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급변하는 정세 (2)
조형근 작가입니다.
22/02/24자로 200화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고, 설휘의 수련 파트인 뒷내용은 이곳으로 옮겨져 수정되었습니다.
참고하시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용에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
설휘는 송화의 점집 주변에 수련장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뒷마당에 모옥을 마련하려 했으나, 수련 중 사람들과 마주칠 일을 우려해 아예 지하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흙을 걷어내는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특수 기술인 무극초풍신을 몇 번 갈겨주니 금방 몸 하나 들어갈 만한 공간이 나온 것이다.
거기에 몇 번 더 갈겨줘서 꽤나 널찍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한 달가량의 먹을거리와, 용변을 처리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두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들어갔다.
“후우.”
그즈음에 설휘는 더는 검을 휘두르는 수련을 하지 않았다.
휘두르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유능제강의 부드러움이란, 어떤 초식에도 다 들어있고, 요는 그것을 행하는 마음에도 있다.
그렇다면 더는 신체를 움직이는 행위에 의미가 있을까?
설휘는 수없이 참오하고 자신의 몸 안을 관조하며 시간을 보냈다.
경맥과 혈맥. 진기가 몸 안을 무한하게 회전하게 만들면, 어쩌면 그것이 무결의 의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양의심공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입문이 크게 어렵지 않아서 곧 지결을 생각하게 되었다.
대주천을 행하는 와중에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대항하는가.
“행위가 어떻든 즉각 반응을 해야 한다…….”
그 말은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하단전뿐만 아니라 중단전, 상단전이 계속해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시도에 들어갔다. 하루에만 수십 번의 운기행공을 했다.
그렇게 열흘. 수백 번을 넘었다.
수천, 수만. 나중에는 얼마나 도전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무념무상에 빠져 운공하던 어느 순간.
단전이 합일되는 것이 느껴지고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징조다.’
이전과는 다른 매우 거친 변화.
마치 자신을 죽이려는 듯, 보이지 않는 흐름이 엄청난 압력과 고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뼈가 갈리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자 설휘는 통제할 수 있는 공력을 한곳에 쏟아냈다.
쿠쿠쿠쿵!
입구가 부서졌다.
땅굴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설휘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입구를 봉쇄시켜버린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설휘는 잠깐 정신을 잃어버렸다.
고통은 심했고, 몸의 변화는 극심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이 표류하던 중에 설휘의 눈앞에 뭔가 눈부신 빛이 보이는 듯했다.
“으…….”
눈을 뜨자, 빛 한 점 없이 깜깜한 동굴 안이었다.
이제야 뭔가 멈췄다는 생각에 설휘는 몸부터 점검했다.
바스락.
손으로 만져 보니 입고 있던 옷은 죄다 타서 사라져 있었고, 황금 벨트 그리고 신발만 오롯이 신고 있었다.
“……벌모세수? 설마.”
혹여나 하여 순간적으로 기운을 끌어올리다 보니.
스스스스스.
너무도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녹색 기운이 몸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어? 화경이 아닌…… 극마에 올랐구나.”
묘한 기분이라, 설휘는 탄성을 질렀다.
분명 마공과 정순한 기가 섞여 깨달음을 얻었는데, 신체의 변화는 극마라니.
왜 이렇게 된 건지 아직까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무공에 입문하는 단계에서 마공을 먼저 익혀서일지도…….
‘특수 기술에는 변화가 없네?’
경지가 오르면 나타났던 새로운 화공, 빙공, 그리고 사대극마공의 기술들. 그런 변화는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나갈까?”
설휘가 살짝 공력을 쏘아내자, 천장의 벽들이 일시에 날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그 기운이 방 위 천장까지 뻗어가며 방해하는 모든 걸 소멸해버렸다.
“허.”
권강.
습관처럼 상, 중, 하단전의 힘을 끌어쓰자마자, 절대기공이 손쉽게 펼쳐졌다.
무기를 챙겨 들고 방으로 올라온 설휘는 한쪽에 걸린 옷을 챙겨 입고 문을 열었다.
마침 한밤중이라서인가, 주변에 인적은 없었다.
저벅. 저벅.
그런데 설휘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가 있었다.
“…….”
나무 뒤. 은밀하게 몸을 낮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자.
외벽에 올라 숨을 죽이고 있는 놈.
주위에 무려 네다섯이 자신을 노리고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그으으으……
그리고 설휘의 귀에 미세하게 들리는 울음소리.
그건 사람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어딘가 미쳐 정신이 빠진 것처럼 괴이한 울음소리를 보였다.
“내 마기가 너희들을 부른 것인가. 아님, 본래 이 주위에 얼쩡거리고 있었던 것인가…….”
어느 쪽이든, 하나는 확실했다.
이것들이 송화의 가게 앞에서 있다는 건, 마교가 벌써 항주에 마인들을 뿌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놈이 아닌, 이미 이성을 잃은 광마의 상태로.
“와라.”
“크아아앙!”
손짓하는 순간, 광마들은 누가 뭐라 할 것이 없이 뛰어들었다.
여러 방향에서 설휘를 덮치는 기세는 매우 흉험하기 짝이 없었다.
“흥.”
사아아아아-
설휘의 신형이 바람처럼 그 사이를 통과했다.
너무 빠른 동작에, 광마들은 이미 사라진 설휘가 있던 곳으로 여전히 달려나갔고.
쩌어어엉! 쩌정! 쩡!
머리가 잘려나가며 이내 바닥에 흩뿌려졌다.
쓰러진 그들 뒤로 서 있던 설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질 않네. 내 실력도, 적의 실력도…….”
극마에 올라서일까.
자신의 무위는 크게 올랐을 터였다. 하지만 적들의 능력도 보통이 아닐 터였다.
무인이 광마로 변하면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된다.
사혈을 짚어 선천지기를 사용하는 능력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기운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자신 밑에 있었던 이류와 일류 사이였던 수하들이 광마로 변하면 이 정도 실력일까?
‘또 오는군.’
생각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워낙 기감이 발달해 먼 곳에서부터 들려와 꽤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사, 사부님!”
“너는?”
이번에 도착한 이는, 다름 아닌 송화였다.
***
“음.”
송화를 따라가던 설휘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제까지 쓰던 거처가 아닌, 처음 보는 집안으로 송화가 안내한 것이다.
공간도 작았고, 지역도 외진 곳의 민가.
“어떻게 된 것이냐?”
방 안으로 들어온 설휘는 그제야 이유를 물었다.
“혹 기억나시는 게 있으십니까?”
송화의 물음에 설휘는 약간 당황했다.
기억나는 게 있냐니?
잠깐 고민하던 설휘가 물었다.
“내가 수련에 들어간 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느냐?”
“일 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뭐?!”
설휘는 매우 당황스러워졌다.
일 년이라니.
준비한 음식이 한 달 정도 분량이었으니 얼추 그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관념이 완전히 빗나간 모양이다.
‘하긴. 시간이 많이 흘러갔을 수 있다. 만결과 지결, 거기에 대응하는 운공법을 적용하시키느라.’
겁이라는 숫자까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깨어 있을 때는 몸으로 기혈을 돌렸고, 잠들 때는 꿈에서까지 그리곤 했다.
수천수만 번을 시도하다, 종국에는 숫자를 세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반복했다.
혈도마다 다른 혈도로 이어지는 경로의 수를 하나하나 정립해나가고, 거기에 몸속 진기로 하, 중, 상단전을 합일시키는 과정은 또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럼 내가 자연의 기를 받아들이게 된 건가?’
결과를 받아놓고도 믿기가 어려웠다.
설휘가 애초에 폐관 수련을 한 달 정도로 예상한 까닭은, 지하 공간의 식수와 식료가 그 정도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음식은 몰라도, 물이 없으면 인간은 한 달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간의 수련 과정 속에서 먹는 것이며 용변을 보는 것 때문에 곤란했던 기억이 없었다.
조금 더 더듬어 보니, 수련의 말미에는 아예 식사도 하지 않고 용변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가만. 음무기는?”
설휘는 급히 수하를 찾았다.
“음무기 형님은 다행히 잘 계십니다. 여전히 잠룡재에서 강룡 행세를 하고 있구요.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라는 것도 형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다행이구나.”
설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여나 난리통에 화마에 휩쓸렸을까 걱정했는데 잘 살아 있었으니.
“그런데, 표정이 별로 밝아 보이지 않구나?”
설휘의 말에 송화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품속에서 책처럼 두꺼운 종이뭉치를 꺼냈다.
“이건…….”
설휘는 한눈에 알아봤다.
수하들이 보낸, 총 12장으로 되어 있는 소식지였다.
덜컥 불안감이 들었지만, 천천히 읽어보았다.
[일제자가 정파와 내통한 문제를, 다른 제자들이 한데 모여 의견 취합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누가 선두에 서서 그를 칠지 각기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양입니다.]
사박.
[일제자가 선수를 쳤습니다. 그는 총단에 입성하여 교단의 장로들에게 중원을 칠 것임을 천명하였습니다. 화산파와 내통한 것에 대한 추궁으로 이어지기 전에 일을 더 크게 벌여 버렸습니다.]
[일제자는 첫 수복의 대상지로 청해와 사천을 말했고, 무림맹과 구대문파, 그리고 오대세가의 시선을 돌릴 방안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총단 내 분위기는…… 저희로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사박.
[제자분들은 다들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장로 중 중립을 표방했던 이들은, 제각기 제자분들을 찾아가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 장로단 일부는 일제자에게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수하들이 보낸 소식지는 마교의 불안정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음 소식지는 설휘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급보입니다. 대장. 어제저녁, 일제자가 삼제자를 죽였다 합니다. 무슨 수단으로 삼제자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고, 기습을 강행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정황상 삼제자는 호위역의 은둔고수들을 대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자는 삼제자의 조직이 한순간에 와해되었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결국 칼을 빼든 건가.”
설휘는 일제자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약한 제자들이 하나로 뭉치기 전에, 먼저 한 명을 먼저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설휘의 시선은 빠르게 다음 장으로 이어졌다.
[이제자께서 급히 사제자님을 불러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이후, 이제자의 병력이 곤마 님의 전선에 들어왔습니다. 이제자와 사제자의 모든 병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마교 내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대장, 혹여 오늘 이후로 소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도 이해 바랍니다. 교단 전체의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은영단원들 모두 다 전투태세에 임하고 있는 중입니다.]
삼제자를 죽이자, 마교 내에선 긴장의 분위기가 극도로 고조되었다.
이제자와 사제자는 급히 손을 잡은 듯했고, 병력이 부족한 사제자에게 이제자는 병력을 배분해준 듯 보였다.
[곤마께서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이제자가 무슨 요구를 하는 모양인데, 저희는 진심으로 우려스럽습니다. 혹 당장은 이득이 되는 거래라 하더라도, 이제자가 나중에 약속을 지킬지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곤마께서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를…….]
‘소시오패스였던 놈과의 만남이라면…….’
이제자와 사제자의 밀약. 거기서 설휘는 우려스러웠다.
이제자는 그가 보기에도 사갈 같은 녀석이다.
곤마가 장고에 들어갔다는 건, 뭔가 아슬아슬한 갈림길에 걸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신을 넘기는 설휘의 손이, 저도 모르게 빨라졌다.
[지침이 떨어졌습니다. 대장. 곤마께서 핵심무사와 호위무사, 비밀무사를 대동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은영단 역시 그 선봉에 섰습니다. 대장. 저희의 생사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부디 그곳에서 강녕하십시오. - 요림]
[대장. 우린 반드시 살아 있을 터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 용진]
[죽기는 겁나지 않으나, 그전에 대장을 한 번 보지 못한 게 한스럽습니다. - 소령]
“이런!”
설휘는 들고 있던 소식지를 구기며 자리에서 일었다.
선공이라니.
곤마가 직접 일제자의 본거지로 쳐들어갔다는 말이 아닌가?
“송화. 어떻게 된 거냐?”
설휘가 마지막에 읽은 마지막 장을 펼치며 물어보았다.
이미 1년이 지났다고 했으니, 시기상 몇 장은 더 보냈을 것 아닌가.
“그것이…….”
송화는 숨을 한 번 고른 후 말을 이었다.
“세 달 전에 보내온 연락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마지막? 그럼…….”
“…….”
송화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로서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설휘는 표정이 굳었다.
왜 송화가 자신을 만날 때부터 계속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자신이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한동안 고민하던 설휘는 화제를 돌렸다.
“마인들이 항주에 나타난 시각은 언제냐.”
“최초는 한 달 전. 그리고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항주만 아니라 중원 전역에 마인들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중요한 시기마다 갑작스레 나타난 무인들이 있어, 그 마인들을 처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산파겠지?”
“그렇습니다.”
설휘의 입술이 질끈 다물렸다.
화산파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면, 결국 제자쟁투에서의 승리자는 일제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영단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이 제자가 사갈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자라고 한다면, 일제자는 흉포한 늑대 같은 존재다.
그가 실권을 틀어쥐었다면 은영단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여기서 수하들의 연락이 끊겼다는 것은, 그들이 죽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감옥에 갇혀 오늘 내일 한다는 것일까. 자신은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사부님. 이제 저희는 어찌할까요?”
송화의 걱정스런 물음에 설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마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원래대로의 중원이, 그리고 마교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최후까지 지켜봐야 했다.
“송화야.”
“예. 사부.”
“네가 알고 있는 술법에 대해 내게 알려주겠느냐?”
“……예?”
갑작스런 제안에 송화가 당황했다.
“사부님. 술력이란 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며, 사람에 따라 평생이 걸리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휘는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걱정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게다.”
송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사부인 설휘에게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고맙구나.”
“그럼 우선 이사부터 해야겠군요. 사부님 생각으로는 어디쯤이 좋으시겠습니까?”
헌데, 거기서 나온 송화의 말은 좀 뜬금없었다.
“……이사?”
“이곳 항주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광마로 변한 마인들의 준동이 아니더라도, 술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정기 어린 산이나,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장소 선정이 우선입니다.”
“그건 그렇구나.”
“또한 너무 중원과 멀어져서는 정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이곳 절강성에서 가깝게는 안휘, 복건성. 멀게는 저 아래 해남도까지. 두루두루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바꾸기 어려우니까요.”
“……생각해 보겠다.”
지도를 펴 적당한 곳을 살피며, 설휘는 의지를 다잡았다.
지금 해야 할 건 오직 하나.
강해져야 한다. 배우고 강해질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경우. 이 미래를 돌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특수 기술이 왜 나오지 않는지도 알아야 해.’
극마에 오르고 반응이 없는 그 이유도 찾아봐야 했다.
‘부디 살아있길…….’
설휘는 수하들을 떠올렸다.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사치였다.
강해진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자신에게 미래는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