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드워프의 시험(4)
아모리스는 레몬 맛 사탕을 혀로 굴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다리를 덜덜 떨었다.
“왜? 정신 사나워?”
“…….”
티그리스는 다리만 떨지 말아달라고 부탁할까 했지만…… 그냥 놔두었다.
아모리스는 금연을 시작한 지 사흘 정도 되었다.
그 때문인지 아모리스의 스트레스 지수는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한마디로 건드리면 터진다.
게다가 티그리스는 아모리스가 들으면 기절초풍할지도 모르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불렀다.
괜한 일로 아모리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모리스는 반응이 없자 혀를 차며 말했다.
“쳇. 그래서 뭐 때문에 부른 거야?”
“일단 용건은 두 가지입니다.”
“왜? 제인 때문에 그래?”
최근 아모리스가 제인을 못살게 굴어서 레니가 제발 아모리스를 좀 말려달라고 부탁한 게 있긴 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그럼 뭔데?”
티그리스는 일단 쉬운 용건부터 꺼내기로 했다.
“우선 바스티얀 학교장님께서 아모리스 님께 교관직을 제안하셨습니다.”
“뭐? 교관직? 그러니까 제국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라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루체트 황국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주술에 문외한이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모리스 님처럼 훌륭한 주술사가 주술에 대한 기초라도 학생들에게 알려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음……. 별로 안 땡기는데?”
“최대한 조건은 맞춰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모리스 님은 이제 별로 할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 말도 맞긴 하지만 나는 돈 많은 백수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운데.”
너무나도 솔직한 대답에 티그리스는 할 말을 잃었다.
“그나저나 그 바스티얀 그 양반 몸은 좀 괜찮대?”
“포그 우드에서 요양한 덕분에 많이 괜찮아지셨습니다. 물론 완전히 완쾌하신 건 아닙니다.”
“늙어서 고생하면 서러운 법이야. 앞으로 그렇게 험하게 굴리지 마.”
“……알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늙어서 고생하면 서럽다니까?”
아, 본인 이야기였나.
티그리스는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다시 설득에 나섰다.
“트리니티 학생들만 가르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트리니티 학생들만?”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주에 1회 정도만 수업을 진행하셔도 됩니다. 많은 수의 학생과 부딪힐 일도 없고 많아봤자 10명 정도면 끝일 겁이다.”
“흐음……. 그래도 사전에 준비할 게 많을 거 아니야? 너 수업 준비하는 거 슬쩍 보니까 정말 귀찮아 보이던데?”
“수업은 아모리스 님의 자유에 맡기겠다고 하셨습니다. 강의 계획서와 같은 행정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마시고요.”
아모리스는 그래도 별로 끌리지 않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티그리스는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그래도 트리니티 교관이 되시면 라칸을 자주 보실 수…….”
“할게.”
아모리스는 쿨하게 승낙을 했다.
티그리스는 곧바로 아모리스의 앞에 근로계약서 두 장을 내밀었다.
하나는 학교에서 보관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모리스가 개인 보관할 것이다.
“여기, 여기, 여기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아모리스는 황당하다는 듯이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너 내가 받아들일 줄 알고 있었어?”
“높은 확률로 받아들이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사기당한 기분인데.”
그러면서도 아모리스는 펜을 들어 사인을 쓱- 했다.
콩깍지가 이래서 무섭다.
“이게 첫 번째 용건일 거고 두 번째 용건은 뭐야?”
티그리스는 근로계약서를 곱게 접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라칸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라칸? 라칸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어?”
“라칸에겐 별문제 없습니다. 최근 드워프가 준 퀘스트를 깨느라 정신이 없으니까요.”
“드워프가 준 퀘스트? 그건 또 뭐야.”
“그건 나중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어제저녁에 라칸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모리스 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모리스는 당황해 사탕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내…… 내 이야기? 왜 갑자기?”
“그냥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왔습니다. 일단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아모리스 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데? 말해봐.”
“라칸에게 전생을 알려줘도 됩니까?”
“안 돼.”
아모리스는 새 사탕을 입에 물었다.
“그걸 말하면 라칸은 분명히 봉인술을 배우려고 할 거야.”
“왜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라칸은…… 아니, 김유신은 그럴 사람이니까.”
영웅의 기본적인 소양이 무엇이냐 아모리스에게 물었을 때, 아모리스는 주저 없이 자기희생이라고 말할 것이다.
만민에게 칭송받기 위해 영웅이 된 사람은 자기가 정작 진짜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땐 연약한 백성들을 두고 도망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희생 정신이 강한 숭고한 구도자와 같은 인물들은 죽을 위기에서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영웅은 주변에 있는 인간들의 공포마저 빨아들여 불가능한 일도 해내게 만들며 승리를 쟁취한다.
아모리스의 기준으로 김유신은 세상에서 제일 영웅다운 영웅이고, 그 말은 세상에서 제일 자기희생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만약 우노를 죽일 방법이 없다고 하면 라칸은 분명히 포인트로 구매해서라도 봉인술을 배우려고 할 거야.”
“포인트 상점에 페레이라와 아모리스 님이 만든 봉인술이 있습니까?”
“그건 라칸만이 알겠지. 혹시 넌 물어봤어?”
“아뇨.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모리스 님께 봉인술을 배우라는 퀘스트가 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포인트 상점에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포인트 상점에 없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아니, 그 시스템은 없더라도 만들어낼 거야.”
아모리스는 입안에 사탕을 굴리며 말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는 왜 꺼낸 거야?”
“라칸을 처음 만나셨을 때 기억나십니까?”
“당연히 기억나지. 그건 왜?”
“그때, 아모리스 님께서 라칸에게 전 애인, 그러니까 페레이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왜?”
“그것 때문에 라칸이 꽤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모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세하게 얘기해 봐.”
티그리스는 라칸과 나누었던 대화를 모두 설명했다.
“……와. 나 진짜 X년이었네.”
아모리스는 당장에라도 자살하고 싶은 듯 표정이 엉망진창이었다.
“라칸이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했을까? 노망난 년이라고 생각했겠지? 1,300살이나 먹은 마녀가 주접떤다고 생각했겠지?”
“그렇게 생각하진…….”
“아니.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죽은 옛 애인이 떠오른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라칸 앞에서 좋아하는 티를 그렇게 냈으니까. 와…… 나 진짜 미친년 맞네.”
아모리스는 정신적 충격이 어마어마한 듯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나한테 그걸 물어본 거야? 라칸에게 전생을 말해도 되냐고?”
“그걸 말하면 오해는 풀릴 테니까요.”
“무슨 오해가 풀려. 더 복잡해지겠지. 내가 1,300년 전 자신과 결혼까지 약속한 연인 관계였다는 걸 받아들이겠어?”
“……그래도 라칸에겐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 사실을 숨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모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꼬인 거지?”
아모리스는 버릇처럼 품속에서 곰방대를 찾았지만, 막대 사탕뿐이었다.
아모리스는 사탕을 내던지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것보다 아모리스 님이 라칸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티그리스는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을 말했다.
“아모리스 님께서 라칸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페레이라 때문인지 아니면 라칸 그 자체를 좋아하시는 건지 그것을 아셔야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거냐고……? 그거야 당연히…….”
아모리스는 마른세수를 했다.
“아니, 아니! 그것보다 내가 라칸을 좋아한다고 쳐. 그런데 라칸은 날 좋아할까? 아니, 날 여자로 봐주기나 할까?”
“라칸이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기를 특별한 존재로 봐주는 사람은 처음이라고요.”
“……특별한 존재?”
“남자로서 봐주는 것 말하는 겁니다.”
티그리스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곤 입을 열었다.
“라칸은 스스로 벌여 놓은 일이 있기 때문에 소문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라칸을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바퀴벌레 보듯이 도망쳤죠. 그런데 아모리스 님만큼은 달랐습니다.”
라칸은 확실히 아모리스를 의식하고 있었다.
일생 중에 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라칸이 아모리스 님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건 라칸을 통해 페레이라를 떠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모리스 님이 순수하게 라칸을 좋아하시는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겁니다.”
“그러니까 너는 페레이라를 잊으라는 거야? 나보고?”
“라칸을 선택하신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을 드리는 겁니다. 솔직히 제가 이런 종류의 상담은 잘 못 합니다. 하지만 만약 황녀 전하께서 제가 아닌 호스를 사랑하기 때문에 저를 좋아하시는 거라면 저는 황녀 전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뭐? 잠시만, 나 방금 뭔가 이상한 걸 들은 것 같은데? 네가 호스라고?”
“세계수가 말하더군요. 저는 호스의 전생이라고요.”
“그럴 리가! 넌 호스하고 달라. 느낌이 비슷하긴 하지만…… 아니야. 내가 기억하고 있는 호스하곤 달라.”
“호스의 영혼은 어떻길래 저와 다르다고 확신하십니까?”
“그거야…….”
아모리스는 갑자기 몰려온 편두통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젠장. 설마……. 이것도?”
아모리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난 뭐지? 이 정도로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아니, 난 아모리스가 맞긴 한 걸까?”
티그리스는 빈 잔에 물을 채워주며 말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아모리스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아모리스는 기억을 스스로 봉인했다.
그런데 그 봉인하면서 같이 봉인된 기억들이 무엇인지 모른다.
“난 왜 그 기억들을 봉인한 거지?”
아모리스는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아모리스의 코와 입에서 탁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눈치챈 티그리스는 아모리스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모리스 님.”
“……어?”
아모리스는 어깨를 타고 흐르는 청량한 마나 흐름에 정신을 차렸다.
“지금 당장 기억을 찾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급한 게 아니니까요.”
티그리스의 말에 아모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아모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에 사탕을 다시 집어넣었다.
단것이 들어가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잠시만, 그러고 보니 드워프 그놈들이 왔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드워프 놈들 기록 보관소에 들어가야겠어. 원래는 아예 들어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좀 봐야겠어. 그럼 기억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
아모리스는 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라칸 이야기는…… 기억을 모두 되찾은 후에 다시 얘기하자.”
“예. 알겠습니다. 라칸에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아니. 라칸에게 내가 말할게. 그편이 낫겠어.”
“그러시겠습니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정면으로 부딪쳐야지.”
아모리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네게 연애 상담을 받다니. 네가 변한 걸까 아니면 그만큼 내가 멍청해진 걸까?”
“제가 발전한 것으로 하죠.”
“제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어우…… 소름 돋아. 진짜 호스 같아.”
아모리스는 물을 마시기 위해 물잔을 향해 손을 뻗었고,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근로계약서를 봤다.
“잠시만 너 설마 근로계약서를 먼저 쓴 이유가…….”
티그리스는 아모리스의 눈을 피했다.
“이미 사인하셨으니 교관 일은 하셔야 합니다.”
“너 이 자식이! 당장 계약서 내놔!”
***
호고가 약속한 일주일은 금방 지나갔다.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그리고 아모리스는 라칸을 데리러 저택으로 향했다.
레인로버는 아모리스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아모리스 님도 같이 오실 줄은 몰랐네요? 수인족과 드워프는 나중에 만나 뵙기로 하셨잖아요.”
아모리스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라칸에게 이상한 걸로 딴지 걸면 용암 동굴 속에서 망치나 두들기게 하려고.”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 이 표현은 이제 잘 안 쓰이나?”
아모리스는 티그리스를 쳐다봤고 티그리스도 모른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젠장, 자기가 한 농담을 설명하는 것만큼 추한 게 없는데…….”
“그래도 좀 궁금하네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모리스는 막대 사탕을 입안에 굴리며 말했다.
“으음……. 드래곤하고 거인들이 드워프를 노예로 부렸다는 건 알고 있지? 그 두 놈들이 드워프를 주로 부렸던 방법이 바로 용암 동굴에서 망치나 두들기게 하는 거였어. 그래서 이런 표현이 쓰인 거지.”
“……그 말을 하면 말레우스 님 앞에서 하면 화내시겠네요.”
아모리스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땅딸보가 화내봤자 얼마나 무섭다고. 옛날엔 말야~ 으잉? 드워프 놈들은 내 눈만 마주쳐도 오줌을 질질 쌌어. 그리고 저놈들이 대를 이으며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나랑 페레이라가 구해줬기 때문이라고.”
“그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요?”
“드래곤하고 거인들이 마왕에게서 꽁지 빠지게 도망칠 때 드워프들을 챙겼겠어? 자기네들 보물이나 성물들도 죄다 내팽개치고 도망쳤는데? 드워프들이 용암 동굴에 갇혀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랑 페레이라가 구해줬다 이 말이야. 안 그랬으면 드워프 씨가 말랐을걸?”
“아하~ 그랬군요.”
“그러니까 놈들은 나를 보면 바로 대가리 박고 절부터 해야 해. 선조들을 구해준 게 누구인데 말이야.”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라칸의 저택에 도착했다.
아모리스는 슬쩍 마차 커튼을 걷어 라칸의 저택을 봤다.
“저게 라칸의 저택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페레이라의 꿈이 호숫가 앞에 작은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거였는데…….”
아모리스의 눈이 정원 안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작은 연못에 꽂혔다.
“저 정도면 호수라고 봐도 될까……?”
아모리스의 말에 깊은 슬픔이 묻어 나왔다.
그때, 저택 문이 열리며 라칸과 말레우스가 양손에 커다란 짐 두 개씩 들고서 나왔다.
아모리스는 재빨리 커튼을 쳤다.
마차 뒤에 짐이 실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기름과 마석 가루가 뒤섞인 냄새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냄새의 주인은 말레우스였다.
“말레우스 님 좋은 아침입니다.”
“커흠! 좋은 아침이네.”
말레우스의 표정은 티그리스가 읽기 어려울 만큼 복잡미묘했다.
레인로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레우스를 쳐다봤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셔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큼……! 뭐, 문제랄 건 없습니다. 그냥…….”
“좋은 아침입니다. 황녀님. 교관님.”
라칸이 뒤이어 나타나자 말레우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레인로버와 티그리스는 라칸을 쳐다보며 ‘뭐라 설명해 봐라’라는 표정을 지었고 라칸은 짐작이 가는지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그게…….”
“됐다! 쪽팔리게 뭐 하러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해!”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살짝 놀랐다.
말레우스가 라칸에게 반말을 하다니.
이틀 정도 붙어 지냈다곤 하지만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될 줄은 몰랐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그래요?”
“됐다니까!”
“아니, 난 안 됐다고.”
아모리스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레우스를 노려봤다.
말레우스는 마치 드래곤과 눈을 마주친 것처럼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어서 말해봐. 땅딸보. 용암 동굴에서 망치질하기 싫으면.”
아모리스는 말레우스의 겁에 질린 표정이 썩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