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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29화 (130/379)

129화. 턴제 Lv2 (2)

도착한 곳은 작은 분지였다.

흡사 땅이 내려앉듯, 푹 꺼진 지면.

아마도 갑작스러운 일이 터졌을 때 손쉽게 대처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자리에 시설을 만든 모양이었다.

주변에는 여러 가지 석상이나 기물이 있었고, 가운데는 제단 같은 것이. 그리고 그 뒤에 창고처럼 생긴 한 건물이 있었다.

“흠…….”

생긴 것이 묘했다. 본래라면 사람이 거하는 건물이었을 텐데, 주거하는 자가 사람이 아니라 그런 것일까?

-우우온. 옴 못지 사바사바 타…….

그리고 그 창고(?)를 둘러싸고 동서남북으로, 여덟 명의 주술사가 각기 땅에 손을 대고서 방울을 흔들고 있었다.

아마도 진법. 창고를 중심으로 펼친 수법이 무너지지 않게 힘을 쓰고 있는 것이리라.

“우어어우어어!”

“캬아아캬아아!”

창고 건물 안에서는 괴성 소리가 퍼져 나왔다.

좌우로 열 장, 높이가 세 장 정도 되는 크기. 대충 사람 백 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그 건물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안에 갇힌 놈들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리라.

쾅! 쾅! 쾅!

으드드드득!

“대장. 이거 곧 무너질 것 같은데요?”

음무기의 말대로였다. 이들의 폭주는 거의 막바지에 달한 듯했다.

“기묘하군.”

제단과 달리 창고 건물은 목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원래라면 물리적으로 쉽게 부서질 듯 보이나, 쿠쿵쿠쿵 폭음에 진동할 뿐, 아무리 때려도 부서지거나 바스러지지 않았다.

주술로 저런 것도 가능하다니.

“강시는 처음 겪어 보지?”

적송이 소령에게 물었다.

때마침 창고 옆, 조그마한 창으로 그들이 날뛰는 모습이 언뜻 비친 탓이다.

“몇 번 본 적은 있어. 다만, 이렇게 날뛰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번이 처음이야.”

“나도 처음 본다.”

용진과 요림은 슬쩍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말을 꺼냈던 적송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세간에서 마교라고 부르며, 구성원 전원이 온갖 사이한 수법의 달인인 것처럼 여기지만, 그건 과장된 것.

실제로는 본교 내에서도, 무공이 아니라 술법을 주로 다루는 자들은 수가 많지 않다.

애초에 만날 기회가 없는 데다, 그들 스스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덕분에 어지간해서는, 마교인이라고 해도 강시나 실혼인을 직접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애초에 이지가 없는 데다, 지금처럼 폭주하는 괴물들을 접하는 경우는 더더욱 적었다.

쾅! 쾅! 쾅!

주먹으로 벽을 부수려고 때려대는 놈들이 있고, 어깨로 밀어 체중으로 벽을 넘어뜨리려는 놈들이 있었다.

부웅! 퍼펑!

헌데 그중에서 기공을 휘갈겨 대는 놈들이 있었다. 제법 거리를 두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들이라 바로 눈에 띄었다.

드드득! 드드드득!

고작해야 목재 건물. 저런 공격을 받았다면 당장 무너졌을 텐데, 그나마 이 정도 버티는 건…….

아마도 주변을 둘러싸고 진언을 읊어대는 주술의식 덕분일 것이고.

“……아마도 얼마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음.”

눈살을 찌푸리는 설휘에게, 뒤늦게 따라온 노인이 말했다.

“진법은 깨지기 직전입니다. 그럼에도 저 정도로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술사(術士)들이 전력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곧 한계가 올 겁니다.”

-옴만화우여보오만……. 쿨럭! 크흑!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의식을 치르고 있던 술사 몇이 피를 토했다. 그러고는 풀썩. 땅에 쓰러졌다.

드드득! 드드드득!

그와 함께 한층 강하게 진동하는 창고 건물.

이대로라면 진법은 곧 깨질 것이고, 저 마물들은 본교를 활보하며 난장판을 부릴 것이다.

“저들의 힘이 얼마나 되겠는가. 원래라면 이지를 상실한 시체들은, 물리적으로 힘이 강할 뿐, 제대로 된 지능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 말씀이 맞습니다. 보통은 그렇지요. 하지만…… 그냥 통제가 되지 않는 강시들과, 스스로 의지를 가진 놈들은 경우가 전혀 다릅니다.”

노인이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지금 날뛰는 실혼인들은, 일반적인 실혼인과 다르다고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 녀석들에게 펼친 술법은, 기존의 강시술이 아닌, 이번에 새로 개량된 주술입니다. 그게…….”

“새로 개량한 주술이라. 거기서 뭔가 문제가 생겼겠군. 뭘 어떻게 한 건가?”

설휘가 묻자 노인은 얼굴을 푹. 숙였다.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원하는 의지. 그걸 가지도록 제조했습니다. 적진에 몇 떨어뜨려 놓으면 알아서 생존할 수 있게, 피를 마시고 내공을 갈취하는 술수를 쓸 수 있게 길렀습니다. 그런데…….”

“……적지가 아니라 본교에서 아비규환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설휘는 한숨을 쉬었다.

노인의 말대로라면, 이 강시와 실혼인들은, 상대를 해하면서 더욱 강해지는 놈들이다.

초반에 제압하지 못하면 분명 시끄러워진다.

흡혈과 내공 갈취가 가능한 마물들. 저들을 자칫 몇 놈이라도 놓치게 되면, 도망쳐서 본교 내에 어떤 패악을 부릴지는 예측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장. 어떻게 할까요?”

요림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만이 아니라 다른 사령대 조장들도 다들 설휘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사면을 맡아 경계하고 서 있도록. 일단은 내가 진법을 부수고 선공을 날리겠다. 혹여나 튀어나오는 놈들은 2인 1조로 힘을 합쳐 제거하고. 음무기?”

“옙.”

“너는 예비대다. 상황을 보다가 다른 조장들이 놓치는 놈들이 있으면 그놈들을 제거해.”

설휘는 간단히 기본적인 명령을 내리고, 즉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전투방식 시뮬레이션 Lv2

[어떤 시뮬레이션을 돌려드릴까요?]

“우선 저 안에 있는 놈들 중에, 광마의 증상을 보이는 실혼인을 찾아줘. 그리고 내 시야로 볼 수 있게 해줘.”

일반적인 강시야 그리 무서울 것이 없었다. 몸은 단단하지만, 딱히 적극적인 움직임이나, 생각 자체가 없는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산 채로 실혼인이 된 놈들은 다르다.

녀석들은 기초적인 사고가 있다. 적을 마주하면, 싸울 것인지 피할 것인지 생각이란 걸 한다.

그 지능은 고작해야 늑대. 혹은 어린아이의 정도지만, 그게 강시라는 인간 병기에게 주어지면 무시무시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분석 중……◇]

눈앞에서 이어지는 분석창들.

확대했다가 줄어들고. 알 수 없는 글귀들이 곳곳에서 나열되기를 수차례.

분석 완료. 직관적 인식이 가능하도록 식별 처리. 해당 개체는 모두 여덟 체. 위협적이므로 적색으로 표시합니다. 위험도가 다소 적은 강시는 녹색으로 표시합니다.

지문이 나오고, 눈앞의 시야가 변했다.

깜박. 깜박.

붉게 점멸하는 인영은 모두 여덟.

그 주변에 마흔에 가까운 강시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붉은 점 주위를 녹색 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형국이었다.

‘이다음은…….’

설휘는 전투방식을 빠르게 바꿨다.

저들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없었다.

전투방식 턴제 Lv2

촤르르르.

눈앞에 떠오르는 활자들. 다행히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살짝 노란 빛을 띤 글자들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적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이 내용이었다.

■ 강시

설명 : 시체를 술법으로 되살리는 의식. 영혼은 빠져나갔으나, 육신에 남은 백(魄)을 움직여 술자의 의도대로 조종할 수 있다. 통제에 실패하면 모든 움직임과 능력이 최대치로 상승한다.

강점 : 이미 죽은 몸이기에 급소라 할 것이 없다. 사혈을 짚거나 내장에 치명적인 파손을 입혀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투지가 꺾이지 않고 전투 지속 가능.

약점 : 신체가 내구도가 높은 대신, 딱딱하고 뻣뻣하여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 가진 지능이 인간의 3세 아동 수준이다. 간단한 명령 외에는 이해하지 못하며, 간혹 잘못된 판단을 한다.

□ 실혼인

설명 : 광마에 빠진 인간의 혈도를 짚고, 사지를 묶은 채로 제관이 의식을 실행해서 만든 생강시.

인체는 본시 큰 잠재력이 있지만, 생존을 위해 그를 제한한다. 하지만 생강시는 자신의 수명을 신경 쓰지 않기에 그 잠재력을 마구 쓸 수 있다.

진원지기를 무분별하게 쓰기에, 인간이었을 때의 100배에 달하는 힘과 움직임을 가진다.

강점 : 강시로서의 신체능력에 기초적인 인지능력을 추가로 보유. 10세 아동 가량의 지능을 가지고 있고, 초보적인 사리판단이 가능하여, 공격, 후퇴, 도주, 등의 여러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다.

약점 : 전투에 들어서게 되면 광분 상태에 자주 빠진다. 특정 개체를 적으로 판단하고 난 후, 오로지 목표에게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

“호오…….”

처음 상대하는 적이기 때문인가?

기초적인 강시와 실혼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다음으론 적색의, 따로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한 능력치가 나타났다.

[State Summary, 상태 요약]

실혼인_대장 [곤륜파 2대 제자 경심(鏡心)]

체력 1000만/1000만

내공 1000만/1000만

전투력 1000만

특기 : 내공흡수, 피의 흉포, 자폭

깜박! 깜박!

자동으로 실혼인 하나가 지목되어 능력치가 떠올랐다.

다른 실혼인들의 전투력은 500만부터 900만가량이었는데, 그중에서 이 녀석이 제일 강했다.

[State Summary, 상태 요약]

강시_대장 [태황각 말단대원 보욱(甫旭)]

체력 300만/300만

내공 300만/300만

전투력 300만

특기 : 폭주, 피의 흉포

다음으로는 강시 한 놈의 정보가 떠올랐다. 그걸 읽은 설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분 더럽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강시 녀석은 원래 태황각 말단대원 소속. 자신처럼 아무런 소속이 없이, 그때그때 명령을 받아 움직이던 교인 중 하나였다.

그런 놈이 아마도 전사한 후, 이곳에서 강시로 나타난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교단에 이용당하는 모습.

선택 지문이라는 기연이 없었다면, 저게 설휘 자신의 처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밖에서도 데려왔고.’

곤륜의 2대 제자 경심이라는 자.

“크우우우우!”

실혼인으로 무슨 조치를 어떻게 받은 건지, 그는 척 봐도 마성에 휩싸인 듯했다.

눈에서는 시뻘건 혈광이 뿜어지고 있었고, 가끔 몸에서 흐르는 피는 거무칙칙한 녹색이었다.

쾅! 쾅! 우지직!

한편, 기어코 놈들을 막아내고 있던 벽 하나가 부서졌다.

“사발리 발라…… 커억!”

그와 함께, 주술을 유지하고 있던 노인 몇 명이 주저앉으며 각혈을 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다.

“쓰읍.”

설휘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내공을 일으키며, 이제 막 쏟아져 나오는 강시와 실혼인. 그 가운데서 가장 흉맹하게 살광을 뿌리는 실혼인 대장을 노려보았다.

‘우선은 저놈부터.’

파앗!

설휘는 푹 꺼진 지면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창고 위로 내려앉기 직전, 허공에서 그대로 검기를 쏘아냈다.

쩌적!

지붕에 구멍이 생겼고. 그 안으로 설휘가 정확하게 들어갔다.

투욱.

“……!”

“……!”

“……!”

저장소라고 할까. 창고 내부에 설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시와 실혼인들이 일순 멈췄다. 놀라기라도 한 것일까.

씨익.

그런데 한 놈. 목표로 했던 실혼인 대장은 그러지 않았다.

중앙의 의자에 앉아, 마치 이들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던 놈은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웃어?”

파밧!

그 순간 즉시 펼쳐진 설휘의 특이한 움직임.

실혼인의 대장은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놈은 설휘를 보자마자 바로 손을 내뻗고 있었다.

하지만 늦었다. 설휘가 펼친 특수 기술은 이미 발동되어버렸으니까.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콰콰콰콰 콰아아앙!

일전에 비무대회에서 칠사자 서무귀에게 선보인 무공이다.

검이 내민 동선의 전후좌우. 그리고 사선 방향으로 거대한 폭발이 연속으로 일었다.

퍼벅! 터덕!

여덟 번이 동시에 터지는 일격. 그 일격에 실혼인 대장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우드득! 퍼벅!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강시들 몇도, 폭발의 여력에 휘말려 산산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설휘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열화지천공(熱火地天功)!”

그는 이미 극한으로 끌어올린 내공을, 죄다 검에 밀어넣으며 지면에 박았다.

지지지직- 콰아악!

검기에 실린 시뻘건 극한의 화염공. 자그마치 여덟 줄기의 화공이었다. 그 불의 길은 사방으로 줄기차게 뻗어나가다 창고 끝에서 멈췄고.

쿠와아아아왕!

곧이어 열기가 땅에서 하늘로 치솟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크아아악!”

“쿠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타오르거나, 터져나가는 강시들.

방금 이 두 번의 공격으로, 저장고 내의 강시와 실혼인들이 삼분의 일이나 정지, 혹은 죽음을 맞았다.

“후욱…… 후욱…….”

설휘는 급히 숨을 골랐다. 내공을 엄청나게 써 버렸지만 운공을 할 시간도,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채 죽지 않은 시체들이 비척대며, 그를 피하려고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가게 두면 안 돼. 실혼인을 잡아야 한다.’

시야가 좋지 않았다. 수라폭열공의 폭발 때문이다.

피어오른 흙먼지와 시체들이 타오르며 일어난 연기. 그게 뿌옇게 눈앞을 가렸다.

깜박. 깜박.

다행스럽게도, 그럼에도 여전히 시뮬레이션은 적용이 되고 있었다.

눈에 띄는 붉은 인영은 여섯.

처음 여덟이던 것 중, 둘은 처치했고 나머지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런데 그중 셋이 이제 막 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쿠아아아!”

파각!

강시 하나가 달려들었지만, 설휘는 재빠르게 목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곧장 도약했다.

적색의 인영. 실혼인이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쿠와아아아앙!

이번엔 폭풍이었다.

푸른 검기를 가득 담은 바람이, 실혼인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강시까지 덮쳤다.

콰드득! 우드드득!

지근거리에서 터진 폭발성 공격에, 그들은 변변찮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이제 다섯.’

설휘는 남은 숫자를 세었다. 지금 저장고 안에 남아있는 실혼인은 둘.

헌데 그놈들은 그새 생각이라도 정리한 듯했다. 먼저 한 녀석이 권기를 날려왔고.

파앗.

설휘가 피해내자마자, 줄행랑을 쳤다.

“어딜!”

설휘는 일직선으로 도망치는 놈을 향해 바로 검을 휘둘렀다.

쏴아아악!

거리는 있었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지금 설휘가 쓴 초식은 사대극마공중 하나인 소하개동.

우드득. 뿌드드득.

냉기가 가득한 해무가 번져나가, 상대의 발길을 붙잡은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자잘한 빙공이 수도 없이 쏘아지며 놈의 몸을 굳어버리게 했고.

촤아아악!

뒤이어 달려온 설휘의 일격에 목이 날아갔다.

‘이제 한 놈…… 어?’

가쁜 숨을 몰아쉰 뒤 고개를 든 설휘.

일순,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멀찍이 도망치던 놈이 지척까지 달려와 있었던 것이다.

[‘실혼인_6’이 ‘설휘 님’의 빈틈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턴제 발동.

설휘는 그제야 떠올랐다.

이 녀석의 능력 중에 동귀어진 같은 자폭이 있다는 걸.

▶ 스스로 결정짓는다.

▷ 시스템에 맡긴다.

헌데 눈앞에 떠오른 턴제 지문은, 이전과 좀 다르게 변해 있었다.

설휘는 곧장 첫 번째를 선택했다. 때마침 이 상황을 대처할 방법이 머리에 이미 떠올라 있었기에.

‘스스로 결정짓는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쿠와아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에 퍼지는 폭발.

그럼에도 설휘는 피해가 없었다.

폭발과 거의 동시에 발동시킨 특수 기술이 있었기에.

[절세풍검을 발동합니다.]

휘이이이잉!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바람기둥.

그 순간 설휘의 몸은 반딧불처럼 반짝거리며 일시적인 무적(無敵) 상태가 되었다.

덕분에 지근거리에서 터진 강시의 자폭은 그에게 아무 피해도 주지 못했다.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온 설휘는 주변을 훑고는.

“남은 건 넷.”

파앗!

짧게 읊조리며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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