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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26화 (127/379)

126화. 천미려의 제자 (3)

“대체 저자는 누구입니까?”

칠사자 서열 1위의 구양륜(歐陽輪)이 곤마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사실 설휘가 칠사자와 이렇게 대련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제안 때문이었다.

고작 은영단 일개 대장으로 두기에는 너무도 월등한 실력자.

특히 마지막에 펼쳤던, 전광석화 같은 그 신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천미려 님의 제자라네.”

“처, 천미려! 소수마공의 대가이며, 극마 고수라 불리는…….”

구양륜의 표정이 한순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래, 그분이다.”

절대고수 천미려.

본교 서열 10위 안에 드는, 사실상 대적자가 없다고 알려진 존재.

한때 멋모르고 덤벼든 강호의 고수들에게 떼죽음을 선사했다고 알려진 그녀였다.

“어떻게…… 그분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신 겁니까?”

구양륜으로서는 궁금했다.

천미려는 극강의 고수였지만, 이십여 년 전 은거에 들어갔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닌 듯해. 아무튼…… 저 녀석이 급속도로 강해진 것은, 바로 그분의 진전을 이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무대를 지켜보던 곤마는 내심 환희에 차 있었다.

설휘. 자신이 사령대장으로 꽂아 넣긴 했지만, 이토록 훌륭하게 성장해 줄지는 몰랐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은영단 일개 대장으로 계속 두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했다.

그래서 칠사자와의 대결을 직접 보고 앞으로 어찌할지 판단하려 했다.

한편, 장로들도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저 무공이 뭐냐, 어떻게 쓴 거냐. 서로 갑론을박을 이어가던 중, 백리지청술(百里地廳術)로 곤마와 구양륜의 대화를 엿들은 장로가 급히 끼어들었다.

“슬쩍 들었는데……. 저 아이가 천미려의 제자라고 합니다.”

“그렇소?”

“정말이오?”

다른 장로들 역시 화색을 띠며 급히 반응해왔다.

“아하, 천미려 님이시라면…….”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설휘가 펼친 빙공. 그건 빙공의 정점을 찍은 고수가 아니라면 절대 펼칠 수 없는 마공이었다.

“허면, 사대극마공으로 보이는 무공들은……?”

한 장로가 묻자, 백혼 장로가 대답했다.

“그거야 사제자님이 있지 않소.”

“천마 님께 하사받은 무공을, 곤마 님께서 다른 이에게 가르치셨다고?”

“별건들이 있다는 것도 아셔야지. 저기 칠사자나 사군성 같은 자들도 모두 섭렵한 무공이 아니오.”

“맞는 말이오. 애초에 저자가 천미려 님의 제자라면, 곤마 님께서 용단을 내리실 만도 하고.”

장로들과 멀찍이 떨어진 곳.

사령대 조장들이 위치한 곳에서도 설휘가 펼친 무위로 인해 난리가 나 있었다.

“야, 이거 이길 수도 있겠는데?”

“대장이 이 정도의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사실 사령대장은 허울뿐인 직책이고, 실제로는 교단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비밀병기인 거 아냐?”

용진과 요림은 들떠 있었다.

극음의 빙공에, 극한에 다다른 신법. 심지어 유래를 모를 신묘막측한 마공까지.

자신들에게 신병이기라는 병기를 아무 부담 없이 건네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설휘, 본인 스스로가 너무 강했으니까.

“어때? 형장들. 나의 사부님의 무용을 본 소감은?”

음무기는 그들보다 더 들떠 있었다.

두 팔을 쩌억 벌리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게, 마치 대장 다음 서열이 자신이라고 항변하는 듯했다.

한편, 적송은 다른 이들과 달리 차분했다.

“예전에 대장께서 음무기를 통해 우리에게 건네주신 마공 말이야. 화공과 빙공이었어. 그것도 본교 내 최상위 계열로 평가받는 마공.”

그리고 그 말에는 소령이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걸 보건대, 대장의 사부는 화공의 고수거나 빙공의 고수일 가능성이 커.”

“두 개 다 익혔을 수도 있지 않아? 사부가 두 분이라든가.”

“그럴 수도 있겠지. 다만…….”

적송은 무대를 가리켰다.

“너무 들뜰 상황은 아냐.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저자가 아무리 칠사자 중 서열이 낮다고 해도, 괜히 칠사자로 불리는 게 아니야.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 * *

“크으읍.”

서무귀의 몸은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사방에서 쏘아진 빙공에 두드려 맞고, 소용돌이에 휘말린 뒤, 공중에서 초풍신에 연이어 가격당하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마지막에 상대가 쏘아낸 일격을 미리 예상해서 피하긴 했지만, 이미 이전의 피해만 해도 극심했다.

“자신감이냐. 아니면…… 주저함이냐?”

그럼에도 서무귀의 눈은 냉랭했다.

분명 격통에 시달리고 있을 그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묻자,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 만드는 뭔가가 피어올랐다.

“어느 쪽이든 기회는 조금 전, 그 한 번이 끝이었다. 이제 너에게는 변수가 없어.”

서무귀는 조금 전에 설휘가 더 달려들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또한, 이제부터는 일말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설휘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분출되는 기세가,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그거야, 해보면 알겠지.”

그럼에도 그는 담담했다.

이미 저 정도의 피해를 받은 서무귀가, 이제 와서 전세를 뒤집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은 아직 능력을 오롯이 다 펼치지도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티---잉

“……엇?”

헌데, 일순간 서무귀의 검이 번쩍임과 동시에 기운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설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스으으으-

단단한 석재 벽에, 주먹보다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에서는 돌가루가 부스슥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 검탄?!’

설휘는 긴장했다.

검기를 응축시켜 어떠한 발동의 준비 없이 그대로 쏘아낼 수 있는 기공(氣功).

본래라면 칼날 모양으로 나아가는 검기가 한 점으로 응축되었으니, 그 위력은 무시무시할 터였다.

설휘 역시 초절정에 올랐지만, 쉽게 구현화할 수 없는 고난이도의 기예.

서무귀는 그걸 아주 손쉽게 펼쳐내고 있었다.

티잉! 티이잉! 티팅!

연속으로 쏘아지는 검탄.

그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설휘는 좌측으로 주욱 빠졌다.

그 순간.

카아앙--!

번뜩이는 서무귀의 검을 보았고, 가까스로 막아냈다.

설휘는 긴장으로 얼굴이 바짝 굳었다.

‘이 무슨…….’

검격을 보고 막은 것이 아니다. 그저 직감에 따라 반사적으로 해낸 방어였다.

사사사삭-

그리고 다시 사라져버린 서무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설휘는 기감을 돋워 상대를 찾으려 했다.

그런 그의 눈앞에 다시금 서무귀가 나타났다.

캉!

“큭!”

상대의 강한 내력에, 신음과 함께 몸이 휘청거렸다.

막긴 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운이었다.

상대가 어디로 올 줄 몰랐기에, 일단 목을 보호하려다 그 목을 노린 상대의 검이 막힌 것이었다.

만약 다리를 노렸다면 잘려나갔을 상황.

‘젠장, 호흡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설휘는 식은땀을 흘렸다.

초절정의 극에 오르면서 한 가지 달라진 부분.

상대의 호흡에 맞춰서 그 틈을 노리거나 역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은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휘르르륵.

몸 자체가 바람처럼 이리저리 흩날려서, 호흡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귀영신보(鬼影神步).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는 칠사자의 기본 보법술로, 총단에서 상승무학이라 평가받는 신법이었다.

웬만한 고수는 대응조차 불가능했다.

호흡을 운용하는 방식이 다른 데다, 움직임 자체가 극한의 신법이었기에.

또한 신법을 운용하면서도 다른 마공을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칠사자 모두가 애용하는 것이었다.

쐐액! 쇄액!

거기에 서무귀는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살기 어린 공격이 설휘를 더욱 옥죄였고, 그로 인해 실력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크윽. 크윽!”

서무귀의 초식이 점점 더 악랄하게 변해갔다.

설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자, 그는 더욱 집요하게 압박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끝낸다!’

승부를 결정지을 생각으로 설휘를 향해 달려나갔다.

[빙공극저하를 사용합니다.]

설휘의 특수 기술은 기가 막힌 순간에 발동되었다.

시간이 멈춰선 그때, 정확히 등 뒤.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았다.

조금만 늦게 발동했으면 자신은 황천행이었다.

‘이, 개자식이!’

사악.

설휘는 목을 노리는 공격을 아슬하게 피해냈다.

‘어?’

하지만, 검 끝이 기묘하게 휘어지며 자신이 회피한 쪽으로 다가왔다.

‘이걸 예측한 건가? 아니면, 위협만 주려고 한 건가?’

설휘는 또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엔 몸을 숙이며 확실히 거리를 두고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올린 검으로 서무귀의 복부를 찌르려던 그때.

‘잠깐. 이자를 여기서 죽이게 되면…….’

약간의 망설임이 일었고, 방향을 돌려 허벅지를 찌르려 하자.

카아아앙!

그 약간의 틈에 서무귀는 공격을 막아냈다.

퓻. 퓻. 퓻.

그러고는 멀찍이 물러섰다.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펼쳐질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호흡을 고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후우, 후우…….”

설휘도 급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역시 조금 전 상황을 복기하고 있었다.

빙공극저하.

장로의 제자인 천균을 상대할 때에 비해, 지속시간이 거의 반으로 줄어 있었다.

마치 연속으로 사용해서 제약이 같이 따라온 느낌이었다.

‘호흡을…… 상대의 호흡을 잡을 수 없다면…….’

설휘는 전략을 수정했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상대의 호흡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는다.’

운이 따르긴 했지만, 두 번이나 서무귀의 검을 막았다.

노리는 곳이 정해져 있다면, 그 경로에 검을 가져다 대어 멈추게 할 수 있을 터.

사아아아악…….

다시금 이어지는 서무귀의 신법.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재빠름.

하지만 설휘의 기감은 더욱 확장되며 예리함이 더해졌다.

딱 한 번.

한 번만 그를 통제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번쩍.

“큭!”

헌데, 다시 시작된 상대의 첫 공격은 예상외로 검격이 아니라 검탄이었다.

쏘아진 검탄에 설휘는 왼팔을 맞았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쉬쉭.

뒤이어 날아드는 서무귀의 검격.

설휘도 그제야 움직였고.

채채채책!

상대의 검에 계속해서 베이면서도, 끝까지 이를 악물었다.

‘한 번이다, 한 번.’

상대에게 베이고 찔리고를 반복하던 그때.

번쩍.

설휘의 눈이 부릅떠졌다.

“잡았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검을 보며, 급히 검을 세워 막은 것이었다.

카아아앙-!

하지만,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수준의 검격이었다.

막아내자마자 온몸의 장기가 진탕될 정도의 충격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설휘는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컥, 하고 한 모금의 피를 흘리며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됐다!’

그럼에도 설휘의 눈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막아내는 순간. 그는 이미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있었고(→), 막아내면서 몸을 숙였다.(↓)

고작 발동 조건을 하나(↘) 남겨둔 채 공중에 떠버린 것이었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쿠아아아앙!

“헉!”

서무귀의 눈이 커졌다.

생각지도 못한 대응이었다.

어떻게 왼팔이 늘어진 상태로, 거기다 내상을 입는 순간에 저런 마공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콰앙!

그는 뻗어오는 초풍신을 사력을 다해 막았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검을 뻗어서인지, 엄청난 강격으로 인해 검을 쥔 손아귀, 그리고 몸통이 찢어졌다.

타닥.

“……!”

그리고 그 순간, 서무귀의 눈빛이 형용키 어려운 모양으로 변했다.

지척으로 따라붙던 설휘. 그의 가슴에서 뭔가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마공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미 직전에 최상승의 마공을 사용해놓고, 또다시 연속으로 사용해대다니.

이게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콰콰콰콰, 콰아아앙!

상하좌우.

그리고 사선으로 이어진 네 방향.

불꽃이 넘실거리며 여덟 번의 폭음이 연쇄적으로 이어졌고, 곧 다시 한곳으로 모이며 거대한 폭발이 생성됐다.

“크아아악……!”

열기와 충격파에 후드려 맞은 서무귀가 너울너울 날아가 처박혔다.

대결을 보던 관중들은 처음에는 귀를 찢는 폭음에 놀랐고, 다음으론 확 피어오르는 화염에 눈을 의심했다.

“치. 칠사자가…….”

“이거 무슨 마공이야?”

“후아, 큰일 날 뻔했네.”

설휘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세 번째 폭발에 서무귀가 날아가 버린 게 다행이었다.

이어진 다섯 번의 폭발을 다 맞았다면, 형체도 없이 터져버렸을 테니까.

쉬이이이이…….

서서히 연기가 걷히자, 바닥에 모로 쓰러진 채 꿀럭꿀럭 피를 토해내는 서무귀가 눈에 들어왔다.

아차 싶어서 설휘가 움직이려는 그때.

“그만.”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

“여기까지 하지.”

진행자 율사가 아닌, 대회의 주최자 곤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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