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168화 (168/251)

#168 순회(2)

“자네가 약속을 지켰으니 나도 약속을 지켜야겠지.”

티그리스는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황제 폐하에게 하사받았던 붉은 마나초였다.

모르고트는 깜짝 놀랐다.

“이 귀한 걸 주시는 겁니까? 붉은 마나초는 정말 희귀한 영약인데.”

토드 황제에게 20뿌리나 받아서 흔한 줄 알겠지만, 실은 쉽게 볼 수 없는 영약이다.

한국으로 치면 산삼과 비슷한 포지션이랄까?

심마니들이 전국을 돌며 찾는다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겠지만, 흔히 발견되는 영약이 아니다.

물론 샤를로트와 아이린, 리니아, 네메시스, 소라가 겨울철 곶감 빼먹듯이 하나둘씩 빼먹어서 이제 한 뿌리밖에 남지 않았다.

“귀한 것이니 주는 것이다. 영약을 먹는 방법은 아나?”

“모르지만…… 고든 경에게 따로 배우겠습니다.”

“알겠네. 내가 직접 도와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아쉽군. 고든에겐 미리 얘기해 두겠네.”

티그리스는 붉은 마나초가 담긴 상자 자체를 모르고트에게 건넸다.

모르고트는 감격스러운 눈빛을 빛내며 받았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용건 하나는 끝났고 이제 다음 용건이다.

티그리스는 품속에서 밀랍으로 봉인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 안에 자네의 새 신분증과 개인 계좌 그리고 내 추천장이 있네. 노르베르드로 출발하기 직전 봉투를 열어 신분증과 개인 계좌를 사용하면 될 걸세. 추천장은 개봉하지 말고 가주님께 곧바로 드리게. 그 후는 가주님께서 알아서 하실걸세.”

“감사합…….”

“그 전에.”

모르고트가 봉투를 받기 전, 티그리스는 봉투를 뒤로 살짝 뺐다.

“자네에게 선택지를 주겠네. 자네가 원한다면 황금 기사로 시작할 수 있네. 고든이 자네를 생각보다 좋게 보고 있거든.”

모르고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노르베르드로 가겠습니다.”

“노르베르드로 가면 자네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네. 신문을 봐서 알겠지만 변경백께서도 최근 기습을 당하셨지. 괜히 노르베르드로 가면 자네가 더 위험해질 수 있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노르베르드로 갈 생각입니다.”

“왜 그렇지?”

“이번 열차 테러 사건으로 검은 늑대 기사들이 많이 순직했다고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한 시점에 고리 3개짜리 기사 하나가 지원을 간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모르고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전 몇 달 전에 맹세했습니다. 제가 가장 어려울 때 손 내밀어주신 티그리스 님을 위해 평생 봉사하겠다고요. 제가 생각해 봤을 때 티그리스 님을 위해서라면, 제가 있을 곳은 황도가 아니라 노르베르드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고트의 진심을 들은 티그리스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도록 하지.”

“부탁이라뇨. 명령을 내리십시오. 따르겠습니다.”

“아니. 이건 부탁이네. 1년에 1번씩 멸지 인근에 있는 금지된 강 유역을 조사한 뒤 내게 보고해 주게.”

모르고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금지의 강을 넘어서면 인간이 살 수 없는 땅, 멸지다.

목숨이 질기기로 유명한 갈리아 산맥의 트롤이나 오우거도 멸지를 쳐다도 안 볼 정도라면 말을 다 한 것이다.

“금지된 강에서 무엇을 조사하면 되겠습니까?”

“금지된 강 유역에 사는 몬스터들은 모두 모습이 다르게 생겼네. 멸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된 마나 때문이지. 개중 ‘안정된 개체’가 보이면 내게 말해주게.”

“안정된 개체라고 하면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예를 들어 팔이 네 개 달린 오크가 번식을 한다거나, 머리가 두 개 달린 오우거가 자주 보인다거나 하면 말해달라는 걸세.”

“그러니까 변종이긴 하지만 제대로 번식도 하고 생육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곧바로 보고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걸세.”

노르베르드는 하루아침에 멸망한 게 아니다.

망조의 시작은 갑자기 불어난 변종 몬스터들로부터 시작했다.

변종 몬스터들은 기존의 갈리아 산맥의 오크나 오우거보다 훨씬 강력하고 빨랐기에 늑대 기사단만으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노르베르드의 광산 사업이 마비되면서 자금이 마르기 시작했고, 노르베르드 변경령은 말라비틀어진 화초처럼 간신히 숨만 붙이고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들이 기습 공격을 했고 결국 멸망하고 만 것이다.

“혹시 왜 그런 것을 조사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지금으로선 알려주기 힘드네. 하지만 나와 내 가문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네.”

모르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역량으로 가능한 일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내가 봐왔던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눈치가 빠르고 생존력이 좋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발이 빠른 검술을 전해준 것이지.”

“아…….”

모르고트가 익히고 있는 ‘섬뢰’는 빠르게 적진에 파고들었다가 탈출하는 경신술이 핵심인 검술이다.

아무 이유 없이 쓸 만한 검술을 준 것으로 알고 있었던 모르고트는 이런 뜻이 담겨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덧 모르고트가 머무는 별채에 도착했다.

별채 앞은 모르고트가 훈련한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다.

티그리스는 근처에 돌아다니는 훈련용 철검을 들었다.

균형은 잘 잡혀 있지만 날은 서 있지 않은 검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부터 자네가 익히고 있는 ‘섬뢰’의 핵심 오러 운용술인 역천을 보여주겠네. 똑똑히 보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모르고트는 잔뜩 긴장한 채 티그리스의 움직임을 눈에 모두 담기 위해 부릅떴다.

티그리스는 오러를 발바닥에 집중해 모은 후 오러가 다시 고리로 되돌아오려는 힘을 강제로 억눌렀다.

그러자 은빛 스파크가 주변에 튀었다.

저것이 검술 섬뢰의 가장 기본적인 오러 운용.

역천(逆天)이었다.

티그리스는 이리저리 날뛰려는 오러의 힘을 양발에 집중시킨 뒤 앞으로 나아갔다.

콰릉-!

난데없이 벼락이 치는 소리와 함께 티그리스의 신형이 잔상만 남고 사라지더니 모르고트의 앞에 섰다.

그것은 말 그대로 ‘섬뢰’와 같았다.

“알겠나?”

모르고트는 검을 타고 흐르는 은빛 스파크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보여야 알 것 같은데요?”

모르고트가 엄살을 부리긴 했지만, 모르고트는 레인로버가 티그리스를 찾아올 때까지 완벽하게 역천을 습득할 수 있었다.

***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와 함께 드라코 레퀴엠 산을 하산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드워프들에게 드래곤 비늘을 떼어낼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

티그리스가 꽁꽁 얼렸던 아우로므의 비늘은 드워프의 손길이 닿자 생각보다 쉽게 떼어냈다.

물론 드래곤의 뼈와 비늘로 만든 정과 망치를 사용한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거의 며칠 동안 드래곤의 비늘을 벗겨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던 나달은 허무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의 창은 언제 빼낼 수 있다고 합니까?”

“보름 후에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던데요?”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티그리스 경이 흔쾌히 받아주실 줄은 몰랐어요.”

“어떤 걸 말씀이십니까?”

“홍보 말이에요. 티그리스 경은 남들 앞에 나서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티그리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긴 하지만 필요한 일이니까요.”

티그리스는 트리니티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면 수많은 사람들이 황도로 몰려와 입학 테스트를 볼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퀴지터의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트리니티에 관심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황도로 열차를 타고 평민들이 가야 하는데, 표값은 생각보다 값이 비싸다.

가장 낮은 등급의 좌석인 3등급 좌석을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열차 값만 은화 15개가 필요하다.

은화 15개면 황도 평균 직장인 월급 한 달 치보다 조금 높으니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열차로 이동하기만 하면 끝인가?

황도에서 먹고 자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입학 테스트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왕복 은화 30개에 먹고 자는 비용 최대 은화 3개라고 치면 은화 35개.

거의 황도 직장인 3달 치와 맞먹는 금액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평민들의 경제 활동 시작 시기가 이르면 15살 평균 18세 정도 된다.

이제 막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꿈을 찾아 나서겠다고 황도로 가겠다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17세에서 25세에 한해서 열차표 반값 이벤트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외에도 문맹률부터 시작해서 마법사 가문이 다스리고 있는 영지에선 홍보가 잘 안 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에 결국 티그리스가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전 조금 걱정이 돼요. 이렇게 해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오지 않을까 봐.”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천천히 진행하면 됩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미 트리니티에 입학할 멤버들을 거의 다 꾸려놨으니 괜찮을 겁니다.”

검술 쪽에선 샤를로트, 아이린, 리아나를 찾았고

마법 계열에선 라칸과 레인로버 그리고 특이하게 수인족 중에서 하나 마법 계열 천재를 발견했다고 했으니 3명.

주술 계열에도 수인족 출신 1명을 찾았으니 총 7명을 찾았다.

트리니티 첫 입학생 목표치는 15명이니 8명만 더 찾으면 될 것이다.

“지금은 대신들이나 귀족들이 생각보다 큰 반발은 없지만 매년 트리니티에 들어가는 금액을 보면 점차 목소리를 키울 거예요. 그래서 지금 조용히 하고 있는 거고요.”

티그리스도 이미 알고 있다.

귀족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지 않는 이유는 현재 고공 행진을 달리고 있는 황제와 티그리스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라고.

“그러니 트리니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겠죠.”

루체트 황국은 너무 오랫동안 정체되고 고였다.

이젠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고, 그 흐름을 이끌어갈 천재들은 트리니티에서 나올 것이다.

티그리스가 그래왔듯이.

***

티그리스가 직접 홍보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정말 좋은 수였다.

티그리스가 가는 도시들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게다가 대부분 티그리스처럼 멋진 기사가 되길 원하는 어린이들이나 젊은 청년들이었다.

티그리스는 준비된 연설문을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읽었다.

“트리니티의 문은 평민이건 귀족이건 상관없이 모두 열려 있습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이여 도전하십시오! 꿈을 찾는 젊은이들이여 도전하십시오!”

솔직히 말해서 티그리스는 좋은 연설가는 아니었다.

정치가들이라면 여러 가지 액션을 취해가며 힘있게 설파했겠지만, 티그리스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신께선 모든 것을 주시지 않는 법이니까.

다만, 티그리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업적과 노르베르드 가문의 후계자라는 점 그리고 잘생긴 외모가 모든 것을 다 했다.

“꺄아아악! 날 쳐다봤어!”

“아냐 이년아! 날 쳐다본 거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조각품이네. 잘생겼다곤 듣긴 했는데 저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트리니티에 합격만 하면 티그리스 경의 검술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데 한 번 도전해 볼까?”

“마법에 재능이 있으면 마법사 가문에 들어가려고 뇌물을 바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그럼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티그리스는 최대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제가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6성 기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검술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노르베르드 가문의 후계자로서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트리니티에 도전하신다면 평민이라도 저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검술이나 마법뿐만이 아니라 미술이나 음악과 같은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해주는 재능도 상관이 없습니다.”

티그리스는 연설문을 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재능 있는 이에게 무한에 가까운 지원을 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은 젊은이들이여. 트리니티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티그리스의 연설이 끝나자 사람들은 아쉬운 듯이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티그리스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대부분 기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티그리스가 혹시나 가르침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온 것이다.

티그리스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관중들 속에 있는 한 사내를 지목했다.

“올라오십시오.”

“네?! 네? 저요?”

“맞습니다. 올라오십시오.”

티그리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관중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사내가 잔뜩 흥분해서 위로 올라왔고, 티그리스는 말했다.

“가장 자신 있는 자세로 검을 휘둘러 보십시오.”

사내는 지금 이 기회가 천금과도 같은 기회임을 알고 있었다.

티그리스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사내는 티그리스 앞에서 자신이 배웠던 와그너 방검술을 펼쳤다.

“와그너 방검술이군요.”

“아! 네! 맞습니다.”

“와그너 방검술의 핵심은 하체입니다. 좀 더 몸을 낮추고 발끝에 긴장을 주세요. 그리고…….”

티그리스는 사내의 자세를 즉각적으로 교정해 주었고 사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티그리스의 가르침을 흡수했다.

사내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휘익-!

더욱 힘이 있게 검술이 펼쳐지고 움직임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더 단련하시면 좋은 용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게 재능이 있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재능이 없다.

1년 전의 티그리스였다면 촌철살인으로 사내가 평생 검도 못 들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그리스는 오늘 검술가로 온 것이 아닌 홍보 대사로 온 것이다.

티그리스는 근질거리는 입을 꾹 다물고, 품속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황도로 와서 증명받으십시오.”

사내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내는 마치 세상이라도 얻은 것처럼 만세롤 외쳤고, 관중들은 부러운 듯이 사내를 쳐다봤다.

티그리스는 곧장 무대를 내려왔다.

트리샤는 티그리스에게 물을 건네주며 말했다.

“정말로 재능이 있던 사람인가요? 제가 봤을 땐 아니던데?”

티그리스는 속사포처럼 말했다.

“검 끝이 흔들리고 자신이 없다. 오러 운용도 거칠고 하체가 부실하다. 와그너 방검술을 익히기보단 마로니아 검술을 익히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아니면, 굳이 검이 아니라 창을 드는 게 더 나았을지도…….”

“입이 아주 근질거리셨나 보네요.”

티그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레인로버와 트리샤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열차 준비는 다 끝났나?”

“예. 바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다음 도시는 어디지?”

답은 레인로버에게서 나왔다.

“구 바로스 후작령…… 아니, 지금은 에이미로 자치령군요. 에이미로 자치령의 수도 할키스예요.”

할키스.

과거 루카스 후작의 목을 쳤던 도시다.

에이미로 황자는 과연 그 답답한 잿빛의 도시를 어떻게 탈바꿈시켰을까?

트리샤는 조금 궁금해졌다.

“에이미로 황자 전하는 어떤 분이십니까? 해리 황태자님은 전에 파티장에서 한번 뵙긴 했었는데 에이미로 황자 전하는 뵙지 못해서요.”

레인로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음……. 둘째 오라버니는 뭐랄까……. 되게 꼼꼼하고 칼 같은 분이죠.”

“오빠로선 되게 무서운 분이셨나 보네요?”

“음……. 조금?”

트리샤는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티그리스 님은 혹시 에이미로 황자 전하를 뵈신 적이 있으십니까?”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로버 황녀님 말대로 굉장히 꼼꼼하시고 결단력이 있으신 분이다. 토드 황제 폐하께서 에이미로 황자 전하를 구 루카스 후작령에 바로 보내신 이유가 있지.”

“그만큼 유능하다는 건가요?”

티그리스는 주변에 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서 제국 대학 행정학과를 조기 졸업한 뒤, 미들타운 부시장 자리에 오르신 거다. 무려 3년이나 그 자리를 지키셨지.”

트리샤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티그리스는 부가 설명을 했다.

“미들타운은 황도의 모든 자금이 모이고 흩어지는 금융과 상업의 핵심지다. 당연히 행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갈등이 많이 빚어지는 곳이지. 그런 곳에서 3년이나 버텼다는 말은 무슨 의미겠나?”

“그럼 유능하시다는 말씀이네요?”

“맞다.”

“그럼 좋은 거 아닌가요?”

“좋지. 하지만 너무 좋다.”

유능하기만 하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에이미로 황자는 욕심도 있었다.

티그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해리 황태자님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회귀 전, 로타와 아르펨은 에이미로 황자를 유혹해 반란을 유도했다.

그러나 그 반란은 시작되기도 전에 무산되었다.

티그리스가 반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에이미로 황자를 직접 처단했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