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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01화 (102/379)

101화. 긴 여정을 떠날 준비 (1)

“어떻게 오신 겁니까?”

시종들이 방안의 시체를 치우자, 금만중은 재빨리 설휘에게 의자를 내주었다.

그는 행동거지가 깍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던 그때 나타난 구원자가 아닌가.

“그간 사람이 필요하다 요청하셨다는 얘길 들었소.”

“아, 정말 기가 막힌 순간에 오셨습니다.”

금만중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연했다.

사실 눈앞의 사내가 본교의 사람이란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창룡문주와의 협상.

그때 제시한 금액이 본교에서 어려움을 토로할 때 언급했던 그 액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더욱이 이번 본교에서는 상천장보다 강한 고수를 보내왔다.

창룡문주인 백양천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요원이란 사실이 그의 가슴을 더욱 뛰게 했다.

“아까도 들었다시피. 대충 협상이 매듭된 거 같으니 매달 본교, 정확히는 은영단에 넘겨주시는 금액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물론입니다.”

그는 배시시 웃으며 설휘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다 어딘가 무미건조한 상대의 반응에 빠르게 미소를 숨겼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 후, 금만중이 다시 물었다.

“헌데, 요원님. 조금 전에 일러두긴 했다지만, 저들이 순순히 물러날까요?”

그는 걱정을 완전히 덮어두진 못했다.

창룡문주가 순순히 물러날 정도라면 그동안 노골적으로 관리지역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터.

하지만, 사내의 생각은 달랐다.

“그럴 거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어떤 이유인지 여쭤 봐도…….”

“당신은 굳이 말해줘도 모를 거요.”

설휘는 백양천과 헤어지기 전에 했던 얘기를 떠올려보았다.

- 나를 노릴 놈들도. 그리고 너도 그렇고.

이 말은 단순한 추측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전생에서 상천장이 이구명을 끌어들인 이유.

분명 그것은 창룡문을 차지하려던, 그들의 야심을 눈으로 목도했다.

그 점을 미루어 볼 때, 백양천 역시 그런 외부의 조짐을 모를 리 없다고 판단했다.

금황상단의 관리지역을 압박하는 것도 아마 그런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을 터.

“그건 그렇고…….”

설휘는 찻잔을 집어 한 모금 마시며 금만중 머리 위의 글자를 재차 확인했다.

[봉인해제술서 1개]

갑자기 저 문구를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때마침 금만중의 물음에 설휘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보이는 대로 말했다.

“혹, 그대는 봉인해제술서란 걸 들고 있소?”

“예?”

“봉인해제술서 말이오.”

“그게 뭔지…….”

‘이 방법은 아닌가?’

금만중이 전혀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설휘는 다시금 고민했다.

머리 위에 가리키는 것을 본인이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좋을까.

그러던 일순.

촤르륵.

설휘는 자신이 사용하던 예오후검을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이 검에 봉인이 걸려 있는데…… 혹, 그대는 방법을 아시오?”

“……!”

한순간, 눈을 휘둥그레 뜬 금만중.

그러다 이내, 탁자 위로 시선이 내려가다가 조심히 물었다.

“잠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오.”

조심스레 검을 집어 드는 금만중.

검날을 유심히 보던 그가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 검은!”

금만중은 소리를 내지르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이내 설휘의 시선이 그에 맞춰지자.

“사대극마검 중 하나인 예오후검 아닙니까!”

“사대극마검? 사대극마검이라고?!”

이번엔 설휘도 놀랐다.

사대극마검.

천마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사대극마공을 건네주며, 보검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특성에 따른 네 개의 검들.

그것들을 가리켜 사대극마검이라고 했다.

“확실합니다. 검자루와 검사이를 잇고 있는 청옥(靑玉). 필시 마력을 주입할 수 있는 수정구일 겁니다.”

“마력?”

“예. 잠깐이나마 마공을 붙들 수 있는 보석을 말하지요. 더욱이 일정의 힘을 부여하게 되면 이 검이 가진 고유의 기운이 강한 힘을 생성해낼 겁니다.”

“그럼. 그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거지?”

“잠깐 기다려보십시오.”

금만중은 한쪽 구석에 있는 수납장을 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한참을 주섬주섬 살피더니 ‘여기 있다!’ 하고 혼자서 외쳤고.

이내 책 하나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이 책에 지, 수, 화, 풍의 상수학 풀이와 우주팔괘에 관한 도해(圖解)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사대극마검의 성질과 특성이 진언처럼 구술되어 있습니다.”

“……정말인가?”

“예. 저도 불혹의 나이까지는 대장간 일을 했었지요.”

그 말에 설휘는 반색하며 책자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동시에 눈앞에 그것이 반응했고.

[병기종합이론서를 얻었습니다.]

[병기종합이론서를 이해했습니다.]

머릿속에 내용들이 반영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예오후검의 봉인이 해금되었습니다.]

[예오후검의 이름이 풍운극마검으로 바뀝니다. ]

처음엔 이름이 바뀌었고.

<[절대기술]절세풍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절대기술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 풍운극마검 절대 기술표 ◆

절세풍검 : (도약 후)↓ AB (풍운극마검 소지)

절대 기술표까지 상세히 떴다.

“혹시 어디 주무실 데 없으면, 제가 안내를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뒤늦게 들려오는 금만중의 목소리.

설휘는 어색한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해주시오.”

그리고 다시 그를 불렀다.

한 가지 꼭 필요한 조건이 뒤늦게 생각났던 것이다.

“이왕이면 마당이 넓은 곳으로.”

수련 용도의 공간이 필요했다.

* * *

금만중이 안내해준 건물은 크고 넓은 데다 화려하기까지 했다.

귀한 손님이라 금만중이 특별히 신경 쓴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집무실과 가까운 것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일 테지.

“사대극마검이라니…….”

설휘는 마당에 선 채 길게 뻗은 검신을 보며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곤마가 자신에게 이런 보검을 줬다는 게 몇 번을 생각해봐도 믿기지가 않았다.

- 아마도 곤마 님의 깊은 신뢰가 있으셨을 겁니다.

신뢰라.

솔직히 모를 일이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이 정도의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가?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었다.

‘일단, 한번 펼쳐보자.’

꽤 오랫동안 자리에 서 있던 설휘는 머릿속을 비우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알게 될 일이다.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후우. 절대 기술이라고 했지.”

설휘는 들고 있던 풍운극마검을 세우며, 절대 기술표를 보았다.

◆ 풍운극마검 절대 기술표 ◆

절세풍검 : (도약 후)↓ AB (풍운극마검 소지)

기술표대로 시연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도약 후 고개를 숙임과 함께, 두 손을 검에 쥔 채로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해보자.”

설휘는 미리 검을 두 손으로 맞잡았다.

그리고 내공을 손바닥 끝에 밀어 넣은 뒤 공중으로 도약했다.

“하압!”

솨악!

외침과 함께 검을 아래로 긋자.

“……!”

두 눈을 의심했다.

파아아아아아-앗

시간이 멈췄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았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자신의 움직임과는 달리 수많은 폭풍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콰쾅! 콰콰쾅! 콰콰콰캉!

바닥과 허공을 휘젓는 소용돌이들.

자신을 기준으로 거의 오 장 내에 모든 것에 타격을 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건물의 문짝이 걸레짝처럼 찢겨지는 것도 보였다.

“아…….”

땅을 밟은 설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폐허였다.

기의 폭풍이 지나간 곳은 황폐하게 변해 있었다.

어떤 한 곳에서 시발점이 되어 쏘아지는 기운이 아닌, 거의 전방위로 쏟아진 결과가 이것이었다.

“어?”

하지만 설휘는 곧 이 능력이 결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란 것을 느꼈다.

자신의 상태 역시 변했다는 걸 그제야 확인한 것이다.

설휘 [은영단 사령대장]

경지 초절정

체력 60만(↓60만)/120만

내공 67만(↓67만)/240만

전투력 1001만

Coin 3 [세 번의 목숨]

체력과 내공의 절반이 소실.

이구명으로 인해 전부 채워지지 않았던 134만의 내공은 거기서부터 절반이 뚝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내공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체력까지 줄어든 것은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다.

단순한 수치만 그런 게 아니어서, 몸의 근육이 얼얼할 정도의 고통도 함께 수반되었다.

“적에게서 도망치거나, 혹은 적을 몰아붙일 때 사용하라는 건가.”

설휘는 그렇게 느꼈다.

이 능력의 활용도는 명확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혼란을 주거나. 아니면 자신과 비슷한 적을 만났을 때 큰 틈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법.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결코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기술이었다.

“곤마가 준 이유가 이것인 걸까…….”

설휘는 왠지 그런 기분을 받았다.

그 역시 천살성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는 삶.

그런 그가 자신에게 이걸 줬다는 건, 기구한 운명을 가진 동질감 때문일지도 몰랐다.

“결국,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겠지.”

설휘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 펼치는 게 유용할지 머릿속에 되새길 뿐.

절세풍검의 능력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위용을 뽐냈으니까.

“그러고 보니 며칠 남은 거지?”

설휘는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한 달 일정이 끝나면 본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돌아가는 시간도 있으니 생각해보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뭐. 그때까지는 좀 쉬자.”

설휘는 뒤돌아 금만중이 내어준 거처로 향했다.

조금 전 일격으로 인해 대문이 사라져버렸지만, 상관없었다.

오래 지낼 곳도 아니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쯤.

<복귀하시겠습니까? 승낙/거부>

본문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떴다.

설휘는 승낙했고, 그 길로 곧장 복귀했다.

* * *

거처에 도착하자마자 뜨는 정보들.

[용진]

“고생하셨습니다. 무사수행은 즐거웠는지요?”

[음무기]

“맛있는 것 좀 사오셨습니까? 아, 수련성과는 그다지 없었습니다.”

[요림]

“몇 번의 심득이 찾아왔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라고 하기엔 어렵습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적송]

“강인한 마음이 강인한 정신을 만드는 법. 아직 한 달 가지고는 성과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소령]

“아직 수련의 성과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수하들이 한마디씩 하며 자신을 반겼다.

대부분 자신이 건네준 비급을 보며 열심히 수련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밤중 도착한 설휘는 침상에 섰고.

<저장하시겠습니까?>

혹시나 모를 일에 대해 대비를 했다.

<두 번째에 저장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아침을 맞이한 설휘.

문 앞에 섰을 때 익숙한 글귀가 나타났다.

<천력 98년 2월 일정을 정해주세요. (30/36)>

▷ 조장들과 임무수행[곤마의 임무 받기]

▷ 수하들의 일정 정하기

▶ 임무 받기

▷ 무사 수행

네 가지 선택 중 세 번째를 골랐다.

<누구에게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 곤마(천마 넷째제자)

▷ 흑구(은영단주)

▶ 적파(은영단 교육관주)

바로 그에게 임무를 받기 위해서.

무사수행 중 임무를 완벽히 해결하고 돌아온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지가 궁금했다.

<적파(은영단 교육단주)에게 임무를 받으시겠습니까?>

그래서 곧장 적파에게 임무받기를 골랐고.

<수하들과 함께 움직이실 건가요?>

▶ 함께 간다.

▷ 혼자 간다.

잠깐 고민하던 설휘는 혼자 간다를 선택했다.

피이이--

선택과 함께, 눈앞의 시야가 거멓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밝아짐과 함께 교육단주 적파의 얼굴이 보였다.

[적파]

“잘 왔네. 마침 자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었지.”

[설휘]

“하명하십시오.”

여기까진 그대로였다.

[적파]

“오! 자네. 이미 그 임무를 성공했구만?”

여기서부터 달라졌다.

이미 해결한 임무라서 그런지 곧장 끝나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만중’의 임무를 해결했습니다.]

금만중의 임무까지 해결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금 삼천 냥이 지급됩니다.]

[원하는 장비를 제작/구입할 수 있습니다.]

[비밀교서 지도(1/4)를 획득합니다.]

단번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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