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105화 (106/379)

105화. 본 스토리 (3)

“허어…….”

“음.”

“이건 좀…….”

수하들의 반응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

왜일까?

이전에 당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대장, 이런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일행 중 적송이 다가와 먼저 말을 걸자, 설휘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대장께서 주신 무공으로 저희 모두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극양을 중심으로 운용하던 요림만 해도 눈앞의 벽을 두 번이나 뚫었고, 저 또한 열기를 자유자재로 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극음의 무공을 선택한 용진과 소령도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거기다 저 모자란 음무기도 그렇습니다.”

“누가 모자라다는 거요?!”

음무기가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적송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거기다 예전과 달리 숫자도 다섯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들 자신의 손에 완전히 맞는 병기까지 찾았습니다. 대장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지만…….”

“그냥 겁이 난다고 하면 되지. 말을 뭘 그리 빙빙 돌리는 거냐?”

“예?”

“하긴. 생각해 보면 내가 왔을 때도 그랬다. 너희들은 비아냥대기만 했지, 결과적으로 나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말이지.”

“대장, 어찌 말씀이 좀…….”

용진이 끼어들자 설휘는 기다렸다는 듯 쏘아보았다.

“그러니 오늘 봤던 복면인에게 이 정도 수준으로 대체 뭘 하겠냐는 그런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왜냐, 그는 너희들보다 강하거든.”

빠직.

그 말에 조장들의 눈빛이 변했다.

설휘가 도발을 하는 거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상황이었다.

“뭐, 그리 자신하시니. 하지요.”

“저도.”

“흠.”

용진과 요림이 승낙했다. 그리고 적송도 고개를 끄덕였고.

“굳이 할 필요까지…….”

“영원히 돈을 받고 싶지 않은가 보군.”

말을 애매하게 돌리던 음무기는 용진의 말을 듣고는.

“해야지.”

승낙했고.

마지막으로 소령에게 갔다.

“대장, 무슨 생각인 거죠?”

그녀는 다른 이와 달리 냉정했다.

설휘가 도발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소령, 넌 더더욱 알려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넌 이들 중 가장 약하지 않느냐?”

“네?!”

한순간, 냉정하던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설휘는 대답 없이 그런 그를 지나쳐, 빙 둘러앉은 모닥불 쪽으로 걸어갔다.

쩌저저적.

불이 피어오르던 모닥불은 설휘의 발길질에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뿐만 아니라.

“나도 너희들에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서서히 주위로 몰려드는 서늘한 기운. 그것은 설휘의 발밑으로 모이더니.

쩌저저적.

삽시간에 얼음으로 변하였다.

소신수마공을 운용한 것이다.

“예전의 나라 생각하면 큰코다칠 것이다.”

스윽. 스윽.

설휘를 중심으로 거리를 벌리는 조장들.

조금 전과 달리, 진심으로 하려는 의지가 표정에 드러나고 있었다.

“오너라. 또다시 밟아주마.”

설휘는 그런 그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짓했다.

* * *

설휘가 수하들을 도발한 이유는 본인의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사실, 이들의 실력으로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지 못한다.

설휘는 달라진 전투방식인 자유제에 적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한 가지.

특별한 기술을 사용해보기 위해서였다.

전투방식 <자유제>

이건, 기연을 얻기 전.

순수하게 싸웠던 방식이기에, 한번 이걸로 제대로 싸워보고 싶었다.

또한 이 상태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암기, 창, 검, 도. 그리고 권법.’

설휘는 몸을 낮춘 채, 기회를 엿보고 있던 수하들의 병기를 떠올렸다.

각 병기가 가진 쓰임의 목적은 확실하다.

검은 찌르는 것에 특화되어 있고, 도는 한쪽 날을 이용해 힘 있게 동작을 펼치기에 용이하다.

창은 근거리 병기보다 더 넓은 공격 범위를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은 덜한 데다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더욱이 밀치거나 휘두르거나 때려대는 봉(棒) 때문에 근접전도 방어할 수 있다.

암기의 효용 가치는 명확하다.

눈으로 보기에 작으며,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병기.

지금 사령대 조장들의 병기는 한 사람을 목표로 공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누가 먼저 움직일까?’

설휘의 눈빛이 조장들 한 명, 한 명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자신을 불렀고.

“대장은 이거 할 수 있지요?”

음무기가 이전처럼 자신의 손을 아기 손으로 만들어 실실 웃고 있었다.

‘원거리!’

그 순간, 설휘의 눈이 부릅떠졌다.

첫 공격은 바로 소령의 암기였다.

쿠아아아아-

호흡을 뺏는 일격. 거기에 바람을 찢을 정도의 속도까지.

암기는 아슬하게 설휘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가 느낀 감정은 달랐다.

‘정말로 진심인데?’

파팟.

그 후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달려온 자는 요림이었다.

최근에 구한 그의 묵색의 신창(新槍)은 한순간에 설휘에게 다가서는 그의 움직임보다 몇 배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슈슈슉! 슈슈슈슉!

찌르기와 휘두르기.

그리고 원심력을 이용한 더욱 강력한 찌르기와 때리기.

거리감 때문인지 설휘는 뒤로 물러서면서 기회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더 큰 위기를 불렀다.

어느새 용진과 적송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쇄애액! 패애애액!

합공을 펼치듯 양쪽에서 각각 펼치는 찌르기와 베기.

“둘 다 느리다.”

설휘는 짧게 말을 내뱉고는 즉각 움직였다.

캉!

그의 반응 속도는 실로 엄청났다.

설휘는 자신의 검으로 찌르기를 시도하는 적송의 검을 올려쳤고.

동시에 몸을 숙이며 용진의 휘두르기를 피했으며.

카캉!

이어지는 원거리 찌르기인 요림의 창을 막아냄과 동시에 옆으로 흘려, 재차 휘두르는 용진의 공격 동선을 방해했다.

“눈에 다 보인다.”

어느새 허공에 떠서 세 개의 비도를 날리던 소령.

설휘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사선으로 쏘아지는 암기를 간단히 뒤로 물러서며 피했고.

“하압!”

거의 질주하듯 덤벼든 적송의 쾌검을 스쳐 지나가듯 피했다.

철푸덕!

적송은 바닥에 엎어졌다.

설휘가 그냥 지나간 것만이 아니라 다리까지 걸어버린 것이다.

“넌 조급하고.”

그때였다.

설휘가 잠깐 머뭇거리던 사이, 요림이 창에서 기공을 뿜어냈다. 헌데, 그 기공이 한순간 불꽃이 되어 설휘를 덮친 것이다.

화아아악-!

그런 공격을 한 끗 차이로 설휘가 피해냈다.

‘이거, 마음이 편해지는구나.’

설휘는 전투방식을 펼치며 생각했다.

턴제와 AI제, 시뮬레이션제를 펼쳤을 때는 항상 다급했고 위험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평온했다.

조장들의 실력이 자신과 한참 차이가 나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 치의 실수로 목이 날아가는 싸움을 너무도 오래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압!”

“합!”

생각은 길지 않았다.

양쪽에서 두 명의 조장, 용진과 소령이 덤벼들었다.

“접근전은 더 어려울 텐데?”

설휘는 여유롭게 용진의 도를 막아냄과 동시에 소령의 검을 맞받아쳤다.

강한 내력을 담아서 그런지, 소령의 검이 거짓말처럼 잘려나갔다.

그렇게 둘이 물러나고, 차례로 공격해 들어오던 요림을 향하던 그때.

“……어? 뭐야?!”

설휘는 눈을 의심했다.

쓰러졌다고 생각한 소령이 허공에 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암기를 뿌린 후였다.

“큽!”

설휘는 급히 몸을 뒤틀며 피해냈다.

이번엔 자칫 잘못했으면 죽을 뻔했다. 그만큼 놀랐고, 당황했던 것이다.

“음무기!”

“아, 아쉽습니다.”

병기가 잘려나간 소령의 얼굴이 천천히 음무기로 변했다.

역용술과 잠영투체술을 펼친 그가 시야에 혼돈을 주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툭. 투투툭.

조장들은 잠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분위기가 변했다.

설휘의 충고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그들이었기에, 더는 손속에 사정을 둘 생각이 없었다.

“정녕, 내 옷깃을 건드리는 게 너희들에겐 그리 어려운 것이냐?”

설휘는 더욱 자극했다.

이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하려면.

전력으로 마공을 쓰게 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대장이란 걸 잠시 잊어야겠습니다.”

“저는 철천지원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지이이잉-

화르르륵.

홰애애애액-!

그들은 하나둘씩 각자의 병기에 마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내공도 대부분 2갑자 수준을 가진 그들이었기에, 척 봐도 실로 두려울 만한 마공이 병기에 담겼다.

이번엔 정말로 죽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래. 그걸 원하고 있었다.”

설휘는 그 모습을 오히려 반겼다.

수하들이 전력을 다해 싸워주기를.

그래야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화르르륵!

화온마공을 익힌 적송과 요림의 몸엔 불길이 타올랐고.

쩌저저적.

소신수마공을 익힌 소령과 용진에게는 시린 한기가 맺혀 있었다.

음무기만 자신의 녹빛 기운이 담긴 잘려나간 검을 들고 있을 뿐.

“자, 와라!”

설휘는 신호를 주며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뛰었다.

“……!”

“……!”

그 순간, 다섯의 수하들이 눈이 일제히 커졌다.

공중으로 도약하는 건 최악의 판단.

그걸 놓칠 그들이 아니었다.

파파파파팟.

합을 맞춘 듯 다섯은 동시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내공을 병기에 담아, 일거에 발산했다.

녹색 마기, 화염구, 빙하의 기운이 다섯 방향에서 설휘를 향해 쏘아졌다.

각기 다른 방향이었다.

설휘의 허공답보를 대비해 공격을 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이 장면에서 설휘는 절대로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좀 더…… 좀 더…….’

설휘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두 손으로 검을 잡고는 세운 채였다.

그러던 일순, 사방에서 마공이 쏘아오자 기다렸다는 듯 두 손을 내렸다.

지금까지 조장들과 쌓아왔던 결실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절세풍검!”

파아아아아아아-

검을 내리자마자, 한순간. 딱 한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게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설휘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조장들이 느끼는 것과 달랐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경은 십 장.

높이는 설휘가 도약한 두 배의 영역 안에서 기의 파동이 생겼다.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흔들어놓았다.

콰아아아아앙!

그 뒤로 지축이 뒤흔들리며 소리가 발생했다.

수하들이 쏘아낸 마공은 공멸하듯 사라졌고, 그들은 풍압에 못 이겨 일거에 쓸려나갔다.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하듯 일순 멈췄으며, 오로지 기의 폭풍만 몰아쳤다.

“하하…….”

그리고 그 안에 유일하게 남은 설휘는 그렇게 어이없다는 듯 웃어보였다.

* * *

“……어찌 된 겁니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수하들은 하나둘씩 깨어났다.

그중에 가장 먼저 적송이 설휘에게 물었다.

“내 기술에 당한 거다. 물론 나도 이 정도일 줄 몰랐지만.”

“……허어.”

“그래도 치명적인 상처는 입지 않아 다행이구나.”

절세풍검.

설휘는 십 장 내에 있는 모든 상대의 공격을 무효화할 뿐만 아니라, 적에게 타격을 줌과 함께 일순 정신을 잃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내상을 입힐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여기서 예정보다 하루 더 머물고 움직일 것이다. 다들 잘 준비하거라.”

설휘는 이번 기회로 좋은 경험을 했다.

결정적일 때, 자신을 도와줄 또 하나의 신공.

그 쓰임이 어떤지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