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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뮬레이션-362화 (341/379)

362화. 도문 수행의 첫 문파 (3)

“껍데기는 청성의 것을 가졌으나, 알맹이는 청성의 것이 아닌 이질적인 것. 그럼에도 위력에 있어 청성의 것을 고스란히 만들었다니. 허허…… 정말 대단한 고인이셨군.”

“사, 사부님……?”

“가시오. 가서 다시는 청성에 오르지 마시오. 오늘 일은…… 아니, 귀하라는 사람은 평생 가슴에 묻을 테니까. 그게 서로에게 좋겠지.”

스윽.

사부는 이제 몸을 돌려 뒤돌아 앉았다.

마치 다시는 얼굴도 보지 않겠다는 듯한, 노인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

설휘는 당황스러웠지만, 사부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마도 자신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이십 년의 세월 동안 제자로 키운 이가, 실은 자신이나 장문인보다 훨씬 대단한 고수였음을 알아 버렸으니까.

사실 청성의 청풍을 이해하지 못하고도 화경에 오른 사람이라면, 청성의 무위보다 아득히 높은 경지를 이미 예전부터 정립한 이라는 것.

사부의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

그러니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기만하는 것으로만 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사실이기도 했다. 설휘 자신이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휘는 구슬프게 뒤돌아섰다.

***

하늘은 한없이 맑았다. 설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차라리 잔뜩 찌푸린 날이라면 우울한 얼굴을 감추기가 쉬웠을 것이다.

‘이게 아니었는데…….’

설휘는 가슴이 쓰라려 왔다.

아버지 같은 사부의 냉대보다, 청성의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지적보다 더 아팠던 것.

자신이 이제까지 그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사실, 처음부터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시스템의 존재를, 한없이 되살아나는 전생자의 운명을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말해봤자 헛소리하지 말라고, 정신 나갔냐고 일갈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터였다. 그러니 사실을 말하지 않은 대처가 마냥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한없이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청허. 아버지나 다름없던 사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정이 복잡하다는 변명을 댈 수는 있지만, 정말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가?

그렇게 되돌아보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생각해 보아도 몇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호접지몽…….’

장자의 꿈.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나의 꿈을 꾼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

당장 청성은 도가의 문파가 아니던가. 존재와 운명에 대한 논담은 여러 가지가 있고,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많이 권장되는 바다.

그러니 예를 들어.

-사부님. 그냥 생각해 보는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전생의 이야기 몇 가지를 풀어 흘리기라도 했다면, 이상한 꿈을 꿨다는 식으로라도 말했다면.

그랬다면 사부인 청허가 이토록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고, 자신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나는…….’

설휘 자신이 어물쩍 넘어갔던 안일한 과거.

진심으로 자신을 대한 사부에 반해, 솔직하지 않았던 그간의 행동. 그 부족함에 지레 얼어붙었고, 그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이걸…… 이제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그렇게 고심하던 중에.

“석휘 도장 아니십니까?”

눈을 들어보니 낯익은 젊은 도사 하나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그를 맞이했다. 습관이 무섭다고, 발길 가는 대로 걸었는데 하필이면.

“잘 오셨습니다. 장문인께서 마침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아, 예.”

얼결에 장문인의 집무실로 안내되었다. 잠깐 사이에 설휘는 사부에게 냉대받은 감정의 여파를 흩어내느라 부단히 애를 써야 했다.

“오, 왔는가. 석휘 도사.”

곧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한 치의 얼룩도 없이 밝은 얼굴로 맞이하는 장문인.

“장문인을 뵙습니다.”

“그래. 연무장 시연회 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청허를 보러 가는 것 같아서 붙잡지 않았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무얼, 당연한 게지. 그래. 조금 지친 것 같아 보이는군. 차 한잔하지?”

“예.”

장문인이 시종을 불러, 향이 좋은 차 한 잔을 내어왔다. 값비싼 용정이었다. 따듯하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면서, 장문인은 여러 가지를 물었다.

대개는 설휘가 강호행을 하던 중에 만났던 인물들에 관한 것이었고, 설휘는 이번 인생에서 겪은 인물들에 대해 솔직하고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일다경.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가 지나고.

“그래. 자네가 보기에 앞으로의 청성에는 무엇이 필요할 것 같은가?”

장문인이 의례적인 물음을 던졌다.

“그저 무예만 닦아 식견이 좁은 몸이라 문파의 앞날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고민이 있어 장문인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오호. 대청성검수의 고민이라? 말만 하시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든 다 얘기해 드릴 테니.”

환한 얼굴로 기꺼워하는 장문인을 보자 설휘는 조금 망설여졌다. 물어도 괜찮을까?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또 기회가 생길지 모를 여건이었다.

“그것이…….”

설휘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언제나 자신만을 위해서 끝없이 신뢰해 주었던 사부. 그리고 그에 맞게 살아온 자신의 삶.

적어도 이번 생의 청성을 위해서 살아온 시간 자체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니.

“장문인께선 청풍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청풍?”

“예. 청성의 중심이 청풍이니, 그 청풍이 무엇인지 묻는 겁니다.”

“흠, 청풍……. 청풍이라…….”

설휘의 물음을 장문인은 몇 번이고 되새기며 잠시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마치 하늘이 왜 푸릅니까, 하는 당연한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얼마 있지 않아 나온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청풍은…… 글쎄. 청성의 무공이 아닌가.”

“……?”

설휘의 미간이 좁혀졌다.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반응에 오히려, 장문인은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대청성검수께서 갑자기 무슨 의도로 묻는지 모르나, 대충은 짐작이 가는군. 이미 하늘을 보고 계시니, 하나하나 정의를 붙이고 싶은 게지?”

“…….”

“뭐, 그럴 만도 하지. 나도 가끔은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보곤 하니까. 좋은 일이야, 좋은 일. 어째 우리 석휘 도장이 큰 벽을 앞에 둔 것 같은데…… 좀 더 고민을 해 보시게. 고민한 만큼 성장할 수 있으실 테니.”

“……예.”

장문인의 호쾌한 웃음에 설휘는 애매하게 답변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그에게, 차마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석휘 도장님!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아……?”

장문인의 집무실을 나와, 정처 없이 도원(道園)으로 걷던 와중.

“석운이 아니냐?”

일대제자 몇 명과 한담을 나누고 있던 도사가 말을 걸었다. 이번 강호행에 동행했던 석운. 그가 자신을 불렀다.

“아니,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십니까? 아까부터 몇 번 손을 흔들었는데 도통 보지를 않으시고?”

“어, 내가 그랬던가?”

설휘는 난감하게 웃었다. 계속 생각에 빠져 있던 중이라 눈에 통 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문득.

“아 참, 석운아. 하나 물어보자.”

“예. 사형.”

“혹시 너 청풍이 무엇인지 아느냐?”

어쩌면 그가 대답을 줄지 모르겠다 싶어 물었다.

“청풍…… 말입니까?”

석운은 잠시 설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글쎄요. 청풍은 그냥 청성의 무공이 아닌가요?”

“……청성의 무공?”

“예, 무공……. 하,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뭔가 장문인보다 더 허접스러운 대답. 설휘의 마음에는 실망이 어렸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내가 갑자기 너무 엉뚱한 걸 물어본 것 같구나.”

“아닙니다. 저의 생각이 얕은 것입니다. 평소에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서……. 청풍, 청풍이라……. 죄송합니다.”

그렇게 몇 마디를 나누고 자연스레 헤어졌다.

설휘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착잡한 기분으로 한참을 걸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닌, 그저 발길이 가는 대로 걷는 걸음.

우뚝.

그렇게 한참을 걷던 설휘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본인에게 일갈하던 사부의 생각을 반추해 보았다.

‘사부가 나를 떠본 것일까?’

왠지 그런 의심이 들었다.

장문인도 모르고, 석운도 모르고 있는 것. 그걸 자신에게 말하라고 한 건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껏 20년을 넘게 모신 청허 사부는 누군가를 떠보거나, 말속에 거짓을 섞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청풍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단순한 호통이 아닌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담긴 질문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청풍에 담긴 의미……. 화경에 오른 내가 스스로 뒤돌아보아야 하는 무언가…….’

후우.

고민이 한도 끝도 없이 깊어지자 설휘는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은 단번에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정종무공, 그중 정도문파의 깨달음은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애초에 상승의 경지로 가는 길 아닌가. 마음속에 의혹과 번민이 있다면, 자칫 미혹에 빠져서 한없이 허우적거리며 심마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부가 하신 말씀을 깨닫기 위해선 매우 조심스레 하나하나 다져야 할 것인데…….

하하하! 꺄하하하!

“응?”

다시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민으로 홀로 침잠해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진무각(晉武閣), 한때 자신도 시간을 보냈던 청성의 기초 무예 단련장에 다다른 것이다.

“핫, 하핫!”

구슬땀을 흘리는 홍안의 소년들.

하루의 일과가 끝났음에도, 따로 수련에 매진하는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설휘는 자연스럽게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대청성검수님이시다!”

“정말이야! 저분이 우릴 지켜보고 있었어!”

잠시만 보고 가려고 자리에 앉아있던 설휘는, 순식간에 아이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이 정도 거리라면 아이들이 알아채지 못한다고 방심했던 것일까.

“맞지요? 대청성검수님이시지요?”

“맞다니까. 내 오늘 연무장에서 시연하는 걸 몰래 봤다니까! 딱 그분이었어.”

“말해보세요. 도사님!”

아이들이 우르르르. 다짜고짜 던지는 질문에 설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래. 내가 대청성검수님이시다!”

“와아! 교재에도 나와 있던 그분이야!”

“자랑해야겠어.”

“대단하시다. 들은 것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겼어!”

와아아아. 까르르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즐거워했고, 설휘는 그런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 불편한 자신이 잘못되었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옹성대던 소리가 조금씩 잦아질 때쯤.

“그런데 대청성검수님께서 여긴 웬일이세요?”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눈이 큰 아이가 물어왔다. 물론 명랑한 아이들이라 대답도 그들이 대신해 주었다.

“그냥 쉬고 싶어서 오셨겠지!”

“그치. 사람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맞아. 예의 차리며 눈치를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이 주변엔 직책 높으신 어르신들이 없잖아.”

저마다 나름의 현답을 내세우며 설휘의 입장을 대변했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어른스러운 답변도 있었다.

“도사님들의 성화가 오죽하시겠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한 거야. 그러니 우리들도 이제 일어서자.”

“하하…….”

아이들의 배려에 설휘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한없이 맑기만 한, 고민도 걱정도 없는 순수함. 그에 이제껏 고민하는 것도 부질없다는 느낌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물었다.

“실은 말이다. 내가 조금 고민이 있어 왔는데……. 누가 나서서 들어주겠느냐?”

“고민요?”

”대청성검수님께서 고민요?“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요.”

“말해봐요.”

와르르르르.

아이들은 모두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고, 설휘는 그에 이제껏 생각하던 것을 꺼냈다.

“청성의 중심은 무슨 무공인지 아느냐?”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손을 들며 대답했다.

“청풍검법입니다!”

“청풍검법이지요.”

“청풍검법요!”

그 말에 설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청풍은 무엇이냐?”

“청풍요?”

“청풍?”

“청풍이라면…….”

한 아이가 머리를 갸웃거렸고, 또 다른 아이는 입술을 누르며 고민에 휩싸였다. 또 한 아이는 머리를 긁적거리기도 했다.

‘내가 뭘 물어보는 건지…….’

설휘는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

아직 검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 애들.

그런 애들에게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해서 뭘 하겠는가. 좀 나이 든 장로가 본다면 바로 혀를 차며 잔소리를 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막 일어나려고 할 때.

“청풍은…… 청성이잖아요.”

“뭐?”

유달리 눈이 큰 아이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러니까, 청풍은 청성의 것이니까. 청성에 있지요.”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잠깐 의미를 생각하는 도중에 또 다른 아이 하나가 말했다.

“청풍은 청성의 기상을 나타내는 무공입니다.”

“청풍검법은 청성의 기초 무공입니다.”

“청풍은 청성에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나름의 확신에 찬 듯한 대답.

“……!”

고민이 길지 않은 아이들의 대답이다.

그러나, 설휘는 문득 그에서 깨우치는 것이 있었다.

“청풍은 곧 청성이다.”

청성파의 제자라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모든 무예의 정점은 청풍. 청성의 가르침만 똑바로 수행하면 그 무예의 정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설휘 또한 청성에 입문하면서 그 말을 수천수만 번 외웠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말을 믿은 적은 없었다.

애초에 맹목. 청성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협소한 가르침이었으니까.

이미 무당, 화산, 마교라는 다른 길. 산을 등반하는 다양한 길을 알기에, 청성만이 제일이라는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여기던 것이 당연했다.

허나, 생각해 보면 애초에 청성은 그런 문파가 아니었던가.

협소하고 맹목적이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계속 자신들의 신념을 관철하는 곳. 철검의 견고함과 날카로움을 생의 전부로 여기고 평생을 수련하는 곳.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점이었기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들은 무엇인가.

‘청풍, 청풍이라…….’

청풍이 무어냐고 사부는 물었다. 그에 자신은 ‘제일의 청성이다.’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청성의 무예가 천하제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이제까지 설휘가 부족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

길을 가다 산이 앞을 막아서면, 둘러 가는 것이 맞다. 그게 현명하다. 자기 길을 고집하느라 산을 쪼개고 뚫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우공이산, 그런 어리석은 이들이 산을 깎고 강에 다리를 세우는 법.

“청풍이 곧 청성이라…….”

보통 청성파의 도사라면 바로 그 답이 나올 것이다.

나를 가르친, 청성의 무공이 천하제일이라는 협소한 시야가 나와야 했다.

설휘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건…….

청성의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더 정확히 말하면 성은 그저 단순히 배우는 곳. 그리고 언제고 떠나갈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부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보고 호통을 친 것이었다.

“아…….”

설휘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래, 너희들이 말이 맞다.”

장문인. 그리고 석운 도장이 의아해했던 기억들이 떠오르자 참을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오로지 하나에 매진해서.

청성만이 세상에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더 넓은 세계를 알기에, 너무도 얕게 파 본 우물. 옆으로 둘러 가면 둘러 갔지, 진심으로 매진하는 일을 해 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한 점 미혹도 없이.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도해 적이 없었다.’

뒤늦게, 이미 다른 청성파 문인들이 모두 아는 것을, 이십 년이 넘어서야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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