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 길 잃은 자의 낙원(2) >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13화
길 잃은 자의 낙원(2)
티그리스는 밤이 되자 집무실을 나섰다.
건물을 나가자마자 보인 것은 여리지만 은은한 금빛으로 밤을 밀어내고 있는 세계수였다.
원래 티그리스의 집무실은 기숙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으나, 세계수의 성장과 보호를 위해 빈 기숙사 방 하나를 빌려서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은은한 빛이 머무는 곳에 세계수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레인로버가 보였다.
티그리스는 잠시 발을 멈춰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들었다.
“노을 퓨마는 오직 노을이 비칠 때만 아주 잠깐 보인다고 해서 노을 퓨마라고 불려. 그때를 제외하곤 특유의 마력 파장을 발산해서 빛을 굴절시켜 잘 보이지 않지.”
“오오~ 정말?”
“응. 보여줄까?”
“응!”
레인로버는 소환 주머니에서 노을 퓨마를 꺼내는 척했다.
“자, 보여?”
“뭐? 지금 꺼낸 거야?”
“말했잖아. 안 보인다고.”
레인로버는 허공을 매만지며 퓨마를 쓰다듬는 척했다.
“우리 귀염둥이. 나 보고 싶었어?”
세계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봤다.
그 모습이 귀여워 미소가 절로 나왔지만 레인로버는 꾹 참았다.
“······나도 만져봐도 돼?”
“아니, 잘못하면 물거든. 아직 덜 길들어졌어.”
“무, 물어?”
“당연하지. 특히 노을 퓨마는 작은 다람쥐 같은 걸 굉장히 좋아해. 한 입 거리 간식으로 먹기 딱 좋거든. ······어?”
레인로버는 입을 가리며 놀랐다.
“잠시만. 우리 세계수 다람쥐만 하잖아. 잡아 먹힐지도 몰라!”
“그,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날 먹을지도 모르잖아. 난 퓨마 똥이 되기 싫어.”
“그래?”
레인로버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 담겼다.
“어?! 귀염둥이야! 그러면 안 돼! 우리 세계수는 다람쥐가 아니라구! 세계수야 어서 피해!”
“꺄아아악!”
세계수는 한달음에 티그리스에게 날아왔다.
레인로버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배를 잡고 쓰러졌다.
“아빠! 아빠! 노을 퓨마가 나를 꿀꺽하려고 해! 살려줘어어!”
티그리스는 사색이 된 세계수를 데리고 레인로버에게 다가갔다.
“노을 퓨마는 은신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냄새가 지독하다. 만약 이 근처에 있었다면 못 알아차릴 수 없었겠지.”
“에? 정말?”
“그래서 사냥을 하기 전엔 개울가에 몸을 담그거나 초식 몬스터의 똥을 발라 냄새를 중화시키지.”
“그래? 그런데 왜 냄새가 안 났지?”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에게 윙크를 했다.
티그리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레인로버 학생은 뛰어난 소환술사니 냄새를 어떻게든 중화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우와~ 정말?”
레인로버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때? 나 대단한 소환술사지?”
“그건 아니야.”
“왜애애애!”
“대단한 소환술사라면 그렇게 위험한 소환수를 단번에 길들여야지! 하마터면 노을 퓨마 똥이 될 뻔했잖아!”
“어······. 맞긴 한데.”
레인로버는 말문이 막혀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숙제 줄게. 노을 퓨마 길들여 오기. 꼭 길들여 와야 해.”
“숙제?”
“응! 그래야 내가 노을 퓨마를 구경해 보지.”
한번 놀리려다가 숙제까지 받아버린 레인로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노을 퓨마를 길들이는 것은 둘째 치고 찾는 것도 문제다.
노을 퓨마는 밀림에서만 서식하고 발견하기도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노을 퓨마를 길들인 소환술사는 역사를 뒤져봐도 찾기가 힘들었다.
“꼭 길들여 와야 해! 꼭!”
“으, 응.”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레인로버는 하는 수 없이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하고 말았다.
“아빠. 이제 아빠가 책 읽어줘요. 밤이 되면 나랑 놀아준다고 했잖아요.”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옆에 앉았다.
세계수는 티그리스와 레인로버 사이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책을 쳐다봤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 모습이 결혼한 부부와 아이의 모습 같으리라.
‘아빠한테 구해달라고 조르지 뭐.’
복잡한 노을 퓨마 이야기는 나중에 생각하고 레인로버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책을 읽어주다 보니 어느새 부엉이가 우는 깊은 밤이 되었다.
세계수는 이미 잠에 들어 낙엽을 이불 삼아 잠을 자고 있었다.
세계수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일어나 둘은 손을 잡고 산책을 했다.
세계수가 잠에 들면 둘이 공원을 산책하는 건 매일의 루틴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티그리스는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매일같이 잡은 레인로버의 손이 유독 차갑다고 표정도 살짝 굳어 있다는 것을.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티그리스는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레인로버가 말을 할 용기가 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평소와 다르게 10분은 더 걸은 것 같다.
레인로버의 입이 떼어졌다.
“티그리스 경.”
“네.”
“제가 이번 우로스 회수 작전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하면 말리실 건가요?”
티그리스의 발이 멈췄다.
이 이야기였나.
티그리스는 짧은 침묵 끝에 입술을 열었다.
“······이번 작전은 굉장히 험난할 겁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야만 해요.”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레인로버는 약지에 껴 있는 반지를 매만졌다.
레인로버는 항상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면 결혼반지를 만진다는 걸 티그리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회귀 전의 전 고디바 사막에 있는 고대의 영혼과 계약을 맺었다고요. 성물을 회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영혼을 만나러 가려고요.”
“······.”
“허락해 주실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보내기 싫다.
레인로버를 고디바 왕국에 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라면 차고 넘친다.
현재 고디바 왕국은 색욕을 깎아내는 자 카이라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만약 황녀가 고디바 왕국에 들어왔다는 게 동네 아이에게라도 들키는 순간 카이라는 무조건 알아챌 것이다.
그리고 루체트 황국의 황녀가 고디바 왕국에 신분을 숨기고 몰래 넘어간다는 건 외교적으로 큰 분쟁 거리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레인로버를 붙잡아야 할 이유가 100가지도 넘지만 티그리스는 선뜻 가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레인로버는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샤를로트나 아이린에 비해 자신이 무력적으로 굉장히 애매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정령석을 선물해 주었지만······.
-전 아직 힘이 부족해서 다른 정령을 깨우지 못해요. 죄송해요.
아직 세계수가 정령을 개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언제 정령을 개화시킬 수 있을지 세계수 자신도 모른다고 했으니 레인로버는 굉장히 초조해졌으리라.
남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덜컥 세계수와 계약을 맺어버린 아이린처럼 레인로버가 심적으로 많이 몰릴 수 있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티그리스는 가지 말라고 붙잡기 힘들었다.
“······황제 폐하께 말씀드렸습니까?”
레인로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넌 사실상 출가외인이니 남편과 상의하라던데요?”
토드 황제라면 정말로 그렇게 말했을 것 같긴 하다.
“지금 고디바 사막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죠. 하지만 그만큼 든든한 아군이 같이 가잖아요.”
든든한 아군이란 말은 아모리스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 우로스 회수 작전에 라칸이 팀장으로 참가한다는 말에 아모리스가 자원했다.
라칸이 혼자서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가게 둘 수 없다며 무조건 따라가겠다고 통보를 해버렸다.
“고대의 영혼을 찾는 일은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위험한 ‘안개의 사막’을 헤집고 다녀야 할 테니까요.”
“아모리스 님이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돼요? 물론 안 위험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어요.”
“그럼 겨울에 저랑 같이 가는 건 어떻습니까?”
레인로버는 갑자기 씨익 웃었다.
“이거 은근히 기분이 좋네요.”
“······뭐가 좋다는 겁니까?”
“저를 이렇게 잡아주는 거요. 티그리스 경에게 부족한 점이 이런 질척임이었는데. 딱 좋아요.”
“······붙잡으면 안 가실 겁니까?”
레인로버의 심장이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
‘안 갈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겨우 삼켜낼 수 있었다.
레인로버는 부드럽게 티그리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티그리스 경. 당신이 라칸을 믿어주는 것처럼 저도 믿어주세요. 저도 이젠 보살핌을 받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한 번도 황녀님을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더 좋네요. 보내줄 거죠?”
티그리스는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대신 티그리스는 자신이 항상 착용하고 있는 북극성의 망토를 풀러 레인로버의 어깨에 메어주었다.
이 망토라면 뜨거운 사막의 열풍 속에서도 버틸 수 있을 것이고, 서리가 내려앉는 사막의 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황녀 전하.”
티그리스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레인로버는 가슴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이젠 황녀 전하라고 하지 말고 반말해 줘요. 아빠 말대로 전 결혼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티그리스는 레인로버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다녀오세요. 레인로버.”
“네. 조심히 다녀올게요.”
* * *
출발 멤버는 4명으로 결정이 되었다.
리더 라칸.
길잡이 트리샤.
키퍼 아모리스.
마지막으로 마법사 레인로버.
“이 정도 멤버로도 충분하겠나?”
“네. 덩치가 커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빠르게 이동하려면 숫자가 적은 게 좋겠죠.”
“네 판단이니 믿겠다.”
아모리스는 티그리스의 허리춤에 맨 용살자의 부적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우로므가 제멋대로 굴면 똥통에 처박아 놔버려. 알겠지?”
아우로므는 말없이 덜덜 떨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제가 사용할 때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더러운 게 싫으면 드워프 녀석들이 연구하게 던져줘. 알아서 잘할 거야.”
“알겠습니다.”
티그리스는 트리샤를 보며 말했다.
“트리샤.”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잘 다녀올 테니까요.”
“그럼 이것만 전해주겠다.”
티그리스는 품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트리샤는 편지 인장을 보더니 흠칫했다.
일곱 개의 별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독수리의 모양.
이건 하마자르 왕가의 상징이었다.
특히 일곱 개의 별이 찍혀 있다는 뜻은 하마자르 왕가의 최고 권력자, 왕의 친서를 의미했다.
“······이걸 왜 제게 주시는 거죠? 티그리스 님께 온 게 아닌가요?”
“내게 온 게 아니라 칸드가 네게 전해달라고 한 편지다.”
트리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제게 직접 주지 않고 티그리스 경을 통해 준 거죠?”
“네가 자꾸 피해 다녀서 전해주기 힘들다고 하더군.”
“아······.”
트리샤는 칸드가 창술 교관으로 올 때 괜찮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칸드를 제법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칸드와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하고 굳이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칸드 교관도 제가 누군지 알고 있던 눈치인가요?”
“아즈라크 가문의 일원인데 널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하긴.”
칸드도 파문당한 공주라고 하지만 직접 대화하긴 껄끄러웠을 것이다.
당연히 서로 껄끄러워하니 대화는커녕 만나지도 않았으리라.
트리샤는 뺨을 긁적이며 편지를 받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칸드 교관과 잘 이야기해 볼게요.”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보다······.”
티그리스는 잠시 말을 골랐다.
진심이 담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말해라. 넌 내가 처음으로 서임한 기사니까.”
티그리스의 따뜻한 말에 트리샤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알겠습니다. 티그리스 님.”
아모리스는 라칸을 데리고 열차에 탑승했다.
“트리샤. 짐 정리하게 도와줄래?”
“아, 네. 알겠습니다.”
트리샤는 간단하게 인사를 올리고 열차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셋 다 눈치가 좋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를 보며 말했다.
“이런 구도는 처음이네요. 항상 제가 보내고 제가 기다렸는데.”
“제가 그동안 못된 짓을 많이 저지른 것 같습니다.”
이토록 애달플 줄이야.
레인로버는 이런 경험을 몇 번이고 했으리라.
그럼에도 티그리스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같이 가고 싶다는 말도 굉장히 아꼈다.
아예 드러내지 않은 적도 많다.
레인로버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지금 와서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티그리스도 레인로버처럼 최대한 덤덤하게 보내주기로 했다.
그래야 떠나는 이의 발걸음이 가벼울 테니까.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네?”
티그리스는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 카이라의 도시 ‘뮬’이 나타나면 절대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뮬로 향하는 사람과 마주치지도 말고 만난다면 신원을 절대 들키지 마십시오. 만에 하나 들킨다면······.”
티그리스는 말을 아꼈다.
그때 판단은 라칸의 몫이니까.
“저도 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어요. 뮬로 향하는 길 잃은 자를 만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할게요.”
“만에 하나 뮬에 들어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모리스 님이나 트리샤 그리고 레인로버는 절대로 안 됩니다. 오직 라칸만 보내십시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한 후 열차에 올라탔다.
“그럼 다녀올게요.”
“부디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레인로버가 올라타자 열차가 새벽 안개를 밀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티그리스는 멍하니 그 열차를 쳐다봤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남겨진다는 것.
정말 적응되지 않는다.
* * *
트리샤는 빛나는 별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트리샤가 왕국을 빠져나올 땐, 3등석도 아니고 화물칸에 몰래 숨어 도망쳐야만 했다.
화물칸에 숨어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리현상도 아니고 배고픔도 아닌 추위였다.
트리샤가 도망쳤던 9월의 사막은 밤낮 일교차가 극심한 것으로 유명했다.
9월 사막의 밤은 얼마나 추운지 사막에 서리가 내려앉을 정도였다.
도망쳐 나올 때 너무 추워서 온몸이 얼어붙을 뻔했지만 불 하나 피울 수 없었다.
불을 피우면 트레인 가드들에게 들켜서 내쫓길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숨도 죽인 채 제발 국경까지만 안전하게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룩스 여신께 싹싹 빌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방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아티팩트가 상시 돌아가고 먹고 싶은 음식도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호화로운 1등석에 앉아 있다.
이 호화를 누리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세월을 보냈던가?
그 증거가 트리샤의 거친 손에 굳은살과 흉터로 남아 있었다.
트리샤는 편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거의 열흘 동안 만지작거리기만 했더니 모서리가 닳아 뭉툭해졌다.
모서리를 훑던 트리샤의 손가락이 멈췄다.
“······안 보는 것보단 낫겠지.”
트리샤는 페이퍼 나이프를 꺼내 인장을 깔끔하게 떼어냈다.
그리고 한번 심호흡을 한 뒤 편지를 열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지만, 충격적이었다.
[새장을 떠나간 작은 꾀꼬리야. 못난 아비가 눈을 감기 전에 널 보고 싶구나.]
아빠가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