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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23화 (124/379)

123화. 누굴 출전시킬 겁니까? (3)

콱!

이번에 요림의 창이 향한 곳은 상대 쪽인 아닌 본인 아래.

땅이었다.

그는 재빨리 꼿꼿이 세워진 창대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고.

타앗.

휘어진 창대의 탄력을 이용해 몸을 날리며 발차기를 시도했다.

스윽.

하지만, 적은 요림의 발차기를 간발의 차로 피해냈다.

“……!”

나름 기습적인 공격의 실패. 그것은 그 스스로 빈틈을 노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나, 이것은 요림의 의도였다.

상대가 피해냈음에도, 악호의 창이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지 못한 상황.

쉬익!

그로 인해 요림은 상대가 창을 휘두르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피해내며, 그와의 거리를 더욱 좁힐 수 있었다.

슈슉! 슉!

지근거리에서 요림의 주먹이 악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익!”

악호는 요림을 상대할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맞받아치거나, 다시금 거리를 벌리며 창술을 이용하는 방법.

요림이 그의 병기와 떨어진 상태니 후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악호는 전자를 택했다.

그 역시 노림수가 있었다.

팅. 빙그르르르르.

악호는 자신이 쥔 창대를 놓음과 함께 물러서며 상대의 주먹을 피해냈고.

더욱 자신 쪽으로 파고들자, 그 움직임 맞서 몇 번씩 공수를 주고받았다.

퍼퍼퍽!

“윽!”

그 결과,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 쪽은 오히려 요림이었다.

요림이 손목을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리며 밀려난 것이다.

뚝. 뚜뚝.

그의 손등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주먹끼리 몇 번 부딪쳤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당한 것일까.

“이봐. 내가 이런 근접전 훈련은 안 했을 것 같나?”

그의 빈정거리는 말은 요림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이 밀린 건 권각술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수투.

그의 손가락 마디에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금속 암기가 있었다.

흰 천으로 덮여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수투였군요.”

“저런 치사한 놈들, 이 따위 반칙을!”

“반칙은 아니지. 오히려 요림이 무모했어. 무턱대고 덤벼들었으니까.”

무대 위를 지켜보던 적송, 용진, 소령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음무기가 이었다.

“역시 이 몸이 나갔어야 했나…….”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의도한 거다.”

그 말에 조장들의 시선이 설휘에게로 모였다. 어떤 의도로 말한 건지 궁금했던 것이다.

“설마요. 손이 망가지면서까지 그랬겠습니까?”

그중에는 곧장 묻는 이도 있었다.

“맞는 말이다. 저런 암기 형태의 수투가 있으리라곤 요림도 생각지 못했겠지. 허나, 결국 요림은 그걸 이용할 거다. 수투라는 저 장비가 사황대 출신인 녀석의 발목을 잡을 테니.”

수하들이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설휘는 설명을 더 이어나갔다.

“요림은 아직 창에 화공을 실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닐 터. 그러니 초근접전을 노리는 거다. 본래 상대의 움직임이 날쌔면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

“오히려 상대가 물리적인 방어에 치중하니 도움이 된 거지. 화온마공은 단순히 공력으로 부딪혀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너머로 파고들지.”

“아!”

그제야 뭔지 알겠다는 반응.

수하들은 다시금 무대 위로 시선을 옮겼다.

파파팟.

바닥에다 박아 넣은 창.

그곳으로 이동하던 요림은 곧 창대를 잡았음에도 뽑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과 똑같은 동작으로 몸을 날려 발차기를 시도했다.

“이런 멍청한!”

악호는 그 모습을 보며 비웃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상대의 공격을 피해냈고.

“어?!”

이번엔 조금 당황했다.

타타탁.

상대의 발길질이 빈 허공을 한번 휘젓자마자,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해버렸다.

자신을 향해 좌우측 발차기를 연속으로 시도한 것이었다.

‘오, 각법(却法)?!’

악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상대의 발차기에 똑같은 발차기로 맞상대해 주었다.

퍼퍼퍼퍼퍽!

서로 똑같은 자세로 내지른 여섯 번의 발차기.

그 이후로 요림의 자세가 단번에 무너졌다. 급히 뒤로 물러선 그는 이번엔 발목을 부여잡았다.

악호의 발목에는 갈고리 같은 암기가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이 더러운…….”

하지만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자세가 무너진 요림을 그냥 둘 상대가 아니었다.

악호가 달려들자 그는 급히 뒤로 물러났고, 더 물러설 곳이 없자 그대로 두 손을 뻗었다.

“알고 있다!”

요림의 손에서 일어난 일렁임을 본 악호 역시 직감했다.

권기(拳氣)를 쓴다는 걸.

해서, 악호도 똑같이 두 손을 뻗어 맞상대했다.

쩌어어엉!

‘어?’

그 순간, 그는 조금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두 공력이 맞부딪히며 가운데서 공멸될 줄 알았고, 또 그게 들어맞았다.

그런데 언제 날아왔는지, 자신의 손목에는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손으로 털어내려고 하던 그때.

불길이 거세게 일어나는 걸 보고는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거 무슨……. 우와아악!”

화르르륵!

거세진 불길이 얼굴까지 덮어버리자, 그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내공을 끌어올림과 함께 빠르게 바닥을 뒹굴면서 불을 끄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지.

그럴수록 불씨가 더 거세지면서 그의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기회다!”

콱!

그때쯤 요림은 꽂혀있던 창을 뽑아 들고 있었다. 모든 내공을 쏟아낸 이때.

저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그의 창대를 잡아채는 이가 있었다.

율사였다.

“사령대가 승리했다!”

그 말과 함께 불은 천천히 꺼져갔다.

축 늘어진 악호의 눈에는 초점이 보이지 않았다.

“오오오!”

“두 번의 승리. 사령대, 대단하다!”

율사가 승부를 결정하자 도처에서 응원 소리가 튀어나왔다.

조용한 사황대와 달리 사령대의 반응은 열정적이었고, 사적대도 꽤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장 반응

[곤마]

“극양의 마공을 누가 전수해준 건가?”

[칠사자]

“화공이오.”

“흉내내기 정도일 뿐 아닌가?”

“그래도 정수를 익힌 듯 보인다. 공력으로도 불꽃이 꺼지지 않았어.”

[장로]

“혈수마공으로 보이는데……. 아시는 분 있소이까?”

“뭐 대단치 않아서. 좀 더 보면 알 것 같소.”

“하긴, 그래봤자 조장급이 아니겠소.”

[사군성]

“무슨 마공인지 알겠나?”

“글쎄. 극양의 무공이 워낙 많아서.”

“원류는 혈수마공일 거다. 거기서 파생된 마공일 터.”

[사적대장-비군]

“화공이라니. 대체 설휘 저 녀석은 수하들에게 뭘 가르친 거지?”

[사황대장-화순(化淳)]

“사령대장. 재미있는 놈이로군.”

현장 반응이 천천히 잦아질 때쯤, 요림이 도착했다.

“추한 모습을 보였군.”

그는 짤막이 한마디를 남겼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냥 한 번에 끝내지 그랬어?”

“신병이기 이능까지 보여줄 상대가 아니라 생각했겠지. 제대로 싸웠으면 더 압도했을 거라고 생각해.”

“부상 입은 곳은 괜찮은 거야?

적송과 용진, 소령이 차례로 아쉬움과 격려, 걱정하는 말을 건넸다.

물론.

“요림. 나의 경쟁자답지 않게 몸이 상했군.”

여전히 헛소리를 하는 음무기도 있었지만.

“이번엔 누가 나올까?”

곧 화제가 다른 곳으로 쏠렸다.

요림의 싸움이 끝나고, 어느새 무대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인물.

사적대 1조 조장이었다.

체력과 내공이 요림의 상대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그래도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전투력이 488만이니까.

“그럼 누가 나오겠나?”

무대에 선 율사의 말에 좌중은 잠잠해졌다.

연거푸 두 번을 졌기 때문일까.

사황대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설휘 앞에 뜬 글귀.

누구를 출전시키시겠습니까?

▶ 용진 [전투력 521만]+신神 월도

▷ 소령 [전투력 491만]+신神 귀전

▷ 음무기 [전투력 455만]+신神 유엽도

고민할 것도 없이 용진을 선택했다.

덤벙대긴 해도, 싸움에서는 진심인 녀석이니까.

용진을 출전시키겠습니까?

“이 순간을 기다렸다아아아!”

하지만 자신 있게 나가는 그 모습을 보며.

전투를 보시겠습니까?

▷ 본다.

▶ 안 본다.

‘안 본다.’를 선택했다.

사실, 용진의 목소리를 듣고서 결정했다.

“내가 이긴다다아아아-!”

볼 필요성이 사라져버렸으니까.

* * *

시간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무대 위에 있는 두 무사의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실, 볼 필요도 없었다.

[용진이 승리했습니다.]

문구와 함께 결과가 나타났으니까.

“멋진 승부였다!”

용진은 만족한 듯 자리에 들어왔지만, 설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싸움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니까.

그런데 웬걸.

“고생했다.”

“애썼다.”

수하들도 한마디씩을 할 뿐. 더는 말을 건네지 않고 있었다.

‘현장 반응은…….’

설휘는 뒤이어 나오는 여러 반응이 궁금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 반응

[곤마]

“하나같이 실력이 일취월장했군.”

곤마의 반응 외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 내용이 없었나?’

“다음은 누군가!”

설휘가 이런 생각을 하던 사이, 무대 위에 있던 노인이 또다시 외쳤다.

하지만 이번엔 누구를 출전시키겠냐는 물음이 없었다.

이미 사황대, 사적대 조장들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사황대 승!”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움은 끝났고, 율사의 외침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엔 무대 위로 올라가는 이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눈앞의 그것은 자신에게 물어왔다.

누구를 출전시키시겠습니까?

▶ 소령 [전투력 491만]+신神 귀전

▷ 음무기 [전투력 455만]+신神 유엽도

‘이젠 소령인가.’

소령을 출전시키겠습니까?

이번엔 소령을 선택했고.

전투는 ‘본다.’였다.

“…….”

싸움은 길지 않았다.

소령이 몇 수를 펼치지 않았음에도, 노인이 급히 제지를 한 것이다.

“사령대 승!”

그리고 뜨는 활자.

[소령이 승리했습니다.]

“뭐야? 왜 저렇게 막은 거래?”

“실력차가 상당했어. 저분께서 잘 제지하신 거지.”

“나도 동의해. 상대가 거의 피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

소령이 나타나자, 다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

설휘도 공감했다.

소령의 상대가 너무나도 약했다.

누구를 출전시키시겠습니까?

다음에 나타났을 때는.

▶ 음무기 [전투력 455만]+신神 유엽도

마지막 남은 음무기를 투입시켰다.

그리고 당연히 ‘안 본다.’를 선택했는데.

믿기 힘든 상황이 나타났다.

‘이 씨…….’

[음무기가 패배했습니다.]

이게 떠버린 것이다.

* * *

현장 반응

[장로들]

“전투 중에 저런 해괴망측한 짓을.”

“참 기본이 안 된 녀석이군요. 누가 저 녀석에게 무공을 가르쳤는지.”

“참! 듣기로 저자의 이름이…….”

“어허! 갈(葛) 장로

. 점잖지 않게 왜 이러나.”

다른 이들의 평이 나오지 않은 것과 달리 장로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그중 백혼 장로의 얼굴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시뻘게져 있었다.

“멍청한 녀석. 거기서 그걸 왜 꺼내려 하냐?”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이봐……. 그 이능 말이야. 앞부분은…….”

“조용! 기운 없는 애. 그냥 가만히 놔둬.”

음무기가 도착하자 사령대 조장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했다.

하지만 축 처진 그의 어깨를 보고서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럼에도 음무기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떻게 진 거지?’

설휘는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전투력은 고작 200만 수준이었다.

체력도 내공도 모두 음무기가 우위라 절대로 패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패배의 이유를 보시겠습니까?

▶ 본다.

▷ 보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이게 떴고.

설휘는 빠르게 ‘본다.’를 선택했다.

영상을 보여드립니다.

시간이 역순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멈춰 서자, 설휘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쓰러진 상대.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음무기가 개구리 자세를 하고 있었다.

“흣자. 흣자.”

‘아, 이런…….’

설휘는 음무기의 자세를 보고서 이마를 탁 쳤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저게 이유인 듯했다.

일부러 골려주기 위해 만든 개구리 동작이.

‘신병이기의 능력을 쓰려다가 말렸구나.’

그게 화근이었다.

음무기는 그걸 어떻게든 발동하기 위해서 계속 흣자 흣자를 하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줄 알고 있던 녀석이.

“하압!”

기호지세로 달려들자마자,

“여기까지.”

진행을 맡은 노인이 승부를 결정지어버렸다.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라고요!”

음무기는 항변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사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은 듯 보였다.

진행자였던 노인의 표정이 잔뜩 구겨져 있었으니까.

“그럼, 이제 대장급. 누가 출전하겠는가?”

시간이 다시금 흘러 현실로 돌아왔을 때.

설휘는 율사의 말을 듣자마자 눈앞에 뜬 글귀를 볼 수 있었다.

사적대장은 이전 설휘 님과의 승부에서 패했기에 나서지 않습니다.

본인이 출전하시겠습니까?

출전 의사를 묻는 표시.

그런데.

▶ 출전한다.

▷ 상대를 도발한다.

▷ 일단 기다린다.

‘뭐지?’

당연히 ‘출전한다.’를 선택하려던 설휘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선택지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군.’

예전이라면 무슨 의도인지 당황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대충 의도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상대를 도발한다는 저 선택지.

저 안에는 출전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상황을.

아니, 지금 이 사태를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일 터였다.

그래서 선택했다.

피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를 도발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설휘 역시 그 반응이 보고 싶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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