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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170화 (171/379)

170화. 잘못 찾은 길 (2)

◆ 소신수마공 특수 기술표 ◆

[천어빙화폭] :

→←↑↓↕↓↑↓ A 또는 B

경지가 오르면서 특수 기술을 몇 개 얻었다. 설휘는 천어빙화폭에 주목했다.

기본적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기술표에 처음 보는 문양이 있었다.

'동시에 위아래라고?'

어쩌라는 것인가.

머리로 위와 아래를 동시에 펼쳐내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한데.

다행히도, 이런 복잡한 기술을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했다.

신발의 특수 기능.

진초혜를 벗었다가 다시 신으면, 동작 하나를 지울 수 있다. 설휘는 그걸로 문제의 '↕' 모양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기술표에 나와 있는 대로 정확하게 따라 해 보았다.

솨아아악.

'이건......'

일순, 떨어지는 물방울이 급속하게 느려졌다. 설휘는 그걸 보고서 특수 기술이 발동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도 빙공극저하.

이전의 능력이었던 시간 결박이 천어빙화폭에 일부 투영이 된 듯 보였다.

사아아아

그리고 검끝에서 피어난 미세한 기공(氣功).

설휘는 큰 생각 없이 그 기공을 허공을 향해 한번 크게 그어보았다. 그러자.

콰와아아앙!

"......!"

날아간 기류가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했고, 그 뒤 이어진 열기가 그것을 폭발시켰다.

위력은 상상초월이다.

“놀랍구나. 빙공으로 얼리고, 화공으로 터트린다니.......”

폭발의 범위가 넓진 않으나, 직격당하는 자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을 터였다.

빙공과 화공의 결합은 그만한 효과를 주고 있었다.

그냥 살갗에 채찍을 맞으면 아프고 부어오르는 정도지만, 냉기로 얼어붙은 살에 채찍을 때리면 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는 법이다.

“다음은 ....”

설휘의 관심이 초풍신으로 향했다.

◆ 사대극마공 풍 특수 기술표 ◆

[무극초풍신] :

→ N(중립) ↓↘, A <100배속>

“하, 백 배......?”

설휘는 당황했다.

이건 이전의 움직임보다 무려 네 배나 빨리 움직여야 쓸 수 있다는 뜻.

“한번 해볼까?”

다행히도, 이번 경지 상승으로 인해 몸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상태였다.

설휘는 신발을 다시 고쳐 신으며 중립을 제거했고, 빠르게 동작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한 번.

또 한 번.

연거푸 몇 번을 시도하던 설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잘 안 되네.......”

100배속의 움직임.

특수 기술표에 나온 걸 흉내만 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절벽에서 떨어지던 AI는 너무도 쉽게 펼치던데.

“그래.”

잠깐 고민하던 설휘는 내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평소 육체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면, 내공의 도움을 받아 펼칠 생각이었다.

스스스슥.

기운이 한데 모이자 설휘는 집중력을 끌어 올렸고, 몸을 숙이자마자 재빠르게 검을 뻗었다. 이번엔 성공했다.

지지직!

첫 반응은 뇌전이었다.

강렬한 번개의 기운이 앞으로 쏘아지며 번뜩였고, 뒤이어 검은 폭풍이 생성되었다.

허공이었음에도, 설휘의 몸이 흔들릴 만큼 맹렬한 기운이 뻗어나갔다.

쿠와아아아앙!

그리고 벽력탄이 터지듯 폭발했다.

이걸 직격당하면 상대는 막아도 막은 것이 아닐 것이다. 폭발 직후에 수많은 뇌전과 검은 소용돌이가 사방을 찢어발기는 뻗어나간 것이다.

“대단한데.”

처음 보는 것이 아닌데도, 설휘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 위력이면 정말이지 극마의 고수에게도 제대로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무극초풍신과 천어빙화폭을 전부 써봤으니, 이제 한 가지가 남았다.

바로 멸절공. 최상승의 무공이다.

멸절, 이름부터 지옥불을 연상하게 하는 기공이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화기를 지닌 화온마공에서 그 극양 진기의 정수를 끄집어낸, 아니 그 극양의 기운 안에서 또 다른 기운을 뽑아낸 화공의 정수.

생지멸절공.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특이한 모양이 또 나타난 것이다.

◆ 화온마공 특수 기술표 ◆

[생지멸절공] :

↔↕↔↘↘↘↗ A 또는 B

“아......”

더욱이 이번엔 한 번이 아니라 몇 개가 존재했다.

좌우, 그리고 위아래로 동시에 움직이는 모양.

지금의 설휘로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파팟. 팟.

시도는 해 보았지만 도통 사용할 수가 없었다.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을 따라해 보았지만, 특수 기술이 발동되는 반응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시간에 사용할 수는 없는 듯했다. 설휘는 결국 포기하고 병기를 챙겼다.

“그나저나 내 경지는 어느 정도인지...... 화경이나 극마는 아닌 것 같은데......”

극마나 화경에 오르면, 환골탈태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흐르는 전혀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헌에 나오는, 주변의 기운들이 새롭게 느껴진다는 느낌은 그다지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짐작하기로, 아마 초마의 극 정도에 머문 것일 터.

“이제, 내일인가.......”

설휘는 조용히 뒤돌아섰다.

인기척은 없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있었다.

아마도 만답서생. 그가 자신의 무공을 보고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바로 내일, 예정대로 임무가 주어질 것이다.

***

절벽을 내려온 설휘는 전각 주변을 걸었다.

원래라면 내일 있을 임무를 위해 방 안에서 쉬어야 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누워 있는 것이 고역이라, 차라리 내기를 순환하고 긴장감을 풀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한동안 주변을 거닐던 설휘는 AI가 언급했던 녀석을 떠올렸다.

“왕모력이라 했지......”

마교 서열 60위의 은둔고수.

만답서생의 인명록에 따르면, 무격신장(武擊神掌)의 달인으로 무엇도 뚫을 수 있는 장공을 쓰고, 몸도 금강불괴처럼 강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초마의 극에 오른 뒤 ‘심득이 보인다.' 라고 선언하고 홀연히 사라진 것을 보면,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땐 극마에 올랐을 거라 추정한다고.

당시에는 그냥 읽고 흘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 녀석도 만만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극마에 오르겠다고 폐관수련에 들어갔던 은거고수인데...... 내가 이길 수 있긴 한 건가?"

AI의 말로는 지금 실력이면 동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특수 기술은 한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도 격살할 수 있으니, 왕모력은 초마를 넘어 극마에 올랐다는 것이 기정사실일 터.

'그건 그렇고, 어디서 그를 찾아야 하는 거지?'

극마의 고수를 자신이 이길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더욱 곤란한 것은 그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사실.

AI설휘가 해야 한다고 하니 생각해볼 뿐, 목숨 또한 몇 개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쉬익! 쉭!

'응?'

검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거기엔 용진이 열심히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잠깐 지켜보던 설휘는, 초식을 끝내고 기를 갈무리하던 용진을 보고 다가섰다.

“왜. 무슨 일이 있느냐?"

“아, 사령주님.”

용진은 애써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애병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생각처럼 실력 향상이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래. 문제점은 알고 있느냐?"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설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도를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서 한 번 더 휘둘러보겠느냐?"

“......알겠습니다.”

지도해주게다는 말에 용진은 약간 반색한 얼굴로 다시 도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수력 무공을 펼쳤다.

“합! 하합!”

하나 하나, 그렇게 펼치던 모든 초식이 끝나고,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자세를 취했다.

“그게 무슨 무공이지?"

“흑전마공(黑電廳功)입니다.”

“누구에게 배운 무공이지?”

“여기 오기 전, 수(秀)라는 교관에게 배웠습니다.”

“하긴, 너는 천향소를 거치지 않았지?"

“예.”

본래 처음부터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천향소가 아닌 당에서 주최하는 등용소로 들어온다.

그중에는 설휘가 모르는 무공도 많이 있다.

사령대원들은 은영단에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일원소마공 외에도, 몇 가지 자신만의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용진의 주력 무공은 흑전마공이었다.

'자전마공(紫電魔功)의 개량된 무공이었지.”

설휘가 알기로, 흑전마공은 자전마공의 아류다. 위력은 상당하나 익히기가 너무 힘들기에, 좀 더 편하고 높은 성취를 달성할 수 있게 개량된 보급형 무공.

그럼에도 자전마공의 핵심적인 위력은 일부 가지고 있으니, 절대로 나약한 무공은 아니었다.

“대충 보니 초식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응용하는 형태가 익숙지 않은 듯하구나.”

“예...... 오래 수련했는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호흡법에 대해서 알려준 이가 없었을 테니까.”

“호흡법.......이요?”

“무예에는 일 초식. 이 초식. 전부 전해진 목적이 있다. 그 목적에 맞게 초식을 활용한다는 건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성하기 위해서는 초식에 따른 호흡법도 정확히 몸에 새겨야 한다.”

철컥.

설휘는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 그가 펼친 그대로 움직였다.

쇄애애액.

한번 바닥을 긁는 것처럼 휘어지던 일검.

곧장 도약해서 휘두르는 이 초식으로 향했고,

뒤로 물러서며 검을 사선으로 세운 뒤, 발축을 슬쩍 돌려놓는 동작까지 마무리했다.

“뭔가 느낀 것이 없느냐?"

“아...”

설휘의 물음에 그는 입을 쩌억 벌렸다.

동작은 분명히 똑같았다.

하지만 흐름이 너무도 부드러웠다.

뭔가 다르긴 한데, 뭐가 어떻게 다른지 말하기는 힘들었다.

“초식을 펼칠 때 주로 숨을 멈춘다고 하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씩 숨을 내뱉는 거다. 한 초식에 대충 작게 한 모금 정도 들이마시는 양이다.”

“그.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여유. 상대방의 공격이 들어올 때, 그때 힘을 집중해야 하니까. 그래야 동작들도 더 자연스러워진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장! 아니, 령주님!"

용진이 크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그가 들은 것은 무공의 비급이나 해설에는 나와 있지 않은 것. 오직 설휘만의 심득, 혹은 오의였다. 그런 것을 베풀어주니 감읍할 수밖에.

“때가 되면 너도 어련히 알았을 것이다.”

설휘는 그저 겸연쩍었다.

원래 한 부대의 대장이라면 진즉에 했어야 할 것을 이제야 해 준 기분이다.

그간 설휘는 무공의 경지가 아니라, 특수 기술의 묘를 살려서 실제 이상으로 고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전투로 인해 경험이 쌓이게 되자, 이제야 수하들에게 운용의 묘를 전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령주님과 있으면 정말이지 든든합니다. 웬만해선 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건 없다. 비밀임무라는 건 언제든 죽음을 가까이하는 것이니."

설휘는 투툭, 용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럼 고생하고.”

“예!”

용진의 기운찬 대답과 함께 설휘는 돌아섰다. 갑갑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

다음 날. 만답서생에게 임무를 전해들은 설휘는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다.

'특수 기술은 무극초풍신으로 가자.'

천어빙화폭과 무극초풍신. 그리고 생지멸절공.

지난 삶에 비하면 세 개의 특수 기술이 추가되었지만, 멸절공은 이해가 부족하여 아직 펼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남은 것은 둘인데, 둘 중 하나를 고민한다면 조금 더 빠르게 펼칠 수 있는 무극초풍신을 쓰는 게 맞았다.

“오셨습니까.”

“대장!”

밖에 나와 보니 사령대원들이 모두 대기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태룡도 보였고, 송화도 보였다.

“자, 오늘 임무는 모두 전해 들었을 테니, 병기는 다들 잘 챙겼겠지.”

“옙!”

설휘는 간단한 절차를 확인한 뒤.

“같이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무운을.”

마태룡에게 말하자, 그는 짧게 예우를 한 뒤 급히 몸을 날렸다. 여기까진 예전과 같았다.

“자, 우리는 빠르게 이동.........”

대원들을 일별하며 돌아서려던 설휘가 소령을 보고 머뭇거렸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었던 것이다.

'그래. 목숨을 얻는 방법. 꼭 죽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었지?'

난이도 상승으로 턴제 방식이 사라지면서, 이후로 획득 가능한 목숨의 수가 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설휘는 <사랑+3>의 활자를 기억했다.

소령과 자신이 서로 사랑하게 된다면 목숨 3개가 생긴다.

분명 그렇게 나와 있었다.

“대장? 하실 말씀이라도?"

마침 소령이 자신을 보고 물었다.

'아.’

잠시 망설이던 설휘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한 번이면 돼. 어차피 실패해도 본전 아니냐?'

성공한다면 목숨 3개가 거저 들어오는 상황.

실패한다고 해도 아무런 위험이 없는, 그저 약간의 놀림과 부끄러움만 존재할 뿐이지 않은가.

그렇게 마음을 굳힌 설휘가 소령의 지척까지 다가가자, 대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하시는 거지?”

“음?”

그들이 설휘를 보며 뭔가 훈시라도 할 생각인가, 하고 귀를 쫑긋 기울이는 가운데,

“사랑한다.”

“사랑해. 소령.”

정적이 일었다.

도무지 예상조차 하지 못 했던 발언이라, 사령대원 모두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

"......"

요림은 기겁했고, 용진은 어이없어했으며,

“ ...어.”

“.....음.”

적명은 인상을 찌푸렸고, 음무기는 몸까지 떠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하아.”

고개를 내젓는 송화까지.

순간 사령대원 모두가 이 상황에 기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싫어하지 않네?”

그런 와중에 설휘는 초집중의 상태였다. 아니. 정확히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 있었다.

소령이 화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없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볼 뿐.

스륵.

심지어 가늘게 눈을 감기까지 했다.

'이건, 승낙인 건가?'

이에 설휘는 자신감이 생겼다.

경험은 없지만, 이런 때 그게 필요한 게 아닐까?

“오랫동안 널 지켜봤다. 이것이 내 진심........”

입을 맞추려고 한 발짝 더 앞으로 다가서며 말을 걸 때.

쫘악!

시야가 옆으로 핵 돌아갔다.

뒤이어 얼굴이 뜨끈뜨끈한 게, 소령에게 따귀를 후려맞은 모양이었다.

“변태 새끼.”

큭, 푸흡!

뒤이어 숨을 참는 고통스런 신음이 여기저기서 울렸다.

따귀에 이어 독설과 추가타까지 얻어맞자. 설휘는 곧장 몸을 돌리며 외쳤다.

“태. 태황각은 이곳과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이동할 테니, 뒤처지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겠다!”

타닥!

그러고는 빠르게 뒤돌아섰다.

외침과는 달리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도저히 수하놈들의 비웃는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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