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19화 (20/379)

19화. 신비의 고수들 (1)

[보물 지도 조각을 얻었습니다. 7/7]

“더러운 새끼.”

설휘는 축 늘어진, 구염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지막은 정말 힘들었다.

발바닥이나 아랫도리에 감춘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겠다.

그런데 엉덩이, 항문 속에 집어넣는 건 정말이지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완성> 무관도 보물 전체 지도(7/7)를 모두 모았습니다.]

촤라락.

설휘가 보물지도 조각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자 또다시 문구가 떴다.

이 녀석이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지도 안에는 7개의 건물 속 보물위치가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6개 조각을 도구함에 집어넣은 뒤 설휘는 이곳 지도를 살폈다.

“어? 그러고 보니…….”

자연스럽게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지금 이곳 위치.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옷장 아래에 보물 표시가 있다.

“아. 보물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헤맸던 거구나.”

그제야 설휘는 이자가 여기서 헤매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도에는 분명 있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보물은 없고 연양갱 하나가 놓여 있으니.

“누가 발 빠르게 가져갔나 보군.”

설휘는 도구함에 지도를 집어넣었다.

괜히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거나 훼손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혹여 이번 생에 실패한다면 다음 생을 위해서라도 안전하고 말이다.

이번 역시 구염에게 얻은 신(身) 대나무 조각은 도구함에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갔으면 참 좋으련만.

어쨌든, 신(身) 대나무 조각 하나라도 챙겼다.

* * *

첫 보물은 3층 계단을 중심으로 6번 방에서 발견했다.

[전음입밀(傳音入密) 사용서를 얻었습니다.]

보물은 비급이었다.

보통 이런 목숨을 내놓은 상황에서 비급은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

익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스슥.

설휘의 머릿속에선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와 심법의 운용방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익히는 속도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적인 기연이었다.

[전음입밀을 익혔습니다.]

‘하!’

설휘는 그저 감탄했다.

자격조건만 된다면, 아무리 복잡한 무공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익힐 수 있는 기연이.

과정을 생략한 무공습득.

이런 상황에서 비급은 절대적인 도움이 아닌가.

* * *

두 번째 보물이 있는 곳은 3층 9번 방이었다.

이건 옷장 뒤에 숨겨져 있던 무공서였다.

[철마독공 제조서를 얻었습니다.]

이번엔 독을 제조하는 법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철마독공을 익혔습니다.]

그래도 있으면 좋은 거라 익혀놓았다.

설휘는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 * *

세 번째 보물은 가장 끝, 12번 방에 있었다.

이건 정말로 찾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천장을 부수고 나서야 우수수 떨어졌으니까.

[【상급】권마투갑(拳魔鬪鉀)를 얻었습니다.]

‘상급?’

설휘는 잠시 의아했다.

보물이면 보물이지 상급 보물은 또 뭔가?

다른 것과 비교해 더 좋다는 건가?

“확실히 뭔가 좀 비범해 보이는데…….”

상급에 걸맞게 보물에서 빛이 여러 번 새어 나왔다.

설휘는 권마투갑을 들어보았다.

손목과 손가락 마디를 보호해주는 일반적인 수투(手鬪)와는 모양이 조금 달랐다.

은빛 비늘처럼 생긴 형태가 손가락, 손목뿐만 아니라, 팔목까지 이어져 있었다.

색은 은빛이 은은하니 느껴지고, 재질은 비늘이 겹겹이 쌓인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유연했다.

왠지 손에 맞게 늘어나는 구조인 듯했다.

“한번 껴볼까?”

그냥 도구함에 넣어버릴까 고민하던 설휘가 권마투갑을 손에 찼다.

상급이란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으니까.

그 순간.

[기본기술 ‘권풍’을 습득했습니다.]

[적열장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습니다.]

“이거 뭔가 엄청난 걸 발견한 것 같은데…….”

설휘는 급히 상세보기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나 내용이 있을까 하여.

다행히 이건 상세보기가 있었다.

[권마투갑]

설명 : [상급 보물]

현 마교 서열 34위. 녹정관주의 애장품.

40년 전, 정마대전 때 화산 매운도장의 일격을 튕겨내고 목을 부러뜨렸다고 유명해진 수투.

무관도의 입관생들을 위해 자진해서 내어놓은 물건이다.

“허…… 이런 미친!”

설휘는 감탄을 흘렸다.

보물이 있다곤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 물건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다.

녹정관주라면 현 마교 총단의 인물.

거기서도 실세라고 알려진 노인 아닌가.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입관생들을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건가?”

설휘는 무관도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했다.

목숨을 내던질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이 안은 어떤 환경보다 고수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이제야 무관도 졸업생의 대우가 왜 그리도 좋았었는지 짐작이 갔다.

“빨리 움직이자.”

보물지도에 나왔듯이 3층에 있는 보물은 총 4개. 하나는 누군가 가져가 3개만 얻을 수 있었다.

설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은 닥치는 대로 보물을 모두 습득해야 하는 시점.

아직까지 이 건물 2층에.

3개의 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 *

2층 계단에서 맨 우측으로 들어갈 때였다.

건물이 혜(匸)자 구조이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인기척이 없었는데, 갈수록 눈에 띄게 소리가 들렸다.

운 좋게도 문이 열려 있었고. 들어가 본 그곳엔 누군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인원은 4명이었다.

“괜히 덤비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지 그래?”

“우린 합격술을 익혔다고.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되는데?”

“척 보니 부마원(府魔院) 출신인 것 같은데. 거기 합격술은 어설프다는 걸 모르나?”

“그러다 정말 죽는다. 간 보다가 잘못하면 인생 쫑나는 거야.”

한 명씩 돌아가며 말하는 놈들.

설휘가 조금 더 접근하자, 그놈들의 능력치가 주르르 떴다.

[State Summary, 상태 간단 요약]

무경 [부마원(府魔院) 칠용대원]

체력 2,305/2,305

내공 2,510/2,510

감자 [부마원(府魔院) 칠용대원]

체력 3,203/3,203

내공 2,920/2,920

서태 [홍마원(紅魔院) 마용대원]

체력 2,901/2,901

내공 1,620/1,620

살유 [홍마원(紅魔院) 마용대원]

체력 4,500/4,500

내공 4,670/4,670

부마원 홍마원.

마교 내 총단을 떠받드는 4개의 기둥 중 2곳.

홍마원 밑에 태황각이나 오천각이 있으니 저들은 상부지단 소속이었다.

‘그래서 적명보다 훨씬 강하구나.’

일개 대원 하나하나가 태황각 흑월대장인 적명보다도 강하다.

특히 살유라는 인물은 다른 자들과 비교해도 꽤 높은 수치였다.

그런 자들이 대치하는 상황이다.

‘제길, 하필 보물이 저기에…….’

설휘는 고민에 휩싸였다.

저들 사이에 보물상자가 보인다.

그것도 숨겨지거나, 대충 버려진 보물상자와 달리 너무도 비범하게 생긴 상자였다.

분명 보통의 보물과는 질이 다를 것이다.

‘어찌한다…….’

설휘는 고심했다.

자신의 능력은 저들보다는 확실히 높다.

하지만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재수 없다면 적을 쓰러뜨리기 전에 당할 수도 있었다.

더욱이 합격술을 익힌 놈들은 더욱 까다로울 터.

‘흐음.’

설휘는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차 열었다.

[Value, 수치]

체력 7,306/7,408

내공 6,800/6,800

확실히 이 정도 수치라면 애매하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나타나면 좀 더 깊게 계산을 할 수 있겠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나타나지 않은 게 아쉬웠다.

‘어?’

그때 싸움이 일어났다.

홍마원 출신 하나가 선공을 한 것이다.

“어딜!”

캉!

하지만 부마원 출신 사내는 손쉽게 막아냈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 덤볐다.

캉! 캉! 카카캉!

갑작스러운 교전.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는 것이 진심으로 싸우고 있는듯했다.

‘내 손으로 모두 잡고 싶다. 방법이 없을까…….’

설휘는 몇 번을 더 고심했다.

이론적으로라면 괜히 덤벼드는 것보다 지금은 계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

차라리 다른 곳을 돌다가 따로 죽이면 될 일.

하지만, 그냥 가기에도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모험을 걸지 않으면 생각 이상으로 강해질 수 없다.

몇 번의 죽음 끝에 얻은 설휘의 깨달음이었다.

“윽!”

때마침 한 명이 휘청이며 어깨를 부여잡았다.

상태창에서 ‘감자’라고 표기된 부마원 출신 대원이었다.

그리고 그때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 눈앞에 나타났다.

[절호의 기회! 칠용대원 ‘감자’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New)

‘헉 씨발!’

욕이 튀어나왔다.

감자란 놈이 쓰러질 때 잠시나마 ‘혹시 지금이라면?’을 생각해버린 순간 이것이 튀어나온 것이다.

지금 나와선 안 되는 빈틈창이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근데 뭐가 또 생겼네?’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의 목록이 보이자 설휘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하지만 뭔가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6 ……5

‘뭐든 골라야 해.’

시간이 계속 가고 있었고, 뭐 하나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발동이 될 것이다.

설휘는 다급히 마음을 다잡았다.

‘무공을 쓴다를 선택해 한 명을 처리한다 해도 그뿐이다. 적은 4명이야. 거기다 내공을 쓰는 순간 모두 나에게로 몰릴 게 뻔해.’

……3 ……2

시간이 줄어들수록 설휘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공격한다고 해도, 한 번에 쓰러뜨릴지 장담은 할 수가 없다.

‘아, 씨!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주르륵 시선을 내리자마자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적용되었다.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를 선택하셨습니다. [동][서][남][북] 중 어느 위치로 이동할까요?>

‘어? 어느 위치라고…….’

설휘는 갑자기 생긴 변화에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시간은 여전히 멈춰져 있었다.

적 4명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았고, 숨도 쉬지 않은 채 멈춰 있었다.

그 속에 특이한 변화가 있었다.

‘허. 이거 뭐지?’

휘청이며 어깨를 잡은 감자.

그 주위로 네 개의 청색 원기둥이 지붕까지 솟아올라 있었다.

‘저기 4개 중에서 한곳을 선택하라 이건가?’

그런 것 같았다.

설휘가 시선을 보내는 곳에 ‘▼’ 이렇게 생긴 화살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부 기둥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동할 위치를 지정해 달라는 듯.

‘허, 설마 이거……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그런 건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로 위치가 동서남북 방향으로 펼쳐진 것이다.

‘생각해보자.’

설휘는 다행히 정해진 시간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감자를 중심으로 서쪽 방향.

열 걸음 위치에 살유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월등한 수치답게 감자에게 타격을 주고 여유롭게 검을 회수하고 있었다.

감자를 중심으로 북쪽 방향.

감자의 동료인 무경이란 자가 있다.

그는 자신의 동료가 당한 걸 보고도 맞은편, 서태라는 자에게 검을 뻗고 있었다.

‘동쪽과 남쪽 방향은 안정적인 위치이긴 한데…….’

동쪽과 남쪽.

살유와 서태라는 자와도 조금 떨어진 거리이고, 같은 동료인 무경이란 자와도 다섯 걸음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걸 택하다가 오히려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자신이 강하다는 걸 아는 순간, 갑자기 합심하여 덤벼들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각기 다른 출신의 놈들 2명을 동시에 죽여야 한다. 그래야 혼란을 줄 수 있어.’

최대한 변수를 줄이는 방법.

각각 다른 출신들 한 명씩 살아남으면 그땐 무턱대고 덤비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변심하여 다른 놈의 뒤를 칠 수 있으니까.

‘북쪽으로 가자.’

결국, 위험부담을 안으며 위치를 정했다.

<‘북쪽 방향’을 선택하셨습니다. 바로 진행됩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설휘는 감자의 바로 옆에 이미 와 있었고.

“……!”

감자란 녀석은 한 호흡 늦게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설휘는 그의 가슴팍에 정확히 찔러넣었고.

<회심의 일격 적중! 상대는 3,203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감자 [부마원 칠용대원]

체력 0(↓3,203)/3,203

한 번에 끝내버렸다.

‘……허 이거.’

솔직히 설휘 그 자신도 당황했다.

이 정도로 가깝게, 그리고 순식간에 접근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나머지 놈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억!”

“헉!”

“흠!”

흠칫하는 3명.

설휘는 그들을 경계하며 감자란 사내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내던 그 순간.

이 싸움.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향해 내린 특별한 ‘신의 기연’.

이것은 그의 예상 범주를 뛰어넘으며.

▶ [절호의 기회! 칠용대원 ‘무경’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절호의 기회! 마용대원 ‘서태’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절호의 기회! 마용대원 ‘살유’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으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