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곤마가 제시하는 세 가지의 삶 (1)
▶ 곤마의 핵심무사 되기
무관도에 입관 후 가신으로 복귀
난이도(★★)
무관도는 본교의 대표적인 교육양성소로 불린다.
일개 당(黨)에서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천향소와는 질적으로 다른 기관으로, 총단에서 직접 교육을 주관한다.
매해 100명을 훈련시켜 고작 3, 4명의 배출을 목표로 하는 그야말로 인재 양성소.
엄청난 내공과 무공실력을 증진케 하는 장점 많은 교육소이긴 하지만, 단점도 있는 법.
그건 목숨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퇴소를 원하는 자는 곧바로 절차를 밟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 곤마의 호위무사 되기
녹정관 장로의 개인 지도 후, 곤마의 지척 호위
난이도(★★★)
녹정관 장로는 수괴당(帥魁黨)의 부당주 직책을 가지고 있는 자로, 본교 서열 94위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개인 지도를 받게 된다면 마공 향상은 확실히 보장된다.
다만 불같은 그의 성격 때문에 버텨내기가 어렵고, 혹여 불구가 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생각해두어야 한다. 그래도 곤마의 호위무사가 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가만, 특정 인물이라면 태황각주를 없애버리는 것도 가능한 건가.’
물론 정치적인 상황과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지만, 아무렴 어떤가.
실력만 있다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게 바로 본교의 규칙 아닌가.
▶ 곤마의 비밀무사 되기
강호의 특정 인물 암살
난이도(★★★★★)
설휘는 이 지문에서 의문을 느꼈다.
강호의 어떤 인물을 죽이려고 이런 선택을 보여주는 것일까.
더구나 다른 지문과 달리 난이도가 높은 것이 뭔가 불길했다.
‘제일 쉬운 쪽으로 가자.’
설휘는 별 모양의 개수를 보며 판단을 내렸다.
어딜 선택하든 우선 자신의 생존이 제일 중요하다.
어떤 상황이든 목숨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 상황을 뒤바꿀 수 있으니까.
[‘곤마의 핵심무사 되기’를 선택하셨습니다.]
“그것도 좋지.”
곤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책장을 가리키며 재차 말을 이었다.
“다만 무관도 입관까지는 엿새가 남았다. 내 1층에 있는 사무관에게 얘기해 둘 테니 천일관 지하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거기에서 쓸 만한 것들은 들고 가도 좋고.”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는 괜찮다는 손짓과 함께 몸을 돌렸다.
“아, 참고로.”
뭔가 할 말이 남았는지 걸음을 멈춘 그는 피식 웃어 보였다.
“거기에 보면 삼수원교서란 책이 있을 것이다. 그 책에 네가 쓸 만한 무공이 있을 거야.”
“……!”
설휘는 깜짝 놀랐다.
삼수원교서. 이전 삶에서 자신에게 기연을 주었던 마공.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구나.”
곤마가 이렇게 직접 언급하니, 과거의 그때 그의 질문이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갔다.
지금의 말은 그 무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가만.’
삼수원교서를 떠올리자 설휘는 자연스레 책에 적혀 있던 무공들이 떠올랐다.
익히지 않았던 무공.
소희마공과 더불어 2개의 마공이 더 있었다.
터벅터벅.
곤마는 방을 나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잠시 그의 방에 머물던 설휘는.
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 지하 창고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설휘는 지하창고로 들어오자마자 구석진 책더미 쪽으로 향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전에는 빛이 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쯤에 있었어.”
설휘는 책을 손으로 더듬으며 빠르게 한쪽에 모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뭔가 문자가 눈앞에 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
발 쪽에 흩어져 있던 책을 더듬던 그때.
그가 반색할 만한 문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어떤 무공을 익히시겠습니까?>
▶ 소희마공(素熙魔功) (배움)
▷ 적수마공(赤手魔功) (가능)
▷ 초극마공(焦極魔功) (가능)
“됐어!”
설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전대 부교주가 익혔던 적수마공과 태황각주의 초극마공까지.
이젠 모두 익힐 수가 있게 된 것이다.
▷ 소희마공(素熙魔功) (배움)
▶ 적수마공(赤手魔功) (가능)
▷ 초극마공(焦極魔功) (가능)
설휘가 적수마공을 선택하자.
▶ 적수마공(赤手魔功) ▶ 적열장(赤熱掌)
적열장이라는 낯선 무공이 생성되었다.
‘이번엔 선택하는 지문이 없네?’
예전 소희마공에는 검법과 보법, 권법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열장 하나만 생성된 것이다.
‘아, 손 수(手)니까. 손으로 하는 마공이라서 그런가…….’
뭐 아무렴 어떤가.
설휘는 적열장을 빠르게 선택했다.
휘이이이잉.
소희마공의 그때처럼 눈앞에 희뿌연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예전처럼 검을 들고 있지 않았다.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쥔 그림자는 느린 동작으로 두 손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투투투툭.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자의 몸속 변화.
‘혈자리다.’
설휘는 곧장 알아챘다.
하나둘씩 생성되는 붉은 점들은 몸속을 타고 도는 마기였다.
기의 운행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스으으으-
그렇게 하나둘씩 혈 자리에 찍힌 기운들이 몸을 타고 한곳으로 흘러가더니.
배꼽 아래. 하단전에 머물렀고.
이후, 폭발하듯 그림자의 두 손으로 기운을 전해주었다.
“억!”
곧이어 설휘는 감탄을 내뱉었다.
그림자의 손에서 잿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눈보라가 그곳으로 빨려가듯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고.
이내 그림자가 양손을 펼치자.
콰지지직!
기운이 양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벽과 천장의 일부를 부숴 버렸다.
“허…….”
설휘는 신음을 흘렸다.
단순히 허상이지만 폭발하는 장면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실로 기괴하고 파괴적인 힘.
그것을 곧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다음은…….’
<어떤 무공을 익히시겠습니까?>
삼수원교서란 책에 다시 손이 닿자 눈앞의 활자는 자연스레 반응을 해왔다.
▷ 소희마공(素熙魔功) (배움)
▷ 적수마공(赤手魔功) (배움)
▶ 초극마공(焦極魔功) (가능)
초극마공을 선택한 설휘는 기대감을 숨길 수 없었다.
적수마공도 훌륭한 마공이지만 실상 주력이 아닌 보조격에 불과하다.
초극마공은 태황각주가 주로 사용하는 마공으로 본교에서도 손꼽히는 마공이 아닌가.
과거의 인생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힘을 익힐 기회가 생긴 것이다.
띠링.
선택을 하자마자 눈앞에 활자가 펼쳐졌고.
▶ 초극마공 ▶ 폭열공(暴熱功)
<‘폭열공’을 선택하셨습니다. 영상을 보여드립니다.>
휘이이잉.
다시 희뿌연 그림자 하나가 검을 든 모습으로 눈앞에 생성되었다.
툭. 투투툭.
적수마공처럼 곧 투명한 몸에서 혈도 자리가 하나 생겨나기 시작했고.
스으으으으-
체내의 혈자리가 운행(運行)의 경로를 따라 하단전에 모이자.
패애액!
그림자의 검은 한곳을 찔렀다.
“허어!”
그걸 보던 설휘는 경악했다.
화르르르-!
폭발하던 기운이 사라진 곳.
파도 속을 관통한 물줄기처럼 벽의 한 단면을 끝도 없이 뚫어버린 것이다.
* * *
설휘는 지하 창고에 온 날부터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주어진 환경에 대한 적응이 아닌.
바로 눈앞의 표식과 기호. 그리고 문자에 대한 적응이었다.
<적수마공>
적열장(흉내내기)
해설에 나와 있는 ‘흉내내기’란 말처럼 자신의 수준을 나타내는 용어였다.
‘숙달된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일까.’
‘익힌 것’이 완벽히 ‘구현한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적수마공과 마찬가지로 초극마공 역시 그 문자가 따라다녔으니까.
<초극마공>
폭열공(흉내내기)
그림자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소희마공의 마검기.
적수마공의 잿빛.
폭열공의 염기.
위 세 가지를 모두 익혔지만, 아직 그림자가 그려내는 것처럼 위력을 똑같이 발현할 수 없었다.
내공 80/250
아마도 이 수치 때문이리라.
무공을 단번에 익힐 수 있었지만,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훗날 제대로 된 내공을 만들게 되면, 그림자가 보여주는 기운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결국 그러한 이유로.
츠팟!
설휘가 펼쳐낸 소희마공은 검풍과 검기 사이의 기운 정도.
퍼억!
적수마공은 벽과 천장을 광범위하게 긁어냈지만 박살내지는 못했다.
초극마공 역시 그렇다.
쿠와아앙!
벽을 관통하기는커녕 흠집 내는 수준에 그쳤다.
<소희마공>
검법(흉내내기)
권법(흉내내기)
보법(흉내내기)
어쨌든.
설휘는 이전에는 익히지 않았던 소희마공의 모든 능력을 얻었다.
* * *
엿새가 지났다.
설휘는 무관도에 입관할 날짜가 된 아침에 지하창고로 내려오는 한 중년인을 목도했다.
“설휘라고 했나?”
나이는 한 사십 줄쯤 되었을까.
자신을 곤마가 보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거기다.
“거운(巨運)이라고 한다. 곤마께서 너를 무관도까지 안내하라시더군.”
설휘가 예를 표하며 검을 들고 나서려는데.
“받거라.”
그는 자신에게 회색 단약(丹藥)을 내밀었다.
<내공증진 단약, 비사단을 얻었습니다.>
‘어?’
설휘는 당황한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영약이다. 한 알만으로도 십여 년 치의 내공 증진을 이룰 수 있지.”
일 갑자가 육십 년의 내공이라 일컬으니.
어찌 보면 상당한 양이다.
지금 자신의 내공이 삼 년 치 정도가 아닌가.
“이렇게 귀한걸…….”
“사양 마라. 무관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최소치다.”
“감사합니다.”
설휘는 사양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무관도에서 강해지리란 생각을 하면서.
꿀꺽.
<수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체력 205(↑85)/205
내공 2,250(↑2,000)/2,250
‘이런 기연을 얻다니.’
설휘의 표정이 밝아졌다.
능력치가 모두 다 찬 상황인데도 체력이 소폭 상승했고, 내공은 무려 2,000 가까이나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속 능력(Passive Skill)]
독심술을 익혔습니다!
‘뭐?’
독심술이란 말에 눈이 커졌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능력이었다.
설휘는 오른쪽 위, 반짝이는 상세보기에 눈이 갔다.
독심술(讀心術)(흉내내기)(New, 신규)
○ 해설 : 무인의 상태파악 및 시야강화
‘내공이 올라서 그런 건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어떤 특정 조건에 부합하면 더 강한 능력이 생성된다.
설휘에게는 기쁠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독심술을 습득하였기에 상태창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다 또 하나가 더 나타났다.
[State, 상태]
거운 [곤마 호위무사 중 일인]
신체 정상
그의 상태창도 볼 수 있었다.
단지 일부였지만.
‘어?’
다만 거기에 하나 더 있었다.
적대감 : 77%(경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문구.
새로운 상태가 쓰여 있었다.
‘이럴 수가…….’
설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적대감 아래에 나온 문자.
지금 상황에 걸맞지 않은 뜻이 나열된 것이다.
적대감 : 77%(경고)
천마 첫째 제자의 부하. 세작(細作) (간첩)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그는.
곤마의 호위무사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