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육성 시물레이션-132화 (133/379)

132화. 절세보물 (2)

[적파]

“정말 훌륭히 임무를 완수해주었구나. 기려사대주께서 칭찬이 자자하더군. 정말이지, 넌 은영단의 보물단지다.”

적파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보고받은 것보다 사태가 훨씬 더 위험했던 것에 대해 놀랐고, 그 위험한 상황에서 실적을 올린 것에 또 놀라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적파]

“이번에 은영단의 명예를 크게 높였으니, 그냥 말로 넘길 게 아니지. 내가 정말로 아끼는 두 가지를 선물로 주겠다. 하나는 ‘마선전기(魔禪傳記)’라는 서책인데, 본교의 마공서가 아닌, 외부의 무인이 오랫동안 본교를 보고 느낀 바를 집필한 서책이다. 총단 칠홍비고에서 발견된 것인데, 대단히 귀한 책이지.”

“외부의 무인이라면, 본교의 교인도 아니면서 본교에 대해서 글을 썼단 말입니까?”

“그렇다. 심지어 객관적이야. 그러니 보기 드문 것이지. 깨달음이 높아질수록, 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자신을 재단할 필요가 있는 법. 본래는 나만 아껴보던 것이었는데, 이걸 너에게 주마. 왠지 너에게는 꼭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또 하나.”

적파는 한 손으로 마선전기란 서책을 내밀며, 다른 손으로는 단환 모양의 물건을 내밀었다.

[적파]

“이건 ‘만년음양과(萬年陰陽果)’라는 거다. 너쯤 되는 경지에 오르면, 필연적으로 마성에 사로잡히는 경험을 하게 되지. 물론 알아서 잘할 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거라. 쓰일 날이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설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성에 사로잡힌다. 그게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받아 두어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적파]

“그래. 앞으로 어떤 위기가 와도 너는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적파가 사라졌다.

눈앞이 빛으로 가득 차더니, 다시 시야가 밝아졌을 때는 수하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며 스쳐 갔다.

그들은 모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소년에 대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용진]

“역천자라니. 들어본 적은 있지만,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 반갑다. 잘 부탁해.”

[요림]

“주술은 보통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술법이라고 들었는데, 일반적으로 무공의 고하에 따라 성공률은 떨어지지 않나?”

[적송]

“어디 주술 한 가지만 있나. 저주와 환술, 기문둔갑 같은 것도 있음이야.”

[음무기]

“저기, 그런데…… 둔갑술이라면 막 사람이 동물로 변하고 그런 거 아냐?”

[소령]

“멍청아……. 그건 옛날이야기의 변신술이지, 지금 말하는 건 기문둔갑(奇門遁甲)술이야. 정밀한 수리학(數理學)에 근거를 두고, 적에게 우리의 위치를 숨기고, 시기적으로 길흉을 파악하는 고위의 술법이라고.”

수하들은 죄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지식에 대해 한마디씩 했음에도.

[송화]

“자, 잘 부탁드립니다!”

송화는 어떠한 반박 없이 그저 고사리 같은 손을 맞잡으며, 충실히 예의를 보였다.

27, 26, 25, 24…….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늘 의아했던 점이지만, 왜 여기서 시간이 멈추지 않는 걸까. 중간에 자유행동을 할 수 없을까?

설휘는 그게 아쉬웠지만,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운명의 마지막 날입니다.]

늦은 밤.

설휘가 거처하던 곳에서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눈앞에 뜨는 정보창들.

[마선전기(책)를 얻었습니다.]

[만년음양과x3를 얻었습니다.]

“흠.”

마선전기와 만년음양과.

모두 적파가 선물했던 것들이다.

다른 이도 아닌 은영단의 무공을 가르치는 수장이 준 것이니, 분명 예사롭지 않은 물건일 터.

‘어? 이건 습득되는 게 아니구나.’

그런데 다른 비급서처럼 마선전기란 서책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건 직접 읽을 수밖에 없는 듯 보였다.

‘시간도 시간이니…….’

설휘는 도구함을 열어 마선전기를 직접 꺼냈다.

날이 밝으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 스토리’로 가는 걸 알고 있기에, 이참에 밤새 이것이 무엇인지 읽어보려는 의도였다.

“저장은, 이번엔 안 해도 되겠지.”

저번 달에 이미 시간을 기록했기에 굳이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서탁에 앉은 설휘는 마선전기란 책을 펼치며 한 자씩 읽어나갔다.

* * *

마선(魔禪).

이 두 개의 음을 붙여보면 마(魔)의 신선이다.

이름만 봐서는 미쳐버린 광인이나, 싸움에 미친 아수라. 그런 마음을 갖거나 그런 길을 가는 것 같았지만, 읽어보니 아닌 것 같았다.

책 어디에도 마를 숭상하는 그런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마공의 마(魔)가 아닌, 하나의 세계를 가리키는 단어라고 봐야 했다.

“흠.”

즉, 마선의 뜻은 새로운 세계를 걷는 마음의 수련으로 해석됐다.

불가에서 흔히 쓰이는 참선도 이와 비슷하다.

참선의 본시 의도는, 인간이 스스로의 본성을 연구하고 이해하며, 나아가 깨달음을 얻으려는 데에 있는 것.

혹 왜 마선이 참선과 비슷하냐고 묻는다면, 바로 뒤이어 적힌 전기란 말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전기(傳記)란 한 사람의 일생 행적을 적은 기록이지만,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일생 행적 중에 일부분을 기록하여 전하려는 의도로 보였으니까.

빠르게 훑어본 마선전기의 내용은 이러했다.

책자에는 모두 12명의 무인이 나온다.

그들의 수련 과정 중 느꼈던 고민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에 대한 생각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각각 그들 자신이 어떻게 수련했는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상당한 지문을 할애했다.

묘하게도 책 내용을 아무리 살펴도 그들의 별호는 없었고, 이름은 죄다 가명. 그리고 어떤 마공을 연마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었다.

“……당연한 일인가.”

물론 대충 짐작은 간다.

현 교단에 있는 사람이거나, 과거 유명했던 자의 이름이 이 책에 들어갔다면, 고작해야 적파의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또, 만에 하나 이들 중 극마의 고수가 있다면, 이는 비급 유출이나 다름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절대고수의 깨달음에 대한 언급은 간단한 글귀만으로도 보물처럼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은 그저 재밋거리로써, 강호 유람을 하던 이가 쓴 잡서에 지나지 않을까?

그것 역시 단정할 수 없다.

그저 단순히 잡서였다면, 적파 같은 자가 이런 걸 들고 있을 리 없다.

특히, 좀 추상적이기는 해도, 화공과 빙공에 대해서도 언급한 내용이 있는 걸 보아, 이 책의 저자는 분명 상당히 높은 경지에 오른 고수였을 걸로 보였다.

“나뭇잎의 개수를 센다라……?”

스슥슥.

한 시진 정도 읽던 설휘는 책을 덮은 뒤 갸웃했다.

자신을 후명(後名)이라고 밝힌 이.

어쩌면 동창이나 금의위 같은, 관직에 있는 이가 아닐까 싶었다. 글귀나 표현이 마치, 강호에 파견되어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후의 소회 같았으니까.

어쨌든, 그는 어느 날 한 지방의 숲속에 앉아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숲에 있는 나뭇잎은 대체 얼마나 될까, 하는 것. 어떻게 해야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것.

책에서 읽은 바로, 그의 거처 인근의 숲은 자그마치 수백 리에 이어지는 방대한 수해(樹海)였다고 한다.

숲에 있는 나무만, 못 되어도 만 그루는 넘을 터였다. 하물며 나무에 달린 나뭇잎의 개수라?

감히 인간으로는 셀 수 없는, 무수(無數)한 것일 터였다. 일일이 세기만 해도 한 사람의 평생이 지나갈 만한 숫자.

그 정도는 그도 알고 있을 텐데, 왜 뜬금없이 나뭇잎을 셀 방법을 고민했을까.

“……깨달음을 얻고 싶었겠지.”

설휘는 과거 자신의 행동을 떠올려보았다.

그 당시에는 완벽한 선이라는 게 무얼까 하고 스스로 갈구했었다.

애초에 ‘완벽이란 선’은 결국 마음으로부터 정해진다는 것을 깨닫자, 결국 대주천의 향한 첫 발걸음을 뻗을 수 있었다.

아마 그것과도 흡사한 것이 아닐까?

더 높은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하면 나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책에서 그가 누구보다 그런 걸 갈구하고 있다는 걸, 설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난,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끌어줄 이도, 대답해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설휘는 이 책으로 자꾸 시선이 갔다.

* * *

책을 두 번 정도 정독했을 때쯤 날이 밝아왔다.

그렇게 창가를 보며 자리에 일어서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금만중]

“아, 정말 놀라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천축과 내지, 그리고 남만과 북단에 숨겨진 각종 기묘한 보물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건 천우신조의 기회입니다. 금액만 맞춰주시면 어떻게든 반드시 구해오겠습니다.”

뭔가 아주 대단하다는 듯 장황한 말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목록이 보였는데.

어떤 것을 구입하시겠습니까?

[권] 환영수갑(幻影手鉀) 1백만G

[검] 용천검(龍泉劍) 1백만G

[도] 천형괴도(天形怪刀) 1백만G

[창] 혈마창(血魔槍) 1백만G

[활] 귀면마궁(鬼面魔弓) 1백만G

[옷] 음양쌍룡포(陰陽雙龍袍) 1백만G

[부채] 태양섭선(太陽摺扇) 1백만G

‘무슨 가격이…….’

가장 어이가 없는 것.

바로 금액이었다.

갑자기 한 물품당 1백만G라니?

자신에겐 그만한 금액이 없을뿐더러, 감히 구해올 엄두조차도 할 수 없는 큰 액수였다.

그래서 처음엔 뭔가 잘못됐나 싶었다.

그러다 어차피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으니 포기를 하려는데.

[금만중]

“정말 아쉽습니다. 이번을 놓치면,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있을지…….”

금만중이 알 수 없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지는 것을 보자,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본 스토리라는 곳으로 이동하면 더는 금만중을 보긴 힘들겠지.’

훗날 돈이 생긴 다음 직접 찾아가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건 딱 봐도 신병이기 중에서도 신병이기다.

쉽게 구매할 수도 없을뿐더러, 저런 걸 소유하고 있다고 믿기도 힘들었다.

말 그대로 천운. 오직 이 순간이 아니면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신병이기.

“만약에…….”

설휘는 그러다 또 다른 생각에 빠졌다.

만에 하나 앞으로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도저히 풀리지 않는 거대한 벽을 만났을 때, 왠지 이곳으로 다시 오게 되지 않을까.

사실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삶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거다.”

설휘는 한 발짝씩 걸었다.

우선은 마태룡을 구해야 하며, 그 뒤에는 자신도 모르는 미래가 펼쳐질 터.

모두 자신의 결정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본 스토리로 이동합니다.]

곧 문 앞에 선 설휘는, 이전과 같은 글귀를 보며 눈을 감았다.

수하들에게 장비를 착용하시겠습니까?

수하들의 능력을 전투력 순으로 보여드립니다.

수하들의 능력이 눈앞에 펼쳐졌고.

설휘는 이전과 다르게 높아진 그들의 능력에 만족했다.

“음…….”

다만, 한 가지 눈길이 가던 녀석.

이전에 없었던 송화란 자였다.

송화(松花) [설휘 수하_6]

신체 정상

체력 3만/3만

내공 2만/2만

경지 수중무도(手中無道) 2단계

전투력 알 수 없음

송화의 능력치는 특이했다.

체력과 내공은 턱없이 낮은 데다, 경지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수중무도 2단계’라는 거.

그리고 전투력은 아예 대놓고 ‘알 수 없음’으로 나와 있었다.

‘뭐, 어떤 재주가 있는지는 직접 겪어 봐야겠지.’

지금 당장은 더 알 길이 없기에, 설휘는 더는 살펴보지 않았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다시금 진행하면서 생겨난 익숙한 지문.

본 스토리로 이동합니다.

두 번째 출항.

[은영단 내 곤마의 집무실.]

장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곤마의 집무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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