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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48화 (149/379)

148화. 설휘가 계획한 세 개의 안배 (2)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무려 스물다섯 번이나 이어진 연쇄 폭발이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은 완전히 녹거나, 타거나, 터졌다.

마치 화산재가 분출되는 것처럼, 비산물과 파편들을 허공으로 끝도 없이 올려버렸다.

“……!”

“……!”

“……!”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아군인 사령대 조장들도, 적인 기기아대도, 심지어 그들이 조종하던 강시들까지도 움직임을 멎게 만들 정도였다.

“이 무슨…….”

마태룡도 그 폭발을 보고서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초마의 고수. 폭발하는 계열의 마공은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토록 광범위하고 울림이 큰 것은 그로서도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폭발이 일어난 곳과 거리가 꽤 있음에도, 공진(共振)으로 인해 귀가 먹먹하게 될 정도였다.

“……?”

그래서 그는 깨닫는 것이 늦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과 싸우던 월사, 그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삭. 팟!

급하게 방어 자세를 취하고, 위나 뒤를 바짝 경계하는 마태룡.

하지만 뒤늦게 취한 방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날아들 줄 알았던 상대는 여기에 없었으니까.

“뭔…….”

월사는 자신을 여기에 둔 채,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인 것으로 보였다.

사아아아-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람 속, 설휘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투방식은 이미 시뮬레이션제로 바꾼 뒤였다.

[설휘 님의 무공 개수를 분석합니다.]

[설휘 님의 무공초식을 분석합니다.]

……

[분석 완료.]

질문이 뜨는 것을 기다리기를 잠시.

그렇게 몇 번의 호흡 뒤, 엄청난 권능을 지닌 그것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떤 시뮬레이션을 돌려드릴까요?]

왜 지금이어야만 했는가.

기기아대가 왔을 때 바로 사용하지 않고, 왜 이 순간에 사용해야 했을까.

이유는 명백했다.

그동안 경험하기로, 시뮬레이션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매우 불완전한 결과를 내뱉었다.

때론 알 수 없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나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관한 건 완전히 달랐다.

놀라울 정도로 최적인 수. 훌륭한 결과를 자신에게 안겨다 주었다.

그래서 설휘는 끝까지 인내했다.

상황이 가장 최악이라 여겨지는 순간까지.

혹은 확실한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까지.

계속 기다린 것이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위해서.

이것이 설휘가 마련해놓은 두 번째 안배였다.

“저들의 최대 약점을 알려줘.”

[분석 중……▽]

설휘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시뮬레이션은 얼마 가지 않아, 적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악해냈다.

[찾았습니다.]

그 순간, 어둠과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전방의 시야가 뚜렷해졌다.

▼ 기기아대의 여인, 여린을 겁박하세요.

정식 명칭은 궐장. 기기아대의 3대장 중 하나로, 그녀를 겁박하면 기기아대 주술사들은 모두 손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가진 술력을 기준으로 할 때, 그녀는 기기아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자입니다. 그녀를 죽이면, 적들은 알아서 붕괴될 것입니다.

다만, 그리되면 이제자 마후의 세력이 반드시 보복해 올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하십시오.

팟.

결과를 확인한 설휘는 곧장 움직였다.

천재일우의 기회다. 여기서 그녀를 사로잡는다면, 전황을 단번에 바꿀 수 있었다.

‘어?’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설휘는 직감했다.

돌아보기에는 늦었다.

감각 교란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대의 경신법이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기에.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적이라 생각하는 수법을 펼쳐냈다.

[절세풍검을 사용합니다.]

검을 내리는 단순한 동작으로 펼쳐낸 특수 기술.

그 특수 기술을 사용하자마자, 초검기가 자신의 허리를 완벽하게 관통했다.

후욱!

아슬아슬한 찰나, 설휘의 몸이 투명해지며 깜박였다.

“……!”

필살의 공격을 내지른 월사는 당황했다.

설휘가 일으킨 연쇄 폭발을 목도하자마자, 그는 상대하던 마태룡을 내버리고 몸을 뺐다.

본래 그의 임무는 기기아대의 중요 인물, 궐장 여린을 호위하는 것.

혹시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령대장은 예상대로 여린에게 향했고, 이런 상황을 예견한 월사는 전력을 다해 초검기를 쏘아냈다.

피잇!

그런데 갑자기 상대의 몸이 투명해졌다.

정확히는 투명해졌다가 본래대로 돌아왔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초검기는 그의 몸을 관통하고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아아악!

언제 생성된 건지, 갑작스러운 폭풍이 자신의 몸을 덮쳤다.

항거할 수 없는 기운으로 인해, 그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은 것이다.

“악!”

“뭐야!”

당연한 말이지만, 절세풍검의 영향권에는 월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 후, 그리고 약간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기기아대 대원들의 몸도 함께 집어삼켰고, 하늘로 죄다 날려버렸다.

[빙공극저하를 사용합니다.]

설휘는 월사란 녀석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 곧장 시간 결박을 발동시켰다.

“……음!”

그런데 다시금 환각 현상이 일어났다. 술법가들이 설휘에게 씌운 주술은 아직 유효했던 것이다.

분명 처음엔 한 명이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열 명이 넘어 보였다. 상당한 숫자가 각기 다른 자세와 행동을 취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

하지만 설휘는 실체를 단번에 알아냈다.

절세풍검은 누구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절세신공.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천천히 떨어져 내리던 그자가, 바로 월사란 놈일 터였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설휘는 신음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윽!”

특수 기술을 연달아서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일까.

유지되는 시간이 짧아져, 수라폭열공을 사용하는 시점에서 시간 결박이 풀려버렸다.

콰콰콰콰 쾅!

하지만 다행히도 상대에게 일격을 가할 수는 있었다.

비록 정통이 아닌 일격을 받았지만 충분했다.

엎어진 월사는 한쪽 손을 추욱 늘어뜨린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그사이 설휘는 궐장 여린의 옆으로 당도할 수 있었다.

“아.”

이어진 여인의 짧은 신음.

기기아대는 애초에 무공을 전문적으로 배운 이들이 아니었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목 밑에 시퍼런 검이 다가오기 전까지, 여린은 이렇게 될 거라곤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사술을 풀어라.”

설휘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격전으로 인해 듬성듬성 이가 나간 검이, 그녀의 목 바로 앞에 멈춰 있었다.

“그건…….”

“어서!”

여인이 주저하자, 설휘는 소리쳤다.

그저 단순히 여인을 겁박하려고만 외친 것은 아니었다. 그녀 휘하의 술법가들에게 경고한 것이기도 했다.

스륵.

검이 스치고 지나가자, 여린의 하얀 목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렀다.

“저, 저런?”

“궈, 궐장님!”

그러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풀어라! 어서!”

“…….”

설휘가 채근했지만, 여린은 명령을 내리기는커녕 파랗게 질려 딱딱하게 굳어 있기만 했다.

“궐장께서 잡혔다! 모두 술법을 풀어라!”

그런 그녀를 대신해, 한 직책 아래인 묘사가 우왕좌왕하는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 * *

후욱.

분위기가 바뀌었다.

팽팽한 긴장감. 처음엔 사령대원들만 그 기운을 느꼈다면, 이번엔 모두가 함께 느끼고 있었다.

스르륵.

“어? 움직여져.”

“나도.”

귀곡성으로 굳었던 몸이 풀리자, 사령대 조장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용진이 굳은 몸을 움직이며 물었다.

“상황이 어찌 되는 거야?”

“대장이 적의 수장을 붙잡았다.”

요림이 대답했다.

“뭐? 진짜?”

그 말에 조장들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과연, 대장이 적의 수장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누군가의 물음에 잠깐 침묵이 일었다.

다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일단 수장을 제거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다만 그리되면…….”

요림이 말끝을 흐렸고, 소령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게 정말 끝이냐는 거지.”

다들 침묵했다.

상황은 아직 대치 중.

적의 부대가 주변에 있었다.

또한 기기아대를 처리하는 것이, 과연 사제자 곤마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면적인 싸움은 아직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허를 찔렸네요.”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여린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녀의 목 아래에 드리워진 칼날.

사령대장이라는 자의 무위가 이 정도일 거라곤, 그리고 자신들이 펼친 술법을 이렇게 쉽게 극복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무모하군요. 저희에게 칼을 들이댄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아시고 하는 건가요?”

도발적인 그녀의 말.

지금의 상황이 전혀 득 될 게 없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설휘는 냉랭하게 되물었다.

“너희들은 부끄러움이란 게 없는가?”

“……네?”

“상대를 깔보다가 화를 자초해놓고서, 어찌 이렇게나 뻔뻔한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 말에 여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설휘는 그런 여인의 표정은 보지 못했다. 뒤에 있었으니까.

“그럼 당신이 이런 식으로 저를 겁박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닌가요? 그냥 죽이면 되는 거지. 이렇게 위협하면서…….”

“궤변이군.”

설휘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애초에 이 싸움을 건 자는 너희들이다. 내 수하를 죽일 테니 내놓으라고 협박한 것도 너희들이고, 응하지 않자 우리 모두를 죽이겠다고 한 것도 너희들이다.”

꾸욱.

새삼 분이 치미는지, 설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제압했더니, 이제는 겁박한다고? 다시 한번 물으마.”

“…….”

“너희 조직은 부끄러움이란 게 없는가? 창피함이란 게 없는가? 나 같으면 이런 상황에 얼굴도 들지 못했을 텐데, 이 판국에 거꾸로 협박을 해? 참으로 염치를 모르는 것들이구나.”

“……!”

여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허나 여린, 기기아대의 궐장은 다시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으로 오만하군요. 하지만 그 행동도 여기까지예요.”

그녀가 그렇게 말한 순간.

투욱. 툭. 투투투투투툭.

하늘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내렸다.

“……!”

숫자는 모두 여덟.

키가 거의 칠 척에 달하는 거구. 그와 함께 나타난 나머지 일곱 모두가 장신의 거구였다.

그들을 본 설휘의 수하들이 외쳤다.

“팔왕철마웅!”

“이런 미친.”

“갑자기 저자들이 왜!”

모두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팔왕철마웅은 이제자 마후의 세력 중, 초마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 그 하나하나가 마태룡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 놈들이었다.

“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뒤늦게 장내에 나타난 이들. 그중 일마(一魔)가 불평을 쏟아내듯 말했다.

본래 그들은 주술 전문 부대 기기아대와 함께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헌데 정찰을 나간 기기아대가 돌아오지 않아서 직접 찾으러 나섰고, 그러다 딱히 대단할 것도 없어 보이는 소수에게 여린이 붙잡혀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이젠 정말 끝났어.”

요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제야 숨 좀 쉬어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늘.

다름 아닌 팔왕철마웅이라니.

저들은 이제자 휘하에 있는 전투의 화신들로 소문난 자들이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마태룡의 표정도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설휘, 이제 어떡할 거냐.’

이제껏 설휘가 보여준 무위는 자신의 생각을 몇 번이고 뛰어넘었다.

저주에 걸리고서도 펼쳐낸 화공은 모든 실혼인을 제거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을 광경이었다.

거기다 월사의 기습 공격까지 받아친 뒤, 되려 기기아대의 수장에게 칼을 들이댔을 땐, 정말이지 이길 수 있을 거란 희망까지 생겼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팔왕철마웅이 왔다는 건, 더 이상 어떠한 변수도 있을 수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왜 무모하다 했는지, 그 이유를 아시겠어요?”

한편, 여린은 다시 한번 설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착.

그녀는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칼날을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밀어내며, 한 발짝 걸었다.

숨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설휘를 마주 본 그녀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어차피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해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그녀가 설휘를 마주 본 건, 표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제껏 꼿꼿하게 서있던 그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끝내 굴복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

그런데.

‘대체…….’

상대의 표정은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분명 시선은 팔왕철마웅을 보고 있었음에도.

“팔왕철마웅이군. 내가 저들이 올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 같나?”

“하, 끝까지 자신만만하군요. 아직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나요?”

“그거야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지.”

착.

설휘는 검을 회수했다.

그러고선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대장!”

“대체 왜!”

사령대 조장들은 기함했다. 마태룡도 설휘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뭐야? 싸우려는 거야?”

“저놈만 죽이면 끝나는 것 같은데.”

몇 마디의 속삭임과 눈빛 교환.

그 이후 나서는 팔왕 중 하나.

“내가 하지.”

팔마(八魔)가 서슬 퍼런 예기를 띤 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단번에 죽일 요량으로 신법을 발휘했다.

사아아아아-

번쩍임과 함께 설휘의 앞에 나타난 팔마.

엄청난 거구임에도 육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빠르기였다.

그의 매서운 도가 설휘의 머리 위로 솟구치자, 모두가 죽음을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팔마의 도가 아래로 내리쳐지던 그때.

쩌어엉!

맨손으로 그의 도신을 잡는 이가 있었다.

“억?”

팔마의 눈에 당혹감이 어른거렸다.

지면을 뚫고 발목까지 움푹 들어갈 정도의 거력이 담긴 도법이다.

그런 힘을 너무도 쉽게 견뎌낸 자는.

“혀, 혈사단장?”

다름 아닌 혈우검신 유패였다.

“이거야, 원. 왜 갑자기 기려사대가 여기서 도움을 요청하는가 싶었더니…….”

유패가 잠시 굽혔던 허리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신을 또렷이 바라보던 설휘를 향해 말을 이었다.

“너였구나.”

“오랜만입니다. 유패 님.”

설휘는 담담하게 말했다.

송화에게 반딧불을 이용한 구조 요청을 시킨 이유.

과거 기려사대가 강시와 실혼인들로 인해 난리를 겪었을 때도, 반딧불로 그를 불러들였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혈우검신 유패.

그의 존재가 설휘의 세 번째.

자신을 포함한 수하들의 생존을 책임질, 마지막 안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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