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색마, 음무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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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Notice, 임무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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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공격하려던 설휘의 시선이 다시금 모아졌다.
처음 생성된 문자들이다.
시간이 멈춘 턴제 상황에서 나타났기에, 그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었다.
○ 음무기를 사로잡지 못하면 역용술을 배울 수 없습니다.
○ ‘현재의 상황’에서 설휘 님이 마공을 사용할 경우, [무사수행]시 주소혜의 임무를 받을 수 없습니다.
○ 설휘 님에 의해 정파의 인물들이 죽을 경우, [무사수행]시 주소혜의 임무를 받을 수 없습니다.
참조하라는 뜻인 건가?
이번 임무에 조건이 있는 듯했다.
저 내용대로라면 우선 음무기를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마공을 사용하거나, 정파 인물들이 죽을 경우 주소혜의 임무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설휘는 참조 아래의 글을 재차 펼쳐보았다.
○ 음무기가 마공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설휘 님은 무림공적으로 몰릴 것입니다.
○ 석두가 죽으면 이번 임무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상대가 마공을 사용하게 유도해야 한다.
또한, 석두를 죽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공지 내용을 모두 읽자, 글귀는 눈앞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늘 보던 익숙한 선택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연다.
▷ 지척까지 다가간다.
‘어쩐지 찜찜하더라니…….’
청해 지역은 강호에서도 세외로 분류되긴 하지만, 이들 역시 마교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주소혜 역시 마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얼굴빛이 어두워지지 않았는가.
예상대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공을 쓰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
굳이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임무를 포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적당히 상대하면 되고.’
설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네 번째를 선택했다.
▶ 지척까지 다가간다.
파앗.
선택하자마자, 짧은 눈부심과 함께 설휘는 이미 음무기 등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복부 쪽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일격에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는 완벽한 한 수.
그런데.
‘어?!’
쩌어엉!
설휘는 손끝에서 강한 반발력을 느끼며 주춤했다.
미세한 기의 격발 때문에 검을 쭉 뻗지 못한 것이다.
그사이 음무기의 몸은 멀찍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일격 적중! 설휘 님이 음무기에게 3만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음무기 [백혼 장로의 첫째 제자]
체력 33만(↓7만)/40만
내공 11만(↓1만)/12만
성공했지만, 성공이라 말할 수 없었다.
중상 정도는 입어야 했을 음무기의 피해가 생각보다 적었던 것이다.
아마, 최후 방어막이라는 호신강기를 운용했기 때문이리라.
“까아악! 싸움이다!”
“저자가 정공자에게 싸움을 걸었어!”
“피해! 괜히 있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 속에서 바닥에 주저앉은 음무기는 기겁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씨익.
설휘는 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혹여나 하는 우려 따윈 들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 음무기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실력차에 의해 허점이 많이 보여서인지 빈틈창은 계속 울려대고 있었으니까.
* * *
<일격 적중! 설휘 님이 음무기에게 4만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일격 적중! 설휘 님이 음무기에게 3만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일격 적중! 설휘 님이 음무기에게 5만 이상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미 음무기의 호신강기가 깨진 상황에서 적당히 힘을 빼고 공격해도 그의 수치는 쭉쭉 떨어졌다.
음무기 [백혼 장로의 첫째 제자]
체력 21만(↓12만)/40만
내공 8만(↓3만)/12만
“그, 그만! 그만해!”
결국 음무기는 반쯤 무릎을 굽힌 채로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설휘는 그만할 생각이 없었다.
반쯤 죽여 놓은 다음, 그가 전의를 상실하면 그때 대화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생겼다.
“정 공자를 구해라! 어서!”
“저쪽에 있다!”
경장 차림의 무사들 수십 명이 자신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주완길의 명이 받은 만금산장의 무사들로 보인다.
그리고 그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만금산장 무사 1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만금산장 무사 3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만금산장 무사 11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
무사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던 탓일까.
자신이 빈틈을 보였단 문구들이 폭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문구들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만큼 눈앞을 뒤덮었고, 너무나 많은 창 때문인지 시간이 멈추지도 않았다.
채채채챙!
무턱대고 달려드는 그들의 공격을 설휘는 쉽게 피해냈다.
그럼에도 숫자가 너무 많아, 점점 뒤로 물러났다.
정파의 인물을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있었기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길. 어디 숨어있냐.’
만금산장의 무사들이 방해한 탓에 음무기를 놓쳐버렸다.
설휘는 급히 주위를 살폈지만, 눈앞을 빽빽하게 가리는 빈틈창들 때문에 도저히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참다못한 설휘는 결국 전투방식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전투방식 <시뮬레이션>
그제야 눈앞에 빈틈창이 아닌, 분석창이 떠오르며.
<설휘 님의 무공 개수를 분석합니다.>
<설휘 님의 무공초식을 분석합니다.>
……
<분석 완료>
눈앞을 가득 메우던 상태창이 잠잠해졌다.
‘아, 그래!’
설휘는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아닌, 석두가 이들을 공격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에겐 특별한 제약이 없을 것이다.
설령 석두가 이들을 죽인다 하더라도 임무에는 영향이 없을 테니.
마침 뒤쪽을 보니 멍하니 서 있는 석두가 있었다.
“대장. 어떻게 된 겁니까? 혹시 아까 그놈이 음무기…….”
“시끄럽고. 넌 이놈들부터 맡아라.”
“예? 아, 알겠습니다.”
설휘가 명하자마자 석두가 빠르게 달려왔다.
당연히 만금산장의 무사들의 실력으론 석두에겐 상대가 안 될 터.
“가급적 죽이진 말고.”
겨우 자유로워진 설휘는 몇 발짝 물러나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후, 음무기를 찾기 위해 전투방식을 변경하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불가! 턴제 전투방식을 한번 사용했기에,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에서는 능력 수치를 볼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턴제로 변경하려 했는데, 그게 불가능하다고 나와 버렸다.
‘일이 계속 꼬이네.’
생각해보니 원하는 대로 전투방식을 계속 바꿀 수 없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설휘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이들 중에 직접 그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
“이러다가 재수 없게 놓치는…….”
“꺄아아---악!”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설휘의 고개가 훽 꺾였다.
한 무리들이 모인 곳에서,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딜 가려고 하느냐!”
“더는 못 간다!”
그사이 무리들 사이에 빠져나온 만금산장 무사 둘이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퍼퍽! 퍽!
설휘는 자루 끝으로 둘을 가볍게 쓰러뜨린 뒤, 그곳으로 달려갔다.
‘허…….’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설휘는 흠칫 놀랐다.
온몸에 정기가 다 빨린 듯한 시체 하나가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증식이란 능력이 이런 것이었나.’
이건 흡정공(吸精功)이다.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마공으로 분명 음무기 짓일 터.
사람의 정기를 흡수해 몸을 회복하려 했을 것이 분명하다.
‘어디에 숨은 것이냐.’
설휘는 주변에서 자취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 숨어든 그는 외견상으로 찾아내기는 불가능했다.
“까아아악!”
“여기도 사람이 죽었어!”
자신의 있는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또다시 들리는 비명소리.
설휘는 다시금 빠르게 달려가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두 구가, 이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사님. 저쪽으로 갔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지던 사람들 사이로 등이 굽은 노인 하나가 한곳을 가리켰다.
“어디라고?”
“저기, 저 여인 쪽…….”
설휘는 노인이 가리킨 방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였다.
츠츠츠츠측.
아무런 조짐이 없던 시뮬레이션이 그제야 발동되기 시작하더니, 앞으로 도약하는 영상 수십 개가 나타난 것이다.
다급한 문자와 함께.
[도약! 도약!]
‘왜…….’
그때였다.
허리춤에 화끈거림과 함께 설휘가 급히 몸을 틀었다.
그리고 지면을 닿자마자 곧장 바닥에 주저앉으며 허리를 붙잡았다.
“제길…….”
노인의 기습 공격이었다.
설마하니 음무기가 노인으로 위장했을까 하는 방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다행이라면 호신강기와 입고 있던 상급단갑 때문에 치명상은 피했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음무기는 이미 시야에 사라지고 없었다.
“너는 내가 반드시 잡는다!”
최악의 환경이었다.
역용술로 변신할 수 있는 음무기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거기다 주변에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다.
일부 무리들은 도망가지 않고 멀뚱히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까아아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또다시 들려오는 비명소리.
설휘는 이번엔 지체하지 않고 곧장 그곳에 도착했다.
역시나 정기를 빨린 시체가 한 구가 놓여 있었고, 그 주변에는 아이를 안은 채 여인만 자리에 서 있었다.
“그자를 봤나?”
“보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하지만 설휘는 그녀의 믿지 않고 여인의 손을 낚아챘다.
‘마공을 익히지 않았어.’
빠르게 진맥을 해보니 내공이 없었다.
여인은 무공을 익힌 몸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다시 주변을 살피는데, 이번에도 환영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듯한 모습과 함께.
이번엔 등 뒤쪽에서 화끈함이 전해져왔다.
“큭!”
반사적으로 설휘가 검을 휘둘러, 등 뒤에 있던 여인의 목을 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정기가 다 빨린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없었다.
그녀가 업고 있던 애새끼가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젠장할! 역용술이 이런 능력까지 있는 거야?”
얼굴까지 바꾸는 것까진 이해했지만, 몸까지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한 설휘가 당한 것이다.
“이런 개 같은…….”
허리를 부여잡은 설휘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번엔 꽤나 큰 중상이었다.
급히 운기요상을 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을 만큼.
“모두 공격을 멈춰라!”
“자리에 앉아라! 무사들뿐 아니라, 만금산장 사람들 모두!”
그때였다.
후원의 상황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안 것인지 주완길이 나섰다.
만금산장 무사들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무사들의 수장으로 보이던 중년인과 계속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정말 마인이 나타난 것이냐?”
“그렇습니다. 여인들과 아이들이 정기를 빨린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소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저자가 얼굴을 바꾸는 색마를 찾겠다고 했다고?”
“네. 아버지. 저를 봤을 때부터 그 말을 했었어요.”
그는 다시 중년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정 공자는? 정 공자는 어디 있느냐?”
“저자와 싸우는 도중 사라졌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 공자가 아…….”
장년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말문을 잇지 못할 정도로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설휘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냐!”
“넌 누구냐!”
고요해진 후원에서 티격태격 하고 있는 두 장한.
그들은 서로를 보며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설휘를 보고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대장. 이놈은 가짜입니다.”
석두가.
“대장. 이놈이, 이놈이 음무기입니다.”
석두에게 지적하며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가짜는 저놈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