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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87화 (88/379)

87화. 건곤일척 (2)

“살수들이 침입하다니…….”

“그럼 창룡문주께서는 어찌 된 거지?”

주변의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낯선 녀석들이 백양천의 거처에서 나왔으니, 저런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다만, 설휘는 주변에 몰려온 무사들보다 상천장에게 더 시선이 갔다.

“대장. 저 녀석이 어찌 여기에 있는 겁니까?”

옆에 다가온 용진이 말을 걸어왔다.

그도 알아차린 것이다.

귀공자풍의 인상착의.

당시 금만중과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료 조사 중에 금만중의 호위무사인 상천장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다.

다른 수하들도 그럴 테고.

- 그건 괜찮습니다. 그쪽에 아는 사람 한 명을 섭외해 두었으니까. 늘 그렇듯 세속에 밝은 사람이 있지 않소? 허허허.

설휘의 머릿속에는 차츰 흩어졌던 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화려한 비단 도복. 구종명의 제자라는 자. 그가 바로 금만중이 포섭했다는 인물일 터.

결국, 이 사건을 계획한 녀석은 상천장이다. 태황각주와 구종명과의 관계를 볼 때, 저들의 관계 역시 단순하지만은 않은 터.

“이놈! 백양천 문주 님을 어찌 한 것이냐!”

긴 머리카락을 묶은 사내.

매화 문양이 수 놓인, 화산파 특유의 화려한 도복을 날리며 이구명이 호통을 쳤다.

설휘가 아무 말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상천장이 말했다.

“제가 뭐라 했습니까? 금만중 어르신을 겁박할 때부터 의심을 거두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들은 돈을 노리고 이곳에 온 것입니다.”

‘겁박이라고?’

설휘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신들은 금만중을 겁박한 후, 백양천을 죽인 살수가 되어 있었다.

“감히 백양천 문주 님을 죽이다니! 내 절대로 그냥 보내지 않겠다. 뭣들 하느냐? 주변을 막아서지 않고!”

“옙!”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이구명.

그리고 그의 말을 따라 주변을 철통처럼 막아서는 창룡문도들.

설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제야 이해되었다.

자신들에게 ‘계획 날짜’를 제시한 건 상천장이다.

그래놓고 이곳에 나타나, 의도적으로 금만중을 언급하며 바람을 잡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이 일과 관계없다고 공표하는 것. 그리고 죽은 백양천의 창룡문을 화산파 출신인 이구명에게 넘기기 위한 작업일 터.

화산파 출신과 그에 따른 인맥. 그리고 복수라는 목적을 통해서 명분과 이득을 동시에 얻으려는 것이다.

“이젠 너희들은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상천장의 외침에 설휘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때마침 뜬 글귀 때문이었다.

[‘상천장’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 임무 : 상천장 제거.

성공 시 : 전투력 증가.

보상물품 : 혈수마공서

“너희들은 독 안에 든 쥐다.”

이어지는 이구명의 외침.

그리고 차례로 나타난 글귀.

[‘이구명’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 임무 : 이구명 제거.

성공 시 : 전투력 증가.

보상물품 : 매화검법서

‘어차피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다.’

잠깐이나마, 수하들을 데리고 탈출을 해보려던 설휘의 고민은 사라져버렸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지만, 어찌하면 한 명 정도는 저승으로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이기만 하면 되니, 동귀어진을 펼치면 어찌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혈수마공서는 탐나는 무공이다.

본교의 대표적인 극양의 무공으로, 성취에 따라 광범위한 불꽃을 만들어내는 마공.

태황각주의 화온마공의 근원이며, 본교를 대표하는 무공이기도 했다.

‘그게 있으면.’

다만 설휘는 혈수마공보다, 그것을 얻게 되면 본인의 무공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무공과 무공을 조합해서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극마공과 혈수마공을 조합하면 과연 어떤 무공이 나올 것인가?

‘매화검법도 얻을 수 있다면…….’

백양천과의 전투에서 받은 충격.

이제껏 자신이 알고 있던 검술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준 무공이다.

그러니 매화검법을 얻을 수 있다면 한차례 경지 높은 검술을 구사함은 물론, 나아가 검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것 같았다.

“대장, 어떻게 할까요?”

요림이 물어왔다.

수하들의 얼굴은 바짝 굳어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도망가라.”

설휘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나직이 말했다.

“굳이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필요는 없다. 내가 신호를 주면 그때 움직이면 된다.”

사실, 이 싸움에서 수하들까지 자신의 밑거름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오자는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었으니, 수하들에겐 어떠한 잘못도 없었다.

그런데.

“대장.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같이 싸워야지요.”

“세상에, 대장을 앞에 두고 도망치는 수하들도 있습니까?”

설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요림과 적송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반박해온다.

거기다.

“난, 언제고 이런 상황을 기다려왔습니다.”

용진과.

“사령대의 힘을 보여줍시다. 대장.”

비장한 결심을 한 소령까지.

그런데 조장들도 그러했지만, 마지막에 말한 음무기의 대답은.

“언젠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예상치 못해서인지 조금 감동적이었다.

어쩌다 사부 밑에서 자신의 밑에 와서는 이런 위기를 만들어버렸으니.

“너희들을……. 잊지 않겠다.”

설휘는 각오했다.

이번 싸움 이후로, 다시는 조장들에게 이런 위험을 만들지 않기로.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욱 강해져야 할 것이었다.

‘반드시 한 명이라도.’

그렇게 다짐하던 설휘의 눈에.

<수하들이 전투태세에 돌입합니다. 턴제의 경우 수하들의 전투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건 또 뭐지?’

당황하는 설휘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전투방식.

<수하들의 전투방식은 총 5가지로 아래와 같습니다.>

[집중공격]

설명 : 방어를 도외시하고 목표대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수하들의 최대전력을 한 개인에게 쏟아냅니다.

[각개공격]

설명 : 먼저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합니다. 이후, 각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적을 공격합니다.

[보조공격]

설명 : 뒤에서 설휘 님을 보좌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설휘 님의 안전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임의공격]

설명: 원하는 임무를 내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전투방식이 뜨자, 설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곧장 알아챘다.

집중공격.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누굴 대상으로 집중공격하시겠습니까?>

▶ 상천장

▷ 이구명

고민은 잠깐이었다.

상천장은 자신이 맡는다.

그러니 이구명을 공격하는 게 맞았다.

수하들의 전투방식 <집중공격 : 이구명>

“알겠습니다.”

“예.”

선택하자마자, 수하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설휘 역시 공기가 달라짐을 느꼈다.

슬금슬금.

때마침 창룡문 무사로 보이는 서너 명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모두 전투력이 50만에 달하는 걸 보면, 나름 창룡문에서도 이름 있는 실력자일 터.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실수였다.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창룡문 교두_1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창룡문 교두_2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창룡문 교두_3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설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하게 했다.

‘그래. 도구함에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게 있잖아.’

설휘는 급히 도구함을 열었다.

▶ 도구함을 사용한다.

하여 이걸 선택했고.

▶ 회복

회복 목록에 있는.

▶ 환속영신단

▷ 금창약 3개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영약, 바로 이것을 골랐다.

그 결과.

<체력과 내공이 일부 회복됩니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33만(↑20만)/120만

내공 240만(↑11만)/240만

체력은 거의 삼분지 일가량 회복했고 내공은 거의 다 회복했다.

‘이 정도도 어디냐!’

그리고 또다시 선택해야 하는 교두_2의 빈틈창.

▶ 도구함을 사용한다.

도구함을 열어 이번엔 금창약을 사용했다.

<체력이 소폭 회복됩니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체력 33만(↑0.1만)/120만

내공 240만/240만

이것은 거의 효과가 없다시피 했다. 더는 쓰지 않는 것이 나으리라.

그리고 마지막.

교두_3의 빈틈창.

▶ 상대의 지척까지 다가간다.

설휘는 이것을 선택했고.

<[동][서][남][북] 중 어느 위치로 이동할까요?>

라는 말에 동쪽을 선택했다.

이유가 있었다.

눈앞이 번쩍이자마자, 그의 바로 옆에 나타난 설휘.

그의 눈에는 보는 방향은 달랐지만, 일렬로 서 있는 세 명이 보였고.

설휘는 바로 기술을 펼쳤다.

바로 풍신검이었다.

쿠아아아앙!

동작은 간단했다.

아래, 우하단, 그리고 앞으로 나가며 검을 드는 동작.

하지만 누구도 무시 못 할 기의 폭풍이 검신을 타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크아악!”

“우악!”

“아악!”

이들은 감히 방어하지도, 방어할 생각도 못 했다.

설휘가 생성한 기류에 의복이 찢어졌고, 몸이 그대로 말려 들어감과 동시에 하늘로 솟구쳤다.

거기다 뇌전까지 감싸며 그들의 몸 내부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쿵! 쿠쿵!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무사 셋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 무슨!”

압도적인 힘 앞에 무사들은 경악했다.

그중에 온몸을 떠는 이도 있었고, 일부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는 무사도 있을 정도였다.

“쳐!”

그 순간 터져 나온 설휘의 외침.

타타탓.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하들은 저마다 도약하며 이구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 * *

턴제.

상대의 빈틈을 활용하는 전투방식.

설휘는 그동안 턴제를 주기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방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AI설휘나 시뮬레이션과 비교하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크게 느꼈다.

이건 전혀 쓸모없는 게 아니다.

전투 중 회복은 놀라웠고, 상황에 걸맞은 공격은 변수를 상당히 줄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느꼈다.

턴제의 제일 좋은 점은 바로 이것.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창룡문 무사_15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전투력이 떨어지는 적을 상대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거기다 이 공격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 것은 음무기를 수하로 받아들이면서 백혼장로가 주었던 신발.

그것으로 더욱 쉽게 발현되게 변형된 기술.

바로 사대극마공의 풍신이었다.

“으아악!”

“아아악!”

사방에서 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주변에 백 명이 넘게 몰려온 무사들은 누구 하나 저항도 하지 못하고 기의 폭풍에 쓸려나갔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대처하지 못했다.

설휘의 움직임은 전광석화처럼 빨랐으며, 무공은 압도적이었고, 내공은 무한했다.

휘이익! 휘이이익!

사방에서 기의 폭풍이 무사들을 죄다 날려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유리함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고! 상천장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이제껏 뒤에서 지켜보던 상천장이 자신의 싸움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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