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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47화 (148/379)

147화. 설휘가 계획한 세 개의 안배 (1)

“이런……?”

한편, 기기아대의 대장 여린의 표정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었다.

원래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주술과 실혼인, 거기에 월사까지 개입했으니 적을 단번에 제압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저항이 만만치 않다.

물론 칠사자의 하나인 마태룡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사령대라는 근본도 없는 놈들의 대응은, 그녀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키가 크고 깡마른 사내.

그의 무위는 도저히 일개 조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저 정도면 한 개 대의 대장이 되고도 남았다.

아니, 그도 그지만 애초에 저 사령대의 대장이라는 놈은?

‘대체 어디서 이런 녀석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초절정 고수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받는 7수, 8수의 실혼인.

그들이 무려 다섯이나 투입된 상황이다.

여기에 감각 착란이라는 주술까지 더해졌으니, 원래라면 진즉에 죽었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게, 감각 착란에 걸린 인간은 제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공격을 막으려고 팔을 들면 다리가 치솟아 오르고, 똑바로 서면 굴러버리고, 피하려고 뛰면 팔을 벌리고 만세를 해버리는 등.

그런 극악한 저주다.

사람에 따라 반응 부분에서 차이가 있긴 하더라도, 절대 약한 저주가 아니었다.

그런데 저자는 그게 걸린 상태에서 실혼인들의 공격을 수십 합이나 받아내고 있었다.

콰콰캉!

실혼인들의 공격이 땅을 부수고, 지축을 흔들었다.

손끝에서 휘몰아치는 기광(氣光)이, 저놈의 사령대장을 향해 다섯 방향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버텨내고 있었다.

죽을 듯 죽을 듯하면서 죽지 않았다.

아니,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피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이거, 이대로는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묘사(妙士)가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는 여린 대장의 바로 아래 서열.

다른 곳에서라면 부대장쯤 되는 직책의 인물이었다.

“마태룡과 월사 님은 이미 초마에 오른 고수들. 단시간에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 사령대장이란 녀석은 저주가 걸린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싸움이 일어난 곳들을 가리키며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수하 놈들도 그렇습니다. 꼬맹이 술사의 도움을 받아 두 놈이 저주에서 풀려났는데, 그 둘만으로도 모든 강시를 상대해 내고 있습니다.”

“끄응.”

여린은 신음했다.

은영단의 사령대.

이들은 상식 밖의 녀석들이었다. 대장은 말할 것도 없고, 수하라는 놈들조차 강시들을 상대해낼 만큼 고강하다.

결국 그녀는 칼을 빼들었다.

“주술을 더 펼치세요.”

사실, 적당히 몸이나 풀 겸 여유롭게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 실태였던 모양.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끌다, 자칫 잘못하면 일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아낌없이 술력을 쏟아부을 생각이었다.

“어떤 주술을?”

“사령대 전원에게 귀곡성(鬼哭聲)을 사용하세요. 그리고 사령대장에겐 환술(幻術)을 추가로 펼치세요. 감각 착란에다 시각과 청각까지 엇나가면 더는 버티지 못할 테니까.”

“음…….”

묘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감각 착란을 사용하고 있는데, 거기에다 주술을 더 얹으려면 상당한 술력을 소모해야 했다.

비유하자면, 이미 양손에 칼을 쥐고 있는데, 거기에 세 자루의 검을 더 들고 움직이라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명령은 떨어졌고, 확실히 그 정도라면 마무리가 될 것 같기는 했다.

“알겠습니다.”

환술은 일종의 눈속임일 뿐이지만, 술력이 높은 술사일수록 더욱 정교한 환각을 만들어낸다.

아마 자신들이 추가로 환술을 펼치면, 사령대장이란 자는 정신을 못 차리게 될 터.

그의 시야에는 수없이 많은 적들이 추가될 것이었다.

거기다 귀곡성은 귀신이 내는 울음소리.

음허기(陰虛氣)를 정통으로 맞으면 일순 몸이 굳는다.

순간적으로 공포와 무기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실신하거나 비탄에 빠지기도 했다.

즉, 모든 감각을 교란시키려는 의도였다.

“기기아대! 환술과 귀곡성을 추가로 펼쳐라!”

묘사가 명을 내렸고, 여린은 그를 지켜보았다.

사령대장의 움직임에 점점 흔들림이 줄어들고 있었다.

무너질 듯 무너질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버텨내는 모습.

“설마…… 아니겠지.”

그녀는 입 안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고작 은영단의 일개 부대를 상대로 피해를 입었다가는, 오히려 그녀가 문책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 * *

“크으으…….”

한편, 그녀의 걱정과 달리 설휘의 상태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의 몸엔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실혼인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막아내다 보니, 어디가 다쳤는지 확인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였다.

“이제…….”

그나마 다행이라면, 정신은 여전히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맞고, 또 맞으면서 머릿속엔 어떤 감각이 어떻게 움직임이 재정립되고 있었다.

문제는 머리에 있었다.

왼팔이 오른팔로, 왼발이 오른발로 바뀐 것과 같은 간단한 감각 교란은 그나마 대처가 쉬웠다.

하지만 발목, 발바닥,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감각을 움직여야 했다.

예를 들어 혀를 내밀면 손바닥이 펴지고, 혀를 말면 주먹이 쥐어지는 그런 교란 말이다.

다른 건 대충 다 알아냈는데, 머리는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한 가지만.”

“…….”

“한 가지. 그것만 알아내면 돼.”

그런 그를 지켜보던 가사(家士)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저리 얻어터지는 와중에도 중얼거림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가사.”

“아, 오셨습니까.”

때마침 묘사가 다가오자 가사는 예를 표했다.

“궐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허락이라면 어떤……?”

“대원들에게 저자와 잔당들을 향해 귀곡성을 펼치게 해라. 그리고 저자에겐 환술을 추가로 펼쳐라.”

“아…….”

지켜보던 이들이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표정이었다.

“어서! 이미 너무 늦었다.”

“아, 예!”

묘사의 재촉에 가사는 급히 다른 이들에게 명을 전달했다.

기기아대의 대원들이 곧 진형을 이루어, 사령대를 향해 귀곡성을 펼치기 시작했다.

까아아아아아-

처음 기기아대가 등장할 때의 울음소리.

이전보다 더 강한 술력을 동원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음허기(陰虛氣)가 결계처럼 설휘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반응이 있었다.

“……!”

순간 몸이 경직된 설휘.

귓가를 통해 사늘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옴을 느낀 것이다.

“제기랄…….”

딱 한 가지만 알아내면 되는데.

수욱. 수우욱.

눈앞의 실혼인들 숫자가 불어나고 있었다.

아마도 환술일 터.

실제로 숫자가 더 늘어났을 리는 만무했다. 분명 허상과 진체를 구분하지 못하게 추가적인 술수를 썼을 터였다.

* * *

“흐흐. 이제 끝이군.”

가사의 손짓에 실혼인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아아- 푸푸푹!

“컥!”

“크악!”

강시들은 사령대 조장들을 처리하지 못했다.

전면에 나선 요림과 소령. 둘의 환상적인 공격에 저지당한 것이다.

콰르릉! 쏴아아악!

설휘에게 받은 신병이기. 그것의 이능은 상대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었다.

보통 무인이 저 정도의 기를 소모했으면 진즉에 쓰러지거나 무너졌을 터.

허나 그런 현상이 없었다.

무려 내공 발현이 마흔 번이 넘게 쏘아졌음에도, 저 둘의 기세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하앗!”

그리고 소란 중에, 몰래 강시에게 접근해 목을 벤 이가 있었다.

빠각!

쓰러진 강시가 다시 재생하지 못하게 머리통을 부수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그는 음무기였다.

“하하! 대충 다 알아냈다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각 착란이라는 주술에 걸린 채로도, 그는 이제 한 마리 정도는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너, 제법인데?”

용진의 칭찬에 음무기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앞으로 날 형님이라 모셔라.”

“형님은 무슨. 한가락 재주로 어디서 이겨먹으려고…….”

“조용! 저들이 뭔가 하려고 해!”

이 와중에도 만담을 하는 둘에게, 소령이 날카롭게 주의를 주었다.

“음?”

“어?”

주술사들의 분위기가 변했다. 쓰러진 강시들도 더는 움직임도 멈추고.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들 몸을 낮추고 긴장하고 있을 때.

“귀…… 귀곡성…….”

조금 정신이 든 송화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귀곡성? 그게 뭔데?”

까아아아아아-

송화가 설명할 시간도 없이. 음허한 기운이 모여 있던 일행들에게 정통으로 쏘아졌다.

그건 무형의 기운이라 볼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

“……!”

“……!”

“……!”

한순간, 말없이 동작을 멈춘 이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굳어버린 듯이.

그저 부릅뜬 눈들만이 지금 자신들의 몸에 일어난 변화와 위기감을 표현할 뿐.

“크르르르.”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분명히 쓰러뜨렸는데 다시 움직이는 강시들.

일어날 수 있는 개체는 고작 열 마리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제 사령대 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여기까진가.’

요림은 눈을 감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체감했다.

자신들의 마지막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 * *

휘이익! 휘이이익!

설휘는 기이한 환영들에 휩싸여 있었다.

마치 만화경처럼 실혼인이 열 명, 아니 스무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모두 다섯 놈. 그 외에는 허상이다.’

헌데, 나뭇잎 수련 덕분일까. 왠지 모르게 적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숫자는 스물로 불어났지만, 그중에는 동시에 움직이는 것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앞에서 장법을 휘갈기는 실혼인 하나의 공격을 그저 지켜만 보았고.

콰앙!

그를 향한 공격은 그저 요란하기만 할 뿐,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이보다 큰 문제는…….’

까아아아아--

방금 전 쏘아진 아이의 울음소리.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온몸이 굳어버렸다.

대체 저주가 얼마나 걸린 것일까.

절망, 무기력, 각종 이상한 기운에 정신까지 교란되고 있었다.

‘죽어도 돼. 그건 내게 문제가 안 돼.’

정신교란은 설휘를 흔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에게는 남은 목숨이 있다는 것.

여기서 죽어도 또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그 진실이 잡다한 생각을 없애버린 것이다.

“크르르르.”

실혼인 네 마리의 공격이 모두 허상으로 그친 그때, 또 한 마리가 등장했다.

설휘는 직감적으로 그놈은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쏴아아아-

“크악!”

하지만 설휘는 미처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격을 맞았다.

상대의 공격 속도가 엄청났다.

채 반응할 틈도 없이, 겨우 일어났던 몸은 다시금 무릎을 굽히며 반쯤 주저앉았다.

‘끝이군.’

지켜보던 가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실혼인 다섯 마리가 사령대장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그럼에도 그는 저항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변수는 없다. 이번엔 반드시 녀석의 목을 비틀 수 있었다.

그런데.

“크크큭. 이제 알아냈다. 알아냈다고…….”

또다시 대장이란 놈이 웃기 시작했다.

“…….”

“시발…… 엄지발가락.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머리를 움직이는 게 왜 왼쪽 엄지발가락이냐고. 크큭. 크크큭.”

어깨가 탈골되고, 두 손, 그리고 한쪽 발이 부러진 상황에서.

“이익!”

사령대장이란 녀석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가사는 그것이 보기 몹시 불편했다.

“끝내라!”

그의 외침에 모든 실혼인의 손에 거대한 장력이 실렸다.

이번으로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래. 이거지.”

한편, 설휘의 눈은 더없이 또렷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환한 웃음으로, 그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고.”

말이 끝나자마자 실혼인들의 장법이 사방에서 쏟아졌고.

[빙공

극저하를 사용합니다.]

그 순간, 설휘는 시간의 결박을 사용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설휘의 시선.

[세 번째 슬롯에 있는 태현화정을 사용합니다.]

황금벨트 세 번째 칸에 있던 태현화정으로 먼저 몸을 회복했고.

체력 회복으로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내공이 회복되었습니다.

체력과 내공이 채워지자, 기운이 온몸으로 강하게 퍼져나갔다.

우드득! 우드드득!

또한, 부러졌던 몸이 회복되는 기연까지 맛보았다.

‘이제, 된다.’

하지만 정작 설휘가 원한 건 다른 곳에 있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분명 가능할 법한 기술.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시간 결박 속에서 또 하나의 특수 기술을 펼쳐 보인 것이다.

그것도.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무려 다섯 번이나 연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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