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봉인(3)
아우로므가 울부짖자 날아가던 새들이 떨어지고, 산짐승들이 심장마비로 죽었다.
저것이 드래곤 피어(Fear).
드래곤의 의념이 담긴 가장 기본적인 무기이자, 드래곤이 왜 군림과 공포의 상징인지 명명백백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실제로 티그리스는 솜털이 솟구치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티그리스는 심장의 박동수까지도 제어가 가능하지만, 이것은 인간 본연에 내재되어 있는 미지에 대한 공포를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성물 ‘우로스’를 얻으며 드래곤이 어떤 존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도 대단하긴 하지만 드래곤 피어는 겨우 이 정도가 아니다.
아모리스가 말 한마디를 툭 던졌다.
“병신 발악하네.”
드래곤이 한번 울부짖으면 3성 기사도 심장마비로 죽는다.
드래곤과 눈을 마주치면 4성 기사도 죽는다.
드래곤의 브레스의 ‘브’ 자도 구경도 못 하고 횃불 앞 초파리 떼처럼 죽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놈의 피어는 그 발끝도 닿지 못한다.
“그래. 영혼만으로 이 정도 피어를 내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아모리스는 제인을 때려눕혔던 건틀릿을 꺼내 들었다.
건틀릿에서 푸른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티그리스.”
“네.”
“넌 나서지 마.”
아모리스는 도저히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저 도마뱀 새끼 오늘 나한테 먼지 나게 맞을 테니까.”
저 도마뱀 새끼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모른다.
같이 마왕의 군세를 막자고 지가 먼저 요청해 놓고는 언데드화된 드래곤들을 보자마자 꽁지 빠지게 도망쳤고.
당시 놈은 이제 갓 헤츨링을 벗어났을 때라 피어를 조절하는 법을 몰라 제멋대로 피어를 내뿜었다가 인간들과 엘프들이 떼거지로 죽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모리스는 치가 떨렸다.
“안 도와드려도 됩니까?”
“네가 나서면 쟤 한 방에 제령당하잖아. 그 꼴을 내가 봐줄 것 같아?”
아모리스는 곰방대 연기 속에서 빗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안장에 올라섰다.
“오늘 점심은 도마뱀 꼬리 구이다.”
아모리스는 쏜살처럼 아우로므를 향해 날아갔다.
***
아우로므는 애지중지 모아온 악령들이 떼로 죽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어떻게 모은 악령들인데!’
아우로므는 자기 자신에게 총 세 번 양보했다.
당장에 루체트 황국에 복수하고 싶었으나 당장 힘이 없어 참은 게 한 번.
아우로므가 멸시하는 존재 중 하나인 악령을 부리는 것에서 한 번.
악령들을 부리기 위해 ‘군체(群體)’가 되는 것 한 번.
총 세 번이나 자기 자신과 타협하면서 드라코 레퀴엠 산에서 숨어 지냈다.
간간이 마법사들이 올라와 봉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돌아갈 때도 건드리지 않았다.
마치 풀숲에 숨어 있는 맹수처럼 때가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려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세월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아우로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저 연놈들을 당장에 찢어 죽여야 성이 풀릴 것 같았다.
-크롸아아아아아!
아우로므는 다시 울부짖었다.
방금 전에는 턱 끝까지 올라오는 분노를 털어내기 위한 피어였다면,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아우로므가 울부짖자 아우로므의 영혼 속에서 떨고 있던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악령들은 아우로므의 몸에서 탈출하려고 했지만 아우로므의 피어에 몸이 저절로 이끌려 아우로므의 영혼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우로므의 잘려 나간 팔과 듬성듬성 뚫린 몸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악령들은 드래곤의 압도적인 존재력과 공포에 압사당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두 잊고 아우로므의 영혼과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
“아주 지랄 발광하네.”
-?
아우로므는 자신의 코앞에 있는 여인을 쳐다봤다.
빗자루에 올라탄 채 서 있는 검은 머리칼의 여인.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봉인에 갇혀서 그런가?
아우로므는 마치 구멍난 치즈처럼 기억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년이 수족들을 죽인 놈들 중 하나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죽어라!
아우로므는 반사적으로 용언을 뿌렸다.
날카로운 바람을 쏘아내 저 날파리 같은 년을 찢어발길 것이다.
하지만 마나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혼령이 용언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모리스는 씨익 웃었다.
아우로므는 이빨과 발톱도 모조리 빠져 버린 사자와도 같다.
드래곤이 왜 강력한가?
드래곤의 오러 블레이드로도 베어낼 수 없는 단단한 비늘과 생각만으로 자연을 뒤틀 수 있는 용언 그리고 수천 년을 살며 축적한 지혜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로므는 드래곤의 장점을 모두 잃은 상태다.
육체를 잃어 단단한 비늘을 잃었고.
드래곤 하트를 잃어 용언도 잃었으며.
수만 년의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지혜를 잊었다.
아우로므에게 남은 것은 드래곤이라는 자존심 하나뿐이다.
그런 놈에게 아모리스가 질 리가 없다.
아모리스의 섬뜩한 미소에 아우로므는 순간 공포를 느꼈다.
아모리스는 빗자루를 박차고 뛰어 아우로므에게 날아들었다.
아우로므가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막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모리스는 아크로바틱하게 아우로므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뒤 양 주먹을 위로 치켜세웠다.
“일단 꿀밤 한 대!”
아모리스는 아우로므의 정수리에 두 주먹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꾸에에에엑!
아모리스의 건틀릿에서 시작된 푸른 불꽃이 놈의 정수리에서 터져 나갔다.
아우로므는 영혼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에 눈앞이 암전되었다.
자존심 때문에 드래곤의 형체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형체가 순간 뭉개졌다.
아모리스는 다시 빗자루를 불러 올라탔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아우로므에게 날아들어 아우로므의 턱에 한 방을 꽂았다.
“어퍼컷!”
콰아아아아앙!
아우로므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애초에 상성이 너무 나빴다.
아우로므는 드래곤이긴 하지만 일개 혼령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모리스는 대륙에서 제일가는 혼령술사다.
혼령에 대한 이해도는 아모리스가 더욱 앞서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 지옥 같은 마왕과도 전쟁을 벌인 베테랑이다.
애초에 아우로므가 이길 수 없는 전투다.
아모리스가 아우로므의 오른 날개로 향했다.
그리고 날개를 쥐어뜯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아우 짜릿해!”
드래곤의 영혼을 쥐어 패는 일은 아모리스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아모리스라고 하더라도 드래곤은 격이 아예 다른 종족이다 보니 건드릴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천 년이 지나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다니.
인생 참 새옹지마다.
아우로므는 어떻게든 반항하려 양팔을 애처롭게 휘둘렀지만, 아모리스는 오히려 그 양팔을 찢어발겼다.
아모리스는 아예 아우로므의 몸에 올라타 마치 시루떡을 만드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패댔다.
“네놈 때문에 죽은 병사들 생각만 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 이 도마뱀 새끼야.”
쾅-! 쾅-!
아우로므는 양손을 휘둘러 아모리스를 털어내려 했지만 손이 반쯤 잘려 나가 도저히 닿지 않았다.
-넌 누구냐! 넌……!
“내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 그럼 기억날 때까지 대가리 존나게 맞아야지.”
쾅-! 쾅-!
아모리스는 아우로므의 머리를 후드려 팼다.
아우로므는 맞으면서 이 폭력적인 혼령술사가 도대체 누구인지 계속 떠올렸다.
마치 뿌연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한 여인의 이름이 떠올랐다.
-설마……. 아모리스?
“이제야 기억이 나나 보네. 도마뱀 새끼.”
-어…… 어떻게 네가 살아 있는 거지? 너는 분명 마왕의 성좌와 함께 봉인이 되었을 텐데?
마왕의 성좌라는 말에 아모리스의 주먹이 순간 멈췄다.
“……마왕의 성좌?”
아모리스는 순간 머리가 쪼개질 것처럼 아파와 몸이 휘청거렸다.
아우로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아우로므는 자신의 영혼을 조종해 아모리스를 덮쳤다.
아모리스를 자신의 영혼 속에 가두면 제아무리 아모리스라고 하더라도 아우로므의 공포와 압도적인 존재력에 짓눌려 죽을 것이다.
그때, 푸른 불꽃을 머금은 검기가 날아오더니 아모리스를 덮치던 영혼을 걷어냈다.
티그리스의 검기였다.
-크아아아악!
영혼이 통째로 불타는 듯한 고통에 아우로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난동을 부리자 아모리스는 정신을 차렸다.
“이 도마뱀 새끼가!”
아모리스는 이를 뿌득 갈며 주먹을 내려쳤다.
건틀릿에서 흘러나온 푸른 화염이 아우로므의 온몸을 휘감았다.
아우로므는 마치 소금을 만난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우로므의 영혼에 담겨 있던 악령들이 강제로 제령을 당하며 사방으로 뛰쳐나왔고 아우로므의 몸은 점점 작아졌다.
아모리스는 작아지는 아우로므의 몸에서 나와 빗자루 위에 올라탔다.
“젠장, 대가리가 띵하네.”
“괜찮으십니까?”
“어. 괜찮아.”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속은 혼란스러웠다.
방금 굉장히 중요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도저히 그게 뭔지 기억이 갑자기 나지 않았다.
‘분명 마왕의…… 뭐라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치매가 오는 건가 걱정이 들었지만, 일단 먼저 아우로므를 패는 일이 우선이다.
“일단 저놈을 다시 조져놔야지. 아예 반항할 마음도 들지 않게 말이야.”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요?”
아우로므의 영혼은 급속도로 작아졌다.
자신의 영혼에 감춰두었던 악령들이 모조리 불타 사라지며, 아우로므의 영혼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악령을 토해낸 아우로므의 모양새는 말 그대로 작은 도마뱀 같았다.
검은 도마뱀.
날개 피막은 없고 날개 뼈대만 남았으며, 네 발로 땅을 간신히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모리스는 그런 아우로므의 몸을 밟았다.
-당…… 당장 그 더러운 발을 치워라! 감히 내가 누구라고……!
“뭐긴 뭐야. 힘도 뭣도 없는 도마뱀 새끼지.”
아모리스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 다셨다.
“좀 더 괴롭힐 수 있었는데……. 이 새끼가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바람에 힘 조절을 못 했네.”
티그리스는 분명히 아모리스가 움찔한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세계수의 말대로 아모리스는 자신의 기억을 봉인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떤 방식인지는 티그리스로선 알 수 없었지만.
아모리스는 곰방대에서 작은 유리통을 꺼냈다.
그 유리통에 아우로므를 집어넣은 후 노란 부적이 붙은 뚜껑으로 닫았다.
아우로므는 유리병을 두들기며 말했다.
“이제 앞으로 거기가 네 집인데 어때? 안락해?”
-아모리스 이 개 같은 년 어서 나를…… 어어어억!
아모리스는 유리통을 마구 흔들었다.
텅- 텅- 텅-
아우로므는 유리통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난리가 났다.
저 정도 난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마뱀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어지럽다! 어지럽단 말이다 이제 그만! 그만……!
“어지럽기만 해? 그럼 아직 버틸 만한가 보지?”
아모리스는 병을 칵테일 셰이커처럼 미친 듯이 흔들었다.
아우로므는 도마뱀의 형태도 잃어버린 채, 검은 유령의 형태로 이리저리 휘날렸다.
티그리스는 ‘우로스’를 얻으며 드래곤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그 드래곤의 위용과 이 통 속에 들어 있는 아우로므의 형태를 비교하니, 아우로므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그만! 그만해! 그마아안! 제발!
제발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모리스는 흔드는 것을 멈췄다.
다시 도마뱀의 몸을 갖춘 아우로므는 헥헥대며 대자로 뻗어 있었다.
드래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제야 얘기할 준비가 된 것 같아?”
-이 하찮……
“하찮?”
아모리스의 서늘한 눈빛에 아우로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 계속 말해봐.”
-…….
“물지 못할 거면 짖지도 말어.”
티그리스는 사실 좀 믿기지 않았다.
드래곤의 영혼을 잡아넣을 수 있다니.
봉인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아모리스의 혼령술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딱 하나만 묻는다. 너 어떻게 봉인에서 빠져나왔어?”
아우로므는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 틈이 보이길래 나왔다. 육체도 같이 나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영혼만 겨우 나온 것이다.
“진짜야? 누가 도와주거나 그런 거 아니고?”
-흥! 내가 그럼 인간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야?”
-아니다.
“진짜?”
-아니라니까!
역시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봉인이 망가지면서 나온 모양이었다.
아모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제대로 된 주술사도 없이 드래곤을 300년이 넘게 봉인한 것도 용하긴 하지.”
-큭! 천공의 사슬과 신의 창만 없었어도 나는 이렇게 당하지 않았을 거다.
“너도 경외의 비늘이 있었잖아. 네 오만함 때문에 당한 거면서 무슨 개소리야.”
-경외의 비늘……? 그게 뭐지?
아모리스는 어이가 없었다.
“네 마빡에 박았다던 성물을 말하는 거야. 그거 기억 안 나?”
아우로므는 눈을 깔며 입을 열었다.
-……난 그 지옥 같은 봉인 속에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 당연히 내 기억도 말이다.
이 봉인진을 만든 아모리스는 아우로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압도적인 시간의 무게 속에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
오히려 아모리스를 기억하고 있는게 신기했다.
-이제 날 어떻게 할 거지? 아모리스? 날 죽일 건가?
아우로므의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드래곤의 자존심도 없고 복수할 기회마저 날아갔다.
제아무리 위대한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포기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널 죽이긴 해야지.”
-……역시 그런가?
“네 영혼 말고 네 육신을.”
아우로므는 콧방귀를 꼈다.
-감히 내 비늘과 뼈를 가르겠다고? 소드 마스터도 그런 짓은 못 한다. 난 드래곤들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비늘을 가진 골드 드래곤이다. 그 끔찍한 마왕의 공격도 버텨냈지. 그런데 겨우 일개 소드 마스터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아우로므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대신 날 육신에 다시 되돌려 놔줘라. 그러면 내 비늘 하나 정도는 떼어서 주지. 아니면 두 개?
“개소리도 적당히 해야 귀여운 거야. 아우로므.”
-…….
아모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 기억도 잊어서 쓸모도 없고 그냥 제령시켜 버릴까?”
아우로므는 애처롭게 떨었다.
아무리 한 번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몸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버티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것보다 죽음이라는 공포가 더더욱 큰 것 같지만.
티그리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보관해 두죠.”
-보관이라니! 난 물건이 아니다!
“그럼 죽일까?”
-……아니.
드래곤의 처지가 애완용 도마뱀보다 못하다.
아모리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티그리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 너도 어딘가 쓸데가 있겠지. 원래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
-네 노예라도 되라는 뜻이냐? 그럴 거면 차라리 죽여라!
“진짜?”
-……아니.
그때, 저 멀리서 베르강이 쏜살처럼 달려왔다.
베르강은 드래곤이 갑자기 드라코 레퀴엠 산꼭대기에서 울부짖자 앞뒤 다 제치고 달려온 것이었다.
“티그리스! 방금 산꼭대기에서 드래곤이 나타났다. 설마 드래곤이 봉인에서…… 어?”
아모리스는 아우로므가 담긴 병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 드래곤 애완용 도마뱀으로 만들었어. 이것도 드래곤 슬레이어로 쳐주나? 아니지 길들였으니까 드래곤 테이머가 되는 건가?”
아모리스는 낄낄대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