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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78화 (79/379)

78화.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1)

선택지는 셋.

이 단계를 통과하면 소령의 호감도가 신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리되면 ‘불가’ 항목이었던 ‘조장들과 임무수행’의 선택이 가능해질 터.

‘아직 임무수행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건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과정이 어려웠던 경우, 그것에 대한 보상은 더 컸다는 것.

그러니 지금, 이 질문에 좋은 답을 내어서 어떻게든 성공시켜야만 했다.

▶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 내가 너 좋아할 수도 있잖아!

▷ 야, 됐고. 술 사와!

▷ (´▽`)ノ(가능)

첫 번째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비록 내가 이제까지 여인과 연을 맺어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이 알기로 갑작스런 고백은, 가장 무식한 방법이다.

더구나 설휘는 그녀의 상급자.

상대의 감정을 강요하는 건, 무사 수행 때 만났던 음무기처럼 성욕에 가득 찬 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 야, 됐고. 술 사와!

왜 술을 사와야 하는지.

술을 사 오면 어떻게 되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녀가 사 올 리도 만무하고.

이래저래 정말 아닌 두 선택지를 지우니.

▶ (´▽`)ノ(가능)

‘젠장할.’

마지막에서 이게 나왔다.

과거에 호감도를 최악으로 떨어뜨렸던 선택지.

‘변태적 취향’이라고 말 들은 것도 기억이 나는데, 하필 이 상황에서 이런 선택지란 말인가.

3…… 2……

시간이 줄어든다.

설휘는 어떻게든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제기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ノ’를 선택하셨습니다.>

“…….”

한순간의 정적.

잠시 정지되어 있던 소령의 얼굴이, 곧 바뀌었다.

“하아…… 정말이지. 그 취향은 도저히 바뀌지를 않는군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미안하다.”

설휘는 급히 사과했다.

이미 뱉은 말을 사과한다고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세 번째의 저 뜻 모를 선택지가, 대체 무슨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의 두 선택지가 너무도 안 좋았다. 그것이 설휘가 세 번째를 선택한 이유였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네요. 당신은 음험한 계교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단순한 사람들은 그렇게 머리를 쓸래야 쓸 수 없죠.”

“……?”

이건 욕인가? 아니면 칭찬인가?

잔뜩 움츠려 있던 설휘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대신, 사령대장의 행보에 대해 좀 더 듣고 싶군요. 그간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무슨……?”

“지금으로서는 은영단의 미래. 사령대의 미래는 뻔해요. 그럼에도 왔다는 건, 뭔가 대비가 되어 있다는 거겠죠? 믿을 수 있는 조력자라든가, 포섭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정보라든가. 그런 것요.”

“…….”

조력자? 포섭?

소령의 말인즉슨,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나름 대단한 준비를 하고 사령대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설휘는 뭐라 얘기할 수 없었다.

애초에 선택지문 하나만 믿고 맨몸으로 이 지옥에 뛰어든 자신이다.

우호적인 조력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게, 나는…….”

덜컥!

그때였다.

방문이 급히 열리며 요림이 다급히 들어왔다. 소령과 설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는 순간.

“네. 넷째 제자님께서 오셨습니다!”

요림이 상황을 알렸고, 급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뒤에 절세미남의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 * *

“상황이 꽤 위험했다고 들었다.”

곤마는 침상에 누운 설휘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불민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아니다. 태황각주가 음모를 꾸몄다면, 어지간한 고수를 보내진 않았을 거다. 너는 잘해주었다.”

곤마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청수한 얼굴이 오늘따라 유독 시선을 끌었다.

잠깐의 시선을 마주한 후.

“이걸 받거라.”

[옥용환(玉容丸) 2개를 받았습니다.]

“내상 치료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설휘는 예를 표했다.

영약은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눈앞이 아닌, 도구함에 이미 들어간 것이다.

‘어떤 효능이 있는 걸까?’

설휘는 궁금증 때문에 대화 중에 상세보기를 눌렀다.

[옥용환(玉容丸)]

설명 : 인형설삼과 비슷한 뿌리라 알려진 단환. 구슬만 한 작은 알갱이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음.

효능 : 체력과 내공을 대폭 올려준다. 치료 효과도 있음.

“애써줬다.”

설휘는 곤마의 시선을 받으며, 슬쩍 소령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믿을 만한 뒷배 아니냐는 의미였다.

“…….”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설휘는 그 반응을 이해했다.

곤마는 이미 알려진 자신의 조력자였으니까.

곤마 외에도 무언가 더 대단한, 강력한 세력이나 힘을 가진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터.

타다다닥.

그러던 그때 곤마의 심복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급히 다가와 부복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느냐?”

또다시 시선이 방문 쪽으로 이동했다. 곤마가 물었다.

“그게…… 장로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장로라고? 그가 누군데?”

“백혼 장로입니다.”

“뭐라?!”

* * *

덜컥! 콰당!

그의 등장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곤마가 있는 걸 알면서도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것도 그렇고,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도 그랬다.

“설휘가 다쳤다니? 대체 어디를 얼마나 다친 것이냐!”

방으로 들어온 사람의 첫인상은, 괴인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키는 무려 칠 척. 체구 역시 상당한 거구다.

대신 복장은 무척이나 자유로웠는데, 흔히 개방이라 불리는 거지나 입을 넝마를 입고, 얼굴도 며칠은 세수를 안 한 듯 꾀죄죄했다.

비단 장포로 외의를 입지 않았다면 본교의 장로라 믿기 힘들 정도의 행색이었다.

‘어? 음무기?’

설휘는 노인 뒤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았다.

무사수행 때 보았던 훤칠한 미남의 사내.

무슨 이유인지, 백혼 장로의 첫째 제자라고 했던 이 녀석이 이곳까지 대동한 듯 보인다.

“백혼 장로께서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발걸음을 하신 겁니까?”

곤마가 연유를 물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백혼 장로가 곤마에게 시선이 가자, 그는 상당히 당황했는지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었다.

하기사, 본교의 유명한 장로 측 인사가 은영단 내부에, 그것도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인가.

“아, 곤마 님. 사람을 찾아야 해서, 인사는 나중에 하고…….”

백혼 장로는 대답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침상에 누워 있는 자신과 얼굴이 마주쳤다.

“네가 설휘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

백혼 장로는 갑자기 안색이 밝아지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자신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허허허. 노부의 인사가 너무 늦었구나. 못난 제자 녀석 일로 큰 도움을 받아놓고는, 직접 고맙다는 얘기도 하지 못하고 말이야. 그때는 좀 많이 바쁜 일이 있던 터라, 자네가 이해해 주게.”

“괘, 괜찮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와주신 것만으로도…….”

“어. 일어나지 말게. 어디 보자.”

턱.

급한 성격 때문일까.

그는 상대의 말을 전부 듣지도 않고 설휘의 몸을 진맥했다.

머리와 몸 그리고 혈도 몇 곳을 짚어대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외상이 좀 있긴 해도, 정양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겠군.”

“예.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 그래.”

지나치게 환대를 받는 느낌이라, 설휘는 조금 난처해졌다.

지금 이 자리에는 곤마가 있다.

장로가 곤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만을 후하게 여기는 태도는, 자칫 설휘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힐끗힐끗 곤마를 보니, 그는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얼굴이었다.

그저 무표정.

이제껏 수없는 정치공작에 단련된 사람이라, 이런 것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지도.

“아, 잠시 정신이 없었습니다. 곤마 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뒤늦게, 백혼 장로는 곤마에게 몸을 돌리며 예를 표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백혼 장로. 그보다 괜찮으시면,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얘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팔락.

곤마가 섭선(攝扇, 쥘부채)을 부치며 밝게 웃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뒤끝 하나 없는 말끔한 얼굴이었다.

“아, 그게 말입니다…….”

백혼 장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호탕하게 ‘허허’ 하며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일전에 이 설휘에게 제 못난 제자 녀석의 일로 도움받은 적이 있습니다.”

“허. 그래요? 어떤?”

“아니. 이게 너무 좀…… 개인적인 일이라 자세히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제가 좀 망신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자칫 영영 잃을 뻔했던 제자 놈을, 설휘 덕분에 찾았지요. 곤마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별말씀을. 백혼 장로의 일이라면 저 역시 발 벗고 도왔을 겁니다. 미력한 수하 녀석이 도움이 되었다면 저 역시 감사한 일이지요.”

“하하! 미력하다니요? 정말 훌륭한 수하를 두셨습니다. 이 늙은이가 이제야 알겠군요. 천마께서 곤마 님을 왜 제자로 두셨는지.”

“……아?!”

그 말에 곤마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부르르.

섭선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표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긴 하지만, 꽤나 감격한 모습이었다.

설휘는 그런 곤마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흐음……. 장로급 인물의 칭찬이라.’

백혼 장로는 마교의 장로급 인물 중에서도 상당히 비중이 있는, 뚝심과 기개가 있다고 평가받은 자다.

그리고 장로들은 이제껏 천마의 다른 제자들에겐 호의나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곤마에게 그러지 않았다.

곤마는 그게 너무나 부러웠을 터.

그런 와중에 갑자기, 장로 중에서도 비중이 큰 백혼 장로가 이렇게 은영단에 나타나 자신의 수하를 칭찬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곤마 님. 요즘 꽤 어려운 일이 많다지요?”

“뭐. 제 일이 그렇습니다.”

“버거운 일이 생기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노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즉각 달려오겠습니다.”

“그. 그 말씀은……?”

“들으신 그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곤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백혼 장로는 이른바 중립파. 이제껏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것.

최초로 자신에게 줄을 대는, 장로급 인사가 나타났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거…….’

그리고 그건 곤마뿐만이 아닌, 설휘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이전과 달리 소령이 자신에게 보내는 눈빛이 조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였나요?’라고 하듯이.

[호감도가 신뢰 단계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호감도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소령에게 직접 임무를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드디어!’

설휘는 속으로 환했다.

드디어 모든 조장의 호감도를 채워버린 것이다.

그리고 뜨는 문자들.

[모든 사령대 조장이 신뢰 단계에 올랐습니다.]

[이제부터 요림, 적송, 용진, 소령. 네 사람의 일정표를 짜실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간부로 ‘곤마의 임무 받기’가 해금되었습니다. 이걸 선택하게 되면 일정표는 사라지며, 주 스토리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들의 능력도, 생사도. 오로지 설휘 님 본인의 몫에 달려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와 참고사항들.

거처로 가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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