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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30화 (131/379)

130화. 턴제 Lv2 (3)

“아…….”

노인과 함께 있던 아이, 송화(松花)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진법을 뚫고 들어간 사령대장이라는 사내.

그는 구석도 아닌 창고 한복판에 떨어지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결정을 해서, 보는 사람을 덜컥하게 만들었다.

쿠콰콰쾅!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저 흉맹한 강시와 실혼인들이 그의 일격에 초토화 당하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은영단의 사령대. 넷째 제자의 소관 아래에 있는 2선급 하위 부대. 그들이 주로 맡는 일은 곤마의 핵심무사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특히나 사령대는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무사들. 하는 일이야 주로 잡일, 혹은 전령이나 전황 파악의 전초병 등이었다.

애초에 무력이 받쳐 주지 못하는 자들을 모아, 그럭저럭 먹이는 밥값이라도 하게 하려고 잡다한 일을 맡기며 유지하는 부대. 송화가 아는 지식으로는 분명 그러했다. 헌데.

“확실히…… 은영단에 대한 정보가 많이 잘못된 듯하구나.”

노인, 기려사대의 대주. 동령(東靈)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슨 삼국지에 등장하는 만인부당의 장수처럼 단신으로 진법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던 강시와 실혼인들을 죄다 격살하는 모습이라니.

하나하나가 경천동지할 무공이었는데, 그걸 쏟아내고도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은, 말 그대로 천하무쌍.

감히 대적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실혼인의 자폭을 버텨낸 모습이었다.

기려사대 자신들이 만들어 내었기에, 저 실혼인의 자폭이 얼마나 끔찍한 위력을 지니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저 사령대장이라는 자가 휘말렸을 때, 다 끝났다…… 하고 주저앉으려 할 무렵.

그는 그 폭발 속에서도 아무런 피해 없이 살아남았다. 기려사대로서는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조제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저 사령대장의 무위가 그만큼 높은 것인지.

“저기…… 저걸 좀 보세요.”

고민이 깊어질 때쯤, 송화가 한쪽을 가리켰다.

쉬쉭! 퍼벅! 파박!

사령대원들은 사전에 받은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저장소에서 뛰쳐나온 강시들을 맞아,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게 하나하나 요격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허…….”

동령은 그게 놀라웠다.

기려사대에서 제조하는 강시들, 그들의 성능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잘 아는 이도 없었다.

최소가 교단 본부의 상급 무사 수준.

그러니 은영단의 하부 조직인 사령대로서는, 두셋이서 짝을 지어 강시 하나만 처리해도 나름 선방하는 셈이었다.

헌데 외려 혼자서 강시 서너 마리를, 그것도 너무 쉽게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일개 대원인가 싶을 정도로.

“허.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나중에 한번 건의를 드려봐야겠구나.”

“……무엇을요?”

“뭐. 그런 게 있다.”

노인, 동령은 허연 수염을 쓸어내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초췌하기 짝이 없었던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안도감과 기대감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었다.

* * *

“목부터 공격해! 그럼 한 번에 끝나!”

“알고 있다고!”

쇄액! 파악!

요림과 용진은 합을 맞추며 거침없이 강시들을 베어갔다.

어쩌다가 통제가 안 되는 폭주 상황으로 몰렸지만, 기려사대가 만들어 왔던 강시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끼드득. 끼득.

움직임은 다소 뻣뻣했지만 그중에는 도검불침,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베어지지 않은 놈들도 있었다.

“아! 진짜 거추장스럽게!”

물론, 사령대 조장들은 이미 내기 발현을 자유자재로 하는 경지에 올라있었기에.

살이 좀 단단하고 질기다고 해도, 검기만 좀 두르면 강시들의 몸은 퍽퍽 베어져 나갔다.

다만, 의욕이 너무 앞섰다는 것이 문제였다.

“취이이익!”

“어라……?”

한참 피보라를 일으키며 강시들을 베어내던 용진이 움찔했다.

이제껏 우루루루 자신을 피해 도망치던 놈들 중 하나가, 갑자기 기습적으로 돌아서서 덤벼온 것이다.

‘자폭!’

순간적으로 그것이 벼락같이 떠올랐다. 요림은 방어를 도외시하고 있던 용진에게 급히 고함질렀다.

“용진! 피해!”

스슥. 칵!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용진 역시 사령대 조장, 설휘가 대장이 된 이후로 무공만 급상승한 것이 아니다.

설휘는 대체 어디서 구해오는지, 천금같은 신병이기를 아낌없이 그들에게 나누어 줬다. 그것도 별 희한한, 상상도 못 한 공능을 가진 무기를.

심지어 그 무기들은 조장들 개인이 쓰기에 딱 맞는, 맞춤형 무기이기까지 했다.

촤아아악!

용진이 몸을 날려 공중에서 나타나, 바닥으로 내려오며 놈의 목을 날린 후.

“미안. 방심했…… 어?”

혼잣말을 하다 말고 한순간 옆으로 이동했고.

파밧!

요림 역시 지면을 박차며 거리를 벌렸다.

쩌어어-- 구구구쿵!

목이 날아간 강시가 그대로 폭발했다. 최대한 거리를 벌렸는데도, 짜릿하게 그들을 스쳐 간 기운.

“와우.”

이게 대체 사람인가 화기인가. 분명히 체내에 돌리던 기공을 터뜨려 일으킨 폭발이거늘. 강시가 있던 자리가 움푹 꺼진 것을 보고는 둘 다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단순히 권기였다면 이 정도의 파괴력을 줄 수 없다. 이건 초권기(超拳氣). 기려사대가 이번에 새로 만들고 있었다는 강시는, 상식 밖의 괴물이었던 것이다.

“야. 야. 저기 저놈.”

쿠직!

때마침 목이 날아간 강시를 밟으며 나타난 실혼인 하나. 그 모습이 요림의 가슴을 들끓게 했다.

“쉽지 않겠는데?”

“그러니 더 재밌을 것 같아.”

용진이 말하자 요림이 씨익 웃었다.

서로의 눈빛을 보고는 달려나가는 두 사람.

치칭! 파각! 펑! 펑!

다시금 싸움이 맹렬하게 이어졌다.

“핫! 야압!”

한편, 적송과 합을 맞추는 소령은 매우 빠르게 적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이 둘은 강시들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사칵!

근접전에서는 적송의 칼에 죄다 목이 날아갔고.

거리를 벌이려 하면, 소령이 암기를 급소에 꽂아 넣고 있었다.

피픽! 픽! 퍼억!

이 구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두 사람이 쓰고 있는 신병이기.

소령이 펼치는 암기는 죄다 백발백중이었고. 적송이 휘두르는 검격은 베어내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저기 저거지?”

“맞아.”

강시들이 죄다 도륙된 상황에 나타난 실혼인 하나.

조심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마침 둘의 사기는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

“시간 좀 벌어줄래? 신병이기 발동까지.”

“맞출 자신은 있고?”

적송이 기폭고열검을 쓰겠다는 말을 하자, 소령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의 신병이기는 분명 생각도 못 한 대단한 공능을 발휘하지만, 발동하기에는 꽤 많은 동작을 요구했고, 그건 난전 중에는 쓰기 까다로운 것이 있었다.

하지만 적송은 소령의 우려를 불식했다.

“괜찮아. 얼추 방향만 맞으면 돼. 가까이 갈 필요 없어.”

그의 무기가 뿌려내는 기폭고열검. 그 공능은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했다.

그냥 쓰면 벽력탄과 흡사한 위력을 내지만, 마지막 순간에 한쪽으로 방향을 틀면 그 위력이 직선 방향으로 쫘악 퍼져 나간다.

“좋아. 이목을 끌지.”

파팟.

소령은 적에게 곧장 암기를 쏘아냈다.

시싯!

그런데, 당연히 맞을 줄 알았던 실혼인이 빠른 신법을 써서 피해 냈다.

‘움직임이 달라……?’

그걸 본 소령은 눈을 가늘게 떴다.

파파팟.

공격을 피해 낸 놈은 소령을 목표로 삼았는지 빠르게 달려들었다.

“흥!”

하지만 소령은 사령대에서, 대장 빼고는 경공술에 가장 조예가 깊은 조장이었다. 그녀는 적송의 주위를 빙빙 도는 수법으로 실혼인을 끌어들였고.

‘하앗.’

또다시 그녀는 귀연전화, 신병이기의 이능을 펼쳐냈다.

촤아아아-

평시 쓰던 기공과 다르게, 지금 쏟아져 나가는 기공은 철필 모양이었다.

헌데 급하게 쓰느라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일까? 쏘아져 나간 기공은, 달려오는 적과는 한참이나 빗나간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카야아 컥!”

거의 눈앞까지 다가온 실혼인의 움직임이 굳었다.

푸직. 퍽!

그 머리를 터뜨린 소령의 기공.

이미 처음 배웠던 운용 방식을 넘어, 암기로 쏘아낸 기공의 방향을 스스로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적송! 조심해!”

“너나 조심해!”

외침과 함께 적송이 검을 내질렀다.

부우웅!

실혼인과의 거리를 이 장이나 벌린 상황에서, 그의 검에서는 불길이 터져 나왔다.

콰르릉!

기폭고열검. 이름처럼 기로 폭발을 일으켜 강한 열기를 뿜어내는 검기.

그 기술이 터져 나오자, 폭발이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공멸시켜 버렸다. 어찌나 위력이 강했던지 실혼인이 곤죽이 되어, 형체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후우. 식겁했네.”

정말 간발의 차이로 소령이 비켜난 모습을 본 적송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너보다 더 식겁한 건 난데?”

자칫 아군의 공격에 폭사할 뻔한 소령이 눈을 부라렸고.

“미안하다. 사과는 좀 있다가 하고…….”

적송은 한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그쪽에는 멀찍이 도망가는 실혼인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를 따라 쫓아가는 무인 하나.

“음무기!”

“위험해!”

적송과 소령은 고함을 질렀다.

파밧!

상황은 조금 전과 똑같았다. 일단은 회피기동을 하던 실혼인이 도무지 도망칠 수 없다고 여긴 건지, 갑자기 방향을 돌려 음무기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음무기!”

설휘도 마침 그걸 보고 있었다.

바깥으로 도망친 실혼인 중 둘은 대기하고 있던 조장들에게 맞아 격살 당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이리저리 교묘하게 몸을 틀어 달아나는 한 놈이 있었다.

외곽에서 빙빙 돌며 추이를 보던 음무기가, 놈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즉각 달라붙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실혼인은 언제 도망쳤냐는 듯 갑자기 방향을 틀었고, 오히려 음무기를 맞상대하려고 들었다.

“이런!”

음무기도 뒤늦게 직감했다.

이놈은 애초에 도망가려던 게 아니라, 자신처럼 쫓아 달려오는 놈을 요격하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을.

쉬이익!

심지어 강시 특유의 뻣뻣함이 전혀 없는, 상대의 움직임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거, 거리가!’

설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전투력 900만

자신이 처리한 실혼인 대장 다음의 강자다.

그러니 음무기의 무위 정도는 단번에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득달처럼 달려드는 게 아닌가.

최악의 경우, 자폭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럴 경우 음무기의 생사가 여기서 결정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설휘는 손을 쓸 수 없었다.

거리도 거리지만, 이미 실혼인과 음무기는 격돌하고 있었다.

[‘실혼인_4’가 ‘음무기’의 치명적인 빈틈 발견!]

그때.

의아하게도 턴제가 발동되었다.

자신의 위험이 아닌데도 눈앞의 창은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유가 드러났다.

[사용자를 전환합니다.]

[음무기 - 설휘]

거짓말처럼 시야가 바뀌더니, 눈앞에 실혼인이 보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음무기와 실혼인을 멀리서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실혼인을 정면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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