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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36화 (137/379)

136화. 미리 제거할 인물들 (1)

‘다섯 번 중 세 번이 맞았어.’

설휘는 손에 묻은 피로 눈가를 적시며 조금 전 상황을 복기했다.

구양진인의 첫 공격.

설휘는 그가 기습을 감행할 거라 예상했고, 정확히 들어맞았다.

두 번째, 물러서는 척하며 빠르게 찌르기를 시도한 것 역시 예측했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이 공중으로 솟아오를 때.

상대가 화산파의 절초를 꺼내들 거라는 판단도 정확히 맞았다.

애초에 이런 것들을 예상했기에, 미리 빙공으로 바닥을 얼려 그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도움이 된 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시도했던, 떨어지는 나뭇잎 위치 예측하기.

그게 습관이 들었는지, 싸움 중에도 상대의 다음 움직임이 예측되고 있었다.

작고 가벼운 나뭇잎의 움직임에 비하면, 구양진인의 움직임은 훨씬 크고 무거웠다. 당연히 예측하기 쉬웠고, 그러다 보니 무려 다섯 번의 예리한 공세를 방어만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운이 좋아 요행으로 맞은 것도 있으리라.

‘그래도 이제 슬슬 끝을 내야지.’

시야가 서서히 붉어져 왔다.

설휘는 소신수마공의 특수 기술인 시간 결박을 사용하려고 했다.

상대는 자신의 아래가 아니며, 움직임만큼은 훨씬 더 빠르다. 괜히 여유를 부렸다가는 자신이 당할 가능성이 컸다.

“하. 기도 안 차는군.”

앙상한 체격의 구양진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같은 잡놈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물론.”

설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구양진인의 얼굴이 점점 표독스럽게 변하고, 굳어진 표정에는 싸늘한 살기가 불었다.

“하압!”

‘온다.’

도발에 걸린 상대가 신법을 펼쳤고, 기다리고 있던 설휘는 즉각 특수 기술을 펼쳤다.

[빙공극저하를 사용합니다.]

휫!

‘……!’

하지만 약간의 변수가 있었다.

이전과 달리 구양진인은 자신에게로 달려오지 않고, 대신 원을 그리듯 옆으로 도는 행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방향이 틀어졌다.

그래서 설휘는 자신이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상대가 안 오면, 내가 간다.’

과거 갈위의 제자 천균을 상대할 때처럼, 경쾌하게 달려간 설휘.

파앗!

빠르게 상대의 다음 발걸음을 읽고, 그 궤적을 따라 복부를 향해 칼을 찔러 넣었는데.

‘어?’

느낌이 없었다.

그에 흠칫한 순간.

사아악!

구양진인의 신형이 사라지고, 이어 우측 한 장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낭패였다. 과연 화산파의 인물. 예측 못 할 수 하나쯤은 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합신법(離合神法).

한 장의 거리를 두고, 분리되고 합쳐지는 독특한 구양진인의 독문신법.

솨아아아-

설휘는 다시 옆으로 붙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소신수마공의 시간 결박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옥죄었던 결박이 풀릴 터였다.

새애애액-

아니나 다를까.

설휘의 짐작대로 결박이 풀렸다.

아슬아슬하게 노인의 좌측 어깨부터 허벅지까지, 사선 방향으로 일검을 날릴 수 있었다.

“음!”

타앗.

설휘는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날아온 검을 막느라 주춤하던 구양진인. 그를 향해 달려들며 또 하나의 기술을 발동시켰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푸와악!

한순간 거센 폭풍이 구양진인을 덮쳤다.

“크윽!”

몸의 일부가 찢겨나가는 그 와중에도 노인은 필사적으로 신법을 펼쳤다.

덕분에 충격의 대부분을 흘리며 설휘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이젠 안 통해!”

솨아아아아-

노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설휘는 곧장 해무를 생성해냈다.

방 안이 순식간에 허연 안개로 덮이기 시작했고.

휘르륵!

극한의 신법으로 이동하던 노인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잡았다!”

구양진인의 기세는 절묘했다. 애초에 이 순간을 노려왔다는 듯, 노호성을 터트리며 달려든 것이다.

휘르르륵!

구양진인의 검 끝에서 생성된 건, 검기를 감싸며 회전하는 기류였다.

외견상 검풍으로 보이지만, 생성된 기운은 모두 하나같은 검기류의 기운들.

화산파가 자랑하는 광풍쾌검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었다.

“하압!”

하지만 설휘 역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구양진인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던 그는, 곧장 최후의 일격을 펼쳤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쿠와아앙!

화산파의 강맹했던 기운은 설휘의 검 끝에서 생성된 작은 폭발, 단 두 번만으로 곧바로 상쇄되었다.

콰아앙!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폭발 하나.

거기서 구양진인은 이미 몸의 일부가 날아갔고, 또다시 이어진 폭발 하나에 치명상을 입으며 쓰러졌다.

그 이후.

콰아아아앙!

앞선 네 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폭발이 그에게로 들이닥쳤다.

바닥에 쓰러진 구양진인의 마지막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딱딱하게 굳은 그 얼굴은 경악을 표하고 있었다.

꽈르르릉!

폭발은 그의 신형을 송두리째 삼켰다.

스으으으-

“끝난 건가.”

설휘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이익. 지이이익.

천참만륙. 구양진인은 시신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그나마 그가 휘두르던 검만이 시커멓게 달아올라 남아 있었을 뿐.

“후우…….”

설휘는 그가 처음 자리하고 있었던 위치로 걸어갔다.

그렇게, 벽 일부분을 더듬기를 몇 차례.

드르륵. 끼끼끼끽.

푹 들어가는 지점을 누르자마자, 바닥 속으로 내려갔던 탁자들이 다시금 올라왔다.

번쩍.

그리고 굉장한 보광이 비쳤다.

아까까지 구양진인이 살피고 있던 재화들.

평생 본 적 없는 금은보화들이 떡 하니 올라온 것이다.

“음…….”

기관을 돌린 뒤 그만 나가려던 설휘의 발걸음이 멈췄다.

“가만. 이걸 도구함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니 도구함에 돈도 넣어둘 수 있지 않았던가.

문득 지난번 금만중이 내보였던 신병이기의 목록이 떠올랐다.

이제까지는 크게 금전적으로 아쉬운 일이 없었지만, 앞으로 쓸 일이 생긴다면?

그렇게 마음먹고 도자기 하나에 손을 대자.

[값비싼 장식품들입니다. 모두 금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도구함에 넣으시겠습니까? 승낙/거부]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나 물어왔다.

‘이게 되네?’

설휘는 쾌재를 질렀다.

눈앞의 금은보화는 들고 가기에도 많은 양일 뿐만 아니라, 금괴는 괜찮지만 장신구를 돈으로 환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런데 이걸 알아서 금으로 환산해 준다니.

당연히 설휘는 승낙을 택했고.

……총 6,400G

그러고는 곧장 실망했다.

‘고작 1만도 안 된다고?’

금자 1만 냥이면, 사실 엄청난 금액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번에 1백만 G라는 숫자를 본 탓일까.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금전 감각이 좀 이상하게 변한 것일지도.

“일단 나가야겠군.”

조금 허탈한 기분을 털어냈다.

계속 여기 있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진법도 풀린 상황. 괜히 여기 있다가 다른 녀석을 만나면 골치 아파질 게 뻔했다.

* * *

설휘의 두 번째 목표는 구염도장이었다.

이전에 한 번 갔던 곳이라 찾기가 수월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저장을 거부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 누군가.”

곧장 물어오는 노인.

예전과 같았다.

주욱 늘어선 책장, 그리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위치로부터 셋째와 넷째 칸 책장 틈으로 사람이 서 있는 모습까지.

“널 죽이러 온 사람이다.”

지난 생과 모든 것이 같았다.

설휘가 몇 걸음 걷자, 구염도장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더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게…… 마교놈이로군.”

“그러는 너는, 구염이지?”

“……!”

노인의 얼굴이 당황으로 굳었다.

그는 곧 자세를 바로잡았다.

끼리리릭. 끼기긱.

그리고 이전처럼 책장이 바닥으로 푹 꺼졌고, 이내 구염도장의 사나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를 알고 왔다면, 평범한 놈은 아니겠군. 그래, 무슨 이유로 이곳에 왔느냐?”

한 발짝 다가오며 말하는 노인을 보면서 설휘는 담담히 말했다.

“대답하기에 앞서, 서로에게 궁금한 점 한 가지씩을 질문하기로 하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솔직히 모든 걸 알려주는 거다.”

과거에 그가 했던 질문을, 이번엔 설휘가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허……?”

하려던 말을 뺏겨서인지, 조금 묘하게 얼굴이 틀어진 구염도장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재미있군. 좋다, 그럼 나부터…….”

“아니, 나부터다. 싫으면 안 해도 돼.”

설휘가 간단히 자르자, 구염도장의 얼굴이 다시 한번 묘하게 틀어졌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미묘한 여유가 있었다.

“좋지. 뭐가 궁금하냐?”

“일대제자와 왜 손을 잡은 거지?”

“……!”

그 여유는 곧 사라졌다.

첫 질문부터 버거운 것일까.

그는 할 말을 고르는 건지, 몇 초간 입을 열지 않고 침묵했다.

그에 설휘가 다시 선제를 날렸다.

“그냥 마교놈들 죽일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 그리고 화산파는 물자를 보급해준다는 그런 변명은 접어뒀으면 좋겠군.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은 아니니까.”

“허허허. 대체…….”

구염도장은 기가 막혔을 것이다.

계속해서 의표를 찔리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설휘는 그가 하려던 말을 뻔히 알고 있는 듯했다.

“흐음…….”

그는 설휘를 한참 노려보다가, 우묵한 얼굴로 툭 하고 말을 던졌다.

“검도제일문.”

“검도제일문?”

“그래.”

그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천하제일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허나, 만년 2등이라고 불리는 건 문도로서 지독하게 기분 나쁘지 않은가. 화산의 이름이 뒤로 밀리는 걸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천하제일문.

그건 정도의 모든 명문문파가 바라는 이름이다. 허나, 당연히 쉽지 않았다. 천하공부 출소림. 구대문파 중 가장 강하고 오래된 소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림은 권력을 쥐려고 이리저리 나대는 문파가 아니니까. 또한 불문(佛門)이니까. 애써 못 본 척할 수 있었다. 허나, 또 무당이 있었다.

같은 도문(道門)이면서, 또한 같은 검도문파였다.

심지어 역사마저 짧은 무당. 그러나 그들은 강했다. 태극과 마주칠 때면 매화는 항상 고개를 숙여야 했다.

“누가 그러더군. 무당산에 불벼락이라도 떨어지기 전엔, 화산이 검도제일문이라는 이름을 쓸 순 없다고.”

화산은 억울할 만했다. 그들의 검은 충분히 중원제일검이라 불릴 만했지만, 항상 더 강하고 더 유명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딱 한 칸 앞에.

“그런 말마따나, 그 불벼락이 정말로 떨어지면 어떨까? 굳이 우리가 무당과 다툴 필요가 없지. 우리 힘이 모자라면, 다른 힘을 끌어다 쓰는 것이고.”

“……그게 본교라고?”

“그래. 너는 모르겠지만, 원대한 계획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중원 각지에서 중소문파들이 멸문지화를 당했지. 그들을 우리 화산파가 지원하고 있고.”

적대적 공생관계.

그런 이상한 말을 하는 구염도장.

설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몰랐다.

혹시나 하여 떠봤는데, 이 정도로 깊고 음습한 계획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구염도장은 창 하나 없는 공간에서 뒷짐을 쥐며 말을 이었다.

“답변이 되었나? 그럼 내 차례다. 너는 무슨 이유로 여기에 온 거지?”

“사람을 찾으러 왔다. 마태룡이라고.”

“마태룡……. 아, 설마 그자였던가.”

가만히 바라보던 설휘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구문도인은 어디에 있나?”

“……!”

구염도장이 눈을 부릅떴다.

이놈이 그건 또 어떻게 아는 건가, 하는 얼굴이었다.

“맞아, 알고 왔지. 다만, 당신이 솔직한지 어떤지 알아봐야 했으니까.”

“끄응.”

구염도장은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어차피 정말로 아는 거라면, 숨겨봐야 의미가 없었으니까.

“……제일 북쪽. 민가 세 채 중 툇마루가 없는 곳에 있다.”

해서 그는 쉽게 대답해 주었다. 그도 물을 게 있었기 때문이다.

“답변이 되었나? 이번엔 내가 묻-.”

“아니. 그만하지. 이 정도면 충분해.”

팟!

그러고는 난데없이 설휘가 달려들었다. 그는 이미 피를 다시금 눈가에 바른 상태였다.

“이익!”

당황한 구염이 급히 검을 집었다.

그는 질문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놈이 화산파의 어디까지를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는데.

“이놈이 나를 농락해-!”

외침과 함께, 한 박자 늦게 설휘를 향해 무공을 펼치려는 그때.

[빙공극저하가 발동됩니다.]

시간이 결박되었다.

설휘는 빠르게 쏘아져오던 상대의 검을 피했다.

과거 시뮬레이션과 같은 동작이었다.

이미 겪어본 그는, 옆으로 피한 뒤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베었고,

사아아아-

시간의 결박이 빠르게 풀렸다.

“저번에 네놈도 그랬어.”

그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 설휘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 애송아. 대답은 여기까지다.

이전 생에서는 그가 자신의 질문을 끊고 곧장 선공을 펼쳤으니까.

“그러니 피장파장이지. 넌 모르겠지만.”

전생에서 당한 건 그대로 돌려준다.

이번 생의 달라진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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