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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62화 (163/379)

162화. 이원마공(二元魔功) (1)

본래 절정 이상의 고수들에겐 전투 중 몇 가지의 마공을 번갈아 쓰는 게 낯선 장면은 아니었다.

초절정에 오른 이들은 주력 마공이 두 개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전투 성향이 다른 적을 만났을 경우.

혹은 자신이 쓰는 무공이 적에게 상극으로 작용할 경우.

그들은 마공의 형태를 바꿔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두 가지 마공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공을 각각 교차해서 쓰는 것과 동시에 두 가지를 운용하며 펼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뭐, 나름 한 수가 있다는 거냐?”

그러니 설휘의 입장에선 태황각주 같은 형태의 마공 운용은 매우 낯선 것이었다.

형태와 위력, 성질이 다른 마공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건, 보고 있어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히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펼칠 정도라면…….

숙련도 역시, 바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쌓여있다는 것일 터.

고오오오오-

사마귀의 검에서 열기와 함께 사이한 기운이 한데 섞여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검은 그림자와 시뻘건 불꽃이 그의 칼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상대하지?’

설휘는 빠르게 판단을 내릴 필요를 느꼈다.

괜히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다가는, 오히려 더 정신없이 몰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그보다 먼저 행동했다.

휘리릭!

발을 바닥에 닿지 않은 채 삼 촌(三寸, 9cm) 높이로 움직였다.

귀영신보. 비밀무사가 된 후 한 달간의 수련 중에 배웠던 보법으로, 칠사자의 기본기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 설휘가 펼치는 건 초상비를 곁들인 경공술로, 상대가 호흡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최상위 수준의 것을 펼치는 중이었다.

쉬잇.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설휘의 첫 공격은 초풍신이었다.

투입 전 미리 진초혜를 다시 바꿔 신어 초풍신의 [중립]을 지워뒀기에 손쉽게 펼쳐낼 수 있었다.

쿠와아앙!

‘피했어!’

설휘는 검을 휘두르는 순간 느꼈다.

상대가 이미 그곳에 없다는 것을.

허나, 잔영은 남았다.

기류의 흐름이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진 것이다.

파팟.

설휘가 급히 뒤돌아 내기를 담은 검을 휘둘렀고, 눈 깜짝할 사이 나타난 태황각주의 도(刀)와 곧장 맞부딪쳤다.

쩌어어엉 쾅!

두 사람 다 딛고 있는 지면에 발목까지 파고 들어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공격을 마친 설휘와 다르게 태황각주에게는 한 수의 묘가 더 숨겨져 있었다.

내기의 충돌로 공멸할 거라 여겼던 일격 싸움에서, 반 박자 늦게 암영의 기운을 쏘아 보낸 것이다.

‘이런!’

늦었다.

상황상 시간 결박 기술을 펼칠 틈도 없어 보였다.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파고든 암영의 기운을, 설휘는 온몸으로 받아 내야 했다.

콰아아앙!

검고 흐릿한 기운은 좌우 두 갈래로 파고들었고, 설휘의 몸에 닿자마자 그대로 폭발했다.

츠츠측.

폭발로 인해 바닥의 흙더미가 치솟은 가운데, 태황각주는 담담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연기가 걷힐 때쯤, 놀리는 듯한 목소리로 웃어 보였다.

“오호. 그걸 막았어?”

막았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피해가 있었다.

설휘는 한쪽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고, 무릎도 반쯤 굽힌 채 힘들게 서 있었다.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방어에 막대한 내공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더 다를 거다.”

지이이이잉.

태황각주 칼끝에서 다시금 피어나오는 불꽃과 암영의 기운.

족히 세 배. 이전보다 더 강한 힘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대처가 쉽지 않다.’

설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태황각주가 사용하는 두 개의 기운.

놀랍게도 그 각각의 기운에는 완성된 무공 특유의 힘이 실려 있었다.

거기다 폭발하는 성질을 가진 화공과 달리, 암영의 기운은 맞는 순간 잠식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단순하게 기운을 충돌하면, 오히려 당하는 쪽은 자신이 되는 것이었다.

‘특수 기술을 더 활용해야 해.’

스윽.

설휘가 다시 손등의 피를 눈에다 묻혔고, 고개를 들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태황각주가 사라진 걸 본 것이다.

‘이번엔 왼쪽.’

파팟.

설휘는 기류가 흐르는 곳을 포착하여 검을 휘둘렀다.

쩌어엉!

그에 또 다시 내공이 충돌했다.

화공 특유의 폭발 때문에 두 남자는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설휘는 급히 사방으로 기감을 확장시켰다.

상대가 쏘아낸 암영의 기운을 대처하려 한 것이다.

‘어디지?’

그럼에도 별도의 기운을 찾지 못하자, 설휘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빙공극저하를 발동합니다.]

시간 결박.

공격이 아닌 수비를 위해 기술을 쓰고, 한숨 돌린 설휘가 주변을 돌아보자,

‘아…….’

그제야 발견했다.

머리 위에 떠 있는 암영의 기운이 서서히 내려앉는 모습을.

파팟.

설휘는 창졸간에 몸을 비틀며 그곳을 빠져나왔고. 동시에 시간의 결박이 풀리며.

저저저저정!

빛줄기가 채찍처럼 아래를 내리찍었다.

그 반발력으로 인해 지면의 자갈들을 하늘 위로 치솟았다.

“음?”

그걸 보던 태황각주가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패애액.

치솟던 자갈들을 뚫고, 이번엔 설휘의 공격이 이어졌다.

“하압!”

강렬한 공세를 예상했던 태황각주는 맞대응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검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쩌저저적.

‘빙공?’

한순간 그의 동작이 멎은 그때.

설휘의 검에서 강력한 풍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쿠와아아앙!

바람이 일었다. 맹렬한 폭풍이 태황각주의 몸을 정통으로 후려갈겼고.

천근주로 강하게 저항하던 그의 몸을 이내 허공으로 밀어 올렸다.

“이제 끝이……?!”

이어 수라폭열공을 펼치려 하던 설휘는 멈칫했다.

갑작스럽게 생성된 기류가 자신의 몸 아래를 파고드는 걸 본 것이다.

‘제길. 또!’

[빙공극저하를 발동합니다.]

아직 눈가의 핏기가 굳기 전이라, 이번 발동은 좀 더 쉬웠다.

공중으로 치솟던 태황각주가 순간 눈앞에 나타나 검을 휘둘러댔다.

당연하게도 시간 결박으로 피한 설휘는 이번에 그의 목을 칠 요량이었는데.

스으으으-

뒤이어 따라 들어온 암영의 기운이 접근을 하지 못하게 했다.

뒤로 물러난 설휘는 수라폭열공을 사용하려 했지만.

사아아아-

시간 결박이 끝난 탓에, 일반적인 화공을 펼쳤다.

쩌어엉!

이번엔 상대가 피하며 멀찍이 뒤로 이동했다.

‘어떻게?’

설휘는 태황각주가 무슨 수로 자신에게 공격을 해 왔는지를 분석하고 있었다.

분명 초풍신을 맞았을 텐데, 어떻게?

태황각주는 설휘의 그런 모습을 읽고서 이내 입을 열었다.

“첫 번째가 허상이었다.”

“……?”

“신법으로 허상의 장면을 네게 보여 준 것이다. 어떠한 신법이라도 궁극에 오르면 이형환위와 비슷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지.”

“……쥐새끼처럼 재빠른 건 알아줘야겠군.”

“뭐라 해도 좋다. 그보다…….”

태황각주는 뭔가 셈을 하는 듯 바라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시간을 가지고 노는 능력을 어디서 얻은 거냐?”

“……!”

설휘는 당황했다.

아무리 태황각주라 한들, 자신의 능력을 이토록 정확하게 파악할지는 몰랐다.

“거기다 빙공과 사대극마공까지……. 허허허,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구나. 한낱 버러지로 생각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걸 가지다니…….”

파지지직.

그는 꽤나 놀란 듯 보였다.

상기된 얼굴엔 흥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이쯤 됐으면 누가 더 강한지 예상이 되지 않나?”

“아니, 난 아직 모르겠는데? 오히려 피해를 입은 건 네가 아닌가?”

“그래? 뭐 그렇다면…….”

설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확실하게 네놈의 몸통을 날려주지.”

“조금 전과 말이 틀리군. 얼굴을 지근지근 밟아준다고 하더니.”

“물론 그럴 거야.”

츠츠츠츠.

설휘의 검에서 강렬한 기공이 흘러나왔다.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한 방으로 날려버려야 한다.’

두 가지 마공이 시간의 격차를 두고, 또 성질의 격차를 두고서 교차해 공격해 온다.

두 가지 공격을 모두 막아내며 반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첫 일격으로.

압도적인 힘으로 뭉개 버리면 그만이다.

수라폭열공.

설휘가 쓸 수 있는 그 마공이면 가능했다.

파팟.

눈가에 피를 묻힌 설휘가 이번에도 선공에 나섰다.

쉬이익.

태황각주는 신법을 써서 육안으로 쫓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고.

휘릭.

기류의 흐름을 읽은 설휘가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이번엔 좌측 위를 향해 검을 뻗었다.

콰아아앙!

두 화공의 격돌로 폭발이 일어났다. 이건 설휘가 의도한 것이었다.

쉬이이잇.

그리고 이어진 암운의 기운을 보자마자.

[빙공극저하를 사용합니다.]

시간을 결박시켰고.

온몸을 파고드는 암영의 기운을 벗어나 곧장 검을 뻗었다.

하지만 특수 기술을 연거푸 사용해서일까.

태황각주는 설휘의 검을 어깨를 살짝 베이는 정도로 피해냈다.

하지만, 그 또한 예측 범위 내였다.

[절세풍검을 사용합니다.]

우르르릉!

“……!”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쳐 왔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태황각주의 몸을, 태풍이 허공으로 띄워 버렸다.

그리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지점을 포착.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거리까지 다가간 뒤, 그대로 특수 기술을 발현시켰다.

“끝이다!”

[수라폭열공을 사용합니다.]

콰콰콰쾅!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밀도의 폭발이, 몸을 뒤집고 있는 태황각주를 향해 엄청난 소음을 내며 터졌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네 번.

특히 마지막 폭발은 설휘의 몸도 뒤집힐 정도였다. 일대가 뒤집어졌다.

구우우우우-

얼마나 강렬했는지, 분출될 때 따라 나간 바람이 역류하는 현상까지 일었다.

“이런, 얼굴을 밟아줘야 했는데…….”

설휘는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속에서 탄식했다.

일단 죽이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 상대에게 굴욕을 주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뭐, 나름대로 저항이 심했으니까. 이정도로 만족…… 엇?!”

그때였다.

스르르륵.

천천히 걷히던 먼지 속에서 기류가 흘러들어왔고, 설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잠깐의 망설임에.

쉬잇!

암영의 기운이 자신의 가슴쪽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컥!”

쿠왕!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설휘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우드득!

가까스로 피해내긴 했다.

하지만 급소를 보호하다 오른쪽 발을 다쳐,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주저앉은 설휘의 눈에 붉은 여명이 쏘아졌다.

그 빛무리 속에서 흙먼지를 걷어내며 천천히 걸어오는 자.

태황각주였다.

놀랍게도 그는 상처 하나 없는 상태로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재미있는 이능이다만, 설마 네놈만 그런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나?”

“서, 설마……?”

그 말에 설휘의 시선이 그의 팔 아래로 향했다.

상대가 들고 있는 장도.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그의 무기를 자세히 보니.

칼날 부분에 뭔가를 덧돼 단접한 걸로 보이는 결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태황각주가 웃음을 흘렸다.

“그래, 흡괴장도(吸怪長刀)라는 신병이기다. 이놈은 말이지,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만으로 어떠한 기운이든 일시에 막아낼 수 있게 해 주거든?”

“……아!”

설휘는 그제야 깨달았다.

태황각주는 애초에 자신의 공격을 막아낼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특수 기술을 쓸 수 있는 신병이기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설휘 자신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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