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86화 (87/379)

86화. 건곤일척 (1)

[임무 공지란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제 나오는구나.’

홍 의원에게 의뢰를 받았을 때 나왔던 임무 공지.

그게 이제야 설휘의 눈앞에 생성되었다

[Mission Notice, 임무공지]

▼ (펼치기)

▽ (펼치기)

○ 표적. 창룡문주 백양천을 암살하십시오.

○ 소란이 일지 않게 주의하십시오. 소음이 나면 이 근방의 무사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동작이 큰 무공 사용에 주의하세요.

○ 제한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치십시오. 시간을 넘기면, 근방의 무사들이 싸움에 개입하게 될 것입니다.

○ 백양천이 죽기 전, 설휘 님과 수하들 모두는 생존해야 합니다.

○ 백양천과의 싸움 도중, 한 명의 목격자라도 생긴다면, 이 임무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글이 나타났다가 천천히 사라지며, 다시 백양천이 보였다. 그 사이 시간은 10초나 흘렀다.

202…… 201…….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뜨는 빈틈 창.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백양천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익숙한 빈틈 창의 선택지들.

설휘는 지체없이 ‘무공을 쓴다’를 골랐고.

<어떤 무공을 쓰시겠습니까?>

▶ 일원소마공(완벽)

▷ 소신수마공(중급)

▷ 초열권마공(중급)

▷ 사대극마공 ‘풍’(초급)

그중에서 첫 번째를 선택했다.

내공을 발출했다가는 건물이 부서지거나 큰 소음이 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효율적인 검술을 펼치는 무공. 일원소마공을 쓰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일원소마공’을 선택하셨습니다.>

번쩍!

눈앞의 빛과 함께 설휘의 몸이 활처럼 튕기며, 운기조식하던 상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

백양천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설휘가 움직이기 무섭게,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천정을 올려다본 것이다.

하지만, 대응은 너무 늦었다.

“크윽……!”

운기조식. 전신의 기를 단전에 모아 운용하던 것을, 급하게 신체 구석구석 보내기 위해선 의지만으로는 부족했다.

촤아아악!

섬광처럼 뻗어 나간 설휘는 그의 어깻죽지부터 허벅지까지 사선으로 베어버렸다.

‘아!’

아쉬웠다.

회심의 일격이 생각보다 조금, 얕았기에.

[State Summary, 상태 요약]

백양천 [창룡문주]

체력 500만(↓499만)/999만

내공 400만(↓599만)/999만

전투력 772만(↓450만)

‘전투력도 내려갔다니!’

그럼에도 설휘는 속으로 안심했다.

일격에 해치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 정도의 피해를 줬다면 나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으으음…….”

더군다나 상대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져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일격에 당한 외상만이 아니라, 급히 내공을 움직이느라 내상을 입었거나, 혹은 주화입마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백양천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역시!’

틀림없는 주화입마다.

겉으로는 몸을 일으켜 방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몸속에서는 내공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을 터.

▷ 공격한다.

▶ 무공을 쓴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설휘는 이번에도 똑같은 무공을 펼쳤다.

<‘일원소마공’을 선택하셨습니다.>

쩌어엉!

설휘의 찌르기에, 백양천의 몸이 흔들리며 뒤로 밀려났다.

어깨를 찔렸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닌 듯 보인다.

내상을 입은 걸 증명하듯, 입을 타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백양천 [창룡문주]

체력 450만(↓50만)/999만

내공 380만(↓20만)/999만

전투력 772만

공격은 성공적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투력 역시 772만에서 더 줄지 않았다.

“이놈!”

그리고 겨우 몸을 진정시킨 백양천이 드디어 반격을 해왔다.

캉!

일 합의 교차.

카카카캉!

그리고 수 합의 이어진 교차.

‘……!’

설휘의 눈이 커졌다.

상대의 검술에서 기이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카카카카카카캉!

삽시간에 수십 번의 공방이 일어났다.

물러서면 죽는다.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몸 여기저기를 긋고 지나가고 있었음에도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한 치 잘못 디디면 절벽에 떨어질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설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대체 이런 검술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검술.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검식을 보며, 설휘는 죽음이 어른거리는 중에서도 감탄을 내뱉었다.

날카롭고 깨끗한 검선이 펼쳐졌고, 실용적이며 효율적인 설휘의 검과 맞닿았다.

이런 건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어찌 사람이 휘두르는 검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마치 화창한 날에 절세미녀가 홀로 추는, 그런 검무(劍舞)를 보는 듯했다.

“누구냐?”

잠시 교착상태에 빠졌을 무렵.

백양천이 물었다.

“누가 사주를 했느냐!”

상대의 눈이, 흰자위가 노랗게 보였다.

시신경이 망가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증거. 주화입마에 빠진 증상 중 하나다.

‘…….’

설휘는 말할 틈도, 그럴 여력도 없었다.

눈앞의 시간대를 보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기에

109…… 108…….

“흐. 그래. 말할 생각이 없으시다?”

백양천은 검을 고쳐잡았다.

그 모습에 설휘 역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쩌어엉 쩡!

다시 몇 번의 교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번엔 설휘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초조함 때문이다.

상대의 공세가 너무 날카롭다. 막자니 시간이 가고, 반격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도 이런 걸 배울 기회가 있다면…….’

그런 와중에서도 설휘는 무공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화산파의 검술.

언뜻 보면 그저 화려하게 뻗는 것 같아 보이나, 실상 마주하면 검이 움직이는 방향과 머무르는 위치 하나하나 예리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초식과 초식 사이의 연계 움직임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정석을 따라 기본을 지키는 일원소마공과는 또 다른 정석.

설휘는 백양천의 검술에 수많은 현인의 삶과 생각이 묻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제길, 너무 시간이 없다!’

설휘는 자신과 자신의 체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108만(↓12만)/120만

백양천 [창룡문주]

체력 492만(↓8만)/999만

팽팽한 공방은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는, 공방만 주고받다가 시간이 끝날 것 같았다.

80…… 79…….

계속된 교전. 그리고 서로의 공방.

채채채챙!

백양천의 검은 면면히 이어졌다.

설휘는 흐름을 끊는 데 주력했다.

그러니 공세는 상대가 더욱 강한 데 비해, 설휘는 방어적인 자세로 끌려가는 형국이 이어졌다.

“이놈! 대체 넌 누구냐!”

상대의 호통에 설휘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로지 눈앞에 줄어드는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56……55…….

‘판단해야 한다.’

도저히 틈이 없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들어갔다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내공 발출로 소란이 일어서도 안 된다.

‘그래, 그 방법밖에 없어.’

설휘가 검을 느슨하게 내리자, 상대의 눈이 커졌다.

무슨 꿍꿍이가 있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설휘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그때 백양천은 움직였다.

[경고! 백양천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상대에겐 기회였지만, 이건 설휘가 의도했던 것.

노림수다. 다만,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 맞대응한다.

▷ 방어한다.

▷ 도망간다.

설휘가 맞대응한다를 고르자.

“악!”

예상보다 백양천이 너무 앞에서 검을 휘둘렀고.

피한다고 했지만, 피해를 입고 말았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68만(↓40만)/120만

‘한 번 더!’

[경고! 백양천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설휘는 또다시 의도적으로 빈틈을 보였다.

그리고 맞대응.

쩌어엉!

섬전처럼 꿰뚫어오는 공격에 어깨를 찔렀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35만(↓33만)/120만

‘한 번 더!’

설휘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허점을 보였고, 상대의 빈틈창이 뜨면 맞대응을 골랐다.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상대방이 자신의 목을 베려고 드는 일격.

쩌어엉!

하지만, 백양천은 예상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옆구리를 베어 왔고.

가까스로 방어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11만(↓24만)/120만

‘한 번만 더…….’

충혈된 눈으로 설휘는 다시금 검을 늘어뜨렸다.

15…… 14…….

줄어드는 시간만큼, 더욱 적나라하게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고 있었다.

[경고! 백양천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설휘는 맞대응한다를 선택했고.

휘이이익!

그 순간 설휘의 눈이 커졌다.

눈앞에서 휘두르는 검의 방향이, 자신이 원했던 목을 노린 수평베기였던 것이다.

휙.

설휘는 엉덩이가 닿을 만큼 깊게 숙였다.

그리고 곧장 그 자세로 앞으로 머리를 들이밀었고, 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와있는 상대의 가슴에 손을 댔다.

“……?”

허를 찔렸다는 표정의 백양천.

하지만 단순히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지금 자신이 펼치는 이 동작은 바로 사대극마공의 풍신.

이제껏 사용하지 않았던.

풍신검도 아니고, 풍신권도 아닌. 풍신장(風身掌)이었다.

건물이 부서질 것을 염려했던 설휘가 고안해낸 한 수인 것이다.

구구구구궁!

바람은 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백양천의 가슴. 그 안에서 폭풍이 터진 것이다.

“크아아악!”

괴성과 함께 백양천이 벽까지 밀려 나가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6…… 5…….

시간은 가고 있었지만, 설휘의 시선은 계속 고정되었다.

계속해서 빈틈을 만들다 보니 자신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본 상태였다.

그래서 이 방법을 쓴 것이다.

그리고.

3…… 2.

시간이 멈췄다.

동시에.

[임무에 성공하셨습니다.]

눈앞에 뜨는 글귀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들.

“대장.”

“처리하셨군요.”

탁. 타닥.

어떻게 온 것일까. 천장에서 하나둘씩 조원들이 내려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괜찮으십니까?”

그중에서 소령의 말에 설휘가 반응했다.

“뭐.”

짧게 미소지어 보였고,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말했다.

“이제 벗어나자.”

[긴급! 추가 임무란이 생성되었습니다.]

“……?!”

그때였다.

설휘의 고개가 옆으로 홱 꺾였다. 뭔가 더 있다는 말인가?

“사람이 있었군.”

“……!”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제한시간 안에 처리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리가 들린 것이다.

음무기가 슬쩍 장지문 사이를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대장. 이거…… 포위된 것 같습니다.”

“뭐?!”

설휘는 믿을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나오지? 이미 알고 왔으니까.”

바깥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저벅.

설휘가 걸어 나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엔 눈을 의심할 만한 녀석과 수십 명의 무사가 서 있었다.

“다시 보는군.”

상천장(桑天長) [태황각 서열_3위]

신체 정상

경지 초절정

체력 440만/440만

내공 450만/450만

전투력 720만

그 녀석도 있었고, 새로운 녀석도 보였다.

어이없게도, 그는.

이구명(李球明) [구종명 제자]

신체 정상

체력 440만/440만

내공 450만/450만

전투력 1200만

예전에 자신을 죽였던, 화산파 구종명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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