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163화 (163/251)

#163 드워프의 시험(2)

강철을 두들기고 고열의 용광로 앞에서 일을 하는 드워프답게 말투는 굉장히 거칠었다.

레인로버는 조용히 티그리스에게 속삭였다.

“……말레우스 님이 이렇게 거친 분이신 줄은 몰랐네요.”

“말레우스 님도 드워프이시니까요.”

레인로버가 말레우스를 처음 만났을 땐 신사다운 이미지가 강했다.

황도 물을 좀 먹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러나 드워프들 사이에 끼니 누가 말레우스고 누가 드워프인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라칸이 조심스럽게 티그리스에게 물었다.

“교관님. 이제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러다가 진짜로 사고라도 나겠어요.”

“그냥 놔둬라. 말린다고 들을 리가 없으니.”

드워프들 사이에서 말싸움이 일어나면 말릴 수 없다.

이들이 주고받는 말들은 음담패설로 가득 찬 것 같지만, 전문지식을 베이스로 깔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웬만한 기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리 큰일은 나지 않을 테니 걱정 마라. 저렇게 거칠게 싸워도 애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퓨슉!

말하기 무섭게 마탄 하나가 훈련장을 가로질러 나무에 꽂혔다.

“너……! 너! 진짜로 쐈어?!”

“워낙 말을 안 처들으니 뒤통수에 귓구멍 하나 더 만들어주려고 쐈다! 왜?!”

“하! 또 쏴봐라 또 쏴! 내 오줌 줄기가 강한지 네놈 게 강한지 한번 겨눠보자!”

“지랄. 네 건 아침에 서기나 하냐?!”

“이 개자식이!”

라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드워프들을 보며 말했다.

“정말 안 말려도 돼요?”

“…….”

티그리스는 회귀 전 드워프들 간의 말싸움을 몇 번이고 봐왔다.

그땐 적당히 싸우다가 타협하고 넘어갔었는데, 지금은 ‘적당히’라는 단어가 없는 듯했다.

‘하긴 그땐 하루가 멀다 하고 로타와 아르펨이 진격해 왔으니까…….’

싸울 시간에 최선의 해답을 내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이대로 가다간 오늘 해가 져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황녀님, 제 손을 잡으십시오.”

“네? 갑자기요?”

“어서 잡으십시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말대로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넘어지시더라도 제가 잡아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티그리스는 가볍게 발을 한번 굴렀다.

쿵-!

티그리스를 중심으로 땅이 크게 요동쳤다.

라칸은 간신히 균형을 잡았지만 레인로버는 넘어질 뻔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어……! 어?!”

“지진이다! 지진!”

“모두 엎드려!”

드워프들은 반사적으로 넙죽 엎드렸다.

화산 지대는 워낙 지진이 잦다 보니 드워프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드워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총을 내팽개치고 서로의 손을 잡고 뭉쳤다.

좀 전에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며 싸우던 드워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뭉치는 모습은 굉장히 기이했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훈련장.

드워프들은 여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진이 멈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을 꽉 붙잡고 일어나질 않았다.

티그리스는 드워프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다 싸우셨습니까?”

“……?”

말레우스는 고개를 들어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설마 방금 지진……. 자네가 일으킨 건가?”

“혼란을 일으켜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선 제가 끼어들 틈이 없을 것 같아서요.”

티그리스는 회중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희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3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3시간 내로 여러분들이 만드신 마탄총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다 보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드워프들은 뻘쭘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흙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 각자 만든 마탄총을 집어 들었다.

드워프들 중 나이가 제일 많이 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커흠! 티그리스라고 했던가? 난 호고라고 하네. 드워프들 중에 제일 연륜이 깊고 지혜롭지.”

한마디로 그냥 나이가 제일 많은 꼰대이자 가장 권위 있는 드워프란 뜻이다.

“반갑습니다. 호고 님.”

“뭐, 다른 것은 아니고 투자라고 했는데 황국이 말하는 투자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나?”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드워프들을 진정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드워프들은 그리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드워프들은 투자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다.

그 말은 현재 드워프들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금전적인 지원일 수도 있고 마석이나 희귀 광물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레인로버는 그 점을 빠르게 캐치하곤 입을 열었다.

“투자는 저희 분야가 아니라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오늘 본 내용은 황제 폐하께 모두 보고가 갈 것이고 황제 폐하께서 투자 규모를 결정을 내리실 겁니다.”

“큼…….”

투자라는 말에 호고를 비롯한 드워프들의 귀가 쫑긋했다.

“그래도 여러분들께서 마탄총 개발에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저희에게 설명해 주신다면, 최대한 신경 쓰겠습니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

“마석! 그것도 질 좋은 마석이 정말 많이 필요하네!”

“테호 대장로의 말에 따르면 거인들의 무덤을 현재 개발 중에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출토되는 최상급 마석들을 공수받을 수 있겠는가?”

티그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화산 지대엔 마석이 제법 많이 출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필요하시단 말씀이십니까?”

말레우스는 입맛을 쩝 다시며 말했다.

“출토량이 문제지. 매장량은 적당하긴 하지만 캐는 족족 물 쓰듯이 쓰고 있어서 마탄총 개발에 쓸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네.”

“도대체 그 많은 마석을 어디에 쓰고 있습니까?”

“마공학은 단순히 열차나 마탄총 분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네.”

말레우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을 즉석에서 분해하더니 티그리스에게 보여주었다.

“이 구 형태의 부품이 보이는가? 이게 바로 마나 추출기네. 마석에 들어 있는 마나 에너지를 추출해 내는 작업을 하지. 그리고 이 파이프 형태의 물건이 바로 마공학 엔진이지. 추출된 마나를 마공학 엔진이 받아들여 마법을 발현시켜주는 것이네. 이 두 개의 부품이 마공학의 핵심 부품이야.”

말레우스는 이어서 품속에서 작은 점화기를 꺼내 들었다.

“예전에도 설명을 한 것 같은데 마석에서 마나를 추출해 마법을 발현시킬 수 있다는 뜻은 단순히 마탄만 쏘아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네. 방금 보여준 마나 추출기와 마공학 엔진만 있다면 이렇게.”

말레우스가 점화기에 붙어 있는 붉은색 버튼을 누르자 마법이 발동하며 불꽃이 피어올랐다.

지구로 치면 라이터였다.

“성냥 대신 담뱃불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라이터를 만들 수도 있고, 수정구처럼 통신기를 만들 수도 있지.”

“그럼 아티팩트와 다른 점이 뭐가 있습니까?”

“아티팩트는 오직 마나에 재능이 있는 콧대 높은 마법사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네. 대량생산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거지. 하지만 이 마공학 기술은 인간이든 드워프든 엘프든 수인이든 버튼 하나 누를 힘이 있는 노친네라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네.”

호고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기밀이긴 하지만 순수한 마나 에너지만으로 가동하는 로봇을 만들어낼 생각도 하고 있네. 그 유명한 용사 페레이라가 말한 기계를 말하는 거지!”

로봇이란 말에 라칸은 눈을 번뜩였다.

“로봇을요? 그게 가능해요?”

“마공학 엔진에 염동 마법을 이식하면 제아무리 무거운 강철이라도 움직일 수 있네. 물론 마석이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말이겠지만.”

다른 드워프들도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라고 했던가? 난 그것을 만들어 보고 싶네. 플라이 마법을 엔진에 이식하면 충분하지! 나는 최초의 하늘을 나는 드워프가 될 걸세.”

“난 에어컨이란 걸 만들 걸세. 세상에 화산 지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일을 하면 얼마나 좋겠나?”

“난 냉장고! 시원한 얼음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마공학 기계라니!”

“난 전차라는 놈을 만들 걸세. 굴러가는 강철이라니! 그놈 하나만 있다면 드래곤 따위 무섭지 않지!”

드워프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꿈을 하나둘씩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 페레이라가 말한 지구에 있는 기계들이었고 드워프들은 그것들을 마공학 기술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나를 선천적으로 느끼지 못해 기사나 마법사가 될 수 없는 드워프의 비애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이 자리에 오신 이유는 지원을 받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라는 거군요.”

“그런 셈이지. 마석뿐만이 아니라 마공학 기계의 핵심 광물인 미스릴과 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네. 내가 알고 있기론 노르베르드와 프리하르덴 지역에 질 좋은 미스릴 광산이 있다고 하던데…….”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미스릴 광산 하나가 또 발견되긴 했습니다.”

“역시 거인들의 축복을 받은 노르베르드 가문답군. 그 미스릴을 좀 지원받고 싶네. 그것 외에도 희토류가 좀 필요한데…….”

“목록을 주시면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드워프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키며 티그리스의 입을 주목했다.

“마탄총 개발이 우선입니다. 그러니 오늘 프로토타입을 모두 확인하고, 제일 좋은 것을 개발한 분에 한해 후속 투자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은…….”

“냉장고든 비행기든 에어컨이든 전차든 개발을 위해 필요한 모든 광물과 마석을 노르베르드 가문과 황국이 지원을 하겠다는 말입니다. 장인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티그리스의 말에 드워프들의 눈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럼 이제 마탄총 시연을 한번 볼까요?”

***

드워프들은 각자 준비한 마탄총을 들고 더미 인형 앞에 섰다.

제일 먼저 시연을 한 드워프는 호고였다.

“우선 이 마탄총은 화력을 중점으로 개발한 마탄총이네. 마석의 경제성을 두고 우려가 있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마나 추출기에서 뽑아낸 마석이 마력 엔진에 들어가는 순간 마나 손실량이 7%나 되기 때문이네. 그러면 자잘하게 한 발 한 발 쏘는 게 아니라 한 방에 아주 크게 터뜨리는 게 좋겠지.”

호고는 자기 팔뚝만 한 굵기의 마탄총을 더미를 향해 겨누었다.

“이 마탄총의 이름은 이름하야 드래곤 브레스. 순수한 마나의 힘으로 저 더미 인형을 날려 버리겠네.”

호고는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우우웅-!

그러자 중상급 마석에 들어 있던 마나들이 삽시간에 마공학 엔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레인로버가 저번에 지적했던 병렬 구조의 마법진이 사라지더니 총구 앞에 생겨난 마법진 하나에 담겼다.

화아아아앙-!

드래곤 브레스라는 말답게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마탄은 마탄이라고 볼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에너지 포를 보는 듯했다.

더미 인형은 말 그대로 드래곤 브레스를 맞은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무려 익스플로전 마법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놈인데도 불구하고 부서질 정도면 어마어마한 놈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아뜨뜨뜨!”

초강력 에너지를 배출한 총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호고의 손을 익혀 버렸다.

하지만 호고의 작품을 본 드워프들은 그 거대한 에너지 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크고 아름답고 화려함.

드워프의 눈을 돌아가게 만드는 세 단어를 모두 충족시킨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떠냐? 네놈들 것보단 훨씬 낫지?”

확실히 파괴력 하나는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레인로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50g짜리 중상급 마석 하나면 이론상 6서클 마법인 토네이도나 레인 오브 아이스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런데 굳이 마탄 술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커흠!”

호고는 할 말이 없는지 레인로버의 눈을 피했다.

라칸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그리고 보안 술식이 너무 허술해요. 한 발을 발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3초 정도 걸리던데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디스펠할 수 있을 정도예요. 마탄이라는 마법 자체가 그리 해석이 어려운 마법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티그리스가 답했다.

“다른 것보다 총열 문제를 손보셔야겠군요.”

신랄한 비평에 호고의 라이프 포인트는 0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첫 시연치곤 나쁘지 않았다.

티그리스는 다른 드워프들을 보며 말했다.

“다음 분 것도 보죠.”

호고 다음으로 수많은 드워프들이 시연을 했다.

“이건 마탄총이 아니라 폭탄이잖아요. 마탄총이 아닌데요?”

“보안 술식엔 문제가 없는데 보안술식에 들어가는 마나가 너무 많아요.”

“연발이 안 되나요? 그럼 관통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너무 약한데요?”

“사정거리가 너무 짧아요. 아무리 못해도 150m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총열이 왜 15개나 되는 거죠……?”

드워프들은 레인로버와 라칸의 날카로운 지적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경제성을 살리면 파괴력에 문제가 생기고, 파괴력을 살리면 보안 술식에 문제가 생기고, 보안 술식에 투자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도저히 쓸 수 없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가운데에서 나쁘지 않은 프로토타입 하나를 건질 수 있었다.

바로 말레우스의 마탄총이었다.

“파괴력과 관통력 모두 괜찮은데요? 30g짜리 중급 마석 하나로 50발을 발사할 수 있다면 경제성도 괜찮고요.”

“연발이 안 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사정거리도 충분하고 제일 괜찮은 것 같아요.”

하지만 보안 술식 전문가인 라칸이 보기엔 큰 허점이 있었다.

“마법진 왜곡형 보안 술식을 사용하셨네요?”

“그게 제일 마나 효율성이 좋기도 하고 간단하니까.”

“그 보안 술식은 보안성이 취약해요. 이 마탄총은 대량 생산을 할 목적으로 쥐어지는데, 보안성이 취약한 술식을 집어넣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마탄총의 보안 술식이 적군에게 발각이라도 되는 경우 모든 마탄총은 마법사들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다.

전쟁 도중 마탄총이 갑작스레 발사가 안 되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그래서 보안 술식이 중요한 건데 말레우스의 것은 그 점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세. 왜곡형 보안 술식이 아닌 다른 금고형 보안 술식이나 코드 행렬 술식 같은 다른 보안 술식을 집어넣는 순간 마나를 너무 많이 잡아먹네. 그리고 분하긴 하지만…… 지금 기술로선 고등의 마법 술식을 집어넣기엔 많이 부족한 상태네.”

말레우스의 얼굴이 부끄러운 듯 붉어졌다.

레인로버는 잠시 생각했다.

“보안 술식을 아예 안 집어넣는다는 가정하에 병사들에게 쥐어준다면 몬스터 퇴치까진 가용이 가능할 것 같긴 해요. 오크나 트롤은 무리겠지만 6~9등급 몬스터들까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거예요.”

“대인용이 아닌 몬스터용을 말하는 겁니까?”

“예. 맞아요. 안 그래도 황제 폐하께서 마탄총병을 신설하시기 전에 시민들이 마탄총이라는 새로운 무기에 익숙해질 수 있게끔 몬스터 사냥 시즌에 시범 운용하실 생각이셨거든요.”

말레우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안 술식을 아예 안 집어넣는다는 가정하에 30g 중급 마석이 들어간 카트리지 하나당 70발까지 늘릴 수 있네. 대충 견적을 보면 1발당 동화 1~2개 정도 쓰는 거겠지.”

동화 1~2개면 정말 값싼 빵 하나 가격이다.

황도 기준으로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이 은화 15개고, 용병들의 건당 수임료가 은화 10개니 가격대는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다.

“인근 몬스터를 정리해서 방호벽을 쌓고 농경지를 개척하거나 광산을 늘리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넘어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제법 괜찮은 투자다.

이미 마음은 말레우스의 마탄총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몬스터 사냥이 아닙니다.”

로타와 아르펨과의 전면전을 대비한 병사 육성이 목적이다.

마탄총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보안 술식이 뚫리면 마법사 앞에서 모든 마탄총이 무력화될 것이고 기껏 마탄총병을 육성해 봤자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도 너무 급할 것 없이 차분히 개발해 나가면 되지 않겠나? 당장에 마탄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말이야.”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죠. 그리고 전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게 뭔가?”

티그리스는 라칸을 가리키며 말했다.

“드워프의 마공학을 이해할 수 있는 보안 술식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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