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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뮬레이션-378화 (357/379)

378화. 조작 (1)

“흡웁, 후흡.”

“쓰으읍.”

두 청년이 첨연점수를 준비하고 몸을 풀었다. 단순히 두 팔이 서로 맞닿아 있었음에도, 둘의 얼굴엔 땀이 흥건했다.

“시작해라.”

명철의 소리에 두 청년이 집중했다.

첨연점수는 몸이 하는 대화라 불린다.

상대의 말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도 몸으로 말을 하는, 그런 흐름을 손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투욱.

먼저 대화를 시도한 쪽은 진강이었다.

상대가 부드럽게 받아넘기자, 그는 더욱 깊게 상대를 향해 힘을 주어 밀었다.

“흡!”

보통 이런 마루에서 접점을 통한 기습 밀기는 대부분 성공한다.

“후!”

하지만 진성은 빠르게 상대의 팔꿈치를 잡아, 힘을 흘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밀기.

“흠!”

진강 역시 상대의 팔꿈치를 잡고, 그걸 지지대 삼아 밀어냈다.

계속해서 서로 중심을 잡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탁. 타닥.

서로 똑같은 사정추수(四正推手) 방식이나, 힘의 방향을 흘리는 동작들.

중정의 자세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짐이 있다면, 상대가 곧장 그걸 타고 공격해 들어와 넘어뜨릴 것이었다.

툭. 스윽-! 투툭.

단순한 정찰이 끝나자, 흐름이 변했다.

추수에서 산수. 약속처럼 시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실질적인 방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스으윽.

퉁. 퉁. 퉁.

두 도인의 몸에 내공이 담기기 시작했다. 또한 팔과 팔의 접점을 넘어 허리, 그리고 뻗은 다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네.”

“명철 진인께서 갈등의 골을 보신 거겠지. 그러니 산수로 매듭지고 싶어 하시는 거군.”

“괜히 긴장되는데? 잘못하다가 부상이 나올 수도 있어.”

도인들의 목소리에 설휘도 동감했다.

가뜩이나 팽팽하게 긴장하고 올라간, 두 도인들의 기세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누구도 선수를 점하지 못했다.

마룻대는 반격당하기가 좋은 곳이다.

높은 곳에서 발 딛는 게 불안정하니 중심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단숨에 약점을 잡아 흘려버리는 순간 먼저 힘을 쓴 쪽이 나뒹굴기 쉽다.

“건방진 놈. 네가 정말 날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냐?”

진강이 노골적으로 도발하자, 진성의 눈빛이 변했다.

당장이라도 들이박을 듯한 기세를 쏘아낸 것이다.

“하, 눈만 부릅뜨고 뭐해? 덤벼들 용기가 없어? 그럼 내가 먼저 가지.”

스윽.

두 손을 태극의 형태로 한 번 돌린 후, 자세를 잡은 진강. 그는 조금씩 앞발을 내밀고 뒷발을 끌어당기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두둑.

갑자기 마룻대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상대가 반사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릴 때.

“차!”

그는 기다렸다는 듯 한 손으로 마룻대를 잡고 다리를 뻗어 그의 어깨를 내리쳤다.

쿵!

당황한 표정으로 밀려난 진성.

단순히 타격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금은 태극권에 없는 동작이었기에.

때문에 그는 담당관을 바라보았다.

이거 반칙이 아니냐는 항의의 표시였다.

보통의 태극권을 가르치는 이였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터.

“응용이다. 우등각(右登脚)을 사선 방향으로 하면, 그런 동작이 나오지.”

하지만, 지금 담당관은 명철 진인이다.

그는 예전부터 태극의 응용,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도인들에게 주지시켰다.

그리하여 실전성을 위주로 하는 초식을 발전시키거나, 농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체력증진에 도움 되는 등. 기존 태극권 초식의 동작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가르침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그런 방향에선, 진강은 나름대로 태극의 응용을 펼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태극의 원류를 따르는 건지 아닌지는 따로 검수가 필요해 보였다.

“하앗.”

이를 악문 진성을 향해, 전초(前招) 동작으로 다가가는 진강.

“흠!”

진성은 또다시 갑작스런 공격이 들어올까 걱정되어 전후, 좌우, 상하 여섯 방면을 막는다는 육봉사폐(六封四覇)를 펼쳤다.

투욱!

그러자 진강은 바로 작지룡(雀地龍)을 펼치며 압박했다.

바로 몸체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닌, 발아래를 건드려 중심을 흔들려는 의도.

타닥.

진성은 부딪치려는 발을 바꿨고, 그걸 본 진강은 또다시 지면을 짚고 발차기를 시도했다.

퍼억!

똑같은 동작에 두 번을 맞은 진성.

그는 얼굴이 붉게 변했고, 상대인 진강은 씨익 웃었다.

“이야아아!”

결국 진성은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포두추산(抱頭抽山).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는 감싸며 상대를 팔꿈치로 내리치는 동작.

쉽게 말해 쌍장으로 그를 밀어낸 것이다.

허나, 이 동작은 성공하지 못했다.

퍼억!

가슴에 향해 휘어들어온 상대의 왼 주먹 공격을 맞았고, 우등각 발차기 한 번으로 뒤로 밀린 마당에, 그대로 이어진 진강의 정권 찌르기.

퍽!

단순히 주먹과 발차기 한 번. 그리고 기습 정권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쿠당탕!

“이건 뭐야…….”

“허어.”

환호가 들려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장내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태극권의 초식을 섞긴 했지만, 분명히 그 동작은 정권 찌르기였다.

나선의 부드러움을 이용한 동작인 태극권이 아니라, 그저 직설적인 투로가 아닌가.

“방금은 태극이 아닙니다! 술수를 쓴 겁니다!”

바닥에 떨어진 진성이 곧장 소리쳤다. 자존심에 상처가 났는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명철은 고개를 내저었다.

“태극이 어디 태극권에만 있더냐? 단순히 찌르기라도 태극의 원류, 흐름을 담아 내지르면 그것 역시 태극이다. 진강은 태극권의 부드러움, 혹은 경계에 있어서 충분히 노릴 만한 빈틈을 잡아챘다.”

“이익……!”

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호흡은 씩씩거렸지만, 한 배분이 높은 담당관의 말을 바로 반박할 수는 없었다.

갈비뼈에 당한 타격 때문인지 그는 가슴을 누르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자! 또 나에게 도전할 사람이 있느냐?”

이번에 외친 것은 명철이 아닌 진강이었다.

마치 같은 도우들을 깔아뭉개고 자신의 존재를 뽐내려는 듯한 말투였다.

“왜? 뭐야? 아무도 없어? 하하하. 내 실력에 겁을 먹었나? 하하하.”

쩌렁쩌렁 목소리를 내며 웃어 보이는 진강.

그걸 본 진숙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벌떡. 턱.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그를 붙잡는 이가 있었다. 설휘였다.

“잠깐 기다려.”

“아니, 저걸 보고도 참으라고?”

“그게 아니라…… 뭔가 이상해.”

“……?”

설휘는 조용히 진강의 눈빛을 계속 보고 있었다.

확실한 뭔가를 지적하긴 힘들었지만, 느낌이 안 좋았다.

왠지 모르게 심히 불안감이 든 것이다.

“없냐고! 아무도 없느냔 말이다!”

“여기 있다.”

다시 한번 쩌렁쩌렁 도발이 울리는 가운데, 진구가 손을 들며 나섰다.

그에 설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상황이었나.’

진구의 낙상사고.

이후에 불구가 되어버리는 미래.

여러 가지 불길한 조짐들이 한곳에 뭉쳐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탁. 탁. 탁.

진구가 올라가자, 같은 학우인 선교단들이 응원했고.

“본때를 보여줘라.”

“저 녀석. 요새 너무 건방졌어.”

“1등의 실력을 보여주자!”

진강 쪽의 선교단들도 응원을 했다.

“이번에 이기면, 대련 시험에서 1등 할 수 있어.”

“새 역사를 쓰자.”

“매번 잘난 척하는 저 낯짝을 밟아주자!”

우우우! 우우우우!

갑자기 뜨거워지는 분위기.

설휘는 그런 점들이 뭔가 어색했다.

‘뭐지, 이거?’

차분하고 부드러운 무당파의 무리를 생각해 보면, 이는 대단히 이질적이었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태극의 묘리를 따르는 수업보다, 젊은 무인들의 호승심을 부추기는 수업.

‘이건 뭔가…….’

분명히 태극의 묘리를 연구하고, 초식을 응용하는 법. 그리고 수련 방식은 흥미가 생기기에 충분했다.

태극의 근원을 담기만 하면, 전혀 흐름이 다른 초식을 만들거나 다른 방식도 수용한다는 것은, 대단히 열린 마음이어야 접근할 수 있는 것.

자칫 자 문파의 태극권에 대한 상식을 넘어서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자, 누가 이 마룻대 위 최고의 실력자가 될 것인가. 시작하라!”

첨연점수.

처음에 서로 손을 대고 밀고 당기는 대화.

헌데 진구는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훅. 투둑!

빠르게 휘두르는 동작으로 상대를 밀고 당겼고, 진강도 그 힘을 절대 놓지 못했다.

투투툭.

그 속도가 이미 대화를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섰다.

원형으로 돌리며 당기고 미는 동작으로 상대를 더욱 흥분케 했고, 그러다가 기습적으로 진구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퍼억.

“너 지금…….”

일순, 진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건 누가 봐도 반칙이다.

손과 맞닿으며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중에, 이런 타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본 곳의 명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이번엔 네가 당해보라는 듯.

“다시.”

명철의 외침에 둘은 다시금 손을 맞대며 첨연점수를 준비했다.

툭. 투둑!

첨연과 점수가 이어지며 다시금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듯했지만.

탁. 탁. 타닥. 탁.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도저히 부드럽게 흘려버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

손으로 사람을 가리고, 팔로 상대의 손을 가로막는 등. 추수에서 하지 말아야 할 동작들이 일어났다.

“잠깐. 저 동작은…….”

설휘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리자, 진숙이 말했다.

“맞아. 그냥 권장법.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것들이지.”

“헌데 왜 가만히 있지?”

“어렵군. 담당관이 그것 역시 태극의 원류를 깨치는 동작으로 본 것일까?”

안쪽 공격과 바깥쪽 공격이 빨라지며 서로 얼굴이 붉어지는 그때.

퍼억!

또다시 강권으로 보이는 진구의 주먹이 진강의 안면을 강타했고.

더욱더 거세게 달려들자.

퍽! 퍼퍼퍽!

그는 정권, 그것도 시간 차로 정권과 하권을 찌르며 상대의 움직임을 완벽히 막았다.

주르륵.

코뼈가 부서지고, 피가 흘러내리는 와중에 진강의 눈빛은 흐릿했다.

누가 봐도 더는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훈육관들도 명철을 바라볼 만큼, 싸움의 승부는 갈라진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승부를 결정짓는 책임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자, 오히려 진구가 초조해졌다.

‘단번에 끝낸다.’

흡!

그는 더 끌 필요 없이, 천천히 접근했다.

그리고 이번엔 정권처럼 찌르려는 동작과 함께, 다리를 상대의 안쪽으로 걸었다.

파각(擺踋).

보통 발의 바깥쪽으로 상대를 걸어 넘어트리는 기술이다. 권술에서는 분명 존재하지만, 태극권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

스윽.

그리고 상대는 그 동작에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함과 함께, 몸을 던지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선풍각을 시전했고.

퍼억.

진구가 다시 자세를 굽히자, 오히려 진강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였다.

퍼억!

연속해서 뻗은 발차기에 떨어지던 진구의 허리가 맞았다.

가히 엄청난 속도. 살의가 담긴 공격이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내공을 실어 찼던 것이다.

부웅.

그로 인해 그의 몸이 저만치 날아가 버렸고, 단단한 땅에 그대로 부딪힐 것 같았지만.

탁. 덥썩!

천만다행하게도 그를 붙잡은 이가 있었다.

“진무관주님?”

“진무관주님이시다!”

진구가 크게 다칠 뻔한 사태를 막은 건, 놀랍게도 이 자리에 온 진무관주였다.

“진무관주님을 뵙습니다!”

“진무관주님을…….”

“됐다. 그것보다 어서 이 아이를 의원으로 데리고 가거라.”

진무관주는 손사래를 치며 진구를 내어주었고, 명철과 반 아이들은 진구의 상태를 살피고는 곧 우르르 몰려들어 그를 안고 달려갔다.

턱. 스윽.

진무관주는 그렇게 주변을 물리고, 마룻대에서 내려오는 이를 노려보았다.

“저 아이는 나와 따로 얘기를 해도 되겠는가?”

그 말에 명철 진인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너무 의욕이 너무 앞섰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사형.”

“그 책임은 나중에 묻겠다. 어서 저 아이를 데리고 오너라.”

“……예.”

진강은 굳은 얼굴로 그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나가기 전, 진무관주는 설휘를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모습에 설휘는 평소보다 더 진지해졌다.

“뭔가 사달이 난 걸까?”

“글쎄다. 이상하긴 했어. 마지막에 펼친 그 동작, 일개 도사가 펼칠 무예가 아니었어.”

진숙과 아이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만큼 마지막에 펼친 진강의 무위는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진구를 쓰러트린 발차기.

사람을 한참이나 날려 보낸 위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일개 진자배 도인이 보였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우뚝.

“……그렇군.”

“왜 그래?”

그러던 중 하나가 설휘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서 있었던 게 의아했던 걸까.

“도우가 아니었어.”

“뭐가?”

이해 못 할 소리에 진숙이 바라보자, 설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 그의 눈 속에 한 명의 장년인이 천천히 또렷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명철 진인.

그는 기억 속의 그의 눈빛을 떠올리며 확신하듯 중얼거렸다.

“교관이었어. 그것도 화경에 오르지 못한 이가…….”

제3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경에 올라서지 못한, 그래서인지 다른 이들과 다른. 제3의 능력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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