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3)
설휘는 옷장을 열었다.
K-밀리터리 복장도 괜찮았지만, 야밤이 아니면 너무 눈에 띄는 게 단점이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 천력 95년, 제 2장-1. 곤마가 제시하는 세 가지의 삶
■ 천력 97년, 제 4장-5. 조장들의 호감도 채우기
□ 천력 95년, 제 3장-8. [핵심무사 성공] 폭풍성장기(Bonus Story) 1년 차.
그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침상에 누웠을 때, 이 문구가 나왔다.
늘 그랬듯 두 번째에 저장했고.
시간이 기록됨과 함께, 지금 설휘가 처한 현 상황을 대변하는 글귀가 나타났다.
■ 천력 97년, 제 5장 Part 3 태황각주의 속내
<시간이 기록되었습니다.>
‘태황각주의 속내라…….’
설휘는 저 글귀를 보며 생각했다.
얼마 전, 태황각주는 곤마에게 모욕을 당했다.
그런 와중에 저 글을 보고 있자니, 왠지 그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설휘는 침상에서 눈을 감았다.
당장 일정표가 나오는 내일, 과연 어떤 문구가 눈앞에 뜰까 궁금했다.
수하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지시를 내리게 될지.
‘그래, 이제부터 저장하는 곳을 변경하는 것도 필요해.’
시간 기록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지점.
그중 첫째는 곤마가 말한 세 가지의 기록이니 놔두고, 설휘는 세 번째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매달 이곳에 저장하기로 생각했다.
이전과 달리, 이제부터는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저장 지점을 다른 곳으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침상에 누운 설휘는 잠에 빠져들었다.
* * *
다음 날.
설휘는 눈을 뜨자마자 문 앞에 섰다.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두 눈으로 빨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력 97년 4월 일정을 정해주세요. (20/36)>
▶ 조장들과 임무수행곤마의 임무 받기
▷ 수하들의 일정 정하기(New)
▷ 의뢰 받기
▷ 무사 수행
‘완전히 바뀌었구나?!’
‘가르치기’와 ‘주변을 돌아다닌다’가 사라지고, 거기에 새로운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겨났다.
생각해보면 조장들의 호감도를 모두 올렸으니, 주변을 둘러본다는 사라진 이유가 됐을 테고.
조장들과 임무수행 역시 본래 있었던 것이니, 결국 새롭게 추가된 건 수하들의 일정 정하기뿐이다.
‘하나씩 확인해보자.’
▶ 조장들과 임무수행곤마의 임무 받기
설휘는 첫 번째 선택지를 선택했다.
정말로 임무수행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하위 단계의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의! 곤마의 임무 받기를 선택하게 되면 남은 일정표의 17개월을 소비하게 되며, 본 스토리로 이동하게 됩니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자, 잠깐!’
순간, 설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접 이렇게 확인해보니 대충 짐작이 간다.
매달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선택을 더는 할 수 없다는 걸.
그리되면 실력을 쌓거나 기연을 얻을 기회 역시 줄어들게 될 터였다.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었다.
애초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차 눌렀던 것이기에 설휘는 급히 취소했고.
▶ 수하들의
일정 정하기(New)
이번엔 두 번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선택했다.
<어떤 임무를 내리시겠습니까?>
▶ 폐관 수련
▷ 직접 가르침
▷ 개인장비 구해오기(무사 수행)
▷ 목표대상 공격
‘오…….’
수하들의 일정을 정하는 선택창.
이전에는 없었던 장면이다.
더욱이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목록이 무려 네 가지나 되었다.
죄다 한 번씩 해보고 싶어지는 목록들이다.
‘우선 폐관 수련부터 시켜볼까?’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주어진 시간 역시 충분했다.
스스로 무공을 키우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지만, 수하들의 능력 역시 중요했다.
그리해야 훗날, 곤마에게 임무를 받았을 때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설휘는 네 가지 선택 중 첫 번째를 선택했다.
<설휘 님이 수하들에게 ‘폐관수련’를 지시했습니다.>
그렇게 선택되었고, 눈 부신 빛과 함께 이번 달의 계획도 시작되었다.
그 과정 중에 또 하나 알게 된 것.
수하들에게 지시하면, 자신은 따로 일정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 *
[요림]
“언제고 한번, 스스로 예리함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적송]
“이것 역시 임무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강한 적과 맞서 싸우려면 기본 소양을 갖추어야겠지요.”
[용진]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소령]
“마침, 개인 수련시간이 부족하던 참이었습니다. 이참에 저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겠습니다.”
조장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폐관수련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다만, 한 놈은 반응은 좀 달랐는데.
[음무기]
“본교로 돌아온 후, 사부께서 허구한 날 폐관 수련을 시켰습니다. 솔직히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음무기는 불평을 내놓았다.
이해될 법도 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녀석의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걸 테다.
그렇게 죄다 한마디씩 한 후, 다시 어둠으로 변했고.
이내 환한 빛과 함께 눈앞에 정보들이 뜨기 시작했다.
[1
일차, 수하들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2일차, 수하들의 모든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3일차, 수하들의 모든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
……
체력, 내공 그리고 전투력 향상이 보였다.
설휘가 아닌 수하들이라는 것만 다를 뿐.
그렇게 한 달 동안 계속된 향상이 있었고, 마지막 날이 당도했을 때.
<수하들의 한 달 폐관수련 결과를 보여드립니다.>
글귀와 함께.
수하들의 능력들이 나타났다.
요림(姚臨) [사령대 1조 조장]
신체 정상
경지 절정
체력 150만/(↑3만)153만
내공 140만/(↑5만)140만
전투력 (↑5만)305만(+감각)
적송(赤松) [사령대 2조 조장]
신체 정상
경지 절정
체력 262만/(↑3만)265만
내공 140만/(↑4만)144만
전투력 (↑5만)325만(+투기)
용진(龍眞) [사령대 3조 조장]
신체 정상
경지 절정
체력 152만/(↑5만)157만
내공 130만/(↑3만)133만
전투력 (↑6만)296만(+감각)
소령 [사령대 4조 조장]
신체 정상
경지 절정
Coin 사랑+3
체력 70만/(↑10만)80만
내공 150만/(↑15만)165만
전투력 (↑10만)165만(+예지력)
이들의 능력을 보던 설휘는 내심 의아했다.
자신이 알던 능력치보다 체력, 내공 등 모든 부분에서 크게 향상되어 있었다.
‘이건, 내가 일원소마공을 가르친 결과다.’
이전 일을 떠올린 설휘는 이들의 능력치가 변화한 이유가 이해가 갔다.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일원소마공 ‘고급’을 가르칠 때, 이들의 능력치가 계속 오르고 있었던 듯했다.
그러니 이제는 소령을 제외하고 조장들 셋은 거의 300만에 다다랐다.
거기다 음무기도 변화했는데.
음무기 [설휘 제자_1]
체력 140만/(↑1만)141만
내공 120만/(↑1만)121만
경지 절정
전투력 (↑1만)249만<+증식(增殖)>
임무를 줄 때 보니 폐관수련을 하기 싫어하는 눈치였는데, 역시나 수치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충분한 도움이 될 듯했다.
그때였다.
<천력 97년 5월 일정을 정해주세요. (21/36)>
‘어? 벌써?’
시간의 흐름은 상식 밖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수하들의 능력이 오름과 함께 곧장 뜨는 일정표.
이번엔 거처의 머무른 시간도 없이 활동이 재개 되었다.
‘당분간 수하들의 능력부터 올리는 게 낫겠지?’
설휘는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계획대로 수하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거로.
설휘는 모든 다시 수하들의 폐관수련을 지시했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 *
‘이거 참…….’
수하들의 폐관수련이 석 달째 접어들 무렵이었다.
이번 달은 능력치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던 폐관수련 첫 달과 달리 두 달째부터 뭔가 조짐이 좀 보이더니, 석 달째에는 거의 능력치가 그대로였다.
‘이건 여기까지 하고.’
<천력 97년 7월 일정을 정해주세요. (22/36)>
<어떤 임무를 내리시겠습니까?>
▷ 폐관 수련
▶ 직접 가르침
▷ 개인장비 구해오기(무사 수행)
▷ 목표대상 공격
설휘는 이번엔 직접 가르치기를 선택했다.
<어떤 수하를 가르치시겠습니까?>
▶ 요림 ▷ 적송 ▷ 용진
▷ 소령 ▷ 음무기
첫 상대는 요림이었다.
[요림]
“대장께서 직접 가르침을 하사하시겠다니. 몹시 흥분됩니다. 꼭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1일차, 요림의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2일차, 요림의 전투력이 올라갑니다.]
……
……
폐과수련과 달리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간혹 요림이 묻는 말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답하는 장면.
고심하는 그의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날.
결과가 눈앞에 나타났다.
[2일차, 요림의 모든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교육이 끝났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림의 말과 함께 뜨는 정보창.
[요림의 전투력이 ↑10만 상승했습니다.]
‘오!’
폐관수련의 성과가 없어, 직접 가르치면 능력이 오를까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이 정도의 성취를 보일 줄이야.
예상외였다.
‘이리된 거…….’
설휘는 이번엔 적송을 선택했다.
수하들의 능력이 올릴 수 있을 때, 이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 * *
넉 달이 흘렀다.
그리고 수하들의 전투력이 대부분 10만 정도가 올랐고, 소령만 유일하게 20만에 가까운 수치가 상승했다.
<천력 97년 12월 일정을 정해주세요. (27/36)>
그리고 다시 나타난 일정.
‘또다시 가르치는 건 효과적이지 못해.’
설휘는 이제 다른 곳에 눈을 돌렸다.
이전부터 계속 궁금했던 ‘개인장비 구해오기’를 선택하려고 한 것이다.
▶ 개인장비 구해오기(무사 수행)
하여 이번 달은 이것을 선택했고.
제각기 수하들의 반응이 나타났다.
[요림]
“마침, 중원의 함수호(咸水湖) 주변에서 봐놨던 장비가 있습니다. 한 달 정도라면 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적송]
“저 역시 수련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느꼈습니다. 이참에 손에 익은 무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용진]
“지금 쓰는 장비도 좋지만, 보조무기 하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참에 중원도 돌아볼 겸, 직접 움직이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소령]
“암기는 장갑의 특성을 많이 탑니다. 이참에 시간을 주셨으니, 적절한 무기를 구해오겠습니다.”
[음무기]
“하하. 기다렸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일전에 중원을 돌면서 제가 점찍어 놓은 무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되면 몇 가지 필요한 물품들을 구해오겠습니다. 대장께서 만족하실 겁니다.”
저마다 흐뭇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조장들.
설휘는 이들의 반응에 의아해하면서도 한편으로 호기심이 일었다.
‘어떻게 되려나.’
그리고 늘 그렇듯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1일차, 수하들의 무사 수행 중]
[2일차, 수하들의 무사 수행 중]
[3일차, 수하들의 무사 수행 중]
……
……
‘어?!’
설휘의 눈이 커졌다.
23일차 때 시간이 멈췄고.
[소령이 돌아왔습니다.]
가장 빨리 돌아온 소령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대장! 꽤 좋은 물건을 구했습니다. 임무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뜨는 정보.
[소령이 천갑비투(天鉀飛投)를 얻었습니다.]
[소령의 전투력이 15% 상승합니다.]
‘어?!’
전투력 향상이다. 그것도 일부 증가하는 게 아니라, 수치상으로 향상.
헌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26일차에 용진이 돌아왔는데.
“원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정보창이 떴다.
[용진이 묵운부(墨雲斧)를 얻었습니다.]
[용진의 전투력이 18% 상승합니다.]
엄청나게 향상된 전투력.
이걸 본 설휘는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간 이들의 손에 맞는 무기가 필요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