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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7화 (18/379)

17화. 최상의 선택(2)

오늘, 무관도에 입관할 날짜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운이란 놈이 자신을 소개하며 회색 단약을 내밀었다.

비사단이다.

과거처럼 십여 년치의 내공 증진을 이룰 수 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설휘는 당연히 받자마자 꿀꺽 삼켰다.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체력 1,405(↑85)/1,405

내공 3,300(↑2,000)/3,300

이전 생처럼 내공이 엄청나게 늘었다.

더구나 자신의 능력이 상승되어 있는 상태로 수치가 반영됐다.

그리고 변화는 또 있었다.

<무공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적수마공]

흉내내기 ▶ 초급 단계

‘오!’

놀라운 변화다.

내공이 오른 것만으로 초급이란 단어가 뜬 것이다.

“감사합니다.”

설휘는 이번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무관도에서도 쉽게 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 *

“여기다.”

투욱.

걸음을 멈춘 거운이란 자가 한 곳을 가리켰다.

과거대로 팔각지붕 모양의 장엄한 전각이 보인다.

“안내가 끝났으니 나는 가겠다.”

‘떴다.’

그가 뒤돌아섰을 때 똑같은 문자가 활성화되었다.

▶ 곤마 님께 받은 비룡단도 내놓으시지요.

▷ [표정] 피식 웃는다.

‘역시, 두 번째 지문이 사라졌구나!’

도구함에 단영검이 들어있었기 때문일까.

과거에 나왔던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습니까?’는 목록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쉽지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과거를 반복하면 할수록 단영검을 무한히 얻을 수 있게 될 테니까.

‘둘 다 까다롭긴 하지만.’

고민하던 설휘는 시간이 다가옴을 느끼자 이내 하나를 선택했다.

<곤마 님께 받은 비룡단도 내놓으시지요.’를 선택하셨습니다.>

계속 진행됩니다.

“뭐라고 했나?”

거운은 자신을 바라봤다.

그가 굉장히 불쾌해한다는 건 그의 표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추측대로라면 이 지문 속에는 분명 답이 있으니까.

“전달받지 못하셨나 보군요.”

“……뭐?”

“넷째 제자님께서 제게 비사단과 비룡단을 하나씩 주겠다고 분명 말씀하셨지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

거운이란 자는 잠시 자신을 바라보았다.

‘있구나!’

그걸 본 설휘는 확실했다.

거운이란 자의 표정이 더욱 굳어진 것을 감지할 수 있었으니까.

“혹시 받지 못하셨습니까? 그럼 제가 사죄하지요. 시간이 늦을지도 모르지만 이리된 거, 직접 가서 받아오…….”

휙!

그때 거운의 소매에서 뭔가가 툭 튀어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불그스름한 불빛. 딱 봐도 범상치가 않은 영약이었다.

‘바로 이거야.’

확실히 이 선택 지문은 저주가 아닌 것 같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엄청난 기연을 계속 안겨다 준다.

“너…….”

좋아하던 설휘가 흠칫했다. 무시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가 자신을 불렀기 때문이다.

“예. 하실 말씀이…… 컥!”

퍼억!

눈 깜짝할 사이에 복부를 강타당한 설휘. 바닥에 고꾸라졌고.

퍽퍽!

그는 설휘의 얼굴을 밟았다.

“악!”

설휘가 비명을 질렀다.

몇 번을 그렇게 소리 지르자 그가 주변을 의식했는지 동작을 멈췄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테지만.”

그는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설휘의 귓가에 대고 말을 이었다.

“넌 살아나도 내 손에 죽는다.”

“…….”

“퉷.”

누런 가래가 설휘의 뺨에서 흘러내렸다.

그는 비릿하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크큭.”

노골적인 비웃음이 설휘의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

거운이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설휘는 피떡이 된 턱을 힘겹게 움직였다.

손에서 꺼낸 비룡단. 그것을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물오물.

그렇게 한참을 씹던 설휘의 눈빛은 점차 또렷해졌다.

“……넌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수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체력 7,408(↑6,003)/7,408

내공 6,800(↑3,500)/6,800

<기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희마공]

초급단계 ▶ 기본단계

[적수마공]

적열장 초급단계 ▶ 기본단계

[초극마공]

폭열공 흉내내기 ▶ 초급단계

설휘는 거운을 바라보며 오로지 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힘이 생긴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할 태황각주. 그리고 오천각주.

하지만 그전에 처리해야 할 녀석이 하나 더 생겼다.

“내가 이곳을 통과한다면…….”

체력과 내공이 충족되어서인지, 모든 능력치가 변화했다.

그리고.

“다음엔 너부터 죽일 것이다.”

<독심술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지속스킬] 독심술

흉내내기 ▶ 초급단계

수치가 변화함에 따라 독심술도 변화했다.

그로 인해.

[State, 상태]

거운 [곤마 호위무사 중 일인]

신체 정상

적대감 : 77%(경고)

[Value, 수치]

체력 1만 5천/1만 5천

내공 1만 2천/1만 2천

바로 그의 숨겨진 능력도 볼 수 있었다.

◎ 참고하세요.

1만 = 1갑자(一甲子).

10만 = 2갑자(二甲子).

100만 = 3갑자(三甲子).

1,000만 = 4갑자(四甲子).

1만이란 수치가 어떤 수준인지도 함께.

* * *

설휘는 무관도 입구에 앉아 있는 호교사자를 보고 있었다.

예상대로 간단한 신분 확인 후, 책상 위에 편죽(片竹)을 내밀었다.

촤라락.

“보고 선택해라.”

신언서판. 지난번과 같은 편죽이었다.

똑같은 말이, 똑같은 상황에서 펼쳐진다.

설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런 그의 내심을 어떻게 보았는지, 호교사자가 입을 열어 한마디를 더했다.

“어차피 네가 다 할 것이다.”

이것도 똑같다.

애초에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설휘는 바로 한 글자를 짚으며 말했다.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스윽.

호교사자가 편죽을 잡았다.

“신을 선택했군. 받거라. 이처럼 신(身)이 들어간 대나무를 여섯 개 모으면 된다.”

이후의 상황은 지난번과 같이 진행되었다.

호교사자는 간략하게 자기 할 말만 하는 것이.

전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굳이 찾는다면.

“시간은 하루. 정확히 이 시간까지 버티면 시험은 끝난다. 뒤쪽 맨 오른쪽 문이다. 돌아오는 곳도 이 문을 통하면 되지.”

무관도를 한 번 경험했기에 그의 설명이 좀 더 사실적으로 와닿았다는 것.

“저 안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모두가 원하는 비급서. 싸울 때 도움이 되는 보물. 적을 죽일 때 쓰이는 병기. 네가 저 안을 둘러보면 둘러보는 만큼,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호교사자가 말 끝내기 무섭게, 설휘는 몸을 바로 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이 시험을 저 혼자만 보는 건 아니겠지요?”

“…….”

“패로 보아하니 다른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아무도 없습니까? 여기 말고 다른 입구도 있습니까?”

“…….”

스으윽.

호교사자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는 눈을 감았고 설휘는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반 각(7분).

‘내가 뭔가 실수라도 했나?’

말 한마디 없는 침묵 속에서, 설휘는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상대는 호교사자. 평소라면 감히 자신과 말도 섞지 않을 신분이었다.

‘……그냥 가야겠다.’

호교사자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큰 절의 석불(石佛)처럼. 눈을 감고 앉아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치를 보던 설휘가 움직일 때였다.

“눈은 갈수록 높아지기 마련이지.”

“……?!”

설휘는 일순간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호교사자는 다시 한번 기약 없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눈은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설휘는 호교사자가 한 말을 잠시 되짚어보았다.

분명 이 무관도에 마인들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자신과 다른 시간에 투입되거나, 다른 지형에서 투입될 것이다.

이미 투입된 놈들은?

계속 싸우고 계속 강해져 갈 것이다.

설휘 자신도 안에서 몇 번의 싸움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졌으니까.

눈이 높아진다는 말.

그 말은 늦게 투입되면 투입될수록 더 강한 놈들이 들어온단 말일까?

‘뭐 달라질 건 없다.’

설휘는 대뜸 문 앞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싸워야 할 거라면, 더 빨리 움직여서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걸 자신은 알고 있었다.

“또 왔군.”

끼이이익.

시험장 안으로 들어온 설휘는 날카롭게 주변을 훑었다.

푸른 지붕. 붉은 지붕. 색색으로 화려한 그곳의 전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설휘는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사삭. 사아아악.

바람이 불었다.

색색으로 다른 빛깔의 풀과 나부끼는 나뭇잎들은 흡사 유람이라도 온 듯했다.

곧 피바람으로 변할 축제 속으로.

‘어디냐.’

사아악. 사악.

그 바람을 받으며, 설휘는 가만히 기다렸다.

그가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붉은 팔각지붕의 건물.

이전에도 저 건물에 들어서기 무섭게 기습을 당했었다.

그때 입은 상처는 꽤 오래 설휘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설휘는 이곳에 습격자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고, 그러니 상대를 거꾸로 습격해서 죽일 생각이었다.

‘어디지?’

하지만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었다.

실력은 몰라도 은신에 대해서는 조예를 갖추고 있었던 걸까.

바깥에서 몇 번이고 위치를 바꾸어 보아도 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다간, 노린 놈이 아닌 다른 놈에게 기습을 허용할지도 모를 터.

“……할 수 없군.”

스슥. 슥.

결국, 설휘는 대놓고 몸을 드러냈다.

그리고 붉은 지붕 건물의 입구로 다가갔다. 지난번에 기습을 당한 그 위치로.

하지만 뜻밖이었던 건, 가자마자 날아올 거라고 대비하던 기습이, 날아오지 않았다는 것.

“…….”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다른 곳으로 간 걸까. 한참 고민하던 끝에 설휘는 혀를 찼다.

“쯧…….”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이 자리에 있었을 때, 그는 앞만 살피느라 머리 위를 휑하니 비워뒀었다.

누가 보아도 완벽한 방심이었고, 그랬기에 기습을 당한 것이다.

‘그럼 똑같이 해줘야겠군.’

스윽.

설휘는 이제 앞과 옆을 살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통수를 일부러 노출하다 보니 오금이 저렸지만, 명백히 상대는 하수다.

지난번에 기습을 당했을 때도, 태세를 정비한 후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경고! 정체불명의 적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왔다!’

상태창이었다.

상대가 미끼를 물었다는 뜻. 설휘는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지난번에는 도망간다를 선택했었다. 그리고 급하게 도약한 후 등 뒤를 베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못 피할 공격은 아니었다.

선택하던 순간, 잠깐의 머뭇거림.

그 머뭇거리는 시간 때문에 기습을 당했으니까.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그리고 방어할 생각도 없었다.

당시에도 적의 수준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예전의 자신이 기습한다 해도 손쉽게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맞대응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곧바로 재개됩니다.]

팟.

멈췄던 시간이 움직이는 찰나의 간극.

그 속에서 설휘는 3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는, 기습하는 놈이 건물 벽에 구멍을 파놓고, 거기에 몸을 숨기는 장면이 저절로 눈에 들어왔다는 것.

둘째는, 도망간다를 선택했을 때보다 상대가 더욱 가까이 와 있었다는 것.

셋째는.

채앵!

설휘는 위에서 내려치는 검격을 여유롭게 막아냈다.

단순히 가볍게 막은 것인데도 불꽃이 튀고, 상대가 튕기다시피 떨어져 나갔다.

“별거 아니네.”

설휘는 피식 웃었다.

셋째는.

자신과 적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차이 난다는 것.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단순히 그와 마주 보고 있는데도.

[절호의 기회! 정체불명의 적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상태창이 떠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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