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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23화 (24/379)

23화. 임무 수락(3)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의문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절호의 기회와 경고가 동시에 뜨는 이 상황.

▶ 공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9……8……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9……8……

상태창 두 개가 뜨면서 동시에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가만히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3초란 시간을 돌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설휘는 다급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공격한다를 선택하면 짧게나마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의 움직임 또한 볼 수 있을 터.

‘문제는 나의 빈틈인데.’

상대의 빈틈을 찾아냈지만, 동시에 자신의 빈틈도 허용했다는 것.

신비랑의 반격이 우려스러웠다.

맞대응이나, 방어나, 도망간다의 방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를 모르니까.

‘그래. 이렇게 해보자.’

설휘는 결정을 내렸는지 지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격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3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곧장 움직이세요.>

<‘맞대응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적이 눈앞에 와있습니다. 빠르게 대응하세요.>

“큭!”

2개의 지문을 선택하는 순간, 신비랑이 비틀대며 물러섰다.

예상대로 3초 전이다.

설휘는 그 모습을 보며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라는 것을.

팟.

설휘는 순간적으로 도약하며 신비랑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그럼에도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슬쩍 발을 빼는 행동으로 상대의 공격을 대비했다.

자신에게 뜬 빈틈창이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너무도 정확히 적중했다.

패액!

어느샌가 물결처럼 뻗어 나온 희미한 기(氣).

이상하게도 그의 동작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빠름이라 하기엔 부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이게…….’

설휘가 눈을 의심하며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주륵.

관자놀이 아래에 칼에 베인듯한 핏자국이 맺혀있었다.

이건 검기(劍氣)다.

지금은 살짝 스치는 데 그쳤지만, 필시 맞으면 즉사하는 기운.

“칫. 빌어먹을…….”

신비랑의 탄식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비랑 [태황각 7대 조직 흑금대장]

내공 4,365(↓4,230)/12,000

조금 전 그의 공격으로, 눈앞에서 수치들이 변경되고 있었다.

특히 신비랑의 엄청난 내력 소모가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비하지 못했다면, 그의 필살의 수에 자신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달려들었다면…….’

사(死).

검으로 베었어도 동귀어진 사(死).

운이 좋았다면 먼저 죽였을 수도 있지만, 자신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가 대뜸 검기를 펼칠 줄은 상상이나 했겠는가.

‘또다시 검기를 발현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설휘는 생각했다.

신비랑은 방금 엄청난 내력 소모를 했다.

또다시 검기를 생성할 수 있다고 해도, 조금 전과 같은 위력은 발휘하지 못한다.

그 말은 체력과 내공에서 자신이 확실히 우위란 얘기다.

“너 이 새끼. 대체 누구야?”

신비랑은 그제야 설휘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네 밑에 있는 새끼지.”

“내 밑에 있는 새끼? 혹시 너 태황각 소속이냐?”

당혹과 긴장, 그리고 호기심이 한데 뒤섞인 눈빛은 설휘에겐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왔다.

“몰라도 돼.”

설휘는 말을 내뱉으며 저돌적으로 밀어붙였고.

캉! 쇄액! 쇄액! 카카캉!

몇 번의 교전 끝에 약간의 자상을 입으며 대치상황이 만들어졌다.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6,226(↓1,200)/7,708

내공 1,672(↓618)/7,070

신비랑 [태황각 7대 조직 흑금대장]

체력 3,768(↓852)/15,000

내공 3,485(↓880)/12,000

‘일단 밀어붙인다.’

설휘의 시선이 상태창을 보고 판단했다.

체력은 신비랑보다 자신이 높지만, 내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혹여 상대에게 일격을 허용하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이것저것 따질 시간이 없었다.

설휘는 뒤돌아보지 않고 소희마공을 펼치며 그를 압박했다.

캉! 쇄액!

[방어 실패! 체력이 하락합니다.]

[공격 성공! 신비랑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회피 실패! 체력이 하락합니다.]

[일격 성공! 신비랑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무승부! 서로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교전 실패! 체력이 하락합니다.]

[교전 실패! 체력이 하락합니다.]

[무승부! 서로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큭. 큭!”

이제껏 살면서 처음이라 할 정도로 격렬한 혈투였다.

어깨와 허벅지, 왼팔을 찔리고서도 상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날뛰었다.

그는 한 호흡에 무려 여섯 번이나 방향을 바꾸면서 설휘를 몰아붙였다.

‘이대로 가다간…… 져.’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1,354(↓4,872)/7,708

내공 622(↓1,050)/7,070

신비랑 [태황각 7대 조직 흑금대장]

체력 994(↓2,774)/15,000

내공 1,980(↓1,505)/12,000

싸우면 싸울수록 점차 체력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그럴수록 조금씩 상대의 검술을 막아내기가 버거워진다.

“어딜!”

잠시 한눈을 판다고 생각해서일까.

신비랑의 검이 설휘를 찔러들어오자 그는 급히 막아냈다.

“……!”

하지만 검이 부딪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상대가 변초로 시선을 분산시킨 뒤, 재차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익!’

할 수 없이 설휘의 검은 그의 가슴 쪽을 향했다.

자세가 무너져 상대에게 빌미를 주었다고 판단, 오히려 역공을 시도한 것이다.

‘어?’

그런데 상대는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허초였다.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꿰뚫은 한 수.

[경고! 신비랑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제기랄!’

설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번에 잘못 고르면 거기서 골로 가는 것이다.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3가지 지문은 적의 거리. 움직임에서 차이가 있다.

‘맞대응’은 거의 지척에서 달라붙어 상대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방어한다’는 그보다는 조금 떨어진 곳.

적의 거리와 움직임이 나름 이상적인 선택이다.

‘도망간다’를 선택하면 확실히 적의 공격을 피하기 쉽지만, 적에게 자신의 등을 내보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공격에 당할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방어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계속 진행됩니다.

“컥!”

설휘의 눈이 부릅떠졌다.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예상보다 너무나 빠른 찌르기.

연거푸 세 번이나 찔러 들어왔다.

[방어 실패! 체력이 하락합니다.]

설휘는 상기된 얼굴로 몇 발짝 크게 물러났다.

세 번의 찌르기에 두 번을 막지 못해 온몸에 피가 철철 흘러내렸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 있었다.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273(↓1,081)/7,708

내공 542(↓80)/7,070

신비랑 [태황각 7대 조직 흑금대장]

체력 994/15,000

내공 1,660(↓320)/12,000

‘망할…….’

이번 공격으로 체력 수치가 역전당했다.

사실상 이길 방도가 없어진 것이다.

“느껴지나? 너와 나의 차이가.”

가쁜 호흡을 내쉬던 신비랑의 목소리가 어딘가 변해있었다.

자신감이다.

몇 번의 교전 후, 말투서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다.

“여기서 보물을 많이 얻었는지 모르나 고작 그뿐. 버림받은 너와 선택받은 나에겐 메울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허풍이 아니었다.

신비랑은 전투 감각이 상당하고, 실전으로 다져진 자.

그도 그럴 것이 태황각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고, 나아가 6개 부대 중 승진이 보장된 흑금대장을 맡고 있는 녀석 아닌가.

“웃기지 마라. 네놈만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나?”

설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야의 우측 상단에 회색으로 떠 있는 상태창들.

전투 중에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지만, 뭐 어떤가.

수치와 물품들이 이 싸움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었으니까.

“말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창가에 비친 신비랑의 검신에서 광택이 은은하게 흘러 나온다.

교내에 쉽게 볼 수 없는 명검(名劍)이, 마치 교내의 더러운 계급체계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왼쪽? 오른쪽.’

설휘는 긴장이 극에 달했다.

상대가 검을 세우며 노려보는 동작. 그가 움직이는 그때가, 어떤 식이든 결판이 나는 걸 의미하니까.

팟.

‘정면!’

그가 자리에서 도약하는 순간, 설휘도 뒤로 몸을 회전시켰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신비랑을 상대로, 물러서며 급소 부위를 찌를 생각이었다.

“……!”

그런데 신비랑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이미 지척에서 검이 뻗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까캉-! 푸슉!

신비랑의 검이 설휘의 어깻죽지부터 파고들었다.

거기서도 그치지 않고 옆으로 휘저으며 왼손 어깨까지 그어버렸다.

[회심의 일격! 신비랑은 설휘 님에게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물론 설휘 역시 반격하긴 했지만.

자신에 비해 상대의 피해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공격 성공! 신비랑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30(↓243)/7,708

내공 542/7,070

신비랑 [태황각 7대 조직 흑금대장]

체력 914(↓80)/15,000

내공 550(↓1,110)/12,000

“큭!”

다량의 피를 흘린 탓일까.

설휘는 순간적인 현기증으로 인해 시야가 혼탁했다.

등에 뭔가 닿은 느낌에 그제서야 벽까지 물러섰구나 추측할 뿐.

‘또 온다.’

눈으로 잘 보이진 않았다.

그저 일그러지는 시야에서 뭔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직감할 뿐.

‘지금!’

설휘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상대가 거의 지척까지 왔다고 느끼자마자, 그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적을 향해 달려든 것이 아니다.

벽 뒤의 창가.

그곳에 몸을 날린 것이다.

“이노오옴-!”

신비랑 역시 멈추지 않았다.

창가로 몸을 던진 설휘의 목숨을 끊기 위해, 그 역시 3층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쩌저저저적.

창틀이 부서지며 떨어지는 설휘.

그리고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신비랑.

그런데 일순, 거짓말처럼 시야가 또렷해졌다.

바로 이것 때문에.

[절호의 기회! 흑금대장 신비랑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으아아아!’

설휘의 눈에 빛이 번뜩였다.

빈틈창.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든, 이 창이 뜨는 조건에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적이 빈틈을 보인다면.

반드시 뜨게 되어 있으니까.

그건 설휘의 예상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다만,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도 있었는데.

‘시간이 멈췄다!’

이해 못 할 경우는 아니다.

체력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층에서 떨어졌으니, 선택하기 전에 즉사할 터.

이 빈틈창은 그 변수까지 고려된 것이다.

‘이 상황에선 공격하면 어차피 죽는다. 검을 들 힘도 없다.’

설휘는 시선은 세 번째로 움직였다.

바로 도구함이었다.

<‘도구함을 사용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아래를 보고 선택하세요.>

▶ 회복

▷ 장비

알기 쉽게 목록으로 정리해둔 지문을 보며, 설휘는 회복을 선택했고.

[회복]

▶ 연양갱(한입 먹음)

▷ 금창약 2

‘잠깐. 장비란도 한번…….’

설휘는 다른 것도 확인하기 위해 우선 취소를 한 뒤.

▷ 회복

▶ 장비

장비란을 선택했다.

[장비]

▶ 단영검[무기]

▷ 월향비[무기]

▷ 천은신갑[갑옷]

▷ 벽력탄[보조무기]

‘이게 되는구나!’

설휘는 목록창을 보자마자 의아한 점이 하나 생겼다.

장비 도구함을 열었는데, ‘벽력탄’이란 보조무기가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설휘는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다른 걸 선택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신비랑의 싸움에서 자신도 살면서 승리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결국 [회복]의 두 번째를 선택했고.

<금창약을 사용합니까?>

승낙하자마자, 수치가 급변하며 멈췄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체력을 회복합니다.>

<지혈효과가 적용됩니다.>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1,055(↑1,025)/7,708

내공 542/7,070

“핫!”

채챙!

허공에서 날아온 신비랑의 두 번의 찌르기.

설휘는 체력이 상승하자 기민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고, 이후 거의 동시에 둘이 지면에 안착했다.

“어떻게…….”

멀쩡한 자세로 서 있는 설휘를 본 신비랑의 말문이 막혔다.

분명 조금 전에는 가만히 놔둬도 죽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자신의 공격을 막고, 나아가 반격을 해올 정도로 힘이 남아있었다니.

신비랑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설휘 어깨 곳곳에 난 상처다.

송송 뚫려 있던 부위가 눈에 띄게 지혈이 되어 있었다는 것.

“말하지 않았나.”

“……?”

“나 역시 선택받은 자라고.”

설휘는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들었다.

그는 이전과 달리 이번만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모를 테니까.

[절호의 기회! 흑금대장 신비랑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상대가 당황해서 그런 건가.

또다시 설휘에게 기회가 왔다.

<‘도구함을 사용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아래를 보고 선택하세요.>

설휘는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금창약을 사용합니까?>

자신이 여분의 체력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그리고.

<체력을 회복합니다.>

<지혈효과가 적용됩니다.>

설휘 [말단 조직 분대장]

체력 2,080(↑1,025)/7,708

내공 542/7,070

그것은 사용하자마자 즉시 적용되는 특수영약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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