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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55화 (156/379)

155화. 마를 뛰어넘는 경지 (2)

한 달이 지났다.

조장들의 수련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고, 어느덧 훈련 담당자인 백유와 우금의 평가에도 조금의 변동이 생겨났다.

촤아아악.

우선, 가장 큰 두각을 보이는 자는 음무기였다.

평가 하(下)를 받았던 그는, 보름 만에 중(中)으로 올라서더니,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上)을 받을 만큼 실력이 부쩍 향상되었다.

슈슈슈슉!

그 중심에는 그가 사용하는 도법이 있었다.

체력과 내공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게 아님에도 실력 향상이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도법의 운용 때문이었다.

음무기가 펼치는 초식들은 매우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유엽도가 점점 손에 익숙해져, 초식의 응용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동작 사이에 다양한 초식을 펼칠 수 있게 되었고, 급기야 모든 대원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저것이…… 본교에서도 손에 꼽는다는 도법이지요?”

음무기의 훈련을 지켜보던 우금이 입을 열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며, 때론 대련 상대를 자처하기도 하며 대원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래, 마령지도법은 갈염 장로의 주력 무공이지. 익히기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도법 중 하나고.”

백유가 담담히 대답했다.

보통의 검법이나 도법에는 초식이 있고, 초식에도 순서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초식을 써야 하는지, 모두 의미를 담고 있는 초식들이었다.

갑자기 변한 상대의 반응에 따른 응용된 초식 동작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무공에 해당되는 경우였다.

“하긴, 마령지도법은 일반적인 검법이나 도법과 비교해서 접근법이 다르지요. 한 초식 안에 수십 가지에 달하는 도식이 존재하기도 하니까요. 그걸 저자가 이런 식으로 펼쳐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우금의 말대로 마령지도법의 도식은 상당히 독특했다.

예를 들어 어떤 초식에 휘두르며 베기가 들어간다고 했을 때, 마령지도법에는 수십 가지의 움직임이 그 동작에 공존한다.

반쯤 휘두르다 뒤로 물러나 베는 것처럼, 초식 안에 초식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이럴 경우,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와 실전에서는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에 좋았다.

그런데 마령지도법은 일반적인 초식을 펼치면서도 언제든 칼을 비틀어, 다른 초식을 연계해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피하는 동작에서도 초식의 연계가 이어졌다.

상황에 따라 막으면서 되돌려주거나, 바로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매우 짧은 도식들이 불가능을 가능케 해준다.

그 이유는 바로 64개로 이루어진 도식.

1개의 초식에 개입할 수 있는 도식이 무려 64개나 있다는 것이, 이 무공이 얼마나 변화무쌍한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로써, 상(上)은 곧 세 분이 되겠군요.”

훈련 담당자인 우금의 말처럼, 먼저 상에 오른 이들은 적송과 요림, 두 명이었다.

그리고 곧 음무기가 상으로 올라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소령은 아직 중(中)에 머무르고 있었다.

거기다 용진은 여전히 하(下)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백유와 우금이 훈련 종료를 명하고 이내 자리를 비우자, 대원들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훈련을 한 탓이었다.

“아우, 내가 어떻게…….”

그중에서도 용진의 탄식이 가장 컸다.

계속되는 훈련에도 자신 혼자만 실력이 잘 늘지 않아, 자괴감이 든 것이었다.

“그게 보통인 거야.”

그의 옆에서 한마디 내뱉는 소령.

그에게 골탕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건넨 말이었다.

“음무기 저놈. 상종 못할 변태란 거 빼고는 꽤 상당해. 도법에 매우 훌륭한 자질이 있어. 과거에 저놈의 사부가 그렇게 괴롭힌 이유가 있었던 거야.”

여자를 밝히는 흡정공에 손을 댔다고 해서 색마 음무기라 불리는 녀석.

하지만 사부가 중원으로 도망친 녀석을 찾으려고 령주께 부탁을 했을 정도라면.

확실히 무엇인가가 있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고 있는 무공과도 다르고.”

때마침 불쑥 끼어든 요림의 말에, 다른 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건, 기본적으로 은영단에서 펼치는 일원소마공이다.

물론 최근에 설휘가 줬던 소신수마공과 화온마공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승 무공을 자신들이 능숙히 사용하기에는 내공도 그렇고, 이해력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슈슈슉! 쇄새새색!

“핫핫.”

한편, 뭔가 계기가 되었던 걸까.

음무기는 그때까지도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초식에 도식을 더하면서, 자신만의 무공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적송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령주께서는 요즘 뭐하고 계시는 거지? 아는 사람?”

그에 용진이 말했고.

“난 몰라. 최근엔 방에 얼굴도 비추지 않으시던데.”

“심란하실 거야.”

소령이 뒤이어 말을 받았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의 의아한 듯한 시선이 그녀에게로 몰렸고, 소령은 재차 말을 이었다.

“태황각주를 상대하려면 초마에 올라야만 할 테니까.”

“이미 초마에 오르신 거 아니었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적송과 요림이 한마디씩 말을 얹자, 소령이 고개를 저었다.

“거의 목전에 두고 계신 것 같아. 하지만 경지에서 뛰어넘은 것과 목전에 둔 것은 상당한 차이지. 다들 경험해봐서 알잖아?”

대원들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초절정에 오른 자신들도 수준 차가 나타나는 것처럼, 초마에 다다랐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마를 극복하는 경지.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초마는 마를 극복했다기보다는, 마를 넘어서는 단계라고 봐야 했다.

뿐만 아니라 초마란 경지 중에서도 초입 구간이 있고, 통달 구간이 있고, 극한 구간이 있다.

무려 3단계.

초마가 된다고 해서 모든 게 끝이 아닌 것이다.

“어이, 수고했어.”

“여어.”

“수고.”

때마침 음무기가 다가오자, 다들 한마디씩 했다.

땀을 닦던 음무기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해 다가온 용진을 바라보았다.

“왜? 할 말 있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리 단시간 내에 강해지는 거야?”

“아.”

음무기는 대충 알고 있었다.

요 한 달간, 가장 성취가 낮았던 자가 바로 용진이었으니까.

“뭐, 특수 기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면 돼.”

“특수 기술?”

“그래, 그 신병이기. 너 거기에 매번 힘을 쓰고 있잖아.”

음무기는 용진이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기 요림이나 적송은 훈련 중 한 번도 신병이기 능력을 보이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기술에 의존하는 순간, 자신이 펼칠 초식의 형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했을 거야.”

용진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자.

“그럼.”

“당연하지.”

요림과 적송이 짧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특수 기술은 최적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해. 결국 모든 건 기본에서 시작되는 거지.”

“아…….”

용진은 그제야 자신의 훈련법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자신의 교육을 맡은 담당자들에게 실력을 보여준다고 펼친 특수 기술.

처음에는 반응이 매우 좋았다.

대단히 놀라워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결과적으로 그 점을 평가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다들 들었어?”

음무기의 말에 대원들의 시선이 몰렸다.

‘뭔데?’ 하는 눈빛으로.

“오늘, 령주님과 부령주님이 대결을 하신대.”

“……어디서?”

“몰라.”

음무기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찾으러 가려고. 보러 갈 사람?”

대원들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런 중요한 기회를 놓칠 그들이 아니었다.

* * *

스으으으.

산들바람이 부는 오후.

산 중턱. 완만한 지형에서 두 사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홀로 수련한다고 들었습니다.”

마태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분께 딱히 배울 게 없어서 말입니다. 태황각 구조로 되어 있는 가변 건물을 세워 몇 번 훈련하고 난 뒤에는 자주 들르시지도 않고요.”

“하긴, 령주님을 가르칠 정도는 사제자님 휘하의 사람 중에서도 한 손에 꼽겠지요. 그런 분들은 여유가 없을 테고요.”

“뭐, 그런 거지요.”

인사차 짧게 대화를 나눈 뒤, 마태룡이 곧 화제를 돌렸다.

“저와 대련해서 얻어 가실 게 많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태황각주는 초마 중에서도 통달 수준을 넘어선다는 얘기가 있으니까요. 그 얘길 들으니 솔직히 저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이번 대련으로 많은 배움을 얻을 겁니다. 부령주께선 아직 모르셨겠지만, 솔직히 고하자면 전 아직 초마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예? 거짓말이시죠?”

마태룡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초마가 아니라니.

당시에 본 무위는 이미 초마를 넘어 극마에 다다를 만큼 강력했는데.

“대련하면 아시게 될 테지만……. 사실 그간 신병이기의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아…….”

마태룡은 어느 정도 납득했다.

단전이 부서진 자신의 몸을 회복시켜준 것, 그리고 경천동지할 움직임과 파괴력을 보여준 것.

그건 신병이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펼쳐낼 수 없었으리라.

“헌데, 부령주께서는 어떻습니까?”

“예?”

“극마를 바라보신다는 얘기가 있던데……. 초마의 어느 영역에 들어섰는지 묻는 겁니다.”

“하하, 극마는 감히 넘보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저는 초마의 통달 구간에 벌써 10년째 머물러 있습니다.”

“예? 10년이라고요?”

“예, 재능이 부족한 거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태룡의 시작은 보통 이들과는 전혀 달랐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자신의 등용문이었던 천향소가 아닌, 구당 내에 있는 천령소(千靈所)에 입관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재질이 뛰어난 자들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고작 20살 때 절정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30대가 되기 전에 초절정 반열에 올랐고, 30대 후반에는 초마에 올랐다.

마(魔)라는 압도적인 힘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파인으로서는 감히 도달하기 힘든 나이.

입신 초입이라 불리는 영역을 고작 30대 후반에 돌파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애석하게도 10년 동안 성장이 없었다.

마성이 아무리 강해져도, 초마 너머의 벽을 뚫지는 못했다.

“어떻습니까, 지금 하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헌데, 령주님. 병기가…….”

마태룡은 설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에 보던 그의 검과 달랐기 때문이다.

“아, 이 말씀을 안 드렸군요. 제가 발휘할 수 있는 신병이기들은 모두 놓아두고 왔습니다.”

“예? 굳이 왜…….”

“그래야 공평해지거든요.”

설휘가 이 비무를 하자고 한 이유.

자신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설휘는 특수 기술뿐만 아니라, 검의 능력 또한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휘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싸우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그럼에도 해야 했다.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태황각주에게 투입되기 전에 초마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마태룡을 통해 그를 상대할 방법을 찾아둬야 했다.

“시작할까요?”

“옙.”

스윽.

대화가 마무리되며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설휘는 모든 감각을 되살리고 있었고, 마태룡 역시 자신의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

파팟.

한순간, 마태룡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선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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