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16화 (17/379)

16화. 최상의 선택 (1)

▶ 처음부터 시작한다.

▷ 계속 이어서 한다.

▷ 저장한 지점을 불러온다.

고통은 길지 않았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이전처럼 저 문구가 떴다.

설휘는 이전처럼 고민하지 않았다.

[어느 지점으로 되돌릴까요?]

▶ 천력 95년, 제2장. 곤마가 제시하는 세 가지의 삶]

[빈 저장 공간]

[빈 저장 공간]

당연히 첫 번째를 선택했고.

[천력 95년, 제2장. 시간을 되돌립니다.]

새하얀 빛이 사라지며 눈에 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대형 창문이 배치된 방.

끝없이 펼쳐진 책장 옆으로 화려한 미공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

천마 제자 곤마였다.

“세 가지 중에 선택하세요.”

그의 질문과 함께 곧장 나타나는 선택창.

▶ 곤마의 핵심무사 되기

▷ 곤마의 호위무사 되기

▷ 곤마의 비밀무사 되기

그걸 본 설휘는 선택의 기로에서 시간을 저장했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번의 선택?

역시나 똑같은 길로 간다.

[‘곤마의 핵심무사 되기.’를 선택하셨습니다.]

계속 진행됩니다.

“그것도 좋지.”

곤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다만 무관도 입관까지는 엿새가 남았다. 내 1층에 있는 사무관에게 얘기해 둘 테니 천일관 지하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거기에서 쓸 만한 것들은 들고 가도 좋고.”

모든 것은 이전과 같았다.

말투, 눈빛, 그리고 몸짓까지도.

지하 창고에 삼수원교서란 책이 있다는 말을 추가로 하는 것도 잊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곤마는 떠났다.

설휘 역시 이전처럼 곧장 지하로 몸을 옮기려고 복도로 나섰다.

그때였다.

“가만. 나에게 도구함이 있잖아?”

설휘가 도구함을 떠올린 이유는 바로 이곳이 곤마의 방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도구함 속 물건은 영구소지가 가능.

그 말은 이 방에 있는 걸 슬쩍해도 다음 생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혹시 몰라 도구함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도구함]

[도구함]

<약재>

연양갱 1(한입 먹음), 금창약 2, 철혈독 해독주 1

<영약>

생기속근단 1, 청리취련 1

<장비>

[병기] 단영검 1, 월향비 1

<비급>

은형법과(이 비급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은형법과는 이미 익혔으니 사라져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이전 생에 얻은 물품들이 안전하게 들어있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거기다 오마를 죽이고 목숨을 하나 더 얻었지.”

설휘는 몸을 돌려 다시 곤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에 비치된 면경을 보자 그는 똑바로 섰다.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기호.

오늘따라 유달리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Coin 2 [두 번의 기회]

사박사박.

설휘는 면경을 지나 책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곳을 숨어 지켜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났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전 삶에서 자신은 거의 반 시진 정도 이 방 안에 있었는데, 그땐 어떠한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하는데…….”

곤마의 집무실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책장마다 집중해서 살폈지만, 삼수원교서처럼 어떤 현상이 발현되는 책은 없었다.

좀 더 집중해서 살펴보면 훌륭한 비급이 있겠지만, 너무 많으니 어떤 걸 가져가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래, 꼭 비급일 필요는 없지.”

설휘의 시선이 곤마의 서재 쪽으로 이동했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중역 책상.

벽 구석에는 옷장도 보였고 수납장, 서랍장이 놓여 있었다.

설휘는 그곳으로 이동했다.

스윽. 스윽.

행동은 점차 대담해졌다.

수납장을 열고 옷장을 여는 데 거침이 없었다.

“별것 없는데?”

주변을 모두 뒤졌지만, 쓸 만한 것은 없었다.

비단옷 몇 벌과 문방사우, 봉인된 나무상자나 보자기 같은 것들이었다.

그나마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밀지로 보이는 서류 정도랄까.

낙심한 설휘가 옷장을 닫으려는데 옷 뒤에 뭔가 자물쇠와 비슷한 고리가 보였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그곳을 만지는데 갑자기 신호가 왔다.

[절대비급 사대극마공(四極魔功), 풍(風)을 얻었습니다.]

“컥!”

순간, 설휘는 눈이 커졌다.

이전의 여지도처럼 밀봉된 공간 안에 있는 물건을 건드렸나 보다.

“잠깐, 사대극마공이라고?”

눈앞의 상태창 내용을 보고 그는 곧장 기함했다.

사대극마공은 천마의 직전 제자들에게만 하사하는 무공이다.

갑자기 이게 어떻게 눈앞에 나타날 수 있는 건가.

[상세보기를 하시겠습니까? 승낙/거부]

설휘는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승낙했다.

[사대극마공]

설명 : 천마가 직전 제자들에게 하사한 무공.

근 이백 년의 무학을 집대성한, 마공의 정수가 여기에 쓰여 있다.

사대극마공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 모두 4개의 속성으로 분류되며, 곤마에겐 풍(風)의 속성을 가진 극마공이 전달되었다.

“아…… 아…….”

설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그저 그런 비급이 아니다.

천마가 하사한, 마교 내 손꼽히는 무공 중 하나.

그것이 자신에게 들어온 것이다.

“안 돼. 이럴 시간이 없어.”

설휘는 급히 도구함을 열었다.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도구함에 안전하게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도구함에 있는 내용을 살폈다.

[도구함]

<약재>

연양갱 1(한입 먹음), 금창약 2, 철혈독 해독주 1

<영약>

생기속근단 1, 청리취련 1

<장비>

[병기] 단영검 1, 월향비 1

<비급>

은형법과(이 비급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집니다.)

<절대비급>

사대극마공 풍(風)

“으하!”

도구함에 안전하게 들어갔다.

상태창에서도 따로 절대비급이라고 표시가 될 만큼 그 중요도를 인정하고 있었다.

설휘는 빠르게 몸가짐을 정리한 뒤, 냅다 뛰었다.

솔직히 훔친 것이 발각돼 죽어도 상관없었다.

목숨의 여유가 있다는 것.

그건 엄청난 기연이니까.

그러니 이 미친 짓도 가능한 게 아니겠는가.

* * *

지하 창고로 걸어간 설휘가 처음 한 일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었다.

체력 118/120

내공 250/250

“진짜, 그놈들과 차이가 나네.”

그야말로 능력치는 처참했다.

무관도에서 싸운 그들과 비교하니 더욱 이 점이 도드라져 보였다.

“이번엔 비룡단을 달라고 해야겠어.”

무관도 입관할 때 얻은 비사단만으로도 내공을 무려 2천이나 올려주었다.

하지만 비룡단은 비사단보다 월등히 좋은 영약이다.

그걸 받을 수 있다면 확실히 지금과는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영검은 도구함에 있는데.”

당시 나온 선택 지문은 3가지.

그중 하나가 단영검이었고, 지금은 내 도구함에 들어가 있었다.

문득 첫째 제자 세작이라는 호위무사가 왔을 때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해졌다.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되는 거고.”

설휘는 도구함을 펼쳤다.

주르륵 뜨는 목록 속에서 하나를 찍었다.

[생리속근단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전생에 허망하게 죽어보니 좀 알 것 같다.

안전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꼭 최상의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님을.

무관도에 있는 보물은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에 따라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고수들과 싸워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준비.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져야 하는 도전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소지하고 있는 영약은 모두 사용하는 게 맞았다.

[생리속근단을 사용했습니다.]

체력 1,118(↑1,000)/1,120

내공 260(↑10)/260

설휘는 청리취련도 똑같이 적용했다.

[청리취련을 사용했습니다.]

체력 1,318(↑200)/1,320

내공 1,300(↑1,040)/1,300

“……우아!”

기대 이상의 성과다.

체력과 내공이 무려 4자리 수.

단순히 수치뿐만 아니라 몸에도 변화가 있다.

꾸물꾸물.

팔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부풀어 올랐고, 이내 오밀조밀하게 변했다.

키도 조금 커진 것 같았고, 얼굴을 만져 보니 살도 조금 빠졌다.

시력도 더 좋아진 듯했다.

멀찍이 떨어진 책의 이름까지 보일 정도였으니.

“이제 활용해야 해.”

설휘는 그동안 익힌 무공을 떠올렸다. 이제는 그것들이 가진 힘.

그것을 어떤 상황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만 한다.

“해보자.”

설휘의 표정에 희망과 기대감이 맴돌았다.

* * *

설휘는 일주일간 무공연마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들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발동을 해야 하는지 나름 체계를 잡았다.

소희마공.

기본적으로 검법과 권법, 보법을 사용할 수 있다.

평소에도 초식을 펼치거나, 상대의 반응에 따라 대처할 때 쓰면 가장 좋다.

적수마공의 적열장.

파괴력은 예전 흉내내기 수준의 소희마공보다 높았다.

지금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정도?

상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위력은 감소하는 걸로 보인다.

초극마공의 폭렬공.

파괴력은 제일 강하다.

제대로 일격을 먹으면 무관도에 만났던 홍마원 출신의 고수까지 죽일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해서 더욱 내공을 올리는 데 주력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은신술은 대상이 없으니 얼마나 효과적인지 시험해보지 못했다.

“이건 아직 펼칠 수 없는 건가?”

설휘는 두 손에 펼친 비급을 내려다보았다.

사대극마공.

천마의 절대무학이라 알려진 이것을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사대극마공 풍(風)를 익혔습니다.]

그런데 익혔다.

도구함에서 절대마공을 선택하자 ‘익히겠습니까?’가 뜬 것이다.

이걸 본 설휘는 세상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댔다.

눈앞에서 보이는 수많은 무공의 잔상들.

손가락만으로 탄지신공을 구현해 내거나, 건물을 무너뜨리는 강공.

소수마공을 온종일 뽑아내는 전륜의 마공 등.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 힘든 것뿐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제약 조건을 말하는 문구가 떴다.

[사용불가!]

최소 체력 3만, 내공 5만의 기준치에 부합해야만 사용 가능합니다.

체력 3만과 내공 5만이란 수치를 보니 까마득히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자신에겐 여타 다른 능력들이 존재한다.

이것들을 활용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이건데……”

설휘는 소희마공. 상세보기란에 시선을 두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

바로 대박검이었다.

대박검(大舶劍) : ↓↘ → ←, B

사실 이 비밀만 풀 수 있다면, 웬만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 같았다.

그땐 정황이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검기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내공도 줄어들지 않는 특별한 능력.

자신이 얻은 모든 기연 중 최고의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