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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200화 (201/379)

200화. 급변하는 정세 (1)

[절세풍검을 사용합니다.]

설휘는 일단 특수 기술을 냅다 휘둘렀다.

지금 상황에서는 최고의 한 수.

상대가 너무나 빨리 달려드니 우선 살고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고오오오---

돌개바람이 일어나, 반경 오십 장 가량을 휩쓸었다. 그 범위에 명진도장뿐만 아니라, 명정까지 휘말려 들어갔다.

헌데.

‘이런…….’

설휘의 눈에 포착된 명진도장은 바람에 딸려 올라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전의 구종명처럼 자신의 내력으로 버텨내는 것도 아니었다.

‘허공섭물(隔空攝物)?!’

구종명이 천근추로 스스로를 무겁게 만들었다면, 희한하게도 명진도장은 허공섭물.

내공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기예, 그걸 응용해서 자신을 단단히 땅에 붙들어 놓고 있었다.

확실히 화경의 고수도 자기만의 특색이 제각각이라는 걸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제길.”

어쨌든, 생각보다 거리를 벌리지 못할 거라 판단되어 설휘는 전력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그건 얼마 가지 못했다.

피이이이이-

눈부신 광채가, 실명할 정도로 강렬한 빛이, 절세풍검의 수많은 폭풍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복부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시발 것…….”

마지막으로 욕설 한마디를 날린 설휘는 그렇게 자세가 무너졌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의식이 흐려졌다. 그리고 곧 시야가 어두워졌고.

[일곱 번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 목숨 하나를 소비했다.

***

■ 천력 95년, 제2장-1. 곤마가 제시하는 세 가지의 삶.

□ 천력 98년, 7월 마지막 날.

□ 천력 98년, 본 스토리_운명의 날.

‘하아, 이거 참…….’

다시 세 개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설휘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찌된 게, 좀 잘 풀린다 싶더니 여지없이 이 상황이다.

‘AI 놈이 봤으면 한마디 했겠군.’

조용히 멀리서 지켜봐라.

분명 그런 말을 들었고, 그 말대로 조심조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얌전히 살려고 했는데, 그조차 지키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삶에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그마치 무당파의 태극혜검.

이건 목숨 하나를 내던질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하물며 무당파의 태청단.

이건 명진도장에게 맞아 죽으면서까지도 끝내 내놓지 않았다.

덕분에 명백하게 남는 장사였다.

거기서 죽으면서 떨어뜨린 신병이기도 있긴 했지만, 그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었으니까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생은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겠군.’

황금 벨트, 풍운극마검, 진초혜.

아직까지 이 셋은 중요한 물건이다.

화경이나 극마에 오르기 전까진 매우 요긴하게 쓰일 것들이니까.

설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며 선택지를 골랐다.

<‘천력 98년, 7월 마지막 날.’의 기록을 불러드립니까?>

다시금 두 번째를 선택하자 뜨는 문구.

눈앞의 시야가 뿌옇게 변하고 천장이 올려다보였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자신이 어디까지 진행했고, 어디까지 하지 않았는지를.

“전생에 익혔던 무공들…….”

그는 먼저 곤마에게 받은 태극심공을 떠올렸고.

[태극심공을 익혔습니다.]

과거 생에서 명정과 명진도장이 일러둔 신공들도 뒤이어 상기했다.

[양의신공을 익혔습니다]

[태극혜검을 이해했습니다.]

태극혜검을 익혔다고 표시가 뜨지 않는 이유를 대강 이해했다.

제대로 몸에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이것을 익혔다고 떴을 때에는, 화경이나 극마가 되는 것일 테니.

“좋아!”

이어 도구함에 들어있는 태청단까지 보자, 설휘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솟아올랐다.

***

설휘는 이번 생을 지난번과 거의 다르지 않게 진행했다.

[감로수를 구입하시겠습니까?]

상인이 와서 묻길래, 이전 생에 썼던 감로수를 재차 구입했다. 혹시나 하여 다른 것도 구입이 가능한지 확인해봤더니.

[천지설엽초를 구입하시겠습니까?]

[태현화정을 구입하시겠습니까?]

[만년순천단을 구입하시겠습니까?]

“오.”

다행히도 중복 구입이 가능했다.

전생에 황금 벨트를 차고 있을 때 죽는 바람에, 이 시기엔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바빴다.

곤마에게 임무를 받고, 수하들에게 강호로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송화를 구했고, 유패의 제안을 거절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본 스토리로 이동합니다.]

<규정된 지역을 벗어나면 전투방식이 사라집니다.>

그렇게 겨우 항주에 도착해서 집을 구했고, 송화는 점집을 차렸다.

“사부님? 어디를 그리 바쁘게…….”

“나중에 말해주마.”

그러기를 무섭게, 그는 가게의 뒷산으로 올라가 물건들부터 확인했다.

역시나 인적이 드문 까닭에, 풍운극마검과 황금 벨트, 신발을 회수할 수 있었다.

“됐다!”

손에 익은 병기를 손에 넣고 나자, 마음이 크게 놓였다.

특히 황금 벨트라는 목숨을 여러 번 건지는 장비를 다시 얻자, 다시는 함부로 죽지 말아야겠다는 반성 또한 했고.

“하오문에서 금 천백 냥을 달랍니다.”

음무기가 하오문에 접근하기 위해 천백 냥을 요구했고, 이후 칠백 냥으로 바뀐 것도 이전 삶과 같았다.

물론 다 똑같은 건 아니었다. 과거와 다르게 진행된 사건들도 많았다.

종리세가의 일을 처리할 때.

“명정? 그런 분은 없습니다만.”

“아, 제가 잘못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태청단을 자신이 들고 있어서, 애초에 양가보에서 물건을 도둑맞을 일이 생기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어쨌든 그도 없으니 종리세가의 비무를 훨씬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고, 비무를 성공적으로 끝내자 종리헌은 무려 5만 냥의 돈을 건네주었다.

‘소흥신명이주가 없어서인가 보군.’

영약을 주지 못하니, 훨씬 더 많은 돈으로 보은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과거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잠룡재를 털자.”

다음으로 자릿세를 내라는 행동대장 유적과 권람을 처리하고, 그들의 상관이자 잠룡재 100인 중 하나인 범달을 제거했다.

그러면서 근거지를 털었더니, 약재나 무공서가 없는 대신 이전보다 더 많은 돈과 금붙이가 나왔다.

“……이거, 오히려 더 좋아진 것 아냐?”

[도구함] 78,520G

약탈한 것들을 죄다 도구함에 넣었더니, 종리세가에서 받은 5만 냥을 더해, 총 금액이 거의 8만 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이번 생은 나름, 전생과 다른 의미로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

“후웁, 후웁.”

스으으으-

그 이후로 설휘는 시간을 짜내어 태극혜검을 파고들었다.

처음 며칠 정도는 양의심공을 운용하며 검을 펼쳐 보였는데, 이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태극혜검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무결.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만 번의 움직임이 담겨야 한다는 것.

이는 행위가 아닌 내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론상 말이 되지 않는다고 물을 수 있다.

허나, 이 의미는 ‘그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 결과적으로 ‘그리되는 것’에 있다.

예컨대 눈앞의 풀잎을 베어야 하고, 실제 동작은 풀잎보다 위를 베는 동작이라 하면.

실제로 위를 베어도, 아래가 베어지는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결.

한 동작 안에 원하는 것을 베고, 찌르고, 밀며, 끌어당기는…… 여러 변수에도 대응하는 것.

쉽게 말해 원하는 지점에 원하는 기류를 일으키는, 그야말로 마음이 일면 실제로 구현화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미치겠군…….”

처음에는 도저히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세상 모든 칼질을 만 번으로 표현하기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설휘는 칼을 휘두르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경지를 단기간에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런 상승무공의 도움 없이 보통의 방법으로는 수년이 될지 수십 년이 될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화경 또는 극마로 가는 실마리인, 상단전 완전 개방.

하단전과 중단전, 상단전의 합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목숨을 하나 버린 셈 친다고 해도, 이것을 얻은 건 정말로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건가?”

그렇게 열흘, 보름, 시간을 잊을 정도로 몰두하자, 다행히도 약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칼질에도 유능제강의 유가 스며들어가야 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

“사부님, 본교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송화가 방문했다. 덕분에 설휘는 벌써 시간이 한 달이 더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어디 보자꾸나.”

설휘는 그가 건넨 서신을 받아들었다.

여기 온 후, 세 번째 소식지였다.

[대장. 잘 계신지요. 소령입니다. 지금 이곳의 동향은 매우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일제자의 수하 태황각주가 오각 내 마인들을 대거 중원에 보내고 있음이 다른 제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기억으로는 전전 생.

태황각주가 많은 수의 마인들을 중원에 뿌린다는 걸 알고 있었고, 당시 만났던 과거 수하들의 입에서 항주로 간다는 얘길 들었다.

‘이제 칼을 빼드는가…….’

그때가 ‘본 스토리’를 기준으로 두 달째 되던 날이었다.

지금은 그때 기준으로 세 달이 지났으니, 시간의 흐름상 당연히 보내고도 남을 시기였다.

[문제는 태황각주가 오각 내에 있는 무인뿐만 아니라, 홍마원 관리소관인 무인들까지 대거 보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겁니다. 덕분에 넷째 제자님은 격노하신 상황입니다. 다른 제자들 모두가 힘을 합쳐 일제자의 처분을 논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힘을 합친다고?’

설휘는 이 대목에서 께름칙한 기운을 받았다.

사제자야 마교를 위해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둘째 제자나 셋째 제자가 과연 그 정도로 본교를 위해 살아왔는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이제자.

그간 경험한 대로라면 이놈은 본교가 망하든 망하지 않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족속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에 발칵하고 일어난다니.

왠지 그것이 좋은 쪽으로 진행될 것 같지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수록 저희들을 이끌었던 대장이 조금 그리워집니다. 그럼 계속 지켜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끝으로 그 변태 음무기는 잘 지내고 있는지요? 요림이 묻더군요. 대장께 특수 병기는 또 없냐고 적송이 말했고, 용진은 중원여행을 자신도 가고 싶다고 가끔 발작해서 제가 잘 타일렀습니다.]

‘그립구나. 그때가…….’

설휘는 수하들과 함께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생을 여러 번 살아서일까.

오래 떨어져 있음에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저나 구종명이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화산파 놈들의 요구가 거셌구나.’

전생, 그리고 현생에서 마태룡을 조사하라는 임무에서 자신은 수하들과 헤어졌다.

그 이후에 이제자의 병력이 개입해 화산파를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화산파 놈들이 피해를 입었고, 결국 태황각주는 무리하게 마인들을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내게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과거처럼 구종명이 마교로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도 화산파가 영향력을 크게 발휘한다는 얘기였다.

“송화야. 요즘 음무기의 동향은 어떠하냐?”

한참 생각을 한 뒤, 설휘가 물었다.

현재 음무기는 강용을 죽이고 그로 위장한 채, 잠룡재의 가옥에서 지내고 있었다.

하오문도 그렇고, 잠룡재 자체의 조직이 있으니, 여기 항주의 정황은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을 터였다.

“소식을 들으니 마침 어제 작은 소란 하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천리검문이라는 소문파인데, 갑자기 외인들의 공격으로 집안이 쑥대밭이 된 모양입니다.”

말을 하던 송화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이다음 얘기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요. 마침 지나가던 무인 몇 명이 그 들을 막았습니다. 이들 무인들이 알고 보니 화산파 직계 제자들이 아니었겠습니까?”

“화산파라고?”

“예, 확실합니다. 이미 저잣거리에 소문이 파다하니까요.”

“그렇구나.”

벌써 왔는가.

시간상 계산을 해보면 그럴 만했다.

이미 마교에서는 강호 전역에 행패를 부릴 마인 선발대를 보내고, 지금쯤이면 후발대를 보내는 과정일 것이다.

당연히 정파의 유수한 문파들과 충돌을 일으켰을 테고, 그 와중에 여러 소문이 퍼져나갈 터.

“인근 동향을 좀 더 집중해서 감시하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도 네 가게에 나가야겠다. 뒤뜰에서 수련하면서 혹여나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겠구나.”

“알겠습니다.”

송화는 예를 표하며 물러났다.

한창 수련 중임을 알아서 자리를 피해준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라.’

설휘는 이제 더더욱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하며, 송화의 가게에서 숨죽이기로 했다.

음무기는 대외적인 정세, 송화는 사람들의 정세까지 샅샅이 파악하는 와중이니, 자신은 오로지 수련에만 박차를 가하는 게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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