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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물레이션-264화 (268/379)

264화. 정면 대결 (1)

기존 임무의 변경. 그리고 습득해야 하는 표적.

소식은 삽시간에 전해졌다. 이를 반긴 것은 이제자 마후가 파견한 인물, 귀기였다.

“빨리 움직여! 빨리!”

그는 정보를 습득하자마자 대원들을 이끌고 곧장 움직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시간 은폐하면서, 수비적으로 몸을 숨기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았던 그다. 갑자기 변한 임무 내용이 오히려 그에게는 달가웠다.

“일단 주변을 살펴. 너랑 너. 나머지는 대기한다.”

잠시 뒤, 회암전에 도착한 그는 혈강대원 몇몇에게 지시를 했다.

정찰 역할을 맡은 혈강대원들이, 얼마 후 인근을 살펴본 다음 다가와 말했다.

스윽.

귀기가 눈짓으로 묻자.

“소화검을 확인했다. 1층 중앙 단상에 보란 듯이 올려져 있어. 가져가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문제는…….”

“경계인가?”

“맞아.”

그는 잠깐 헐떡이던 숨을 고른 뒤 말했다.

“1층에 교관이 넷. 사방을 경계하며 침입에 대비하고 있어. 2층에도 교관이 둘. 주변을 감시하고 있고. 3층에는 인기척이 없는 것 같지만……. 내가 탐지하지 못했을 수 있어. 그렇다면 그만큼 강자겠지.”

“…….”

“어떻게 할 거야? 겹겹이 경계가 걸려 있어. 저 이목을 피해, 1층에 있는 소화검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시키는 거나 제대로 해라.”

귀기는 혈강대원들의 우려를 무시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는 애초부터 혼자 움직일 생각이었다.

“흐음…….”

그래도 녀석들이 밥값은 해 줬다. 교관들이 그 정도로 빡빡하게 자리하고 있다면, 계획의 수정이 필요할 터.

귀기는 한참 동안 숙고하며 지형을 살폈다. 계곡과 산비탈. 그 주변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다가 작전을 수립했다.

“너. 너. 그리고 너희 둘. 여기까지 빠져서 불을 지른다.”

그는 바닥에 죽죽 선을 긋고 대략적인 지형을 모두가 보게 했다.

그가 목표로 하는 지점은 거의 경계.

이번 수업의 활동 지역을 벗어날까말까 한 끄트머리였다. 가는 길이 꽤 멀어 보였다.

“아무리 교관들이라 해도 사방이 불에 휩싸인 상황이면, 소음과 열풍에 주변을 살피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들이 몸을 빼는 틈에 내가 진입한다.”

“불이라…….”

“교관들이 고작 불에 몸을 뺄까? 실력들이 상당할 텐데.”

조원들이 의구심을 보였다.

귀기의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혈강대의 전술 중에도, 중요 표적을 암살하려는데 경계가 너무 삼엄할 경우, 방화로 시선을 흩트리고 그 틈에 잠입하는 것이 있을 정도다.

당연히 그런 전략은 교관들도 알 터. 충분히 그런 것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펴본 바로는, 안에 있는 교관들은 척 봐도 혈사비 출신. 정예 중에 정예로 보였다. 아무리 화재를 틈타 침입하더라도 자칫하면…….

“그렇겠지. 그러니까 아예 산 전체를 태워 버리는 거다. 지형을 봐라.”

스윽. 스윽.

귀기가 대충 그린 지형에다가 몇 가지 표시를 해 보였다.

“여기 이 비탈, 그리고 계곡…… 이 시각이면 산바람과 골바람이 강하게 몰아칠 거야. 한번 불이 붙었다 하면 산 전체로 번질 거다.”

“……?”

“……!”

대원들은 경악했다. 그제서야 왜 이렇게 멀리멀리까지 나가서 불을 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산불을…….”

“미친! 너 제정신이야?”

산불의 위험은 경험해 보지 못한 자는 모른다.

고열과 연기. 그리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격렬한 불길은, 마주하는 그 자체로도 급속도로 생명을 위협한다.

“왜? 이 정도는 되어야 혈강대 교관들이 몸을 빼지. 없는 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큰 힘을 부어 넣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야, 너……. 그러다가 네가 죽는다고.”

귀기의 작전대로, 이 일대에 큰 산불이 일어난다면, 그것도 혈강대의 교관들도 몸을 뺄 정도의 화재라면, 아무리 고수라도 사람이 감당하기 어렵다.

즉, 인위적으로 일으킨 불에, 자칫 까딱하는 순간에 명을 달리할 수 있었다. 귀기든 누구든 간에.

“크극.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냐? 너희들이나 할 일 잘해.”

하지만 귀기는 그런 우려를 그저 웃어넘겼다. 그러고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조원들에게 경고했다.

“서로서로 뒤를 잘 봐주고. 괜히 교관하고 조우해서 발목 잡히게 하는 놈은…… 내가 아주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테니.”

“그…… 다른 조가 약탈하러 접근할 수도 있어.”

“그래 줘야지. 가만히 있어 주면 이쪽이 곤란해.”

“어휴…….”

자신만만하고 살기가 번들번들하는 귀기의 눈에, 혈강대원들이 손을 들고 물러섰다.

‘미친놈이다. 진짜.’

이 정도로 사납게 나오는데, 괜히 저지하다가 물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또한, 저렇게까지 본인이 나서니, 아마 본인 나름의 생각이 있을 터.

이미 엔간한 상식을 뛰어넘는 판단을 보이는 만큼, 이 정도면 정말 성공할 것도 같았다.

타닥. 타다닥.

‘그놈만 주의하면 돼.’

조원들이 방화 지점으로 이동하는 사이, 귀기의 머릿속에는 한 사내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을 한 번 기절시켰던, 상식을 초월하는 무위를 보였던 사내. 그의 얼굴을.

‘분명히 날 막으러 오겠지.’

귀기를 흥분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것이었다. 사실 그에겐 이미 임무나 지시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전력을 써야 할 존재.

자신을 굴복시켰던 그 인물을 반드시 본인의 손으로 죽이고 싶을 뿐.

“죽여주마. 이번에야말로.”

한참이나, 저 멀리까지 뻗어나간 혈강대원들의 모습이 사라진 후.

타닥.

저 멀리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작전 개시였다.

***

“후우…….”

교진운(喬秦運)은 창가에 기대 울창한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번 혈강대 집체교육이 도통 맘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 수업에, 자그마치 혈사비 인원 이십여 명이 투입되었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열 명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새벽쯤 자신에게도 통보가 왔다. 정예 교관인 그도 이번 수업에 투입해야 한다는 지시가.

“이번 교육은 꽤 치열하게 진행되는 듯합니다. 천마 제자들이 보낸 인물들도 있고, 치열함 때문인지 교육 중에 죽은 자들도 꽤 됩니다.”

교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뒈지는 거야 어차피 약한 녀석들이고. 혈사비 중에 죽은 자들은 있어?”

“그건 없어 보입니다만.”

“그렇지. 아무리 수준이 낮다 해도. 혈사비는 혈사비니까…….”

혈강대에서 혈사비의 수는 모두 백 명.

이번에 집체교육에 투입된 인물들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직접 혈사전주의 곁을 지키는 자들은, 정예 중에 정예로 모두 열둘.

그중 교진운은 상위 이십 위권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상부에서 직접 호출까지 해왔으니. 그것이 그가 짜증을 내는 이유였다.

“어차피 정상적인 방법으로 쳐들어올 생각은 없을 거야.”

교진운은 일단 추이를 살폈다.

천마 제자들이 보낸 인물들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그럼에도 대뜸 달려들어 소화검을 집어 들고 나갈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극마고수 같은 절대고수가 아니고선, 웬만해선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어찌 들어올 것 같으십니까?”

교관이 물어오자, 그는 코웃음을 쳤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선을 돌리려 하겠지. 독을 사용할 수도 있고. 으슥한 숲에서 검기를 쏘아내거나. 하지만 나라면 이런 경우 화공을 쓸 거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기습과 암습은 혈강대의 장기. 그러므로 거꾸로 확실하게 방비할 수 있다.

“어차피 불을 피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방화에 대비한 물도, 모래도 충분하다. 설령 이 전각이 불에 타면 검을 들고 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그는 고개를 돌려, 단상 위에 올려진 검을 내려 보았다.

급하게 바꾸는 계획은, 허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상 밖의 상대를 솎아내기 위해서는, 예상 밖의 미끼가 필요했다.

‘저 귀한 걸 여기에 두다니…….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다 보니 소화검, 소수마공의 극음과 혈수마공의 극양의 힘을 손실 없이 펼쳐낼 수 있다고 알려진 검을 미끼로 내걸었다.

이런 교육 따위에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화검은 혈사전을 대표하는 보검이기 때문이다.

타다다닥. 다닥!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 그리고 당황한 기색의 교관이 달려왔다.

“부, 불입니다! 놈들이 산에 불을 냈습니다.”

“생각대로군요.”

교관 하나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들에겐 자신들의 시선을 끌려는 행동이 귀여 보였다.

“교란이겠군.”

교진운도 따라 웃었다.

그 정도, 눈에 뻔히 보이는 속셈에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까 생각이 든 것이다.

“다들! 몸을 피하셔야겠습니다! 불길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하. 뭘 그렇게 소란을 떠느냐? 준비해 둔 물과 모래로 불길을 잡…….”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보시라니까요!”

“……?”

그제야 교진운과 교관이 일어섰다. 그들은 안색이 변한 교관이 달려온 곳을 향해 본 후.

화르르륵.

“이건…….”

“미친!”

사방이 불로 휩싸인 것을 보고 나지막이 신음했다.

타다닥! 타다다닥!

휘우우우우!

강풍이 몰아쳤다. 시기상 아침에 막 일어나는 산바람과 골바람. 바람이 불에 기세를 더하고, 타오르는 나무들이 열기를 내뿜어, 또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화르르륵! 화라라락!

“이 미친 자식들…….”

화공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느 정신 나간 자식인지 모르겠지만, 아예 산 자체를 불로 덮어버릴 정도의 행동력을 보인 것이다.

“다들 나와! 일단 맞불을! 아니…… 주변의 나무를 베어서 쓰러뜨려라! 어서!”

까드드득!

표적을 가져가기 힘들면, 완전히 불에 태워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행동.

분명 전략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리는 놈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이 정도 규모의 산불은, 자칫 혈강대의 본산까지 그 손아귀를 뻗을 수 있다!

타닥! 타다닥!

쉬익! 쉬이익!

어느새 전각에 있던 모든 혈사비들이 튀어나와, 숲에 검기와 검강까지 날리고 있었다.

“개새끼들! 교육 끝나면 전부 죽여버릴 테다!”

뻔히 알고도 당해줄 수밖에 없다는 건, 정말로 기분이 더러운 일이었다.

***

그 뒤로 한 식경.

콰아아아악! 화르르륵!

불길은 점점 거세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건물의 반은 이미 화염에 뒤덮였다.

“계속 두고 보실 생각입니까?”

교관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두고 보지 않으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

화르륵! 타다다닥!

사방이 불이고 연기다. 있는 힘을 다해 보았지만, 소수의 교관들의 안전만 지켰을 뿐.

교진운은 열기와 재 가루에 기침을 하고 침을 내뱉었다.

“저 불지옥에 들어가는 놈이 있다면, 뭐. 칭찬해 줄만 하지. 이미 죽은 놈일 테니 화내서 뭘 할까.”

“……하긴.”

교관이 끄덕였다.

그도 저 안으로 들어가는 이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열기도 그렇지만, 엄청난 수준의 연기가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안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건 그것만으로도 인정해 줄 만하군요.”

휘르르륵! 삐이이이--!

산이 울고 있었다. 거대한 산불에 바람도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사박. 사박.

그리고 그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곳에서, 한 명의 인영이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귀기였다.

사방에 열기가 들끓고, 검은 연기로 시야가 완벽히 차단된 공간인데도, 그는 조심히 안으로 침투했다.

천과귀식대법(天科龜息大法).

완벽하게 호흡을 멈추는 귀식대법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호흡법으로, 약 이 각 동안 숨을 쉬지 않고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주는 호흡법이다.

화르르륵. 틱! 틱!

몸에 튀어 오르는 불똥에도 그는 아무 미동이 없었다.

드문드문 타버린 옷 사이로 화상 자국이 비쳤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그의 피부는 온몸이 화상 자국이었다.

이는 애초에 그의 체질이 불에 지져져도 상당히 오랜 시간 버티는 체질이었기에 가능했다.

“훗,”

그는 몸을 낮춰 불길과 열기 사이를 기어가다시피 이동했다. 그리고 단상 위에 놓인 검을 느릿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이거 어쩌나.”

“……?”

그 순간, 귀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거기에는 복면을 쓴 채 검을 들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가져가게 생겼네.”

“……!”

그 목소리.

지난번에 자신을 기절시킨, 설휘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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