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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222화 (222/251)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22화

카이라(1)

카이라가 라칸을 데려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굉장히 여유롭게 걸었다.

덕분에 라칸도 도시를 둘러볼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환락 도시라는 이름답게 도시는 굉장히 화려하고 번쩍였다.

그러나 라칸의 이목을 빼앗은 것은 번쩍이는 건물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벌써 돈이……! 내가 그, 금방 집에 다녀올게! 잠깐만 기다려.

-아이 참~ 그러실 필요 없다니까요?

-아니야! 우리 무희 예쁜 옷 사줘야지. 우리 아빠 돈 얼마나 많은지 몰라?

사내들은 무희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고, 무희들은 안달복달 달라붙는 사내들이 귀엽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라칸이 다시 시선을 돌리자 좀 전에 납치해 온 사람들을 노예상에게 파는 모습이 보였다.

-이봐! 왜 이것밖에 안 돼!

-상품에 하자가 있잖아! 봐! 얘 절뚝거리는 거.

-젠장! 이래선 우리 무희한테 목걸이를 선물해 줄 수 없는데.

“아름답지 않아?”

카이라의 질문에 라칸은 ‘이게 어떻게 아름다운 도시냐?’라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지만 일단 한 번 삼켰다.

카이라도 라칸의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기에 자기 혼자 말을 이어 나갔다.

“이 도시는 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아. 언제나 사내들을 즐겁게 할 무희들이 가득하니까. 그래서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어도, 경매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지 못해도, 돈이 없어 구걸을 해도.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지.”

카이라는 부드럽게 뒤를 돌아 라칸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그러니 다우드를 이곳에서 마주쳐도 싸울 필요는 없어. 다우드는 이곳에서 굉장히 만족하며 살고 있거든.”

“……다우드가 여기에 있다고?”

“응. 얼마 전에 마치 매 맞은 강아지처럼 떨면서 뮬의 품으로 돌아왔어. 음~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불러들인 거지.”

다우드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내부자의 도움으로 빠져나간 줄 알았더니만, 그게 아니라 카이라가 부른 것이었나?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으면 나타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카이라가 원하면 불러들일 수 있을 거란 건 예상치 못했다.

“다우드는 말이야. 내가 제법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었어. 이제 마지막 방점만 찍으면 되는 거였는데, 너희들이 나타나 방해했지.”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말을 하면서도 카이라는 전혀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카이라는 기괴한 색기를 뿌리며 라칸을 유혹할 뿐이었다.

“내가 밉지 않나?”

“음~ 조금 곤란하긴 했지. 하지만 괜찮아.”

카이라는 라칸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더니, 라칸의 팔목에 걸려 있던 폴리모프 아티팩트를 부쉈다.

그러자 라칸의 진짜 얼굴이 나타났다.

“덕분에 너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명경지수의 정신의 효과가 발현 중입니다.]

라칸은 빠르게 카이라의 손길을 뿌리쳤다.

“장난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여기서 해.”

“매정한걸?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티그리스의 동료라고 할 수 있지.”

카이라는 작은 요트 위에 몸을 실었다.

“올라타. 지금부터 배로 이동해야 하니까.”

라칸은 배를 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타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서 카이라의 말을 거부해 봤자 득이 될 건 아무것도 없다.

라칸은 좁은 배 위에 올라탔다.

너무 좁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카이라가 있었다.

이것보다 큰 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작은 배를 선정한 건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다.

카이라는 라칸을 대놓고 유혹하고 있었다.

카이라가 부드럽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나는 말이야. 사실 이 도시에서 태어났어. 물론 지금처럼 화려한 도시는 아니었지만, 밤이 되면 언제나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도시였지.”

카이라는 라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무희로 태어났어.”

카이라의 자줏빛 눈동자에 감히 말로 표현 못 할 복잡미묘한 감정이 담겼다.

어떤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딱히 좋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뮬의 무희들은 모두 똑같은 꿈을 꿨어. 멋진 사내에게 예쁜 금반지를 선물받으며 꽃가마를 타고 화려하게 고향을 떠나는 꿈. 하지만 지금까지 꿈을 이룬 언니나 동생은 본 적이 없었어.”

“언제나 남자들의 거짓말에 눈물 흘리고, 혼자 상처받고, 아파했어. 그래서 결국 언니 동생들은 먹고 싶지 않은 술을 마시고 추고 싶지 않은 춤을 추며 슬퍼도 웃으며 살다가 꽃처럼 졌어.”

카이라의 손이 라칸의 손등 위에 살포시 얹혔다.

날카로운 손톱과 달리 카이라의 손바닥은 비단처럽 곱고 따뜻했다.

“우리 언니 동생들 불쌍하지?”

[명경지수의 정신의 효과가 발현 중입니다.]

라칸은 카이라의 손을 뿌리쳤다.

“……너는 어떻게 됐지?”

“내 얘기가 궁금해?”

“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도시의 과거를 얘기한 거 아닌가?”

카이라는 빙긋 웃었다.

“넌 순수하구나. 마치 그 누구도 밟지 못한 아름다운 설산 같아. 어려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아. 넌 내가 미워하기 힘들 것 같아.”

카이라는 정말 제멋대로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던진다.

라칸은 어린아이 같은 변덕에 당최 적응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이런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카이라의 목적이 아닐까?

라칸은 더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했다.

카이라는 손가락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노가 저절로 저어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공평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어때? 이번엔 네 얘기를 듣고 싶어.”

“싫은데?”

“너무한걸? 나만 매달리는 것 같잖아.”

“네가 매달리는 게 맞지. 내게 바라는 것이 있으니까 나를 살려준 거 아닌가?”

“아니지. 아니야.”

카이라는 다리를 꼬았다.

그녀의 새하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네가 이 도시에 바라는 것이 있으니까 네 발로 찾아온 거겠지. 너는 이 도시에 들어온 모든 사내들 중에 유일하게 길을 잃지 않고 찾아왔으니까.”

카이라의 검지 끝이 라칸의 턱끝으로 향했다.

“그러니 어서 말해봐. 여기에 찾아온 이유가 뭐지?”

“말하면 들어줄 생각은 있고?”

카이라의 날카로운 손톱이 라칸의 가슴팍을 살짝 찔렀다.

날카로운 송곳이 심장 근처를 맴도는 것 같아 등허리가 오싹했다.

“숫염소 같아.”

“……뭐?”

“숫염소는 자신의 단단한 뿔과 머리를 믿고 아무 데나 들이박아. 자신의 뿔을 믿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 마치 호랑이의 두개골이라도 부숴 버릴 것처럼 위협적이지. 하지만 말이야…….”

카이라의 얼굴이 급격하게 노화하며 눈두덩이가 푹 파이고 거뭇거뭇하게 변했다.

[명경지수의 정신의 효과가 발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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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는 겁이 많아서 놀래키면 얼어붙지!!!

그리고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그녀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라칸은 순간적으로 검을 빼어 들 뻔했다가 꾹 참았다.

카이라의 얼굴이 다시 아리따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투 마법이 아직 익숙하지 않나 봐? 보통 마법사라면 바로 마법을 빚어서 날렸을 텐데. 검에 손이 먼저 가네?”

라칸의 등허리가 축축했다.

명경지수의 정신이 발동되고 있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카이라의 변덕에 기가 빨렸다.

카이라는 라칸의 몸에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

“은은한 약초 냄새와 시약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연금술에 특화되어 있는 모양이구나.”

라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라칸이 카이라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카이라도 라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라칸이 이 도시 어딘가에 숨어 있는 우로스를 가지러 왔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까.

라칸은 위험하지만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계속 공격을 당하기만 해선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러려면…….’

라칸은 속으로 작게 쉼호흡을 한 뒤 한 사내를 연기하기로 했다.

“그런 너는 남자를 그토록 증오하면서 왜 남자들을 위한 도시를 만든 거지?”

라칸의 변한 목소리 톤과 말투 그리고 오만한 눈빛에 카이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예 딴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

맞다.

라칸은 지금 티그리스를 연기하고 있었다.

“……내가 남자들을 증오한다고?”

“그래. 그래서 이런 지옥을 만든 게 아닌가?”

카이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여기가 지옥이라고? 저 사람들을 봐. 행복해 보이지 않아?”

“웃고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지. 그렇다면 네가 촛불 아래에서 교태를 부리며 웃은 건 행복해서 웃은 거였나?”

카이라의 표정이 마치 깨진 도자기처럼 굳어졌다.

“넌 지금 복수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이 환락 도시에 사내들의 영혼을 가짜 웃음으로 옭매어둔 거지.”

“저 사람들이 웃는 게 가짜라고?”

“그래. 저 사람들이 웃는 건 술이나 마약에 찌든 인간들이 웃는 것과 별다르지 않아. 네게 영혼이라도 맡길 것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탕진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 가족과 친구들의 것까지 도둑질하게 만들어. 넌 그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거고.”

항상 웃고 있던 카이라의 표정이 처음으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저 무표정이 제법 무서웠지만 라칸은 공격을 이어갔다.

“인정해라. 넌 남자들이 시궁창에 처박히는 모습에 즐거워하고 있다. 자신의 가족도 팔고 재산도 모두 이 환락 도시 뮬에 가져다 바치며 웃고 있는 저 모습이 너무나도 즐거우면서도 한심하겠지.”

카이라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실수를 했었네. 처음에 널 만났을 때,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널 만나 너무 기뻐서 말이 헛나오고 말았어.”

카이라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더니 그녀의 새하얀 다리와 가슴골을 감췄다.

라칸에게 이런 추잡한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모양이었다.

어느새 배가 선착장에 다다랐다.

카이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태를 부리거나 요염함 따윈 없는 평범한 몸짓이었다.

“그럼 똑똑한 라칸. 한번 맞혀볼래?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네 유희에 놀아나서 좋을 게 뭐가 있지? 그냥 내게 원하는 것을 말해라.”

“그럼 이렇게 하자.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아직 모르고, 나도 네가 뭘 원하는지 아직 모르지. 난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내 볼게. 너도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 봐.”

“그렇게 해서 뭘 얻을 수 있지?”

“맞히면 소원 들어주기 어때?”

“네가 그 소원을 들어줄 거란 보장이 어디에 있지?”

“하지만 나는 네 소원을 진심으로 들어줄 의향이 있어.”

“그만큼 너도 간절하다 이건가?”

카이라는 선착장에 올라 라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너도 간절하니까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부터 집어넣은 거잖아.”

라칸은 카이라의 손을 잡으며 선착장 위에 섰다.

라칸은 카이라의 변덕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네가 원하는 건 이 도시 밖에 있을 거다.”

“스무고개를 하자는 거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맞히는 건 불가능하지.”

“좋아. 내게 딱 세 번 물어볼 기회를 줄게. 두 번 남았어.”

라칸의 ‘최상급 탐색’이 미친 듯이 돌아갔다.

“그리고 넌 지금 도시에서 함부로 나갈 수 없는 몸이지. 특별한 제약이 있을 거야.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도시를 만들 수 있었겠지.”

“딩동! 그것도 맞았어.”

카이라는 라칸을 부드럽게 으리으리한 정원으로 이끌었다.

정원 한가운데에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는 지금 자유를 원해.”

“정답에 가깝지만 정답은 아니야. 난 이곳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는걸?”

자유를 원하지만 지금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

즉, 카이라의 이상은 이미 이 환락 도시로 실현되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카이라는 뭔가를 자꾸 원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정답을 말해볼래?”

카이라는 색욕을 깎아내는 자다.

그리고 카이라는 과거 고디바 왕국을 무너뜨렸다.

다우드에게 제법 공을 들였다는 건 고디바 왕국을 무너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고디바 왕국을 무너뜨리려는 것일까?

하지만 카이라는 자유를 원한다고 했다.

고디바 왕국을 무너뜨리는 것과 자유에 무슨 관련이…….

설마…….

“넌 벗어나고 싶은 거다.”

“그건 자유랑 별 다를 바가 없잖아.”

“아니. 네게 이 말도 안 되는 힘을 준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거야.”

카이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넌 네가 바라는 꿈을 이미 이루었거나 네 손으로 이룰 수 있어. 하지만 네가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 넌 그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해.”

카이라는 박수를 짝! 치며 미소를 지었다.

“정답.”

카이라는 아르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 * *

아모리스와 트리샤 그리고 레인로버는 쓰레기장 근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선객들이 있었다.

셋은 근처 버려진 석상에 몸을 숨겨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살폈다.

-젠장……. 어디에 있는 거야?

-어서 찾아야…….

“뭘 찾고 있는 거죠?”

“……글쎄?”

그들이 뭘 찾고 있는지는 생각보다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

한 사내가 더러운 오물 사이에서 작은 금가락지를 찾아냈다.

사내는 몰래 품속에 집어넣으려다가 다른 사내에게 걸렸다.

-그, 금반지다! 저 새끼가 금반지를 찾았어!

-저 새끼 잡아!

-꺼져! 저리 꺼지…… 끄아아아악!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된 쓰레기장.

쓰레기장에서 찾아낸 날카로운 쇳조각이나 칼로 서로 찌르며 선혈이 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피와 오물이 잔뜩 묻은 금가락지를 얻어낸 사내 하나가 비틀거리며 뮬을 향해 걸어갔다.

-이것만 있으면…….

하지만 사내는 얼마 가지 못해 엎어졌다.

-아아……. 무희야…….

레인로버는 이 끔찍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여기가 환락 도시 뮬이라고?”

“차라리 지옥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아.”

트리샤는 잠시 쓰레기장 주변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여기에 몸을 숨길 만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냄새도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고.”

“그럼 어디로…….”

그때, 아모리스의 시선이 쓰레기장 뒤편으로 향했다.

“찾았다.”

“네? 어디요?”

“여기선 안 보여. 따라와.”

셋은 쓰레기장을 빙 돌아 쓰레기장 너머에 도착했다.

그곳엔 버려진 작은 도시 하나가 있었다.

“뮬 밖에 이런 폐허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찾아내신 거예요?”

“날 불렀어.”

“네? 누가요?”

“여자들이.”

아모리스는 폐허 속 그나마 무너지지 않은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 벽엔 작은 항아리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여긴 납골당인가요?”

“쉿. 조용히.”

아모리스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건틀릿을 꺼내 착용했다.

“이제 나와라.”

아모리스의 말에 항아리들에서 거뭇한 연기들이 흘러나오더니 셀 수 없이 많은 혼령들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영혼을 볼 수 없는 트리샤와 레인로버도 그들의 영혼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제인처럼 저 혼령들 하나하나의 영력이 굉장히 강하다는 뜻이고.

영혼이 검다는 것은 ‘한(恨)’이 많다는 뜻이다.

“저것들 설마…….”

“그래. 저것들 전부 악령이야.”

아모리스는 둘에게 작은 부적을 건넸다.

“지금부터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다칠 수 있으니까.”

-캬아아아아아아!

수백 마리의 악령들이 동시에 울부짖자 건물 전체가 뒤흔들렸다.

“금방 끝내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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