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61화 (62/379)

61화. Part 1. 사령대 조장들(6)

“뭐야?”

“넌 누구야?”

자신을 발견한 사적대 조장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놀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문을 선택하자마자, 그들과 겨우 2장 떨어진 위치에서 나타난 거였으니.

“……대장?”

뒤이어 소령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기분 탓일까.

이제껏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그녀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음이 느껴진다.

“하아.”

화가 났다.

힘이 약한 자들이 짓밟히는 지금의 상황이.

과거 수하들이 당했던 더러운 경험이 또다시 재현됐으니까.

“날씨 좋네.”

순간 헛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이 개 같은 상황에 대한 분노를 한 톨의 남김없이 모을 수 있을 테니.

뜨거운 머리를 시릴 정도로 차갑게 만들어야 했다.

“호감도 지랄하네.”

그렇게 머리를 식히고 나온 첫마디가 이거였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여 선택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지금은 정말로.

진심으로 자신을 농락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연’과 ‘저주’를 함께 가지고 있는 이 엿 같은 선택창이 말이다.

“이봐, 누구냐고?”

“우리 말이 말 같이 안 들리나?”

그들의 말에도 설휘는 곧장 대꾸하지 않았다.

괜히 호랑이 가면이 제대로 쓰여있는지 점검을 해 보고선, 나직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하나는 죽을 거다.”

“…….”

“그리고 남은 한 놈은 살려둘 생각이다. 왜냐고? 거창한 이유는 없다. 상관한테 이르러 가는 병신 한 명은 있어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스윽.

잠시 정적이 일었지만, 설휘는 어떤 감정이 오갔는지 알고 있었다.

슬쩍 눈치를 주고받는 것이 아무래도 뭔가 손을 쓰려는 것 같았다.

그들에겐 그게 편할 것이다.

기척도 없이 나타났으니,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생각되겠지.

은영단 복장을 하지 않았으니, 외부인사라 생각해서 입막음할 생각일 테고.

전투방식 <턴제>

설휘 역시 대비를 했다.

굳이 턴제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아닌 적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괜히 시뮬레이션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고통 없이 일 합에 죽여버릴 것이 뻔하니까.

그러니 우선 이들을 보호한 뒤, 고통이 천천히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71만/71만

내공 121만/121만

Coin 2개

경지 초절정

전투력 591만

때가 왔다.

자신과 거리가 더 가까웠던 규연의 디딤발이 움직이는 걸 포착했고, 조용히 기다리니 선택창이 떴다.

[경고! ‘규연’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맞대응한다.

▷ 도망간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 가깝지 않았나 할 정도로 다가온 게 좀 짜증 났을 뿐.

<‘맞대응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거의 질주하다시피 달려와 손을 뻗는 규연의 동작이 시야에 잡혔다.

눈에 보이는 순간, 설휘는 망설이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 쓸 기회를 노렸던 ‘초열권마공.’

적수마공과 초극마공의 조합으로 화공이 강화된 이걸 쓰고 싶었다.

다행히 반격은 늦지 않았다.

쩌어어어억!

상대의 주먹과 설휘의 주먹이 부딪치며 굉음이 터져 나왔고, 거의 동시에.

화아아아악!

설휘의 손을 타고 극렬한 불길이 규연의 온몸을 파고들었다.

“쿠왁! 크아악! 크아아아악!”

그 자리에 퍽 주저앉은 규연은 부러진 손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거기다 온몸으로 파고드는 불길에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는 수치가 말해주고 있었다.

[회심의 일격 적중! ‘규연’에게 180만의 상당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규연(奎硏) [사적대 4조 조장]

체력 152만/332만(↓180만)

엄청난 힘의 차이.

체력은 자신보다 높은 상대인데, 그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

한 번에 180만이나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라니.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절호의 기회! ‘규연’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솔직히 놀라웠다.

거의 전투력 차이가 2배 정도가 나긴 했지만, 이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있을 줄이야.

한 방에 쓰러뜨리고 곧장, 상대방의 빈틈을 포착했다.

<‘공격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3초 전으로 되돌립니다.>

“쿠왁! 크아악! 크아아아악!”

설휘는 고통스러워하는 규연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번엔 곧장 움직였다.

마공이 아닌. 그저 주먹 한 방.

하지만 내공을 실은 주먹은 굉음에 가까운 소리를 울려댔다.

뻐억!

규연은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 몸이 떴다.

단순히 날아간 게 아니라,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돈 것이다.

[회심의 일격 적중! ‘규연’에게 99만의 상당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규연 [사적대 4조 조장]

체력 53만/332만(↓99만)

줄어든 체력 수치보다 피해는 월등히 더 커 보였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입을 쩌억 벌린 게 완전히 실신해버린 듯했다.

“죽은 척하지 마라. 아직 몸으로 풀어야 할 게 많이 남았다.”

설휘는 걸어가 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경고! ‘강석’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동시에 눈앞에 빈틈창이 떴지만, 설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아직 남은 사적대 조장 하나가, 기습을 시도 중이라는 거.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순간, 설휘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두 번째를 골랐다.

<‘방어한다’를 선택했습니다.>

거의 눈앞에서 달려들었던, 맞대응한다와 달리 방어한다는 조금의 시간의 간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간격에 적절한 대응을 했다.

푸욱!

비호같이 날아와 내지른 강석의 검이 사람의 몸에 꽂혔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호랑이 가면 사내가 아니란 데 있었다.

“대단한 녀석이군. 자신의 동료를 이렇게 죽이다니.”

“이, 무슨…….”

강석은 눈을 부릅뜨며 극도의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설휘는 그걸 보며 즐겼다.

“변명하기도 쉽지 않을 거다. 방금 네가 펼친 검초와 검의 생김새. 이 모든 게 이 녀석의 몸에 증거로 남게 될 테니까.”

당황함이 황당함으로. 그리고 다시 굳어지는 건 정말로 찰나였다.

“내가 죽인다고 했지, 내 손으로 직접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거든.”

“너, 이…….”

자신의 말에 상대가 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끝까지 듣지는 못했다.

이미 턴제 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절호의 기회! ‘규연’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이번에 설휘는 네 번째를 골랐다.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를 선택하셨습니다. [동][서][남][북] 중 어느 위치로 이동할까요?>

그리고 남쪽.

그의 등 뒤로 이동했고.

“이런 걸 보고 사람들은 흔히 병신이라고 얘길 한다지?”

“이익!”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급히 반격하려던 그의 동작은 너무도 느렸다.

퍽!

복부를 걷어차자, 그는 중심을 다시 잃었고.

뻑!

주먹으로 면상 한 대.

“이익!”

상대의 검을 가뿐히 피하고, 또 면상 한 대.

뻐억!

“하악!”

또다시 찌르는 그의 검을 피하고.

이번엔 강하게 면상을 한 대 때렸다.

뻐어어억!

강석 [사적대 3조 조장]

체력 298/299만(↓1만)

줄어든 체력은 겨우 일만.

하지만 뒤로 물러선 강석은 물리적인 피해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이…… 이이이익!”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림과 동시에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이 새끼아아아아아!”

갑자기 소리치며 혈도를 집어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내공보다 더 월등한 힘을 끌어내는 방식을 이런 상황에서 사용할 줄 몰랐다.

그만큼 설휘의 희롱하는 손놀림에 크디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지랄하네.”

설휘는 그의 분노를 간단한 말로 답해줬다.

그 후.

전투방식 <시뮬레이션제>

싸움방식을 바꿨다.

급발진하는 녀석을 다루기에 이것만 한 게 없었으니까.

<설휘님의 무공 개수를 분석합니다.>

간단한 안내가 나타났고.

<영상을 보여드립니다. 1회 사용>

눈앞에 최적의 수가 나타났다.

* * *

은영단 무공 중에 혈은공(血隱功)이란 것이 있다.

피를 숨긴 무공이라 풀이되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시선을 속여 암살하는 무공이다.

혈은공은 암살하는 무공답게 일격필살의 초식이 다수 들어있다.

그리고 그 초식은 오로지 일격이 아닌 이수 삼수가 같이 모여 있는데, 이는 실패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끝까지 달려들어 숨을 끊는 초식이다.

이것이 바로 살은공이 아니라 혈은공인 이유다.

<소신수마공 육초식 이후, 좌로 두보 반.>

그래서 그런지 최적의 수 역시 먼저 선공을 하라고 나와 있다.

육초식은 소희마공과 마찬가지로 가장 공격적인 초식인 소상기변이다.

철컥.

설휘는 검을 뽑음과 동시에 소신수마공을 펼쳤다.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안개.

‘아.’

그런데 조금 달랐다.

이전에 소희마공을 펼쳤을 때는 흡사 안개가 낀 것처럼 변했는데 지금은.

솨아아아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해무(海霧)가 펼쳐졌다.

“흐아아앗!”

그러니 자연스레 일격필살을 준비했던 강석의 공격은 완벽하게 무너졌고.

‘여긴가.’

좌로 두 보 반을 이동하자, 자세가 무너진 강석이 나타났다.

뻐억!

손에 쥔 칼자루 밑동으로 그의 머리를 찍어버렸고.

상대가 바닥에 엎어진 뒤로는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퍽! 퍼퍼퍽!

피가 튀겼고.

퍼퍼퍼퍽!

뼈가 부서졌고.

퍼퍼퍼퍼퍽!

몸의 골격이 주저앉았다.

철저하게 주먹으로 상대를 때렸고. 고스란히 피해 수치가 전해져왔다.

강석 [사적대 3조 조장]

체력 298/299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1만)……

그렇게 수작업으로 한참을 두들겨 팼을 때는.

강석 [사적대 3조 조장]

체력 32만/299만

그의 체력은 부쩍 줄어 있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는지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는…….”

설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석에게 얘기하는 게 아니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옆에 소령이 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에게 가르칠 내용이 많아질 거다.”

툭툭.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리고 가면이 잘 걸려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곤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알아서 살아남아라.”

그 말을 끝으로 설휘는 뒤돌아섰다.

늘 보고 싶었지만, 그리고 둘이 있을 때 말이라도 걸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 분노. 슬픔. 수치심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한데 엉겨 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대장.”

하지만, 그냥 지나쳐 가려는 자신을 소령이 붙잡았다.

그리고 약간의 틈을 둔 뒤, 말을 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두근.

단순한 말 한마디.

그런데 설휘는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이내 담담히 대답했다.

“무슨 말이냐?”

“…….”

소령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는 듯하더니, 오히려 그녀가 먼저 자신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예? 뭐라고 하셨나요?”

자신을 지나치던 그녀가 갑자기 뒤돌아서서 되묻는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자신을 향해.

‘내가 뭘?’

하지만 의문은 곧 쉽게 해소되었다.

그녀를 통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지문으로 인해.

<소령의 호감도가 46↑ 상승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인 소령의 ‘관심’이 ‘흠모’로 변했습니다.>

<소령의 호감도>

20%[↑66%] : 호감[↑흠모]

이어지는 또 다른 문구.

<1회에 한하여 작은 이벤트가 발동됩니다.>

‘이, 이벤?’

전혀 알 수 없는 글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아래의 보기를 고르세요.>

▶ 입맞춤(가능)

▷ 포옹(가능)

▷ ----(가능)

▷ /-//--(불가)

▷ /=/!!##(절대 불가)

기연인지. 아님 저주인지.

이 녀석은 정말로 나의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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