다.
보고가 완전히 부서져 사라지면 안에 있는 성물들도 모조리 사라진다.
그렇게 설계되었는데 어떻게 이 대적자의 검이 여기에 있다는 것인가?
“0등 보고로 향하는 길은 총 두 개예요. 하나는 보고를 통해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봄의 궁전에 있는 비밀 통로죠. 아마 이곳이 무너졌을 때, 누군가가 봄의 궁전의 비밀 통로를 통해 대적자의 검과 황금 벼락 지팡이를 가져갔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이 황금 벼락 지팡이는 레인로버가 사용하던 성물이었다.
마나만 충분하다면 전기 계열 마법을 마음대로 무영창으로 시전할 수 있는 이 성물 덕분에 수없이 많은 위기를 극복했었다.
레인로버는 황금 벼락 지팡이가 아닌 대적자의 검으로 향했다.
“아시다시피 이 대적자의 검은 최후의 거인이자 거인의 왕을 죽인 검인 만큼 거인을 상대하기 좋은 효과들이 붙어 있죠.”
레인로버는 대적자의 검 앞에 놓여 있는 근력 강화 장갑을 낀 후, 대적자의 검을 티그리스에게 건넸다.
“황제 폐하께서 이번 던전 공략에 필요하실 것 같다고 하셨어요. 받으세요.”
“……이것을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원래 약혼식 때 드리려고 했는데, 조금 빨리 드리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이것은 루체트 황가의…….”
“잔말 말고 어서 받아요. 이거 엄청 무겁거든요?”
레인로버가 티그리스에게 강제로 쥐여주자 티그리스는 대적자의 검을 받아들였다.
대적자의 검의 감촉은 티그리스가 기억하고 있던 그 감촉 그대로였다.
굉장히 묵직하지만 완벽하게 잡혀 있는 밸런스, 그리고 대검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게 벼려 있는 칼날까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대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대검을 빼고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티그리스는 말없이 대검을 계속 쓰다듬으며 곳곳을 확인했다.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레인로버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입으론 거절하시면서 눈은 검에 계속 향해 있는 거 알고 계세요? 아주 귀여워 죽겠어.”
티그리스는 대적자의 검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그러자 대검의 형태가 작게 줄어들면서 티그리스가 생각하던 형태의 긴 참도 형태로 변했다.
“그렇게 작게 만들 수도 있어요?”
“대적자의 검의 소소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무게도 자유자재로 늘렸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죠. 그것 외에도 검기를 흘려 넣기만 해도 검강이 만들어집니다. 한마디로 이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소드 마스터를 흉내 정돈 낼 수 있을 겁니다.”
레인로버는 재잘재잘 이 검의 성능에 대해 말하는 티그리스가 귀여웠다.
평소에도 이렇게 말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티그리스는 다 좋은데 과묵한 점이 참 아쉬웠다.
“그렇게 좋은 검을 선물한 제게 뭐라 할 말이 있지 않나요? 이 검을 달라고 아빠한테 얼마나 졸랐다고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레인로버 황녀 전하.”
“그냥 맨입으로요? 진정성이 보이지 않네요.”
“……어떻게 해드리는 게 좋겠습니까?”
레인로버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티그리스를 불렀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레인로버에게 다가갔다.
“티그리스 경이 정답을 맞히려면 한세월이 걸릴 테니까 제가 정답을 강제로 맞혀 드릴게요. 허리 좀 숙여봐요. 키가 너무 크네.”
티그리스는 허리를 숙였다.
“조금만 더요.”
레인로버와 티그리스가 거의 눈높이가 맞춰질 때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넥타이를 잡고 당겼다.
티그리스의 반응속도라면 레인로버의 입술을 피할 수 있었지만, 티그리스는 피하지 않았다.
3시간 같은 3초가 지나고 레인로버는 씨익 웃었다.
“피하면 죽을 때까지 놀려먹으려고 했는데 안 피하셨네요?”
“…….”
“그거 알아요? 티그리스 경은 당황하면 아무 말도 안 하는 거?”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입술에 남은 립스틱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는 걸요. 아마 이 모습 때문에 제가 반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손에 들린 등불을 빼앗아 들며 말했다.
“그럼 내려가죠. 마테오가 기다리고 있겠어요.”
티그리스는 여우에게라도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