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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15화 (116/379)

115화. 특수 훈련 (2)

설휘가 대통산(大通山)을 수련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바로 산 오르기 훈련 때문이었다.

마교를 벗어난 세외 지역 중, 이 일대가 가장 험난하며 가팔랐다.

또한, 고산병이 들 만큼 지대가 높아 기공(氣功) 수련하는 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대통산에서 남쪽. 청해고원의 동북부에는 광활한 지대가 있었는데, 설휘는 이곳을 오래달리기 장소로 정했다.

수많은 하천과 드넓은 초원에, 보는 사람도 없어 훈련하기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분명 처음 이곳으로 정할 때의 의중은 그랬다.

“망할.”

설휘는 두 번째 훈련인 대통산 오르기를 하기도 전에, 첫 번째 훈련부터 욕설이 튀어나왔다.

시뮬레이션이 제시한 특강교육.

대략 이백오십 리(100km) 거리를 이렇게 달리는 것만 해도 반쯤 죽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목표했던 지점을 돌아 다시 출발했던 곳까지 돌아오는 길은 거의 지옥처럼 느껴졌다.

“대, 대장……. 저는 여기까지……. 더는 헉, 헉…….”

“굳이…… 왜…… 이딴 수련법…… 씨발.”

설휘가 그러한데 수하들은 오죽했겠는가.

도중에 이탈하는 놈들이 하나둘 생겨날 정도로 고된 훈련이었다.

이게 엄살이 아닌 것이, 이백오십 리를 쉬지 않고 냅다 달린다는 건 초인적인 일에 가까웠다.

내공을 쓴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겠으나, 설휘가 금지시켰기에 쓰러지는 자가 생겨난 것이다.

“와…… 씨! 이게 인간이…… 할 짓인가.”

“심장이, 심장이 안 뛰어! 이게 말로만 듣던 심장마비…….”

“조용히 해! 신경 사나우니까.”

그런데도 설휘의 뒤를 쫓아 출발점에 도착하는 수하가 있었다.

가장 앞서는 적송. 그리고 뒤이어 오는 소령과 요림이었다.

“다음은 산 오르기다.”

세 명의 수하들이 도착하자, 설휘는 높게 뻗은 대통산을 가리켰다.

거짓말이지,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수하들에게.

“이번엔 내공을 써서 경공술을 펼쳐도 된다.”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허나, 그릇이 온전해야 물을 담는 법.

내공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걸 알았겠지. 시뮬레이션 녀석은…….’

설휘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수하들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허어. 허억. 허어…….”

이윽고 정상에 올랐을 때, 설휘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올라오는 도중 현기증 때문에 몇 번이고 주저앉을 뻔했다.

예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너무 힘들었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니, 내공이고 뭐고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도중에 진짜 죽을 뻔했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진기였다.

무식하게 내공으로 버티려다, 오히려 혈맥이 뒤틀리며 주화입마 전조 현상까지 보였다.

다행히 숨을 몇 번 가다듬음으로써 위기를 벗어났다.

“수하들은…….”

뒤돌아보니 저 밑에서 누군가 움직이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던 그는.

마지막엔 거의 기다시피하여 정상까지 올랐다.

“이건…… 커헉…… 사람이 할 짓이…….”

적송이었다.

수하들 중 가장 체력이 높았던 자답게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다.

“성공했구나. 내려간 뒤에 다음 수련은…….”

풀썩.

그렇게 쓰러진 적송.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수하들은 더는 산을 타고 올라오지 않았다.

“헛둘. 헛둘.”

설휘는 멈추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이 내놓은 훈련을 완주해야 했다. 쓰러진 적송을 어깨에 메고 다시금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내리던 시각.

목적지에는 수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낙오된 음무기와 용진을 비롯하여, 산을 오르다 포기한 소령과 요림 역시 설휘를 기다렸다.

“대장…….”

“저기 오는데?”

기다리던 수하들의 시야에 설휘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쪽 어깨에 적송을 멘 채 기어코 도착한 것이다.

투욱.

모두가 보는 데서 적송을 내려놓은 설휘가 입을 열었다.

“다들 쉬거라. 나는 폭포수 맞으며…….”

“대장. 이제 그만…….”

“여기까지 합시다.”

두 눈이 거의 풀린 상태였다.

결국 지켜보던 수하들이 뜯어말렸다.

그럼에도 설휘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다. 폭포수를 맞아야 제대로 정신수련을 할 수 있다. 그럼 더욱 강해질…….”

그러다 결국에 쓰러졌고.

“그다음은 돌담…… 돌담.”

영문모를 말을 쏟아내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 *

이곳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

“와…… 진짜 못 해먹겠네.”

무려 이백사십 리를 뛴 음무기는 출발 지점까지 돌아오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완주하긴 했는데, 시간이 문제였다.

벌써 시간이 반나절이나 지난 것이다.

“어이. 일어나, 꼴찌.”

그렇게 드러누운 음무기의 머리를 툭툭 차는 이는 소령이었다.

“뭐야! 다른 녀석들은 어디 가고 너만 여기 있는 거야.”

“다들 이미 산 타러 올라갔지. 너만 패배자처럼 여기 있는 거야.”

“패배자라니! 너도 똑같잖아.”

“난 반쯤 올라갔다가 내려왔어.”

“왜?”

“힘들어서.”

“그럼 너도 나랑 똑같지!”

음무기는 와락 성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말을 이었다.

“대장은? 대장은 뭐해?”

“대장은 이미 산 타고 내려와서 폭포수로 갔어.”

“허. 정말 괴물이군. 체력과 내공이 다 소진된 상태로 폭포 맞으면 바로 주화입마행인데…….”

“그래도 너보다 강하겠지.”

“너 정말! 아아…….”

음무기는 갑자기 팔다리가 쑤셔왔는지 몸을 들썩였다. 이런 몸 상태로는 화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빨리 움직여. 대장이 오늘도 산에 오르지 못하면 본교로 돌려보낸다고 했어.”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나에게 설휘 님은 대장이 아냐. 새로운 사부라고.”

“뭐든. 안 가면, 대장에게 이르러 간다?”

“와, 진짜……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닌데…….”

음무기는 고개를 들어 산맥을 바라봤다.

척 봐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

산새도 험한 데다 점점 어두워지기까지 하니, 정말 눈에 불을 켜고 가지 않으면 절벽 같은 곳에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안 갈 거야?”

“간다고! 간다고!”

소령의 재촉에 음무기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곳에 온 지 아흐레 되던 날.

이젠 수하들도 오래달리기 정도는 너끈히 해냈다.

다만, 산 오르기는 여전히 편차가 심했다.

적송이 가장 빨랐고, 둘째는 요림과 용진, 소령이 비슷했다.

음무기가 많이 뒤처지긴 했으나, 그래도 완주는 하고 있었다.

“대체 이런 수련을 왜 하는 거요? 뭐라고 항변해야 하지 않소!”

음무기가 산을 내려온 뒤 불만을 토해냈다.

적송은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한쪽에서 쉬고 있었다.

“저 녀석, 매일 떠드는 거 보니 힘들다는 건 다 엄살인가 봐?”

“주둥이가 요란해서 그렇지, 그래도 몸뚱이는 솔직한 놈이야.”

“솔직해?”

“못 들었어? 사부에게 맞기 싫어서 중원으로 도망갔었잖아. 이 얼마나 솔직한 행동이냐.”

“크큭. 그건 말이 되는군.”

요림의 말에 용진이 거들었다. 그러다 음무기가 갑자기 고개를 훽 돌렸고.

“형장들! 방금 내 욕한 거 아니오?”

“전혀.”

“무슨 소리지?”

그들은 이내 딴청을 피웠다.

“아닌데……. 방금 분명 들었는데…….”

허리에 손을 올린 음무기는 씩씩대다가 이윽고 뭔가 생각났는지 물었다.

“근데, 소령은 어딨소?”

그 말에 용진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몰라, 어딘가 있겠지.”

* * *

쏴아아아아-

청해호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 중 하나가 낙차 큰 지형으로 인한 폭포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설휘는 폭포수를 맞으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수련법.

그래서 처음 시도했을 땐 주화입마에 빠질 것 같으면 곧장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체력과 내공의 극심한 소모가 오히려 제대로 된 운공법을 펼칠 수 없게 했다.

그것이 폭포 훈련의 첫 시작이었다.

체력의 기틀을 세우고 내공을 보호하는 게 무의 정론이다. 외형과 내기가 조화된 후, 온전한 정신이 들어서면 마성(魔性)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나아가 요체의 극(劇)을 이루면 비로소 마성을 극복하게 된다.

사대극마공 중 서론 부분에 집필된 내용.

본래 모든 마공은 마성에 취해 잠력을 끌어내는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정파에 비해 단시간 내 극강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마성에 사로잡히면 여러 부작용과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 생겨나게 된다.

그 본능이 바로 강자의 마성에 굴복해야만 한다는 이성 결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나는 버려져야 했던 거지.’

예전의 자신은, 그런 체질이 아님을 원망했던 적이 있었다.

천향소에서 12등을 하고서도 임용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 같은 녀석을 수뇌부에서 기용하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래서 곤마와 맞았던 건지도 모르지.’

다른 이들과 달리 곤마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아마도 은영단의 대표 무공인 일원소마공.

잠입, 추적, 퇴각에 특화된 이 무공은 마성과 연관성이 별로 없기 때문일 터였다.

거기다 곤마에게는 마성을 지배하여 수하들을 부릴 정도로 뛰어난 마성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대극마공은 천마 제자들이 익히는 무공답게, 마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마공은 마인들을 통솔하기 위해 만든 비급.

그래서 이런 비급을 손에 쥔 것이, 설휘에겐 크나큰 행운이었다.

솨아아아아-

정신수양이 끝난 후, 폭포수에서 나온 설휘는 한 여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소령이었다.

“언제부터 와 있었나?”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

쫘아아악!

설휘는 옷을 털고는 물기를 짜냈다. 그러고는 다시 옷을 입었고, 그때쯤 소령이 다시금 물어왔다.

“왜 그렇게 죽도록 수련하는 거죠?”

“…….”

“우린 어차피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잖아요. 능력에 맞게 움직이다가 필요가 없어지거나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는 게 당연한 겁니다. 설마 그걸 거부하는 건가요?”

그녀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처음엔 수련의 이유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생각을 묻고 있었으니까.

“맞는 말이다. 우린 본교에서 그런 존재지.”

설휘가 부정하지 않자, 소령이 재차 물었다.

“그런데 왜 듣도 보도 못한 수련을, 그것도 수하들을 불러서까지 하는 건가요? 이런 바보 같은 수련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그건, 그건…… 나도 사실 잘 모르겠구나.”

“대장!”

소령이 소리쳤다.

설휘가 솔직하게 말했음에도, 그녀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대장. 그렇다면 여기까지 하시지요. 우린 알아서 합니다. 우리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마십시오. 천마 제자들과의 전쟁에서 우린 능력에 맞게 살 것이고, 또 능력에 맞게 충성을 바치다 죽을 겁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며, 신교에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이제 더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싶지 않다.”

“……!”

잠깐의 정적이 일었다.

소령은 당황한 눈으로 설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정작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상관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따르고 싶지가 않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구하고 싶지도 않다. 하고 싶었던 복수도 이제 더는 엮이고 싶지 않다.”

내리치는 물줄기를 바라보던 설휘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게 맘처럼 쉽게 되지가 않더라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게 참 어렵더라고.”

“당연한 말이지요.”

어느새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간 소령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본교에서 지시를 받지 않는 자는 오직 하나. 천마 교주뿐이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서…….”

설휘는 고개를 돌려 소령과 시선을 맞췄다.

“그거, 한번 해보려고.”

“……?”

“이제 제대로 맘먹고 한번 해보려고. 단순히 강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목표로 잡고 말이지.”

“대장, 지금…….”

“걱정 마. 내가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너희들 삶만큼은 달라질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그러니까…….”

“…….”

“못 미더워도 날 따라주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설휘는 곧장 그곳을 벗어났다.

소령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넓은 공터를 찾은 설휘.

그의 머리 위에는 뭔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전투방식 시뮬레이션제 Lv2

이제 시도해 볼 시간이었다.

과연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훈련들이 오늘까지를 기준으로,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이 방식만큼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어떤 시뮬레이션을 돌려드릴까요?

“태황각주와 대련하게 해줘.”

설휘는 상대의 질문에 대답했다.

처음 시뮬레이션이란 질문이 떴을 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식.

시간이 지나 지금에서야 떠오른 생각으로 뱉어본 대답.

[분석 중……◇]

그것은 현실이 되었고.

지금 가상의 존재로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가상의 상대. 태황각주를 보여드립니다.

잊지 않았느냐고?

전혀. 내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느냐.

태황각주,

그리고 오천각주.

내게 지옥을 선사했던 이 두 개새끼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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