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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231화 (231/251)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231화

우로스(3)

바야가는 티그리스가 봤던 모든 수인 중에서 가장 호전적인 수인이었다.

지금처럼 전쟁이 일어나기 몇 시간 전에도 갑자기 싸우자고 말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바보 같기도 하고 전쟁광인 것처럼 보이지만, 티그리스는 바야가가 얼마나 생각이 깊은 수인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싸우자고 하는 이유는 바야가 나름대로 숄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사인지 알아내기 위함이기도 하고, 숄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도 있었다.

그리고 티그리스가 바야가를 이기면 바야가는 지금처럼…….

“그렇게 강하면서 긴장하고 있었냐?! 얼굴 펴 이 자식아!”

응원까지 해준다.

이래서 티그리스는 이 멋진 전사를 미워할 수 없다.

티그리스는 바닥에 앉아 있는 바야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덕분에 긴장이 날아갔군.”

바야가는 피식 웃으며 티그리스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럼 난 이만 가마. 그리고 봐준 거니까 진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고!”

바야가는 손을 내저으며 공터를 빠져나갔고, 뒤이어 티그리스의 그림자로 네메시스가 나왔다.

“와……. 저분이 그 바야가세요?”

“알고 있었나?”

“당연하죠. 그란티스의 오른쪽 눈을 앗아간 위대한 늑대 전사잖아요. 저런 전설적인 영웅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래.”

바야가는 영웅이 맞다.

동시에 전우다.

티그리스가 그란티스와 싸우려다가 죽으려고 할 때 기꺼이 몸을 바쳐서 티그리스의 목숨을 3번이나 구해주었던 위대한 전우.

종족도 다른 저 사내가 왜 티그리스를 구해주려고 했는지 아직까지 알지 못했다.

물어보기도 전에 죽어버렸으니까.

‘이번엔 알 수 있을까?’

티그리스는 회중시계를 봤다.

“15분이나 지났군. 어서 가지.”

“네. 이쪽이에요. 따라오세요.”

티그리스는 네메시스를 따라 화산지대에 자리한 드워프들의 대장간.

영원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 * *

영원의 대장간은 화산지대 내에서 가장 큰 산 ‘키푸스 산’의 용암동굴 안에 있었다.

덕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나올 정도로 굉장히 뜨거웠다.

하지만 미스릴이나 흑철 같은 희귀한 광물들이 많이 출토되기도 하고 용암의 열기를 이용하면 따로 풀무질을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많은 드워프들은 마왕의 시대가 끝난 이후부터 화산지대에서 지냈다.

그런데 난데없이 갑자기 그란티스가 침공을 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그란티스에게 이 화산지대에서 드워프들이 숨어지내고 있다는 것을 들켰기 때문이었다.

그란티스는 나태했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둥지를 갖고 싶어 했다.

그런 나태한 드래곤에게 가장 필요한 일꾼은 드워프처럼 손재주가 좋고 성실한 노예였다.

안 그래도 드워프들을 찾고 있던 중 무려 500명이 넘는 드워프들이 화산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화산지대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린과 트리샤는 숫자를 모두 센 후 고개를 끄덕였다.

“108명 모두 모였네요. 그럼 각자 맡은 역할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말레우스를 포함한 100명의 드워프들은 모두 우로스를 개발하는 개발자가 되었다.

이번 공략의 핵심 멤버들에게 변수가 없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으니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드워프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라칸이었다.

“……저도 드워프라던데요?”

라칸은 마법사가 될 줄 알았지만 신기하게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드워프가 되었다.

직책은 아티팩트 보수 및 공급 팀장.

이번 수성전에서 사용할 수성용 아티팩트들의 보수와 공급의 총책이었다.

레인로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렇게 키가 큰 드워프는 처음인데?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안 봐?”

“등장인물화 덕분인지 변종으로 보더라고요. 뭐 아무튼 잘됐죠. 안 그래도 조금 손을 봐둬야 할 아티팩트들이 있긴 했었어요.”

“넌 마공학 전문 아니었어? 아티팩트도 만질 줄 알아?”

“지금 시대 것은 워낙 구식이니까요.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마침 퀘스트가 뜨기도 했고요.”

다음은 레인로버였다.

“전 베키우 왕국에 살아남은 마지막 공주예요. 동시에 마법사죠.”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경호가 삼엄해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텐데?”

아이린과 샤를로트가 손을 들었다.

“우리 둘이 레인로버 공주님의 호위 기사였거든요. 그래서 아주 편하게 모셔 왔죠.”

“아아~ 그럼 티그리스 경은…….”

티그리스는 덤덤하게 말했다.

“난 베키우 왕국의 소드 마스터 숄이다.”

이제 남은 것은 트리샤와 네메시스, 나달이다.

“저는 마르켈이었어요. 소드 마스터도 아닌데 어째서 제가 마르켈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네요.”

마르켈은 숄을 포함한 베키우 왕국에 남은 두 소드 마스터 중 하나다.

숄은 베키우 왕국의 대장군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마르켈은 공주의 호위 역할을 맡았다.

“오히려 네가 마르켈이 된 게 나을 수 있다.”

“왜요?”

“마르켈은 공주를 지키느라 전장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거든. 너와 레인로버가 나서서 돕는다면 더 수월하겠지.”

“아아~”

사람들은 모두 나달을 쳐다봤다.

“전 베키우 왕국의 푸른 산호 마법단장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달은 이번 공략대 멤버 중에 가장 수준 높은 마법사니까.

이제 남은 것은 네메시스.

네메시스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저는 수인족의 전령 역할이에요. 이름은 미샤고요. 잘 어울리는 직책이죠?”

그림자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전령 역할에 딱이었다.

티그리스는 회중시계를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공략에 들어온 지 정확하게 1시간이 지났다.

“아이린.”

아이린은 사람들의 앞으로 나왔다.

아이린은 사람들의 앞에 서서 마지막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이제 앞으로 2시간 후 그란티스의 첫 공세가 시작될 겁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죽지 말 것.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 위험한 상황에 처하시면 수정구로 연락을 넣으세요.”

“두 번째, 절대로 시그마와 렐리우스를 죽이지 말 것. 그 둘이 죽거나 위기를 느끼면 그란티스가 12시간 내로 날아옵니다. 만약 그 둘을 발견하면 무조건 수정구로 위치를 알려주세요. 스승님께서 직접 가실 겁니다.”

아이린의 말이 끝나자 티그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모두 살아서 봅시다.”

* * *

티그리스는 영원의 대장간을 떠나기 전에 말레우스와 함께 대장간의 심장부나 다름이 없는 용암 폭포로 향했다.

티그리스는 3번이나 우로스 공략을 반복했지만 대장간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었다.

수성전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드워프들이 영원의 대장간을 신성하게 여겨 다른 종족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용암 폭포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덥다 못해 뜨거웠지만, 말레우스나 티그리스나 별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걸었다.

티그리스에겐 열기를 차단해 주는 ‘북극성의 망토’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말레우스는 적응되었기 때문이었다.

용암 폭포에 가까이 다가가니 바닥에 반원형의 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선은 뭡니까?”

“저 선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온도가 올라가지. 가장 바깥쪽은 섭씨 500도고 가장 안쪽은 섭씨 1만 도일세.”

드워프들이 이 화산지대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것이다.

화산지대의 용암은 단순한 용암이 아니라 정순한 마력을 품고 있기 때문에 온도가 굉장히 높다.

심지어 굳이 풀무질을 할 필요 없이 위치만 변경해 줘도 온도 조절이 쉬우니 이곳을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설에 따르면 이 화산지대엔 드워프와 땅을 만든 불과 망치의 신 볼케누스가 잠을 자고 있다고 하지. 당연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야. 누가 이 화산 아래에 들어가 볼 수 있겠는가?”

말레우스가 손을 까딱하자 어린 드워프들이 조심스럽게 거대한 도자기 그릇을 들고 왔다.

“하지만 나는 이 안에 불케누스가 살고 있다고 믿네. 그러니 이 거대한 악조차도 정화할 수 있는 거겠지.”

늙은 드워프들이 조심스럽게 성스러운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저 상자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관을 짜고, 성수에 1년 동안 담가 만든 굉장히 신성한 상자였다.

저 안에 들어가 있는 물건이 신성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니다.

저 안에 들어가 있는 물건은 지독하리만큼 악하기 때문에 신성한 상자에 봉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늙은 드워프들은 조심스럽게 상자째로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시작하지.”

말레우스를 포함한 10명의 늙은 드워프들은 가죽 장갑을 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내열성이 좋은 금속, 순도 99.9%짜리 미스릴로 만든 기다란 막대기를 이용해 천천히 용암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모두 집중해! 단번에 집어넣고 빼내야 한다! 잘못하면 미스릴이 모두 녹아!”

미스릴이 녹는 온도는 9,500도.

가장 심부는 1만 도가 넘는다.

이 그릇에 담긴 물건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섭씨 6,000도 선을 넘기면서 드러났다.

상자가 열기를 참지 못하고 발화하더니 봉인된 물건이 드러났다.

저 안에 봉인되어 있는 물건은 다름 아닌 마왕의 첫 번째 대장군.

불멸의 대장군의 흉골이었다.

흉골이 드러나자 변이 입자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변이 입자는 뜨거운 열기와 정순한 마나를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타 없어져 버렸다.

드워프들은 흉골이 드러나자 더 집중해서 밀어 넣기 시작했다.

“더! 더! 더!”

미스릴 막대기가 길다곤 하지만 그 길이는 한정되어 있다.

결국 드워프들은 뜨거운 열기를 맞아가며 앞으로 전진했다.

얼마나 뜨거운지 드워프들의 머리칼이 쪼그라들고 떨어진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증발되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말레우스는 집중해서 계속 밀어 넣었다.

심부까지 집어넣지 못하면, 저 흉골을 정화할 수 없다.

익어가는 생살과 타들어가는 머리칼 그리고 도저히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위대한 자연 앞에도 작은 거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장엄한 광경에 티그리스마저도 손에 땀이 저절로 났다.

“으아아아아!”

말레우스와 드워프들은 기어코 흉골을 가장 깊숙한 곳에 집어넣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빼!”

말레우스를 포함한 11명의 드워프들은 모두 도망치듯 미스릴 막대기를 든 채 뒤로 물러났다.

미스릴 막대기 끝은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넘어 휘어 있었다.

어린 드워프들은 시원한 물수건과 포션을 들고 달려왔다.

아주 잠깐 용암에 가까이 다갔을 뿐인데 말레우스의 얼굴은 시커멓게 타버렸다.

티그리스는 말레우스에게 물통을 건네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 생에 이렇게 깊게 용암에 다가가 본 적은 처음이군.”

말레우스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흉골을 노려보며 말했다.

“티그리스. 내가 왜 자네에게 이걸 꼭 보여주려고 했는지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우로스는 우리의 드워프들의 자부심이야. 키도 작고 고집만 더럽게 센 땅딸보이자 노예가 처음으로 세상에 군림하는 드래곤으로부터 저항하는 데 성공한 기념적인 성물이지.”

말레우스의 말에서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건 너무나도 오만했던 말인 것 같더군. 이 성물이 드워프만의 것인가? 저 밖에 있는 인간과 엘프 그리고 수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성물이 과연 탄생할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보네.”

“그래서 우리 드워프들은 이 우로스를 드워프만의 성물이라고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네. 우로스는 거대 악으로부터 저항하기 위해 드워프, 인간, 수인, 엘프 네 종족의 화합으로 일구어낸 성물이라고 기록으로 적어놓을 걸세.”

말레우스는 티그리스의 팔뚝을 잡으며 말했다.

“그러니 성물을 공략하고 나면 이 갑주를 입고 아르펨과 우노를 무찔러 주게. 완전히 부서져도 상관이 없네. 그게 우리 드워프들의 부탁일세.”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크흠! 그럼 어서 가보게. 자네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군.”

티그리스는 회중시계를 봤다.

이제 본 공세 1시간 전이다.

* * *

새벽하늘을 바라보던 아르펨은 인기척이 들리자 뒤를 돌아봤다.

나태를 깎아내는 자 오슬로였다.

“또 페이라가 투정을 부리더냐?”

“응. 시킨 일을 다 했으니 빨리 보내달래.”

“아직 때가 아니니 기다리라고 말해라.”

“그렇게 말하면 또 화낼 텐데.”

아르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페이라가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처럼 기다릴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분노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감춰져 있기 때문임을 모르는구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넌 알 필요 없다. 그것보다 검술 실력은 많이 늘었느냐?”

“아직 검강을 발현하는 건 못 해. 이해가 가지 않아.”

“어떤 점이 이해가 안 되지?”

“소드 마스터는 심상을 검으로 표현하는 단계라고 했어. 하지만 심상이 당최 뭔질 모르겠어.”

아르펨은 하늘을 쳐다봤다.

보려던 성좌가 나타나려면 아직 좀 시간이 남았다.

아르펨은 시간도 남았겠다 오슬로와 대화를 좀 나누기로 했다.

“내가 소드 마스터가 뭔진 모르겠다만 심상이 뭐를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구나.”

“엥? 어떻게 아는데? 아르펨은 고리가 없잖아.”

“없어도 아는 게 있다.”

“그럼 심상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

아르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심상은 네 욕망이다.”

“내 욕망?”

“그래. 네가 원하는 것, 네가 갈망하는 것. 네가 궁극적으로 갖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을 심상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원하는 게 없는데?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아니지. 넌 방금 네 욕망을 표출했다.”

“내가? 언제?”

아르펨은 어린아이를 대하듯 차근차근히 말을 했다.

“넌 방금 심상이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건 네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한 것이다. 아니냐?”

“……그게 바로 심상이라고?”

“그래. 네 호기심. 알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네 욕망이다. 그 욕망을 파고들어 가면 갈수록 네 심상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검으로 표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오슬로는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으음……. 더 모르겠어.”

“내가 너를 창조했을 때 너는 목적이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기를 좋아했지.”

“좋아한 건 아니야. 할 게 없었으니까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그게 바로 나태함이다. 목적 없이 이리저리 표류하는 인생. 어떤 이는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을 나태하다라고 말을 하지. 하지만 그건 진정한 나태함이 아니야. 해야 할 일이나 목표조차 계획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나태다.”

아르펨은 오슬로의 가슴을 툭툭 찔렀다.

“그래서 나는 네게서 나태라는 감정을 앗아가 무엇이든 하면서 살게 만들었지. 그 이후 너는 바로 뭐를 했지?”

“떨어진 막대기를 들고 휘둘렀어.”

“그래. 그래서 나는 네게 검술을 배우라고 한 것이다. 네가 달렸다면 나는 널 전령으로 키웠을 것이다. 네가 춤을 췄다면 네게 무용수가 되라고 했겠지.”

“하지만 무용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모르지. 네가 무용수가 되었다면 어떤 일을 했을지. 하지만 너는 막대기를 휘둘렀다. 그래서 나는 네게 검술사가 되라고 말한 것이다.”

아르펨은 마치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처럼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오슬로. 고민하고 생각하며 내면을 관찰해라. 너는 분명히 네 심상을 검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거다.”

“정말?”

“그래. 그렇게 되도록 내가 설계했으니까.”

아르펨은 하늘을 쳐다봤다.

해가 동쪽 하늘에서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수평선 너머로 뜨는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별 하나가 반짝이며 성좌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워프의 망치와 용의 발톱이 얽힌 모양새의 성좌.

우로스의 성좌다.

우로스의 성좌가 흥분하여 강렬한 햇빛을 밀어내며 발광하고 있었다.

“운도 좋군.”

“응? 왜?”

“페이라보고 준비하라고 해라.”

아르펨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전쟁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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