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99화 (100/379)

99화. 전투력 증가 (1)

전투력 증가의 비밀.

설휘는 그것이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학에 대한 깨달음이라 보았다.

특히 정도 무공에서만 발생했던 전투력 변동은, 그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방식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여겼다.

내공을 위주로 성장하는 마도인과는 달리.

정도의 무공들은 대부분 정신수양과 체력에 중점을 두며 수련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전투력이 향상된 일이 있었지.’

소희마공이었던가.

몇 번의 전투 경험으로 뇌리 속에 박힌 초식들이 익숙해질 때쯤 숙련도가 한 계단 상승했었다.

그로 인해 전투력이 대폭 오르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전투력 증가라는 저 현상은 결국 무학의 성질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숙련되어 있느냐에 따라 반응한다고 봐야 했다.

다시 말해, 설휘가 소지한 마도 무공 중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초식들이 있다면.

자신의 전투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 내가 소유한 무공이…….’

설휘는 자연스레 자신이 소유한 무공들을 살폈다.

[무공목록]

<일원소마공>(완벽)

<소신수마공>(중급)

<화온마공>(흉내내기)

<사대극마공 ‘풍’>(초급)

네 개의 주력 무공.

그중 최근에 습득한 무공이 눈에 들어왔다.

화온마공.

혈수마공과 초극마공이 조합되어 탄생한 마공으로, 아직 실전에는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그 말은, 초식을 능숙하게 쓰기만 해도 무학의 이해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것.

“너, 정신이 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때마침, 이구명이 물어왔다.

꽤 중한 상처를 입고도 오히려 이런 상황을 반기는 듯한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낀 것일 터.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또렷해.”

설휘는 검을 들어서 내기를 주입했다.

상황이 이리된 거, 화온마공을 펼쳐 그를 제압하려는 생각이었다.

화르르륵!

검 끝에 화온마공의 내기를 주입하자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던 이구명이 순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이, 이건…… 삼매진화?!”

삼매진화(三昧眞火)는 진기로 불을 일으키는 것.

절정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거기다, 극양의 무공을 반드시 익혀야만 펼칠 수 있는 무공 아닌가.

화아아악!

맹렬한 불꽃이 검신뿐만 아니라 설휘의 어깨까지 타고 올라오자, 이구명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쳤다.

스슥.

위압감도 그렇지만, 근접해서 싸우는 건 결코 좋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권식 16개, 검식 8개.’

그 사이, 설휘의 머릿속에는 화온마공의 초식이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화온마공의 검술은 모두 8개의 초식으로 나뉜다.

필살의 초식 2개를 제외한, 공세적인 초식 3개와 방어적 일반초식 3개가 그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초식이 6개뿐임에도 화온마공은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설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실전을 펼칠 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저돌적으로 달려듦과 함께, 검을 휘두르며 첫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구명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검을 받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는 나름 생각한 대응방법이었다.

매화검술은 화려하다고만 알려졌지만, 실상은 매우 빠르면서 정교함이 가장 큰 무기다.

검을 한 번 섞은 뒤, 이어지는 연계 초식에서 충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믿었다. 그런데.

콰앙!

두 검날이 서로 부딪치자마자, 이구명은 잠깐이나마 큰 혼란에 빠졌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충격.

이는 단순히 내공이 심후해서가 아니었다.

상대의 검날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어찌된 것인지 그의 정신을 흔들어놓아, 일순 동작 불능 상태로 만든 것이다.

‘이 무슨…….’

그제야 이구명은 상대의 불길이 단순한 삼매진화가 아님을 깨달았다.

검을 맞닿는 순간 잠식해오는 불의 고리.

그것이 폐부 깊숙이 침투해 오장육부를 뒤흔드는, 상대의 마공이라는 것.

화아아악-!

이어지는 두 번째 공격.

이구명은 감히 맞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피해냈다.

그렇게 상대의 휘두름을 피하기를 몇 차례.

이구명에게 다시금 위기가 찾아왔다.

“하아압!”

그의 동선을 미리 파악한 설휘가 불길을 쏘아냈다.

이는 화마(火魔)였다.

형체 없는 검기에, 불길이 달라붙은 기운.

이구명은 부지불식간에 검기를 쏘아 방어해냈지만.

데굴데굴.

뒤로 몸을 구르는 망측한 동작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아. 하아.”

퍼뜩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킨 이구명은 천천히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의 지척까지 다가온 불길이 바닥에 옮겨 붙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화마에 잡아먹힐 뻔한 것이다.

‘괜찮아. 이 정도의 내공을 소모했다면, 상대가 훨씬 더 빨리 지칠 것이다.’

그럼에도 이구명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일격 하나하나가 대항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나, 저런 식의 무리한 내공 사용은 초보들이 하는 실수다.

그러니 상대가 무리한 공격을 퍼부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마땅해 보였다.

‘이런 실수를…….’

설휘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화온마공을 몇 번 펼치지 않았음에도, 내공이 반 이상이나 날아가 있었다.

초식 하나하나가 엄청난 내공을 담보했기 때문이다.

내공 115만(↓125만)/240만

‘아직까지 화온마공의 숙련도는 오르지 않는구나.’

사실상 모험을 하긴 했다.

화온마공.

숙련도가 올라가면 필시 전투력도 상승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무턱대고 계속 운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한 적이 아니면 숙련도를 빠르게 올릴 수 없어.’

혼자서 수련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일원소마공도 몇 달 동안 수련을 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니 화온마공 같은 상승무학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게 불 보듯 뻔했다.

파팟.

설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번엔 이구명 쪽이 움직였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지척까지 다가오지 않고 세 개의 검기를 동시에 쏘아냈다.

촤아아악!

화마로 검기를 막아내는 설휘.

그 순간, 열기가 걷히기도 전에 눈앞으로 이구명이 도약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절호의 기회! '설휘' 님이 이구명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턴제 발동.

오히려 그 턴제가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다.

잠깐 고민하던 설휘는 곧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냈다.

‘이놈. 공격 의사가 없었구나!’

죽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덤볐다면 오히려 이쪽에 빈틈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적의 빈틈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구명이 제대로 싸울 의사가 없었다는 것.

‘이왕 이리된 거…….’

설휘는 맘을 굳혔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려보고 싶었다.

▶ 공격한다.

해서, 선택한 것은 바로 3초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촤아아악!

화마로 검기를 막아내던 그때로 시간이 되돌아갔다.

그 순간, 설휘의 눈에 빛이 났다.

“화염공(火焰功)!”

곧장 펼치는 화온마공 필살의 초식.

바닥에 칼을 꽂으면, 응축된 열기가 땅에 거대한 균열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균열 틈으로 기화되지 않은 열기들이 솟아오르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마공이었다.

그리고 그건, 정확히 먹혔다.

콰콰콰콰쾅!

여러 번의 폭발과 함께 일대가 뒤흔들렸다.

엄청난 열기와 폭발의 향연.

삼 장 내에서 화마가 솟아오르며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

그리고 오 장 너머로, 얼굴에 열기와 모래를 잔뜩 끼얹은 사내가 들어왔다.

“이런 미…….”

그는 꽤 심각한 상처를 입은 모습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마공을 펼칠 줄은 상상도 못 한 얼굴이었다.

얼굴도 반쯤 익어 있었고, 옷도 불에 그슬려 반쯤 타버렸으니까.

‘이런 망할…….’

헌데, 오히려 설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급히 펼친 화염공으로 이구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범위가 좁았다.

본래 십 장에 가까운 위력이 나야 했지만, 부족한 내공 때문에 고작 삼 장이 한계였다.

그러니, 상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고 저리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공 5천(↓114.5만)/240만

‘겨우 5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설휘의 눈에 더욱 절망감이 맴돌았다.

고작 5천이다.

그 많던 내공이 거의 다 소진된 것이다.

그런 그에게.

[화온마공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전투력이 증가합니다.]

때마침 원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대했던 성과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설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너무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황을 바꾸기에는, 내공이 턱없이 부족했다.

분명 그러했다.

그걸 보기 전까지는.

<화온마공 특성 기술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특성 기술표?’

순간, 설휘의 눈이 커졌다.

소희마공과 사대극마공에서만 나왔던 특성표가.

갑자기 여기서 튀어나온 것이다.

◆ 화온마공 특성 기술표 ◆

[기 모으기(기적, 氣積)] : A B C D (힘주기)

‘이게 뭐야?’

잠깐 동안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건 기적(氣積)이었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가리키는 기적(奇蹟)과 다른 말처럼 보이지만.

설휘는 그 기적 또한 같은 것이라 보았다.

왜냐하면 오른 손과 왼 손, 오른 발과 왼 발에 힘을 주자마자, 내공이.

[내공이 증가합니다.]

내공 5.5만(↑5만)/240만

내공 10.5만(↑5만)/240만

내공 15.5만(↑5만)/240만

계속 치솟기 시작했으니까.

* * *

“그래도…… 이제는 힘이 바닥난 것 같은데.”

화상을 입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이구명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상대는 이미 상당한 내력을 쏟아 부었으니, 이제 더는 똑같은 힘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은,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활약할 시간대란 것이다.

-그오오오오.

“뭐하는 거야?”

그럼에도 혹시나 몰라 천천히 접근하던 이구명의 눈에 의아함이 맺히기 시작했다.

상대가 갑자기 두 손을 불끈 쥔 채. 뭐라고 중얼거리는 걸 본 것이다.

그리고 이내 그의 몸에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뭔가 심상치 않았다.

바닥을 드러내야 할 내공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의 주위에서 진기가 샘솟고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며 이구명은 숨을 골랐다.

조금 전에 광범위하게 퍼진 폭발 탓인지 선뜻 달려들기가 꺼려졌다.

‘저, 저놈! 혹시 내공을 모으는 거냐?’

하지만,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구명은 곧장 질주하며 달려나갔고.

그때.

휘이이이잉.

어느새 기운을 갈무리한 설휘가 곧장 반격했다.

극음의 무공이라 불리는 소신수마공의 등장이었다.

쩌어어엉!

“……!”

이구명은 눈앞을 뒤덮는 결빙 조각들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그것들이 몸에 닿자마자, 일시적으로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쏘아지는 한 줄기 얼음 결정.

아니, 그것은 얼음을 머금은 검이었다.

‘고수다.’

찰나간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극양의 마공을 펼치고, 또다시 극음의 마공을 펼치는 절정의 고수.

대체 이 자는 누구일까 하고.

그리고 그 상념은.

“커헉!”

복부를 정통으로 꿰뚫어버리는 설휘의 검 앞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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