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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79화 (80/379)

79화.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2)

“그나저나 복장 한번 멋있군? 야밤의 산속이라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모양새야.”

툭툭.

백혼 장로는 호기심이 동했는지, 설휘의 의복을 만져보았다.

“아, 이건 밀리터리… 아니, 위장복이라 합니다.”

“허허. 위장복! 좋은 이름이군. 딱히 은신에 힘을 쓰지 않아도 절로 이목을 피할 수 있을 만한 옷이야. 나에게도 이런 것 하나 구해줄 수 있겠나?”

“아, 여벌이 구해지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거짓말이다.

눈치 때문에 적당히 접대성 대답을 했고, 백혼 장로의 기분을 맞췄다.

옷 이외에도 이것저것 몇 마디 공치사하던 백혼 장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그래, 설휘 대장. 다친 자네에게 염치없게도 노부가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나?”

“부탁이라 하시면…….”

“내 제자인 음무기를 자네 수하로 받아줄 수 있겠나?”

“예?!”

설휘로서는 뜻밖의 말이었다.

그리고 왜 백혼 장로가 음무기와 함께 이곳에 왔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음무기를 수하로 삼으시겠습니까?>

▶ 승낙한다.

▷ 거부한다.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선택창.

설휘는 잠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음무기를 보자, 그의 능력치가 떠올랐다.

[State, 상태 요약]

음무기 [백혼 장로의 첫째 제자]

체력 140만/140만

내공 120만/120만

경지 절정

전투력 248만<+증식(增殖)>

‘그때보다 능력이 대폭 올랐잖아?!’

일 년쯤 되었나.

음무기를 만났을 당시에 그의 전투력은 고작 100만대에 불과했다.

거기다 체력은 고작 40만 정도.

그런데 그간 무슨 수련을 거친 건지, 모든 부분에서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고작 일 년 사이에.

‘그래, 백혼 장로의 부탁이니 이건 받는 게 좋아.’

설휘는 몇 번의 대화로 그의 성향을 파악했다.

말투는 거칠지만, 한번 입은 은혜를 잊지 않는 자.

이럴 때 빚을 지워 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더욱이 음무기의 능력을 보건대, 역용술과 잠영투체술 같은 특수기술까지 익히고 있었다.

여러모로 써먹기에 용이한 인물이었다.

<‘승낙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고맙구나.”

백혼 장로의 안색이 밝아졌다.

확실히 그는 솔직한 성정을 가졌다. 자신의 감정을 표정에 드러낼 만큼.

어쩌면 그저 말썽꾸러기 제자 놈을 떼어놓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백혼장로는 짐 더미를 맡기는 대신, 보상도 두둑하게 내주는 사람이었다.

“내 고마움의 의미로 자네에게 선물을 하나 줄까 하는데. 혹 가지고 싶은 것이 있나?”

그 말과 함께 또다시 선택창이 떴다.

<‘백혼 장로’가 설휘 님께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선물을 받으시겠습니까?>

▶ 영약

▷ 무기

▷ 방어구

▷ 신발

‘오. 이건, 기연이다!’

설휘는 속으로 환호했다.

이젠 선택창만 봐도 어떤 게 좋은지 직감할 수 있었다.

영약. 그리고 무기. 방어구. 신발.

우선 영약이 끌린다.

자신의 체력과 내공은 전투력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니까.

그나마 예오후검이란 무기는 있으니 이건 넘어간다고 치고.

‘신발? 뭘 주고자 하는 걸까?’

그런데, 이제껏 나온 적 없었던 ‘신발’이라는 항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냥 신기 편하고 값비싼, 고급 신발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런 물건은 아닐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침 선택지에 나온 다른 항목들이 다 같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 신발

영약. 무기. 방어구와 같이 선택지에 등장한 신발.

그 말인즉슨, 이 신발은 어지간한 영약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 번 질러볼 만하다.

이건 어찌 보면 기회.

영약도 흔한 것은 아니지만, 영약의 가치를 지니는 신발이라니.

이런 상황이 아니면 언제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신발’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설휘는 네 가지 중 신발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어진 백혼 장로의 대답.

“그래. 그럴 줄 알고 좋은 걸 가지고 왔다.”

<진초혜(眞椒鞋)를 얻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구함에는 진초혜란 신발이 들어가 있었다.

상세보기 란에 급히 시선이 이동했다.

[진초혜(眞椒鞋)]

설명 : 동이족(東夷族)의 한 귀인이 신비한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신. 코와 뒤축에는 구름무늬가 그려져 있다.

효능 : 특수기술 내 한 동작을 줄여준다.

자세히 읽지는 못했다.

백혼 장로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백혼 장로는 설휘에게 짧게 말을 남기며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혼자서 방문을 나갔고, 쭈뼛쭈뼛 서 있던 음무기는 곤마와 설휘의 눈치를 살폈다.

“저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곤마 님.”

“나에게 할 말이 아니군. 백혼 장로께서 추천한 사람이니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설휘. 네가 싫지 않다면.”

스윽.

곤마가 음무기에게 눈길을 한 번 두고는 입을 열었다.

“그보다 정말이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훌륭한 행보를 보였구나. 장하다, 설휘.”

이어진 그의 따뜻하고 칭찬의 한마디.

설휘는 감사의 묵례로 답했다.

한쪽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요림과 고개를 반쯤 내린 소령을 보면서.

그 순간, 환한 빛이 눈앞을 비췄다.

그것은 공간이나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신호였다.

* * *

[은영단 내부 휴양소에서 24일을 요양합니다.]

[7일차 체력과 내공이 회복됩니다.]

[8일차 체력과 내공이 회복됩니다.]

[9일차 체력과 내공이 회복됩니다.]

……

……

눈앞에 뜨는 설휘의 상태창들.

한 달 일정인 만큼,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갔다.

설휘는 늘 그랬던 것처럼 거처로 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 이동 중 이런 게 떴다.

[숨겨진 이야기를 보시겠습니까?]

▶ 본다.

▷ 보지 않는다.

‘숨겨진?’

뭔가 께름칙한 기분.

그런데 또 그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체 뭐기에 숨겨진 얘기라고 이렇게 눈앞에 뜨는 건가.

‘그냥 보는 건데, 뭐…….’

딱히 손해 볼 건 아닌 것 같으니, 설휘는 승낙하기로 했다.

[‘본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솨아아아-

눈앞에 밝아짐과 함께 천장이 다시금 보인다.

굵게 솟은 용마루와 촘촘히 엮인 서까래가 왠지 낯이 익다.

‘아직 요양하던 방인데?’

뭐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은 정확히 12일 차에서 멈췄다.

그렇다면 자신은 여전히 이곳에서 휴양하고 있을 터.

그러던 그때.

“여기 있었군.”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남성이 있었다.

“자넨…….”

사적대장 비군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죽립을 쓰고 나타난 그는, 자신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곤마 님의 숙소에서 괴인들이 습격해와 꽤 다쳤다는 얘긴 들었네. 진작 왔어야 했지만, 수련이 한창이라 오늘에서 겨우 시간을 뺐네.”

“고맙네. 바쁠 텐데, 이리 찾아와주고…….”

“바빠도 와야지. 우린 모두 같은 길을 걷는 자들 아닌가.”

“하긴…….”

설휘는 왠지 모르게 그가 반가웠다.

첫 만남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그와 심하게 싸운 뒤에는 오히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 동질감이 느껴졌다.

“헌데, 몸은 좀 괜찮나?”

“많이 나았네. 말끔히 치료하려면 며칠 더 걸리겠지만, 걱정 안 해도 돼.”

“다행이야. 듣기로 본단에 침입한 괴인이 태황각주의 심복이라는 얘기가 돌던데. 정말로 그렇던가?”

“뭐……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군.”

“끄응.”

비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뿐만 아닌, 은영단 모두가 태황각주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곤마에게도 꽤나 껄끄러운 상대이기도 했고.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은영단이 협력하면 그놈 하나 날려버리는 건 일도 아냐. 다만 문제가 그 녀석을 둘러싼 놈들이 까다롭다는 거지.”

“둘러싼 녀석들?”

“태황각주 외에도 다른 각주들이 있지 않나.”

“아!”

설휘는 그제야 생각났다.

태황각주와 생각을 공유하는 자들.

예전 태황각주에게 임무를 받을 때도, 자신을 모욕하도록 부추긴 녀석이 오천각주가 아니던가.

‘오각주들.’

천마의 첫째 제자인 살마를 떠받드는 충신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요양 잘하게. 나는 수하들에게 내릴 지시가 있어서.”

“수고하게. 와줘서 고마웠네.”

자리에서 일어선 비군.

그는 자신에게 짧게 눈인사를 하고 천천히 돌아섰다.

설휘는 그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뭔가 훈훈한…… 좋았다.

여기까지는.

“잠깐, 할 말이 있는데…….”

‘뭐지?!’

순간, 설휘가 말하고 스스로 놀랐다.

그도 그럴 게, 방금 뱉은 말은 자신이 아닌, 어떤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AI설휘의 행동처럼.

그사이 비군이 뒤돌아보며 묻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자네와의 첫 만남 때 말이야. 내가 물었던 거.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첫 만남?”

“그래, 당시에 일어서는 너를 도발했던 그 말. 대충 ‘(´▽`)ノ'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는데…….”

“……?!!”

순간적으로 눈이 돌아간 비군.

얼굴이 시뻘게지는 건 덤이었다.

“너, 정말……?!”

“아, 오해 말게. 다른 뜻을 가진 건 진짜 아니네. 당시에 내가 자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싶어서 지금 물은 것이네.”

“아, 이 녀석이…….”

비군은 붉게 물든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주먹을 쥘 정도로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결국 입을 열었다.

“개자식아! 내가 왜 네놈의 엉덩이를 움켜쥐어야 해! 어?! 만지는 것도 역겨운데 거길 움켜쥐라 하냐고, 이 새끼야!”

“……아!”

그리고 이번엔 그가 아닌, 설휘가 충격을 받았다.

엉덩이였나…….

그것도 남의 것이 아닌, 내 걸 움켜쥐어 달라고 했었구나…….

그렇게 잠깐의 침묵 뒤에 눈앞은 환해졌다.

처음으로.

이 난처한 상황에서 날 구해준 시간의 흐름에 고마워졌다.

* * *

[25일차 체력과 내공이 완전히 회복됐습니다.]

[설휘 님의 거처로 이동합니다.]

글귀대로 거처다.

눈앞에 시간이 멈췄고, 회복된 자신이 이곳에 있었으니까.

다만 뒤늦게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쳤구나. 내가 그따위 말을 했다니…….”

분노하는 비군도 그러했지만, 소령에게는 정말 못 할 짓이었다.

내 엉덩이를 만져달라고.

아니지, 엉덩이를 움켜쥐어 달라고…….

이걸 소령에게 몇 번이나 말했다고 생각하니, 혼자 있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앞으로 얼굴을 어찌 보나…….”

설휘는 스스로 머리를 뜯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그는 그냥 모르겠다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아무렇지 않은 듯, 뻔뻔하게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만, 영약도 그렇고…… 진초혜인가 그거, 어떤 건지 확인해야지.”

설휘는 급히 도구함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옥용환과 진초혜를 꺼내 보았다.

“보기보다 조금 귀엽게 생겼네.”

옥용환을 직접 꺼내 보니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다.

사람 얼굴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냥 눈하고 입 모양만 닮았다.

“먹어볼까?”

설휘는 그걸 그대로 삼켰다.

곤마가 줬으니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괜히 궁금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설휘 님의 체력과 내공이 대폭 올랐습니다.]

눈앞에 상태창이 보이자, 설휘는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92만/(↑21만)92만

내공 157만/(↑36만)157만

“오!”

설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정도로 많이 오르다니.

그래서 옥용환을 하나 더 꺼내 삼켰다.

[설휘 님의 체력과 내공이 대폭 올랐습니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120만/(↑28만)120만

내공 204만/(↑47만)204만

“드디어 나도 100만대에 올라선 건가.”

설휘는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껏 호감도를 올리느라 크게 고생을 했는데, 이제 조금 그 노고를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이제 신발을 한번 착용해봐야지.”

육안으로 바로 이해되는 것과 달리 이건 좀 궁금했다.

대체 어떤 능력을 자신에게 안겨다 줄 것인가.

그렇게 조금 특이하게 생긴 거죽신을 신으니.

[특수기술 내 한 동작을 줄여드립니다.]

상세보기 때 봤던 문장이 나왔다.

그리고.

[어느 부분을 지워드릴까요?]

풍신(風神)

■ [→] [N(중립)] [↓] [↘] [A] [<4.5배속>]

‘이거였구나!’

설휘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동안 쓰기 힘들었던, 아니 쓰려고 하면 꼭 실패하거나, 도중에 제지당했던 기술.

하지만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무공 ‘풍신’ 아니던가.

‘이건 고민할 필요 없지.’

설휘는 선택은 확실했다.

■ [→] [N(중립)] [↓] [↘] [A] [<4.5배속>]

위 여섯 가지 중 가장 까다로웠던 것.

저것만 없으면 너무도 쉽게 펼칠 수 있는 것.

바로.

[N(중립)]

이것이었다.

[지웠습니다.]

망설임 없이 실행했고.

곧 사대극마공 특성 기술표는 변경되었다.

◆ 사대극마공 특성 기술표 ◆

풍신(風神) : → ↓ ↘, A<4.5배속>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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