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 우노의 성좌 >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06화
우노의 성좌
인간이 정복을 포기한 땅이 총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신비의 땅이고 다른 하나는 멸지다.
그나마 신비의 땅은 주술사들이나 예언자들이 주기적으로 오고 간다.
공간의 제약 없이 미래와 과거를 엿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매력이 충분하고, 연구할 가치는 무궁무진하니까.
하지만 멸지는 다르다.
멸지는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분명한 목적을 가진 극소수의 인간들을 제외하곤 쳐다도 보지 않는다.
“베르강 경. 멸지를 한번 방문해 보신 적이 있으셨죠?”
“그랬었습니다. 전하.”
“멸지는 어땠습니까?”
“그곳은 아주 잠깐 들어갔다가 나온 거라 자세히 설명을 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멸지를 아주 잠깐 체험해 본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가장 끔찍한 죽음을 경험하는 곳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멸지에는 사시사철 위험한 남풍이 분다.
그 바람에 노출된 모든 유기물들은 반드시 변형된다.
팔에서 치아가 돋아나거나, 평범한 인간의 눈이 곤충의 눈으로 변하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 멸지의 바람에 노출되면 변이되는 것인지 수백 년간 학자들과 모험가들이 연구한 결과 밝혀낸 사실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멸지의 바람이 문제가 아니라 멸지 공기에 뒤섞여 있는 특수한 입자에 닿으면 변하는 것이라고.
“그 입자를 모험가들은 ‘마왕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하고 ‘마왕의 조각’이라고도 부릅니다. 학자들은 ‘변이 입자’라고 부르죠. 제가 멸지를 모험할 때도 그 입자에 닿지 않도록 굉장히 주의했었습니다.”
“그럼 그 변이 입자를 막는 마법만 사용하면 괜찮다는 거네요?”
베르강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방식으로 멸지 모험가들은 멸지에 버려진 유적들을 탐험합니다. 돈이 없는 모험가들은 두꺼운 방풍복을 온몸에 둘러싼 채 모험을 하거나 그래도 돈이 있으면 배리어 아티팩트를 사용하곤 합니다.”
“그럼 우리도 똑같이 마왕성까지 바람 마법으로 입자를 막으면서 이동하면 되겠군요.”
베르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멸지의 최외곽 지역만 통하는 방법입니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멸지에는 마왕이 남겨놓은 방어용 고대 아티팩트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중엔 디스펠 마법도 존재하죠.”
그 디스펠 마법에 바람 배리어가 꺼지는 순간 밀려오는 마왕의 저주에 노출되어 모두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 디스펠 마법을 파훼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티팩트도 결국 마법이잖아요.”
“물론 아티팩트 자체를 부수거나 디스펠 마법을 아예 없애는 데 도전해 본 마법사 출신 모험가들과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녀의 시대를 거치면서 고대 마법의 작동 방식 체계를 작성한 모든 문서들이 사라진 바람에 마법 연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마녀의 시대라는 말에 티그리스와 레인로버는 살짝 뜨끔해 아모리스를 쳐다봤다.
아모리스는 의외로 별 표정 변화 없이 베르강의 말을 경청했다.
“물론 위험한 멸지에 직접 몸을 투신해 가면서 고대 아티팩트를 조사할 마법사가 없다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요.”
“그럼 바람을 막는 성물을 사용한다면요?”
“그건 노르베르드 가문이 도전해 봤었습니다.”
티그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윈의 검으로 마왕의 저주가 뒤섞인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전진했던 선조분이 계십니다. 그 결과 디스펠 마법을 작동시키는 고대 아티팩트 하나를 부수는 데까지 성공하셨죠. 하지만 마왕의 요새에서 여전히 작동 중인 수성용 아티팩트들과 몬스터들 때문에 그 이상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1,3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왕성을 지키기 위한 고대 병기들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드래곤과 거인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세워진 것인 만큼 만만하게 볼 수도 없었다.
“마왕성에서 불어오는 변이 입자를 바람 마법 또는 성물로 막으면서 고대 병기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며 요새를 뚫고 마왕성까지 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티그리스 경도요?”
“네.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모를까 공기부터 시작해서 물과 땅까지 오염된 곳에서 위험한 몬스터들과 수성용 아티팩트를 부수며 전진하라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
물론 입자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방풍복이 개발된다면 비벼볼 만하겠다만······.
티그리스의 과도한 움직임을 버텨줄 방풍복이 있을 리 없었다.
레인로버는 바스티얀을 보며 말했다.
“그럼 텔레포트는 안 될까요?”
“이론상 가능합니다. 정확한 마왕성의 공간 좌표를 얻어내기만 한다면 말이죠.”
공기부터 시작해서 땅과 물까지 모든 것이 치명적인 곳이다.
그런 곳에 지도만 보고 대충 어림잡아 공간 좌표를 계산한 뒤에 텔레포트로 이동한다?
그건 마법사들 사이에서 엄금된 행동이다.
레인로버는 아모리스를 슬쩍 쳐다봤다.
혹시 공간 좌표에 대해 알고 있냐는 것이었다.
“난 마법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공간 좌표를 알려줄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해. 그리고 1,300년 전 마왕성 인근엔 공간이동을 방해하는 아티팩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어. 만약 그 아티팩트들이 작동 중인데 텔레포트를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아모리스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슥- 그었다.
“그대로 이승과 하직하는 거지.”
레인로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어떻게 아르펨과 로타는 우노의 성물을 그곳에 가져다가 놨을까요? 우노의 성물이 잘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도 해야 할 테니 오가는 방법이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아모리스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방법은 두 가지야. 하나는 어떻게든 맨몸으로 마왕성을 뚫고 가서 우노의 성물을 가져다 놓는 거야. 그다음에 텔레포트 방해 아티팩트들을 모조리 부순 다음 주기적으로 텔레포트를 이용해 성물이 잘 있나 확인하는 거지.”
솔직히 그 방법은 불가능해 보인다.
제아무리 아르펨과 로타라고 하더라도 멸지라는 극악의 환경에서 맨몸으로 마왕성까지 뚫고 나간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으니까.
아니면 우노의 성물에 특별한 방어 능력이 있어서 멸지의 바람과 고대 아티팩트로부터 아르펨과 로타를 지켜낸다면 모를까.
뭐가 되었든지 간에 지금 시점에서 황국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다른 방법은요?”
“다른 방법은 마왕성과 직통으로 연결된 텔레포트 게이트를 찾는 거겠지.”
네메시스가 손을 슬쩍 들며 말했다.
“텔레포트 게이트가 정확히 뭐죠?”
“마왕이나 사용 가능한 말도 안 되는 물자 운송 시스템이야. 우리는 기차나 마차로 물자나 인력을 수송하지만, 마왕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대륙 곳곳에 박아놓고 마나를 때려 박아서 적게는 1t 많게는 100t가량의 물자와 인력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었지.”
“오~ 그러면 우리는 왜 그런 걸 사용 못 하죠?”
“마나 효율이 극악이니까. 우리도 황도에서 노르베르드까지 매스 텔레포트로 이동했을 때 며칠이나 걸렸지? 바스티얀 학교장은 거의 반송장이 됐고. 그런데 수천㎞나 떨어진 마왕성으로부터 100t가량의 물자를 공급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할까?”
바스티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다 써도 불가능할 겁니다.”
“맞아. 그래서 드래곤 정도나 사용 가능할 거라 했었지.”
바스티얀은 깊게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텔레포트 게이트엔 마왕성의 공간 좌표가 들어가 있을 겁니다. 그걸 조사한다면 마왕성에 극소수의 특임대를 투입시킬 수 있을 겁니다.”
“마왕성엔 텔레포트 방지용 아티팩트가 작동 중일 수 있는데?”
“적어도 텔레포트 게이트 좌표 주변엔 공간 왜곡 장치가 없겠죠. 마왕도 안전하게 물자를 받아야만 했으니까요.”
“음······. 일리는 있긴 한데······.”
“정 안 되면 테스트만이라도 해도 괜찮을 겁니다. 텔레포트 사용 전 그 공간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테스트해 보는 마법을 파테 님께서 개발하셨으니까요.”
바스티얀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굳이 멸지를 몸으로 뚫고 가지 않아도 되니까.
“혹시 텔레포트 게이트의 위치를 알고 계십니까?”
“내가 알고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는 총 5개 정도야. 문제는 그 5개 모두 사용할 수 없어.”
“네? 왜요?”
“왜긴 왜야. 마녀의 시대 때 모조리 파괴됐으니까 그렇지.”
호스와 마녀들은 마왕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기 위해 죄 없는 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그런데 마왕성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텔레포트 게이트만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왕의 시대가 끝난 지 무려 1,300년이나 지났어. 그 텔레포트 게이트들이 정상적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은 0에 가깝지.”
“그럼 또 다른 방법 같은 건······.”
“내가 아는 한 없어. 마왕이 무슨 토끼도 아니고 마왕성과 직통으로 연결된 비밀 통로를 여러 군데 만들어둘 리가 없으니까.”
레인로버는 말레우스를 보며 말했다.
“기록 보관소엔 텔레포트 게이트에 대한 기록은 없나요?”
“찾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찾으면 나오긴 할 겁니다.”
“찾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혼자는 거의 불가능하고 드워프 몇 명을 불러서 같이 찾아야 할 것 같긴 한데······. 최근 드래곤 비늘과 뼈를 이용한 무기 제작에 들어가서 도와줄 사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최근 드워프들은 아우로므의 사체를 이리저리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는 중이다.
한창 망치질에 재미 붙인 드워프들을 불러다가 갑자기 텔레포트 게이트의 위치를 찾으라고 하면 당연히 말을 듣지 않을 터.
“뭐 굳이 그분들을 모두 부를 필요 없이 저희가 나서서 도우면 되죠.”
“음······. 하지만 아직 우로스를 받지 못했는데······.”
기록 보관소의 출입 조건은 황국이 우로스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
물론 곧 있으면 우로스가 현세에 떨어질 것이고 티그리스가 직접 나서서 회수해 올 것이긴 하지만, 아직 받질 못했으니 기록 보관소의 문을 허락해 줄 순 없었다.
아모리스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레우스를 노려봤다.
“야. 솔직히 너네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냐?”
아모리스의 싸늘한 목소리에 말레우스는 몸을 움츠렸다.
“네······?”
“골드 드래곤 아우로므도 죽여서 사체 연구하게 해주고 수인족하고 너희들이 길리온 왕국 놈들한테 죽을 뻔한 거 살려준 건 우리 덕분이잖아. 그런데 치사하게 기록 보관소 문을 안 열어준다고?”
“아, 아모리스 님. 그래도 그곳엔 위험한 지식들이······.”
아모리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야. 땅딸보. 우리가 뭐 엄한 비밀 캐자고 하는 거야? 마왕의 성좌가 뭔지 찾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인류나 제국의 비사를 찾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조사하다 보면 위험한 비밀을 알게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위험한 정보들은 너희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치워놓고서 찾으라고 하면 되지. 내가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해?”
“그건 그렇긴 하지만······.”
“뭐가 또 하지만이야. 아~ 그래. 나나 페레이라가 X빠지게 마왕에게 끌려가는 네 선조들을 구한 건 아주 먼~ 이야기다 이거지? X발 이래서 키 작은 짐승은 키우면 안 돼요.”
말레우스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네가 하려는 말이 뭔데?”
말레우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문서를 정리할 시간을 조금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이틀 준다. 그때까지 싹 정리해.”
“네? 이틀이요?!”
“아~ 좀 긴가 보지? 하루 줄게.”
“이틀 안에 싹 정리하겠습니다!”
“하루하고 반나절 준다. 그때까지 기록 보관소 정리해 둬. 그리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이니까 출입 권한 싹 다 주고.”
말레우스는 뭐라고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아모리스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럼 어서 드워프들한테 가봐.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네!”
말레우스는 짧은 다리를 재빠르게 놀리며 방을 나갔다.
네메시스와 소라는 그런 말레우스를 굉장히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말레우스가 누구한테 기죽거나 하는 고분고분 말을 듣는 모습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자기 스승이나 어른들에게도 바락바락 대들곤 했는데, 아모리스 앞에 서니 말 잘 듣는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아모리스 님······ 너무 멋있어요.”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
아모리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엣헴! 아무튼 드워프 놈들이 건방지긴 해도 기록 하나는 꼼꼼하게 잘해두는 편이야. 파괴되지 않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찾을 수도 있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모리스는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호스가 얼마나 꼼꼼한 녀석인데 텔레포트 게이트를 남겨 놨을 리가 있을까?
그나마 기대해 볼 것은 마왕성과 연결된 비밀 통로라든가 마왕성의 수성용 아티팩트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출입증 정도다.
물론 1,300년이란 긴 세월의 풍파 속에 제대로 남아 있을지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
티그리스가 트리샤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우노의 성좌는 어떻게 발견한 거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아······. 그건······.”
트리샤의 시선이 나달에게 향했다.
나달이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제가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릴 이야기는 아니라서요.”
네메시스나 소라, 샤를로트 등이 듣기엔 민감한 이야기라는 거겠지.
“그럼 자리를 좀 옮기도록 하죠.”
* * *
티그리스와 아모리스, 레인로버, 나달 네 사람은 잠시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달로부터 아센시오 남작 저택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들었다.
“······생각보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바였지 않습니까?”
물론 마고가 우노를 이 행성에 부른 존재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별자리의 위치가 참 신기하긴 하군요. 달 뒤라니.”
이래서 마고와 로타 그리고 아르펨만이 아는 별자리란 거겠지.
달 뒤에 가려진 별자리를 보는 방법은 없으니까.
“별바라기의 천체지도가 없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별바라기의 천체지도가 아니라면 달 뒤에 감춰진 별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아모리스는 달을 슬쩍 쳐다봤다.
“그런데 어떻게 우노의 별자리를 바로 발견한 거야? 달 뒤에 가려진 별들만 해도 그래도 수백 개가 넘을 텐데.”
“연인 자리가 우노의 별자리 모양새를 보여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분명 우노의 별자리는 붉은 옥좌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고 했었죠.”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랬었죠.”
“그 이야기를 토대로 붉은 별들만 모아서 옥좌 모양이 만들어지도록 별들을 하나하나 이어봤습니다. 단순 작업이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방법이긴 했죠.”
“그랬더니 우노를 발견한 겁니까?”
“네. 정말로 우노는 옥좌 모양의 별자리를 갖고 있더군요. 그리고 애초에 달의 공전 속도에 정확하게 맞춰서 돌고 있는 별은 그 붉은 별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찾기가 더 쉬웠죠.”
하긴 달의 공전 속도에 맞춰서 정확하게 돌고 있는 별들이 어디 흔하겠는가?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을 거다.
레인로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 혹시 그 외의 다른 성좌는 없었나요?”
“다른 성좌라면······.”
“로타와 아르펨의 성좌요.”
나달은 신기하다는 듯이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전하,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정말로 로타와 아르펨의 성좌가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나달은 품속에서 작은 천체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달의 공전 주기에 맞춰서 돌고 있는 우노의 별자리를 그렸다.
우노의 별자리는 총 31개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른 별자리들이 모두 그렇듯이 그냥 겉보기로 봐선 이게 무슨 모양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옥좌 또는 그냥 의자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그럴듯해 보였다.
“여기 동그란 모양이 등받이고 T자 모양의 네 개의 별자리들이 의자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이십니까?”
아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해 보이긴 하네. 그런데 여기서 어떤 별자리를 추가로 발견했다는 거지?”
“수레바퀴와 정 모양의 별자리입니다.”
등받이 부분만 떼어서 확인하면 나달의 말대로 수레바퀴 모양처럼 생겼고, 4개의 T자 모양의 의자 다리만 떼어놓고 보니 못 또는 정처럼 생겼다.
“그래서 트리샤 씨와 함께 확인해 봤습니다. 혹시 아르펨과 로타도 자기만의 별자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결과······.”
“당연히 별자리를 갖고 있었겠지.”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쉽게 아르펨과 로타의 별자리까지 얻어낼 거라곤 생각을 못 했기에 티그리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놈들의 몸엔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추적기를 달았다는 거니까.
“그래서 로타와 아르펨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아르펨은 현재 길리온 왕국에 있습니다. 그런데 로타의 위치가 문제입니다.”
나달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로타는 현재 신비의 땅 한가운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