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20화 (21/379)

20화. 신비의 고수들(2)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셋 중 가장 강한 상대.

그를 노려야 함이 당연했으니까.

<마용대원 ‘살유’를 선택하셨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곧장 무공을 쓴다를 선택했고.

소희마공과 적수마공이 아닌, 그가 낼 수 있는 최강의 무공.

초극마공의 폭열공을 사용했다.

무공을 쓴다 ▶ 초극마공 ▶ 폭열공(기본)

‘……!’

머릿속에 폭열공의 동작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러자 몸도 생각을 따라갔다.

쩌어어엉.

설휘는 상대를 향해 다가가지 않았다.

감자의 가슴팍에 꽂힌 검.

그걸 뽑아 든 후, 살유라는 사내를 향해 휘둘렀을 뿐.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어느샌가 단영검 끝에서 피어오른 화염덩어리가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주먹만 한 크기였음에도 흡사 검기의 속도처럼 순식간에 뻗어 나간 것이다.

“크헉!”

<회심의 일격 적중! ‘살유’에게 4,500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살유 [홍마원 마용대 7조 조장]

체력 0(↓4,500)/4,500

퍼어억!

살유는 폭열공을 맞자마자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의 가슴에는 폭열공이 지나간 흔적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

설휘는 폭열공을 시전한 뒤 입이 쩌억 벌어졌다.

자신도 믿기 힘든 위력에 스스로 놀란 것이다.

대신 대가는 있었다.

[Value, 수치]

체력 7,306/7,408

내공 3,600(↓3,200)/6,800

거의 절반가량의 내공 하락.

아쉽지만 그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아차!’

순간, 설휘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잠시 잊고 있었다.

살유를 한 칼에 죽인 것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 앞에 다가온 적을.

“익!”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상대의 검이 가슴을 정확히 파고든다.

그러던 설휘의 눈에 ‘그것’이 보였다.

오른손에 착용한 권마투갑이.

카아앙!

강한 쇳소리와 함께 살유의 동료인 서태는 주춤하며 물러섰다.

‘이걸 막아내다니!’

서태는 경악했다.

분명 잘려나갔어야 할 사내의 팔은 멀쩡했고, 오히려 자신의 검이 튕겨 나간 것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핫!”

이번엔 설휘의 반격이었다.

공격을 막아낸 권마투갑에 내력을 밀어 넣자 권풍이 생성되었다.

투갑의 반응 속도는 그야말로 무지막지.

손을 뻗자마자 강렬한 바람이 일며 주먹 모양의 권풍이 생성되었다.

뻐억!

“커억!”

서태가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설휘의 공격이 발동한 탓인지 몸이 공중에 떴고.

창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강력한 일격 적중! ‘서태’에게 2,109의 강력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것이 한 차례.

서태 [홍마원 마용대원]

체력 792(↓2,109)/2,901

쿵!

2층에서 바닥에 떨어지며 연속 충격을 받았다.

<추가 일격 적중! ‘서태’에게 792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서태 [홍마원 마용대원]

체력 0(↓792)/2,901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7,306/7,408

내공 3,400(↓200)/6,800

“…….”

“…….”

한순간, 정적이 일었다.

삽시간에 홍마원 일행 두 명을 제거해버린 설휘의존재는 그저 두려움일 뿐이었다.

“모아야 할 대나무 조각은…….”

남은 한 명의 사내를 향해.

설휘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다 모은 것 같군.”

“이익!”

급히 내지르는 적의 공격.

하지만 이번에 설휘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수치로 보이지 않지만, 그의 실력을 대강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 * *

<일격 적중! 상대는 675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격 적중! 상대는 552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회심의 일격 적중! 상대는 1,078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경 [부마원(部魔院) 칠용대원]

체력 0(↓2,305)/2,305

무경이란 놈은 설휘의 움직임을 좇지 못했다.

몇 번의 교전 이후, 가슴에 칼이 박히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구전호심환(九轉護心丸) 1개를 획득했습니다.]

[마령신단(魔靈神丹) 1개를 획득했습니다.]

[청룡헌창(靑龍櫶槍) 1개를 획득했습니다.]

[유엽비도(柳葉飛刀) 1개를 획득했습니다.]

[팔황전신갑(八皇全身鉀) 1개를 획득했습니다.]

[쇄적도(鎖赤刀) 1개를 획득했습니다.]

“많기도 하구나.”

설휘는 사내들을 전부 쓰러트린 뒤, 품속을 뒤져 물건들을 수거했다.

2개의 영약과 4개의 장비였다.

그리고 이번 시험 통과에 필요한 대나무가 무려 6개였다.

“창이나 도는 필요 없어.”

써본 적도 없고, 쓸 생각도 없었다.

“어떤 영약인지 보자.”

설휘는 도구함의 상세보기를 빠르게 눌렀다.

하지만 구전호심환과 마령신단을 살펴본 그는 곧 미간을 찌푸렸다.

○ 구전호심환(九轉護心丸)

설명 : 곡물 찌꺼기와 계란을 혼합한 단약

효과 : 체력을 300↑ 올려준다. 맛은 단 편.

○ 마령신단(魔靈神丹)

설명 : 각종 약물을 혼합한 보약

효과 : 내공을 270↑ 올려준다. 맛은 떫은 편.

“……고작 그거야?”

설휘는 실망했다.

나름 기대했는데 효과는 정말 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설명이나 효과를 건성건성 적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이건 먹고. 이건 버리고…… 이건 착용하고.”

[팔황전신갑을 착용했습니다.]

“하하…….”

설휘가 놀란 얼굴로 복장을 내려다보았다.

옷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자신의 몸에 달라붙다시피 했다.

도구함을 열고 착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이미 그것을 입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게 천은신갑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확실히 보물이라 그런지 입을 땐 작아 보였는데, 착용하니 쭉쭉 늘어났다.

그리고 이전에 얻은 천은신갑과 달리 허벅지와 어깨까지도 보호해주고 있었다.

방어력은 어떨지 몰라도 신체보호 측면에서는 더욱 좋은 것 같았다.

천은신갑처럼 상세보기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다.

“이제 보물을 확인해 볼 시간이군.”

설휘는 시선을 돌렸다.

잠시나마 여기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보물상자 때문 아닌가.

척 보기에도 나 보물상자요 말하듯 금테를 두른 것을 보니, 확실히 이번엔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다.

설휘는 주변을 한번 살피고는 조심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상자의 윗부분을 젖혔다.

“뭐야? 또 이거네?”

설휘는 눈을 의심했다.

안에는 속이 비어 있었다.

아니, 이전처럼 연양갱 하나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연양갱 1개를 발견했습니다.]

“허 참.”

의아한 일이다.

보물상자에 계속 연양갱이 들어있다는 게.

특히나 비범하게 생긴 보물상자에 대체 이게 무언가.

[도구함에 넣으시겠습니까?]

일단 도구함에 넣고 생각하던 설휘가 눈을 번뜩였다.

“혹시 이거 과거에 내가 얻었던 게…….”

파파팟.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

하지만 설휘는 이미 대처하고 있었다.

카아앙!

상대의 검을 빠르게 맞받아치며 설휘가 한 보 물러섰다.

그리고 낯선 사내 역시도 두세 보 물러서며 경계의 눈빛을 띠었다.

“젠장. 재수 없게도 강한 놈이 걸렸군.”

얼굴에 검흔 자국이 난 사내는 아쉽다는 투로 말을 걸었다.

그를 본 설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네놈은?”

“왜 나를 아나?”

비릿하게 올려다보는 사내.

설휘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당황했다.

그리고 이제야 지금 상황을 알 것 같았다.

보물상자가 왜 비어 있는지를.

그리고 왜 보물상자에 가끔 연양갱이 놓여 있는 건지를.

[State, 상태 요약]

오마 [홍마원(紅魔院) 수라천대 조장]

체력 4,350/4,350

내공 5,950/5,950

놀랍게도 그는, 전생에서 자신의 손에 죽었던 오마란 놈이었다.

그런 그를 여기서 보게 된 것이다.

‘역시 여기 보물상자에 들어있어야 할 것은…….’

설휘는 슬쩍 보물상자를 내려봤다.

지금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뼈대가 되었던 영약.

만약 자신의 유추가 맞다면 생리속근단과 청리취련이 여기에 들어있어야 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4명 중에 몇 명은 죽었고. 오마란 자가 그 틈을 파고들어 처리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능력치를 봐도 그렇다.

저번 생에서 기억하기론 그의 체력 최대치는 4,650.

지금은 4,350이다.

체력 300 줄어든 상황에서 자신과 조우한 것이다.

“이봐. 우리 그냥 다음에 만나는 게 어때?”

설휘가 자신의 공격을 너무 능숙하게 막았기 때문일까?

오마가 슬쩍 제안을 해왔다.

“……”

설휘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난 방금 들어와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죽여봤자 남는 게 없다구.”

‘역시 예상이 맞았군.’

자신이 적색 건물을 돌았을 때의 시간.

지금보다 훨씬 지난 시각이었다.

오마의 능력을 수치로 볼 때, 여기 4명의 사내를 모두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놈들은 치고받고 싸우다가 오마에게 기습을 당했을 터.

“하나 묻지.”

설휘는 마지막으로 확인해 볼 게 있었다.

이게 자신의 짐작이 맞는다면 모든 게 정확히 일치하게 된다.

“……말해.”

설휘가 반격하지 않고 묻자 오마의 표정은 조금 밝아졌다.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갈 거냐?”

“…….”

“어차피 동선이 겹치지 않아야 좋은 거 아냐?”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색 지붕으로 갈 거다. 거긴 좀 수월할 것 같거든.”

‘역시.’

그렇다. 전생에서 오마를 만난 곳은 황색 지붕이었다.

시간상으로도 대충 맞는 듯했다.

오마는 이곳 놈들을 죽이고 곧장 그곳으로 간 듯했다.

“좋아. 굳이 무리할 필요 없지. 대신.”

설휘는 고개를 저었다.

“황색 지붕은 내가 갈 테니 넌 다른 곳을 돌아.”

“……그건 어렵지 않다.”

오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설휘 앞. 바닥에 놓인 보물을 힐끗 쳐다보는 듯했으나, 그다지 미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의 주력도 ‘검’일 테니.

“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방을 나가려던 오마가 고개를 돌렸다.

“또 뭐?”

“좀 강한 녀석들은 언제 보이냐? 무관도란 곳이 생각보다 별것 없는 놈만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그거 농이지?”

“…….”

“아무래도 너, 얘길 듣지 못하고 여기 온 것 같구나.”

설휘가 침묵하자 오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범상치 않은 놈이란 건 인정하마. 그러나 그건 오늘 밤까지다. 내일 새벽쯤 되면 완전히 격이 다른 놈들이 올 테니까. 그때까지 이 안의 보물들을 최대한 얻지 못하면…… 온전히 살아나가기가 쉽지 않을걸?”

“그놈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데?”

“허어…….”

오마는 잠시 눈을 몇 번 깜빡거린 뒤, 말을 이었다.

“대장급이지. 총단의 당, 각을 대표하는 대장급.”

“……!”

설휘의 눈이 부릅떠졌다.

마교의 핵심지부인 사원을 떠받드는 5각 9당.

5각 9당을 대표하는 대장급을 오마가 거론했다.

그 정도라면 절정을 바라보는 고수.

아니, 정말로 절정고수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럼.”

파팟.

오마는 다른 방향에 나 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아마도 보물을 찾기 위해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리라.

“나도 가야지.”

설휘는 대충 몸을 추스르고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서태를 쓰러뜨린 방향이었다.

“천은신갑을 먹으러.”

전생에 착용했던 이유로 도구함에 넣지 못해 사라진 장비 중 하나.

지금 이 시각쯤이면, 아마 두 놈들이 배신을 때리며 서로 싸우고 있을 것이다.

아 물론.

<수치가 변화하였습니다.>

[Value, 수치]

체력 7,306(↑300)/7,708

내공 3,600(↑270)/7,070

조금이라도 채울 건 채우고.

[연양갱 1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냠냠.”

체력 7,309(↑3)/7,70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