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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63화 (164/379)

163화. 이원마공(二元魔功) (2)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직전에 절세풍검을 사용하여, 체력과 내공이 일시에 대거 빠졌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기회의 순간에 놈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오히려 반격까지 당해버렸다.

“그 신병이기……. 크읍!”

설휘는 다리 몇 부분의 혈도를 짚은 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각보다 내상이 심하다.

화공과 함께 뻗어온 암경은 폭발성뿐 아니라 몸속으로 잠식하는 침투경의 기운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설휘의 2겹 호심공과 최후의 빙원결갑까지도 일부 뚫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설휘에겐 녀석에게 당한 상처보다, 조금 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더 중대했다.

“그거, 일제자의 물건인가?”

“……?”

설휘의 말에 태황각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휘는 그런 시선을 받으며 말을 이었다.

“보통 제자분들은 천마께 받은 그런 신병이기를 한두 개씩 가지고 있던데 말이다. 사실, 이 검도 곤마께 받은 거고.”

설휘의 말이 태황각주의 흥미를 자극해서일까.

그는 동조하듯 픽 하고 웃었다.

“뭐,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 맞다. 일제자께 직접 하사받은 거다.”

‘역시 그랬구나.’

설휘는 그제야 대강이나마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곤마에게 받은 이 예오후검.

봉인을 풀자 풍운극마검으로 변했고, 이어 특수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다른 제자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가정한다면?

‘유패가 이제자 마후의 수하가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지.’

그 길에도 이런 신병이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았다.

분명 일제자 밑으로 가는 길도 있었을 터였고, 그렇다면 길 중간에는 태황각주가 지닌 저 장도를 받을 상황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너, 스스로 실수한 건 아냐?”

설휘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담담히 물었다.

“그게 네 능력이 아닌 신병이기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힌 순간, 네 약점도 같이 드러났다는 거.”

“아둔한 녀석.”

그 말에 태황각주는 피식 웃었다.

“너 따위의 실력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렇게 내상을 입은 몸으로?”

맞는 말이다.

외상도 그렇지만, 설휘는 방금 전 일격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니 이렇게 공능이 신병이기의 것이라고 알려주는 여유를 보일 수 있었을 터.

“그래. 너 정도는 충분해.”

하지만, 태황각주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설휘가 가진 특수 능력은 오직 공격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츠츠츠츠.

설휘가 발을 교차한 뒤 힘을 모으자,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공과 체력을 단번에 채울 수 있는 특수 능력이 발현되고 있는 것이었다.

[기 모으기를 발동합니다.]

“뭐하는 거냐?”

태황각주는 긴장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설휘의 몸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

거친 기류들이 솟아올라, 설휘의 몸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설마…….’

그리고 설휘가 조금 전 입었던 상처들이 눈에 보이게 치유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건 분명 좋지 않은 징조였다.

파앗.

그래서 그는 더는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빠르게 접근했다.

하지만.

까앙!

이미 늦었다.

태황각주의 검을 너무도 쉽게 맞받아치는 설휘. 그는 눈앞에 나타난 활자를 보며 한마디를 건넸다.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체력이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내공이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적을 앞에 두고 여유가 과했군. 다시 한번 싸워볼까?”

“이, 건방진!”

쩌어엉!

두 사내의 검에서 화공이 터지며, 불꽃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에 설휘건 태황각주건 누구 할 것 없이 뒤로 밀려나갔다.

찌이이익!

태황각주가 운용하던 두 번째 무공, 암경이 지면을 타고 빠르게 뻗어왔다.

하지만 그 기세는 설휘의 지척에서 멈췄다.

쩌저저저적.

갑자기 나타난 새하얀 서리와 수십 개의 빙공이, 잠식해 오는 암경을 밀어버린 것이다.

“이 무슨…….”

쩌적. 쩌저적!

주변이 온통 서리로 뒤덮이자, 태황각주의 표정이 급변했다.

설휘는 그에 나지막하게 대꾸했다.

“너처럼 두 가지 무공을 동시에 쓰진 못하지만…… 막을 비책은 있지.”

“뭐라?”

그 말에 태황각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가 쏘아낸 암경은 몸속 근원지기의 힘을 끌어다 쓰는 힘.

자신의 수명을 깎아먹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는 만큼, 웬만해선 상성이 없었다.

하지만 대항하지 않고 물러서게 하는 힘은 있었다.

바로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빙공(氷功).

암경의 힘을 멈추게 만들 정도의 수준 높은 빙공일 때만 가능했다.

“이젠 네 움직임이 한층 더 느려질 거다.”

해무.

닿기만 해도 얼어붙는 극음의 결정체가 주변을 뒤덮은 것이다.

내공의 오분지 일을 사용할 정도로 내공 소모가 심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었다.

“이익.”

태황각주는 결국, 광범위하게 퍼지는 해무의 영향권에서 몸을 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휘는 그걸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더욱 빠르게 그를 향해 달라붙었고, 순간 반격하는 태황각주의 강력한 화염 줄기를.

“하압!”

강력한 일격으로 맞받아쳤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쿠와아아앙!

강력한 두 공력이 부딪혀 폭발했지만, 설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이전처럼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게 되자, 한 번 더 특수 기술을 펼쳐냈다.

쿠와아앙!

화공과 함께 초풍신의 영향력이 사라지자, 또 한 번 펼쳤고.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찌지직.

뇌전을 휘감은 거대한 폭풍이 무려 세 번이나 날아오자, 태황각주는 결국 검을 들었다.

이전처럼 신병이기의 이능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슈우우우우-

그렇게 뇌전의 폭풍을 급히 소멸시켰으나.

“이, 미친!”

또다시 날아오는 초풍신에, 그의 표정이 짓이겨졌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태황각주는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풋내기였던 설휘가, 대체 무슨 수로 저런 거대한 힘을 연거푸 사용할 수 있는지.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과 상관없이, 그는 필사적으로 다시 기운을 소멸시켰고.

슈우우우우-

“아!”

그러고 난 다음에야 그는, 뭔가 잘못됐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초풍신을 사용합니다.]

뇌전을 휘감은 폭풍이 또다시 날아온 것이다.

쩌저저적 쾅!

“크억!”

이번 공격은 태황각주가 흡수하지 못했다.

급히 몸을 내던지듯 옆으로 피했지만, 완벽히 피해내지 못하고 일부를 맞고 말았다.

핑글핑글!

그는 공중에서 무려 세 번을 돌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스르르륵.

그즈음에 해무가 겨우 걷혔다.

그리고 그를 향해 걸어오는 설휘의 표정에는, 이전까지 없던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잡았다. 이놈.”

육안으로 쫓을 수 없어서 잔상만 쫓아 대항했던 태황각주의 움직임이, 이제는 완벽히 눈에 보일 정도였다.

츠츠측.

연기가 걷히자,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에 피를 머금은 태황각주가 신음했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덜덜덜.

그의 검은 떨리고 있었다.

불가해(不可解).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설휘는 사방을 완전히 얼려버리는 빙공.

거기가 웬만해선 맞서기도 벅찬 뇌전폭풍을 무려 다섯 번이나 쏟아냈다.

내상은 쉬운 부상이 아니다.

스스로를 추스르지 못하면 본신의 내공을 끌어내기조차 힘들게 한다.

그런데 조금 전에 극심한 내상을 입었으면서도, 설휘는 마치 내공을 무한정 쓸 수 있는 사람처럼 연격을 퍼부어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네 신병이기의 약점이 뭔 줄 아나?”

스윽.

그사이 설휘는 손등을 그었다.

“상대의 기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신병이기의 능력 이상을 끌어써야 한다는 거다.”

“……?”

“내 공격을 받아내면서, 네 체력과 내공이 그냥 날아갔다는 거지. 원래 신(神)의 능력이란 건,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말이야.”

스륵.

설휘는 눈가에 피를 묻혔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달라. 신병이기의 능력보다 더한 걸 얻었거든.”

“……!”

파바바바밧!

귀영신보.

설휘가 이전과 같은 속도로 질주했다.

이미 체력과 내공이 바닥까지 떨어진 태황각주에게는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하압!”

그래서 그는 무리했다.

화온마공 중 광범위한 공격, 자신의 집무실을 날려버린 침지대열폭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

설휘는 처음에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방심한 게 아니라, 태황각주가 그만큼 교묘하게 술수를 쓴 것이었다.

츠츠츠측.

바닥을 타고 잠식해나가는 불꽃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암습으로 쓰는 공격을, 적에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바보짓이었으니까.

대신, 그가 펼친 범위 안에 설휘가 들어오자 곧장 발동시켰다.

“……!”

사방을 덮치는 불꽃.

이미 피할 곳은 없어 보였다. 태황각주가 뿌린 화공의 범위 안에 들어와 있었고, 거기에 암경의 기운까지 확장하며 퍼지고 있었다.

아마도 수년치 생명까지 끌어온, 필살의 한 수였을 터.

설휘도 이번 공격만큼은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맞섰다.

[빙공극저하를 사용합니다.]

사방에서 불꽃과 암경의 기운이 덮치는 가운데 펼친 시간 결박이 이어졌고.

콰아아아아아앙!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인근 일대가 와락 쓸려나갈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

푸화아악! 타닥! 피핑!

흙먼지, 불에 탄 자갈들이 하늘로 비산했다.

인간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게 폭발이 터졌다.

집무실은 물론이고, 인근 수 채의 건물이 날아갈 정도였다.

그 가운데, 폭발의 중심에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커억!”

콰드득.

태황각주의 머리가 누군가에 의해 바닥에 짓이겨지고 있었다.

그 발의 주인은 당연히 설휘였다.

“필살의 힘을 쓰려 했으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했어야지.”

쿨럭.

설휘는 한 모금 피를 토해내며 냉소했다.

태황각주는 필살의 기술을 쓰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살려고 했다.

대폭발의 중심인 자신이 있는 곳에는 위력을 대폭 줄인 것이다.

그리고 설휘는 이미 그 기술을 경험한 몸. 태황각주가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공격 범위 안쪽으로 돌진해서 덮친 것이었다.

뻐억!

발로 걷어차자, 막 올라오던 고개가 다시 박힌 태황각주. 초점이 없는 눈으로, 그는 한동안 게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러다 이윽고 정신이 돌아온 태황각주에게.

“남길 말은 있나?”

“…….”

“죽기 전에 유언 정도는 하게 해주지.”

그 말에 태황각주는 잠깐 비통한 얼굴이 되었다. 완전히, 모든 것이 끝난 것을 자각한 것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는 곧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크큭. 이놈…… 이걸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느냐?”

“…….”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 비록 지금 내가 죽을지는 몰라도, 너 역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태황각주는 뜻 모를 말을 해대고 있었다.

“그게 끝이냐?”

“내 단언하지. 너뿐만 아니라, 네 밑의 놈들도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반드시…….”

“유언치고는 진부하군.”

설휘는 더 이상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긴 검으로 태황각주의 목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투욱.

긴 악연의 마무리였다. 태황각주는 죽음을 맞이했고, 그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위험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신이 보유한 특수 기술로 모두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태황각주의 능력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거기에 신병이기까지 있었다.

싸움 도중 그의 움직임이 느려지지 않았다면, 초풍신을 연거푸 펼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게 놈의 신병이기인가?”

설휘는 태황각주가 들고 있던 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겉보기엔 일반적인 장도와 별로 다르지 않은 무기. 하지만 들어 올리자 눈앞으로 문자가 떠올랐다.

[흡괴장도(吸怪長刀)를 얻었습니다.]

◆ 흡괴장도 특성 기술표 ◆

[기공소멸(氣功掃滅)]

(지면) ← → A (흡괴장도 소지)

“이렇게인가.”

설휘는 신병이기의 발동 조건을 확인하고서 즉각 써 보았다. 그러자.

[기공소멸을 사용합니다.]

후욱.

눈앞에 뜨는 문자와 함께, 내공의 일부가 확 사라짐을 느꼈다.

거의 일신의 내공 중 오분의 일 정도가 날아간 느낌. 거기에 몸이 잔뜩 무거워졌다는 느낌도 받았다.

“역시나, 제약이 있었구나.”

철컥.

적의 신병이기를 회수하고, 이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필 때.

“이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에 설휘의 몸이 굳었다.

한 번. 아니 두 번인가? 따지고 보면 그 정도지만,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빼앗았던 자의 것이었으니까.

“무슨 폭발이 이렇게 큰가 싶었더니…… 이건 교내에서 벌어지는 항명 같은 건가?”

“…….”

설휘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귀도, 눈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그의 눈앞에는.

이 자리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 서 있었던 것이다.

“이봐. 네놈은 누구지? 왜 태황각주를 죽였나?”

- 내 단언하지. 너뿐만 아니라, 네 밑의 놈들도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설휘는 태황각주의 마지막 저주가 그저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

“허어, 이름이 뭐냐고 묻지 않느냐. 마교의 졸자야.”

지금 설휘의 앞에 선 백발의 노인.

그는 다름 아닌 화산파 구종명이었다.

마교 위험인물 1급.

극마고수라 불리는, 화경에 오른 절대고수가 여기에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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