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절세보물 (1)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스스로 결정짓는다.
▷ 시스템에 맡긴다.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음무기의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이렇게 달라진 거구나!’
Lv2라는 것.
이제까지 모든 것은 설휘 자신에게만 적용되었다.
설령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설휘 자신만 상황을 바꾸거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하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경우, 대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금 음무기의 경우처럼.
○ 수하들이 위기를 겪는 순간, 일시적으로 그들의 몸과 하나가 됩니다.
턴제 Lv2가 되며 나왔던 설명. 그 의미가 이제야 겨우 파악되었다.
‘스스로 결정짓는다.’를 선택하셨습니다.
쉬이익!
득달같이 달려드는 실혼인. 그에 대한 설휘의 대응은 간단했다.
빙원결갑(氷原結鉀).
이미 맞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니,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거…….’
내 몸이 아닌데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스스슥-
기우였다.
음무기가 익혔든 익히지 않았든, 설휘가 아는 무공은 음무기의 몸을 통해 정확히 발현되었다.
물론 호심기공이 본래처럼 강대하게 펼쳐지지는 않았지만, 그건 음무기의 내공 수준 때문이었다.
쩌쩡!
시간이 다시금 흐르고, 실혼인의 손에서 가공할 권격이 펼쳐졌다.
퍼억!
음무기가 일격을 맞았지만, 크게 휘청였을 뿐.
빙원결갑 덕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파밧!
그리고 급히 물러서서 거리를 벌리자, 더 이상의 추가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사용자를 다시 전환합니다.]
[설휘 - 음무기]
솨아아아아-
그리고 순간적으로 다시 시점이 변한 설휘.
음무기가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본인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결과적으로 턴제 Lv2는, 수하들의 위기를 자신이 극복하게 해주는 일종의 보호 장치.
대신 자신의 능력을 모두 펼칠 수 있는 게 아닌, 수하들이 가진 능력만을 이용해서 펼쳐간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그 정도의 혜택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무공 또는 전투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수하들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하앗!”
음무기를 위험에 빠트렸던 실혼인의 활보는 거기서 끝이었다.
달려가던 설휘가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하자마자 빙백신검(氷白神劍)을 쏘아냈다.
쏴아아악!
단순한 검기 따위가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막아낼 수 없는 냉기가 먼저 적을 덮쳐 얼리고, 뒤이어 한백(寒白)의 기공이 상대의 목을 날려버리는 고급 기술이었다.
그만큼 상당히 많은 내공을 요하는 기예.
하지만 설휘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이제 곧 끝나는 상황이었으니까.
핏-
냉기에 몸이 굳어버린 실혼인이, 한백의 기공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실혼인 중 2인자씩이나 되는 자의 죽음은 더없이 허무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요……?”
설휘가 도착하자, 실혼인의 죽음을 목도한 음무기가 물었다.
그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방금 전에 큰 일격을 맞았는데, 고작 작은 내상으로 그쳤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모르는구나.’
설휘는 또 하나의 사실을 발견했다.
턴제가 발동하면 상대는 도움을 받은 걸 잠시 망각하는 듯했다.
지금 음무기가 그러했으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다. 아직 한 녀석이…….”
“대장, 저깁니다!”
저편에서 수하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설휘가 시선을 돌렸다.
타다닥!
반대편으로 재빠르게 도망치는 놈. 저 실혼인은 정말로 도망칠 생각인지 전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소령!”
설휘가 달려나가며 신호를 줬고, 소령이 이에 반응했다.
찰칵!
귀전(鬼箭). 그녀가 가진 신병이기의 이능을 펼치려고 동작을 취하던 그때.
터억.
갑자기 저편에서 실혼인이 멈췄다.
우드득!
정확히는 누군가의 손에 머리채가 잡힌 것이었다.
“거기, 위험해!”
달려나가던 설휘가 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실혼인의 몸에서 열기가 증기처럼 솟다가, 폭발했다.
콰아아앙!
한밤의 고요를 깨는 거대한 폭발.
열기의 범위는 좌우보다 위로 높게 치솟았다.
“……이런.”
“죽었나?”
뒤늦게 본인들이 맡은 실혼인을 처리한 용진과 요림이 저편을 보며 말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살아있어.”
그녀의 말대로였다.
자욱한 연기가 걷히고 난 자리에는, 검은 피풍의를 걸친 사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아.”
횃불을 든 채 도열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걸 보고서 따라온 음무기가 신음을 흘렸다.
“누군지 아느냐?”
설휘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혈우검신(血雨劍神) 유패(劉覇)입니다.”
“그게 누군데?”
거듭 묻는 설휘의 말에, 음무기는 짐짓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말을 이었다.
“교주님의 둘째 제자 마후. 그의 오른팔이며 주력부대 혈사단을 이끄는 혈사단장입니다. 무위는…… 극마. 극마의 고수입니다.”
* * *
혈사단.
이제자 마후의 1선에 배치된 주력부대 중 하나다.
숫자는 삼백여 명으로 곤마의 수하인 은영단과 비슷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단원 하나하나가 모두 절정의 무인들.
그중에서 대장급은 초마에 근접. 경우에 따라서는 무려 초마의 극에 오른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끄는 혈우검신.
그는 공식적으로 교내 서열 14위의 극마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오, 오셨습니까.”
횃불을 든 무리들이 창고까지 나아가자, 기려사대의 동령이 급히 나와 인사했다.
그 말에 유패란 자는 경건한 자세로 예의를 보였다.
“죄송하게 되었소. 나름 서두른다고 한 것이…… 면목이 없게 되었구려.”
말은 짧지만, 행동은 진중하다.
그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었다.
척 봐도 유패, 극마의 고수라는 이가 눈앞의 노인에게 진심을 다해 예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기려사대는 총단에서도 그 입지를 인정받는 곳.
오래전에 명맥이 끊긴 본교의 사술을 되살리고, 기존의 술수들을 연구해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본교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리고 사술이란 원래 천리를 역행하는 것. 이번처럼 위험한 사고가 종종 일어났기에 목숨을 잃는 일도 다반사.
그렇기에 그만큼 우대를 받는 곳이었다.
“오는 것이 너무 느렸는데, 피해 상황은 어떻소이까?”
“불행 중 다행으로 크지 않습니다. 먼저 도착해서 혈겁을 막아주신 분들이 있어서. 특히 저기 저분이…….”
“봤소이다. 저 젊은이지요?”
그때쯤 설휘의 일행도 그곳으로 자리했고, 유패는 손가락으로 설휘를 가리켰다.
“예. 저 나이에 이루기 힘든, 놀라운 경지의 무예였습니다.”
“그렇더군요.”
유패는 천천히 이동했다.
그에 수하들은 잔뜩 긴장했다.
혈우검신이라는 별호에 ‘혈우’라는 이름이 왜 들어갔는지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있다면 오직 설휘뿐.
투욱.
설휘는 지척까지 다가온 그를 가볍게 살폈다.
일단 모습은 크게 특이하지 않았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얼굴이 웃는 상이라 그런지, 지금 웃는 건지 아닌지 알아보기 힘든 정도.
하지만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글귀는.
[목숨 + 15]
이제껏 보아온 어떤 이들보다 많은 숫자였다.
때마침 턴제가 끝나고 자유제로 바뀐 탓에, 그의 능력을 보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쉬웠다.
“자네. 이름이 뭔가?”
“……설휘라고 합니다.”
“설휘. 그래, 소속은?”
설휘는 잠깐 망설였다.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하지만 이미 다른 이들에게도 밝힌 이상 속일 필요는 없었다.
“사령대장입니다.”
“사령대장? 혹시, 은영단의 그 사령대 말하는 건가?”
“예.”
“허…….”
웃는 얼굴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불쾌하다는 표현은 좀 과하고, 그렇다고 좋은 기분이냐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은영단에 제대로 된 무사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투. 그것이 설휘의 미간을 찌푸려지게 했다.
자신만 아니라 수하들까지 다 함께 욕보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과장해서 떠받드는 곳도 있으니, 과소평가되는 곳 역시 얼마든 있는 법이지요.”
“……호오. 제법 그럴듯하군.”
듣기에 따라서 도발이라고도 할 만한 말.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헌데, 창고 안에서 강시와 실혼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찌 알고 움직였나?”
“딱히 구분한 적 없습니다. 그저 위험해 보이는 녀석들만 노렸고, 적중했을 뿐이었지요.”
거짓말이었다.
다만, 이자에게 시뮬레이션 같은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
“뭐, 굳이 구분할 필요 없는 실력이긴 했지.”
유패는 꽤 오랫동안 설휘를 응시했다.
‘기분 나쁜 녀석이다.’
그저 가만히 보기만 하는데도, 설휘는 상대의 시선이 자신의 온몸을 훑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설휘. 혹, 우리 쪽에 들어올 의향은 없나?”
“……예?”
그러다가 질문이 나왔다.
“나는 실력 있는 자들을 좋아한다. 특히 너처럼 실력에다 배짱까지 있는 당돌한 녀석은 더욱.”
유패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눈앞에 이것이 떴다.
[혈우검신 유패가 영입 제안을 해옵니다. 천마의 이제자 마후의 수하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승낙/거부]
[소속을 곤마에서 마후로 바꾼다면, 기존 ‘곤마가 제시하는 세 가지의 삶’에서 ‘마후가 제시하는 두 가지의 삶’으로 스토리의 중심이 바뀌게 됩니다.
‘이게 뭐야?’
당황스러웠다.
마후의 수하라니.
그리고 마후가 제시하는 두 가지의 삶은 과연 뭘까.
‘……쓸데없는 일이야.’
하지만 그저 궁금하기만 했을 뿐, 이제 와서 소속을 변경할 생각은 없었다.
천마의 이제자는 이미 상당한 입지를 쌓은 사람이다.
지금 자신이 그의 밑에 들어가 봐야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이제껏 은연중에 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그를, 어떻게 믿고 몸을 던진다는 말인가.
“뭐. 네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알 만하다.”
이번 선택지는 시간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유패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 마음대로 너를 함부로 빼오려는 건 아니다. 정식으로 절차를 밟을 터이고, 마후 님께서는 곤마 님께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원한다면 네 수하들도 모두 받아주마. 어떻냐. 하겠느냐?”
그의 질문에 설휘는 시선을 돌렸다.
딱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수하들.
아마도 별다른 생각이 없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설휘는 부담 없이 선택했다.
영입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냐?”
거부를 선택하자마자, 곧장 질문이 날아들었다. 표정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선택?”
“예. 앞서 이 길을 지나간 누군가가 제게 알려주었기 때문이지요.”
“앞서 지나간 누군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패.
하지만 그는 곧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허, 참. 재밌는 녀석답게 재밌는 대답이로군.”
그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일단 일은 해결되었으니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을 청하십시오.”
“아. 예.”
그는 노인에게 예를 표했고, 이어 설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젊은이.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그것이 끝이었다.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허.”
“방금, 신법을 쓴 거지요?”
음무기와 용진이 놀랍다는 듯 물어왔다.
좀 전까지 눈앞에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설휘는 담담히 서 있었다.
혈사대장으로부터의 갑작스런 영입 제안이라니.
우선은 거부하긴 했는데, 이게 잘한 건지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특히 ‘마후가 제시하는 두 가지의 삶’이라는 것은, 앞으로 영영 알 수 없는 미래가 된 것이다.
‘이것 참…….’
그래서 기분이 복잡했다. 마치 놓친 고기 타령을 하는 낚시꾼처럼.
받을 수가 없어서 거절한 제안인데, 그 제안을 받았으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혹여 더 좋은 길이 있진 않았을지 괜한 미련이 생기는 것이었다.
“사령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였다.
때마침 자신 옆으로 노인이 다가왔다.
“예, 말씀하시지요.”
“갑작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이 늙은이가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요?”
“예.”
설휘는 눈을 몇 번 껌뻑였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나 보려고 했더니.
“여기, 이 아이를 거둬주시겠습니까?”
황당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소년을 맡아 달라니.
혈사대장에 이어,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보시다시피 이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다른 대원들처럼 체력적으로 뛰어나거나 무위가 대단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어린 녀석이, 저희 기려사대에서 술력이 가장 높습니다.”
노인은 나름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껏 이 늙은이를 통해 기려사대의 진전을 이어받은 몸. 조금 더 크게 되면 본교 최강의 술법사가 될 동량입니다. 실은, 여기 창고에서 강시와 실혼인들을 막은 것도 이 아이가 그린 진법 덕분입니다.”
“……허.”
고작해야 열 살 좀 넘어 보이는 애가, 그 강력한 진법을 만들었다고?
설휘는 재차 확인하려는 듯 창고를 힐끗 바라보았다.
“기존에 익힌 사술도 있거니와, 여러 가지 기묘한 둔갑술에 대해서도 재능이 있으니, 곁에 두시게 되면 아마 대장님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왜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설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렇게 재능이 뛰어난 인재라면 기려사대가 잘 품어서 키울 것이지, 왜 술법과는 아무 인연도 없는 자신에게 맡아 달라고 하는지.
“글쎄요. 이 아이가 운명을 느꼈다고 합니다.”
“……운명?”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소리였다.
“자그마치 혈사대장의 영입 제안을 서슴없이 거부하시는 모습. 그리고 수하들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대장을 따르는 모습. 무엇보다 오늘, 기이할 정도로 잘 작동한 진법. 그리고 그 진법이 무너지기 직전에 도착하신 분이 바로 당신이시지요.”
“…….”
“본교의 술법사들은 크건 작건 역천자입니다. 하늘의 도리를 거슬러 죽은 자를 되살리고, 의지 있는 자를 찍어 누르는 자이지요. 허나 그렇기에, 한번 마음이 간 길로는 반드시 가고 마는 성미가 있습니다. 어차피 역천의 대가를 치를 몸이라면, 원하는 대로 걸어가기라도 하자는 것이지요.”
“…….”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이런 게 무인과 술법사들의 차이인가? 황망해하고 있는 설휘의 눈앞에 이것이 떴다.
기려사대장이 수석제자 송화를 수하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합니다.
[그의 부탁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승낙/거부]
“아니. 이건…….”
“받아들이시지요.”
“저는 찬성입니다.”
설휘가 반대 의사를 말하려 할 때, 수하들이 손을 들고 한마디씩 했다.
“사술의 효용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규모의 난전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요.”
“그리고 대장, 기려사대는 기본적으로 마후의 소속이에요. 이 꼬마의 역량이야 어쨌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저들과 줄을 댈 수 있게 됩니다. 전략적으로 좋은 제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다른 어떤 것보다 소령의 마지막 속삭임이 크게 와닿았다.
설휘의 결정은 그렇게 뒤집혔다.
[승낙을 선택했습니다. 기려사대 소속의 송화가 은영단으로 소속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눈앞의 빛.
설휘는 느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것으로 마무리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