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18화 (19/379)

18화. 최상의 선택(3)

솔직히 말하면 이번 삶은 조금 흥분된다.

갑자기 살인하는 것에 대한 악취미가 생겼냐고?

아니. 수준 차이 때문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

그 차이를 눈으로 본다는 것이 이런 즐거움을 가져다 줄 줄은 처음 알았다.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어차피 무엇을 선택해도 이길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번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게 옳았다.

‘공격한다’는 3초 전으로 되돌리는 선택지이니까.

‘무공을 쓴다’도 해봤으니 일단 넘겨두자.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를 사용한다.

지금은 이 지문이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도구를 사용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1회에 한하여 사용법을 알려드립니다.>

[도구함]

<약재>

연양갱 1(한입 먹음), 금창약 2, 철혈독 해독주 1

<장비>

[무기] 단영검 1, 월향비 1

<여기 약재와 장비가 있습니다. 아래에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 회복

▷ 장비

비급은 사라졌고, 먹을 수 있는 영약과 장비만 존재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고.

‘바로 쓸 수 있는 것만 보여주는 건가?’

설휘는 대충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도구함에 들어있는 건 지금 상황에 쓰일 만한 것들이 아닌가.

설휘는 일단 만만한 장비 하나를 선택해 보았다.

[장비] → [무기]

▶ 단영검 1

▷ 월향비 1

<단영검을 선택하셨습니다. 어느 위치에 옮겨다 드릴까요? 참고 → 오른손>

이번엔 또 다른 질문을 해왔다.

‘위치라…….’

질문의 의미를 잠시 고민하던 설휘는 그 역시 똑같이 선택했다.

물론 대답을 하지 못해 ‘오른손’이라 생각했을 뿐.

그 순간 눈부심이 짧게 일었다.

<계속 진행됩니다.>

팟.

“어, 언제?”

맞은편,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설휘의 얼굴도 당황한 표정이 스쳤다.

오른손에 단영검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거였군.’

도구를 선택하면 그것이 저절로 생겨나는 현상.

검이 부러지거나 놓쳤을 때, 원하는 대로 병기를 가져올 수 있어서 유용하다.

물론 빈틈창을 띄웠을 경우에만 그렇다.

지금 다시 도구함을 열어보니 열리지가 않았으니.

“죽어랏!”

과연, 허접한 실력답게 상대는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설휘 눈에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풋.

간단한 찌르기.

그것만으로도 상대를 손쉽게 주저앉혔다.

“도구함이라…….”

투욱.

설휘는 바닥에 널브러진 사내의 몸속에서 패를 회수했다.

그러면서 적의 빈틈을 발견했을 시, 어느 것이 더 나은 건지 생각해보았다.

‘공격한다’는 3초 전으로 되돌리는 수법.

솔직히 그것에 비하면 도구함은 크게 좋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론 위급할 때 영약을 사용한다면 체력 회복은 도움 되겠지만, 그것 역시 전투 중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뭐, 사용하다 보면 제대로 된 쓰임을 알게 되겠지.”

설휘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무공을 떠올렸다.

[은신술이 발동됩니다.]

<참고 : 내공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굳이 배웠다면 안 쓸 필요는 없었다.

* * *

무관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의 숫자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안에 있는 보물들은 무엇이며, 대체 몇 개가 놓여 있을까?

이전의 삶에서 얻은 경험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적어도 건물 하나당 2개는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물이 클수록 더욱 많은 보물이 있을 것이다.

적, 주, 황, 녹, 청, 남, 자주색의 총 7개의 건물.

그중 설휘가 가장 먼저 선택한 건 바로 자주색이었다.

이유?

확률적으로 보물이 가장 많이 들어있을 곳이기 때문에.

복도식 회랑을 끼고 있는 이 건물은, 보통 중원의 사합원처럼 건물 3채가 혜(匸)자 모양으로 나 있다.

더구나 높이도 3층.

휘릭.

주변을 훑은 뒤 담을 단번에 넘은 설휘는 자세를 낮췄다.

다행히 엄폐는 손쉬웠다.

은신의 효과를 얻기도 했지만, 사탕수수밭이 몸을 더욱 가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 지붕으로 올라간다.’

잠시 고민한 후 설휘는 판단을 내렸다.

자신은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이쪽부터.’

파파팟.

판단이 서자 설휘는 곧장 움직였다.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였지만, 설휘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층마다 경계로 나 있는 처마를 밟고 도약한 것이다.

이내 지붕 위로 안착한 설휘는 창문 하나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투욱.

‘이제부터 조심해야 한다.’

방 안으로 들어온 설휘는 조심히 주변을 살폈다.

열 명은 넘게 투숙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방.

가장자리에 옷장과 수납장 몇 개가 비치되어 있었다.

사박.

반쯤 열린 문을 닫고 복도를 한 번 훑어본 설휘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혹시나 모를 보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쩝. 없네.”

옷장과 수납장을 열어보고는 설휘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하긴. 너무도 쉽게 보물이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설휘는 이제 복도로 눈을 돌렸다.

‘어? 누군가 있다.’

복도로 조금씩 걸어 나오던 설휘가 다시 문틈에 몸을 기댔다.

조금 떨어진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평소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위치였지만 그는 똑똑히 들었다.

아마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은신술 효과]

5장 주변의 미약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 은형술은 기척을 숨기기 위해 고안된 무공이다.

은신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상대의 인기척을 찾아내는 것 또한 무공의 일부분.

그러니 이런 효과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사박사박.

설휘는 적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상대의 능력을 모르기에, 무턱대고 덤벼들 생각은 없었다.

그를 추적하고, 기회를 보아 ‘빈틈창’을 띄울 생각이었다.

사사삭.

상대는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기준으로 세 번째 방으로 이동했다.

설휘는 은형술을 이용하여 최대한 벽 쪽으로 붙었다.

상대가 빈틈을 보이길 기다린 것이다.

‘뭐하는 걸까?’

답답했다.

적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방문이 닫혀 있어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갈 모험을 하기도 망설여졌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해지는데…… 그냥 공격할까?’

설휘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렇게 복도에 노출된 상태로 있다가는 다른 적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밖과 안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그냥 들어가자. 내 능력을 믿고.’

판단이 서자 설휘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그러니 문 정면에서 뭔가를 뒤지던 상대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이런!’

상대의 반응 때문에 빈틈창은 발동되지 않았다.

고작 적의 능력치만 떴을 뿐.

[State, 상태]

구염 [오천각(吳天閣) 멸사대 조장]

신체 정상

[Value, 수치]

체력 2,205/2,205

내공 1,820/1,820

“핫!”

설휘는 재빨리 그를 향해 달려가 검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쩌정!

두건을 쓴, 구염이란 상대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아니, 막아낸 줄 알았지만.

“큭!”

급히 검을 막아서려 했는지, 자세가 무너졌다.

자연스럽게 적의 상태창은 변화했고.

[State, 상태]

체력 2,102(↓103)/2,205

내공 1,712(↓108)/1,820

뿐만 아니라 발이 꼬이며 자세가 무너졌고, 설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푸욱!

아슬하게 구염의 가슴을 비켜나간 검이 그의 쇄골을 부숴 버렸다.

<강력한 일격!>

[State, 상태]

체력 44(↓2,058)/2,205

내공 110(↓1,602)/1,820

“크허허…… 쿠엑.”

구염이란 이름의 사내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적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면 이런 알림창이 뜨는 것 같았다.

그는 곧 의지를 상실한 듯, 초점도 서서히 풀렸다.

‘왤까?’

설휘는 곧장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았다.

다른 의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의문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왜 빈틈창이 뜨지 않는 거지?’

경험대로라면 상대의 빈틈을 발견했다는 문자가 떠야 했다.

지금 상대는 싸울 의지까지 잃었다.

체력과 내공 수치도 이전과 비교해 월등히 떨어져 있었다.

어떤 계기가 있는 걸까?

기습을 당한 것은 알 것 같은데, 상대에게 일격을 날리는 기법은 어떤 것일까.

“……죽여라.”

구염은 힘겹게 말했다.

그는 이미 전의를 상실해 보였다.

그리고 의식이 왔다 갔다 하는지 눈에 초점이 맺혔다가 풀리길 반복했다.

‘그렇구나. 이미 전의를 상실했기 때문에.’

설휘는 빈틈창이 왜 뜨지 않는지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의지를 상실하면 빈틈창이 뜨지 않는 것이다.

‘끝내야겠군.’

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다 목젖에서 멈췄다.

그러다 뭔가 발견한 듯, 그가 뒤지고 있던 반쯤 열린 수납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만,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연양갱이다.

이상하게도 안에 이것 하나 놓여 있었다.

텅 비어 있었는데도 그는 꽤나 오랜 시간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궁금한 게 있다.”

“…….”

그는 담담히 고개를 돌렸다.

설휘는 별다른 표정 없이 말을 이었다.

“이 안에 이것밖에 없는데도 왜 한참 동안 뒤진 거지?”

“…….”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안 하는 것인지 의식을 잃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빨리 처리해야겠군.’

괜히 누가 올까 걱정된 설휘는 검을 들었다.

의식이 다시 돌아온 듯, 강하게 노려보는 적을 향해 검을 들고 다가갔다.

그러고는 검을 휘두르는데.

‘어?’

갑자기 그의 가슴 쪽으로 다가가던 검이 멈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지문이 뜬 것이다.

<아래의 지문을 보고 선택하세요.>

‘이거 뭐야?’

죽이려고 마음먹고 검을 휘두르는데 다시 창이 생성된 것이다.

▶ 죽인다.

▷ 고문한다.

두 가지 지문이 떴다.

설휘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럴 때는 죽인다보다 고문한다에 의미가 더 있었다.

“……왜 죽이지 않는 거지?”

“그건 네가 알 텐데.”

당연히 그냥 질러본 말이다.

다만 지문 창이 있어서 그랬던 것뿐.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의 반응은 부정적으로 나왔다.

‘음.’

설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부러진 쇄골 사이에 힘을 줬다.

“아, 아아악!”

분근착골.

내공을 주입해 신경 감각을 모두 일깨우고 뼈를 뒤틀어 극악의 고통을 준다.

주로 상대를 심문하거나 고문할 때 효과적으로 쓰이는 수법이다.

“대답해라.”

잠시 손을 멈춘 설휘가 물었다.

“뭘 대답하라는 거야.”

“네가 잘 알 텐데.”

“미친 새끼야…….”

‘다시 해야 하나.’

설휘는 잠깐 걱정이 되었다.

그 소리가 주변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걸렸지만 참아야 했다.

보통의 지문은 항상 큰 의미가 담겨 있으니까.

“할 수 없군.”

설휘는 다시 한번 손을 움직였다.

“……있다.”

“뭐?”

“가지고 있다고.”

그는 고통 때문인지 잠시 웅얼거리다 말을 이었다.

“두건을 들어봐라.”

그 말에 설휘는 머리에 쓴 두건을 들었다.

그 순간.

[보물 지도 조각을 얻었습니다. 1/7]

‘이건 뭐지?’

자주색 양피지.

설휘가 그것을 펼치자 지도 하나가 보였다.

동시에 뜬 설명서.

[보물지도]

○ 자주색 지붕 보물지도.

설명 : 무관도 자주색 지붕 내의 모든 보물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보물 개수는 모두 10개.

‘이런 횡재가.’

설휘의 눈이 껌벅였다.

“대신 편히 죽여다오.”

그의 말에 설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거야 쉽지.”

마혈을 짚어서 순간적으로 편히 목숨을 끊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래의 지문을 보고 선택하세요.>

지문을 본 설휘는 욕설을 내뱉었다.

▶ 죽인다.

▷ 더 고문한다.

이 새끼.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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