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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205화 (206/379)

205화. 다른 미래, 다른 결과 (1)

[여섯 번의 목숨이 남았습니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특수 병기로 인해 요림이 내기를 운용하지 않고도 발현할 수 있었다는 게 방심의 주요인이었다.

‘어떻게 극마에 오르고도 전생보다 더 허망하게 죽지?’

거기다 누가 시켰는지, 어떤 의도인지도 알지 못했다는 게 억울했다.

설휘가 그러거나 말거나, 너무도 태연하게 나타난 세 개의 선택지.

■ 천력 95년, 제2장-1. 곤마가 제시하는 세 가지의 삶.

□ 천력 98년, 7월 마지막 날.

□ 천력 98년, 본 스토리_운명의 날.

‘대체 이유가 뭐였을까.’

선택지문을 보고, 설휘는 현실을 인식하느라, 그리고 감정을 정리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대체 요림은 왜 그런 걸까. 아니, 이제자와 사제자의 관계에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 걸까?

- 존경하는 마후 제자님의…… 거룩한 영광이 천하를 누리기를…….

죽어가던 중에 들은 소리.

요림은 마후를 언급했다. 아마도 그가 자신을 죽이라고 요림을 시킨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왜 그런 명령을 순순히 따랐을까.

조금 돌려 요림에 집중해 보았다. 자신을 살해한 그는 분명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너무 험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거라고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압. 그는 정신적으로 어떤 속박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섭혼술(攝魂術)이었던가……. 하긴, 기기아대가 휘하에 있으니까.’

수단이야 차고 넘치도록 많다. 마후의 주술 부대 기기아대가 있는 이상, 요림을 조종해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왜?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후는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를 사람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후계자 쟁탈전이 끝난 상황. 굳이 죽일 만큼 자신이 위협적인 존재도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이번 생에 설휘의 선택은 이것이었다.

<‘천력 98년, 7월 마지막 날.’의 기록을 불러드립니까?>

요림이 자신을 해친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아니, 수하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 선택은 불가피했다.

***

뿌연 시야와 함께 익숙한 공간에 왔음을 느꼈다.

“…….”

설휘는 잠깐 방을 둘러보고는 의자에 앉았다.

수하의 배신. 전혀 뜻하지 않은 죽음.

과연 이번 전생은 그저 개죽음에 불과했을까?

아니다.

확실히 두 가지는 얻었다.

하나는 천마의 제자들의 권력 투쟁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그대로 있으면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라고 시킨다는 것.

‘물론 마후가 가장 유력하긴 하지만…….’

그건 또 직접 확인해 봐야 하는 문제였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주시하고 있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섭혼술에 대해선 송화에게 물어봐야겠구나.’

송화가 아는 것 중에 섭혼술도 있긴 했다. 하지만 당시의 자신은 배움을 거부했다.

정신계열로 인성을 피폐하게 만드는, 저주에 가까운 의식이라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마교의 내부 사정을 좀 더 깊게 알아보자.’

설휘는 그렇게 휴식을 취했고.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속으로 들어갔다.

영약을 더는 사지 않았고, 송화를 구했고 기려사대와 유패의 제안을 거절했다.

[본 스토리로 이동합니다.]

곤마에게 임무를 받고.

수하들에게 강호로 나갈 것이라고 알렸으며.

<규정된 지역을 벗어나면 전투방식이 사라집니다.>

항주로 이동하는 것까진 똑같았다.

***

“송화야.”

항주로 가던 도중. 마차 안에서 설휘가 송화를 불렀고, 그는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 사부.”

“섭혼술 말이다. 주로 언제 쓰이느냐?”

“섭혼술요?”

뜬금없이 술법을 물어오자, 송화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잠시, 곧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주로 어떤 대상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곤 합니다. 거짓말 탐지라고 할까요?”

송화가 별것 아니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설휘의 표정이 굳어 있자, 송화는 몇 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설명하고자 하면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이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섭혼술은 술법을 향하는 대상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 다른 말로 하면, 신용하지 못한 자들에게 펼치는 술법이라는 것이지요.”

“신용하지 못한 자들이라…….”

설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후로서는 곤마 휘하의 수하들에게 신뢰를 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단순히 힘만을 원했다면 일제자의 편에 섰을 터.

곤마에게 모였다는 건, 그의 능력이 아니라 인품, 그 사람의 매력까지 함께 봤다는 의미였으니까.

“아니 뭐. 누가 섭혼술이라도 쓴 겁니까?”

마침 음무기가 물었다.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더니 궁금증을 못 참고 끼어든 것이다.

두 사람이 관심을 보이자 설휘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두 사람의 지혜를 빌리면, 어쩌면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었기에.

“이건 하나의 가정이라 생각하고 들어보거라…….”

그때부터 설휘는 얘기를 천천히 풀었다.

과거에 전달된 소식지들.

그리고 요림이 알려주었던 속정보들.

천마제자들의 권력 구도에 결국 이제자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까지.

가정이라고 말했지만, 중간중간 신음을 흘리는 송화와 음무기를 보며 꽤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설명이 모두 끝났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치면…… 이제자는 최악의 순간까지 생각했다는 겁니다.”

음무기가 생각하다가 다물고 있던 입을 떼었다.

“최악의 순간까지?”

“예. 본래 이제자는 누구도 믿지 않는 자. 본인에게 맡긴 사제자의 수하 중에, 혹여나 반란을 꿈꾸는 자가 있지 않을까 판단했을 겁니다. 달리 말하면…… 죽은 사제자를 의심하는 형국인 것이죠.”

“굳이 그렇게 소모적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곤마는 죽었고, 따르는 수하 중에 극마의 고수도 없는데 뭐하러?”

“본교만 볼 게 아닙니다. 일제자와 내통한 화산파는 여전히 살아 있지 않습니까.”

“아!”

설휘는 음무기의 말에 이마를 쳤다.

사제자에게 충성을 바쳤던 수하.

그들이 이제자 아래로 편입된 상태로 복수를 꿈꾼다면.

화산파를 끌여들여 이 문제를 더욱 극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섭혼술을 건 것도 말이 됩니다.”

이때 송화가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다수일지 소수일지 모르나 확실한 건, 마후 쪽 사람들은 요림에게 섭혼술을 걸었다는 겁니다. 목적은 화산파만이 아니겠지요. 자신들과 연계된, 위협이 될 만한 자들을 보는 즉시 주살하라고 하면 되니까.”

“아…….”

송화의 말에 설휘는, 그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 것인지를 알 것 같았다.

이제자 마후는 원래 누구도 믿지 못하는 놈이다.

반면, 사제자를 따르는 이들은 충성심이 대단한 자들.

당연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마후로서는 섭혼술을 펼칠 만했다. 적아를 구분할 뿐만 아니라, 만약에 있을 위험요소까지 뿌리 뽑으려 들었던 것.

요림은 그중에서 걸려든 것이고.

“역시 그 방법밖에 없는가.”

설휘가 크게 한숨을 내쉬자 송화와 음무기가 바라보았다.

무엇을 말하려 함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역시 모두가 살려면…….”

설휘는 그런 그들을 상관하지 않고 다짐했다.

두서가 없어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사실 설명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였으니까.

“미래를 바꾸는 수밖에.”

***

종리가 일행이 찾아왔을 땐, 설휘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분에 송화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마차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 정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렇게 상대 진형의 놈들을 쉽게 물리쳤고, 5만 냥의 돈을 받았다.

도구함의 돈은 235,000G 으로 불어났다.

거기에 시비 걸러 온 잠룡재를 털자, 돈은 250,000G까지 불어났다.

천 냥 좀 넘는 돈은 송화랑 음무기에게 뿌렸다. 어차피 다 녀석들이 자신에게 바친 돈이니까.

[태극심공을 익혔습니다.]

[양의신공을 익혔습니다]

[태극혜검을 이해했습니다.]

이후로는 과거 익혔던 무공에 집중했다.

일단 극마에 오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초마에 오르는 건 단 며칠이면 족했다.

전생에 얻은 소모성 영약도 큰일을 했고. 그 덕분에 극마 직전까지 가는 데에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부님. 소식지가 날아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송화는 첫 소식지를 건넸다.

설휘는 종이를 받아 내용을 확인했고.

[대장. 잘 계신지요. 소령입니다. 지금 이곳의 동향은…….]

[문제는 태황각주가 오각 내에 있는 무인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이 발생할수록 저희를 이끌었던 대장이…….]

“송화야.”

내용을 확인한 설휘가 송화를 불렀다.

“예. 사부님.”

“다음번 서신이 날아왔을 때, 이걸 보내거라.”

설휘는 미리 준비해놓았던 종이를 그에게 건넸다.

송화가 그걸 받고 잠깐 읽더니…….

“사부님 이건…….”

[곤마 님. 저는 천미려의 제자 설휘입니다. 제가 죽음을 위장했기 때문에 당혹스러우실 겁니다. 상황이 너무 다급해서 당시로서는 그 방법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제 얘기부터 들어주십시오. 제가 왜 이런 일을 한 건지는 결과로 증명해드리겠습니다.]

[본교의 소식은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곧 사제자께선 곧 일제자가 화산파와 내통한 문제로 다른 제자들과 모임을 가질 것입니다. 허나, 이해득실 때문에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얼마 있지 않아 일제자가 선수를 칠 것입니다. 그는 화산파의 내통한 것을 오히려 역이용해, 총단에 입성하여 교단의 장로들에게 중원을 칠 것임을 천명할 것입니다. 제 말을 잘 기억해 두시고, 그렇게 일어나는지 안 나는지 똑똑히 살펴보십시오.]

[일제자는 첫 수복의 대상지로 청해와 사천을 말할 것이고, 무림맹과 구대문파. 그리고 오대세가의 시선을 돌릴 방안도 얘기할 겁니다. 이로 인해 중립을 표방했던 장로들이, 제각기 제자분들을 찾아가 결단을 촉구할 겁니다. 장로단 중 일제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이도 나올 겁니다.]

[그 이후에는 일제자가 삼제자를 암습할 겁니다. 무슨 수단으로 삼제자를 부를지는 알 길이 없으나, 기습을 강행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제가 예상한 대로 모든 판이 움직이게 된다면, 명령을 어기고 이탈했던 저를 용서해주시고, 저를 다시 불러주십시오. 본교로는 가기 힘든 상황이니 황가산에서 뵀으면 합니다. 전 사령대 조장들에게 연락을 취하면 될 것입니다.]

“후우…….”

송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서 마차에서 했던 얘기들이 적혀 있는 글을 봤으니 당황할 만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담담한, 거기에 약간의 걱정을 더한 표정일 뿐이었다.

“혹, 또 천기를 엿보신 겁니까…….”

“또라니. 너…… 설마……?”

그랬기에 그 반응은 오히려 설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송화의 반응. 그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이 보일 만한 것이었다.

설휘가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냐……?”

“수하들을 무르고 항주에 오신 것. 여기까지 사부님께서 해 오신 행동은,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왜 묻지 않았느냐, 그럼.”

“천기를 읽는 것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함부로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이 미래지요. 당장 저만 해도 그런데, 어찌 사부님께 원망을 하겠습니까?”

“그. 그렇구나.”

대답을 들은 설휘는 맥이 탁 풀렸다.

그러고 보니 송화 또한 술법가다. 그것도 천재적인 술법가. 그럼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는 천문법 역시 굉장한 수준을 자랑할 것이다.

“그래? 그럼 접촉을 하는 게 맞는 거냐?”

괜히 마음이 편해져서 묻자, 송화가 시선을 돌린다.

“왜? 잘못된 거냐?”

잠깐 말이 없던 송화.

그는 생각을 정리한 듯 말을 이었다.

“별자리에…… 사도성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야?”

“지금 제가 본 천문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송화가 안쓰러운, 그리고 미안한 얼굴로 선고했다.

“사부님은 2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앞으로.”

수하의 사형 선고에 설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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