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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육성 시뮬레이션-400화 (1부 완결) (379/379)

400화. 처음부터 시작하다 (4)

곤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생각이 많아서인지 표정도 사라졌다.

아마도 상대의 난데없는 제안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를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흠…….”

설휘는 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본인에게야 곤마는 친숙한 인물이었지만, 지금 생의 곤마에게 그는 생판 초면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나서 ‘당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다’고 말을 하면, 생각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하다.

‘평소 느긋한 성격 때문에 이런 반응인 거지, 보통은 다들 쫓아내겠지.’

설휘 자신이라도 그럴 것 같았다.

“저기,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요?”

꽤나 시간이 지난 후에 곤마가 어렵사리 입술을 뗐다.

설휘는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뭐, 일단은 이런 거요.”

스윽.

말과 함께 설휘의 얼굴이 변했다. 골격도 조금 좁아졌다.

“……!”

그 모습에 곤마가 눈을 부릅떴다.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자신과 똑같은 얼굴, 체형.

옷이 남루한 것만 빼면, 누가 보아도 곤마 그 자신이나 다름없는 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어떻소. 이 정도면 그럴 듯하오?”

“……역용술의 극의에 달한 고인이시군.”

곤마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깐이나마 설휘를 노려봤다.

역용술로 완벽하게 타인을 흉내 내는 이는 많지 않다.

체형, 몸가짐, 움직이는 습관 등 사람은 수많은 부분에서 자기 자신만의 개성이 존재한다.

특히 무인이라면 기세.

일정 이상의 고수에게, 높은 무력과 내공이 어우러져 풍기는 기세는 흡사 냄새와도 같다.

제아무리 분장과 노력을 더한다 해도, 이것까지 흉내 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건만.

눈앞의 남자는 그런 자신의 기세까지 거의 흡사하게 풍기고 있었다.

“대단하오. 확실히 뭔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듯한데…….”

곤마는 설휘를 다시 한번 위아래로 훑어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신은 내 대역을 할 수 없소. 애초에 내 삶을 안다는 것부터가 틀렸소.”

“당신의 삶이라면 알고 있소. 부침이 꽤 많은 사람 아니오.”

설휘는 바로 대답했다.

오랜 과거, 서로 함께했던 삶에서 그의 처지가 얼마나 안타까운지 직접 겪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곤마 자신을 제외하면, 수십 번의 되풀이를 통해 곤마 본인보다 더 객관적으로 그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설휘이기도 했다.

“글쎄. 내 사형제들이 문제라오. 나로서는 솔직히…… 당신이 옷만 차려입으면 분간을 못 하겠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감각이 더 있을 거요.”

물론, 그걸 알 턱이 없는 곤마는 턱을 쓸었다.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낯부끄럽지만, 나는 무의 재능 하나만은 타고난 몸이오. 그 점 때문에 사형들이 나를 함부로…….”

“유리칼이지. 예리하지만 단 한 번에 부러지고 마는.”

“……?!”

설휘가 말을 끊었다. 곤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고 있소. 천살성, 당신의 체질을. 원래라면 열여섯을 넘기기도 힘들었을 인생. 마침 무당파에서 낚아채 온 마교 교주가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겠지.”

“…….”

“그래서 교주를 단순히 사부가 아니라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구원자도 뭣도 아니오. 당신의 아버지는 더욱 아니고.”

설휘는 슬픈 표정이 아닌, 오히려 더 담담하게 표정을 지으며 곤마를 응시했다.

한때 지난 생에서 설휘와 곤마는 교주의 모든 노림수를 알아차리고,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로 하고 준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반역의 기치를 들어야 하는 순간, 곤마는 이상하게도 망설이며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는 그의 우유부단함이 답답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

곤마는 외로운 삶을 살았다.

무재는 천하제일이지만, 하루하루 혈맥이 굳어져 가는 천살성.

삶이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인생을, 수단이 어떠하든 연명시켜 주었던 마교의 교주.

천하제일의 강자가 목숨을 살려 주었다. 무공도 가르쳐 주었다.

그가 잠깐이나마 따스하게 대해준 것으로…… 어릴 적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해 본 것이리라.

“사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거요. 교주에게 넷째 제자라는 존재는 그저 새로 볼 만한, 재미있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교주가 정말로 당신을 아들처럼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거지 같은 위치에 두지 않았겠지?”

“…….”

“말이 좋아 교주 직속의 제자단이지, 사실 대사형이란 놈은 개망나니고, 이 사형은 간교한 악인. 삼 사저는 정신 나간 광녀니, 늑대 소굴에 집어 넣어진 격이지. 마침 천살성이라 유리칼 한 자루는 쥐고 있으니, 마교주는 지켜보기만 해도 꽤나 재미있었을 거요.”

“…….”

곤마는 말이 없었다. 무표정했다.

설휘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폐부를 찔렀을 테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필사적으로 감정을 숨기는 것뿐. 설휘의 신랄한 말에, 그는 아무런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천살성이다.

무재만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두뇌 또한 영활하다.

사부인 교주가 자신을 그저 이용하기 좋은 말로만 써먹고 있다는 것 정도, 이미 진즉에 알고 있었으리라.

그저 그걸 수긍하기가 너무 서러웠을 뿐.

“……놀랍군. 당신은 정말 내 마음을 다 들여다보는 듯이 잘 알고 있구려.”

‘네가 말해줬으니까.’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하고 있다. 담담히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얘기했던 그때를.

걱정 없이 술 한잔하고 싶다는 얘기도.

“후우.”

다시 곤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설휘를 물끄러미 쳐다본 후,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허나,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사람을 찾고 있지는 않소.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긴 하나, 그럼에도 내 나름대로 길을 가고 있소.”

“결말이 뻔히 보이는 길이 아니오?”

“그렇다고 해도, 나는 홑몸이 아니오. 그저 내 일신 편하자고, 이제껏 나를 도와준 많은 사람을 모른 척할 수는 없소.”

가벼운 거절. 하지만 그 안에는 철심처럼 단단한 기초가 서려 있었다. 각박했던 천살성의 삶이지만, 그랬기에 겨우 얻은 얼마 안 되는 친인들의 온기.

“알고 있소. 하지만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당신은 더더욱 뒤로 물러서야 하오.”

그 때문에 더 물러서지 못하는 곤마를, 설휘는 한숨을 쉬며 하나하나 짚었다.

“지금 귀하의 수하들이 밤에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소? 주군이라는 이는, 미친놈년 셋 사이에 끼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데?”

“……?”

“세력도 가장 약하지, 내로라하는 극마고수 하나 없고. 그나마 인덕 있는 주군만 보면서, 참으면서. 다른 제자들 휘하의 비웃음을 인내하며, 마지막 충성을 맹세하는 걸. 계속해서 그대로 둘 셈이오?”

“……!!!”

곤마는 말이 없었다. 다만, 무표정하던 얼굴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채, 간헐적으로 살기를 피워내고 있었으니까.

“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곤마의 목소리가 변했다.

말투도 달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설휘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 모진 감내, 받았던 설움을. 내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거요.”

“……왜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모두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거든.”

설휘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무시당하지 않고, 멸시당하지 않는 것. 수하들에게 내가 곤마의 휘하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거 아니오?”

“……너 누구냐?”

곤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 눈에는 핏발까지 서려 있었다.

극도로 격양된 감정. 그걸 더 이상 숨기지 못하는 그에게.

피식.

설휘는 웃어 보였다.

“당신이 기억 못 하는 친우라니까…….”

“허.”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곤마로서는 저 뜬금없는 말에 결코 설득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신 진한 유혹을 느꼈다.

‘믿어도…… 되는 자일까?’

솔직히 믿고 싶었다.

이제껏 그가 가져왔던 소망,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서 간직하고 있던 마음들.

천애고도처럼 외롭게 답을 구하며 하늘을 우러러보며 바랐던 것들을.

눈앞의 남자는 고스란히 읽어서 말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그래, 마침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속내를 샅샅이 훑어내며 ‘내가 네 짐을 대신 지겠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앞에.

피곤하고 힘든 짐을 진 자가, 이끌리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살았소. 그것만이라면 꽤 괜찮은 인생이라 생각했을 거요. 하지만 천살성이란 것 때문에 삶의 모든 게 틀어졌지.”

곤마가 갑자기 풀썩 미소를 지었다.

묵은 기억을 풀어나가듯 담담히 회상하는 그의 모습이.

설휘에겐 마치 울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항상…… 주변의 모두가 나를 떠났지. 무당에서도 나는 버림받았소. 그런 나를 구원한 것이 마교주였소. 하지만…….”

“그건 구원의 손길이 아니오.”

설휘가 끄덕이며 곤마의 말을 받았다.

“그랬지. 그게 맞소. 그저 재밌게 쓰다 버리는 물건이란 건 여기 오고서야 알았소. 어디서든 천살성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더이다.”

곤마가 끄덕끄덕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음(知音).

서로서로 속내를 아는 진정한 친구처럼.

오늘 처음 만난 괴이한 사내는 자신이 그간 가졌던 마음, 한 서린 소원, 외로움, 두려움을 모두 알아주는 듯했다.

참으로 낮도깨비 같은 이였다.

“누구든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나, 역설적으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소. 난 여기서 사람 행세하는 물건으로 쓰이는 중이오. 하나 물읍시다.”

곤마는 속내를 털어놓으며 말했다.

“물건은 쓰임을 다하면 필요가 없어지는 거요. 그런 삶 속에서 어떻게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겠소?”

“없지.”

설휘는 곤마의 기구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었다.

아마도 절대자와 싸우며 자신을 돕던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그때 그의 비통한 감정은, 한 톨도 흘림 없이 올올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에 온 거다.

자신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그의 삶, 곤마의 삶을 대신 살아주면서 그의 울분은 풀어주기 위해서.

동시에 나의 울분을 풀기 위해서.

설휘는 잠깐 곤마의 감정이 추슬러지길 기다렸고, 적당한 시점 즈음에 입을 열었다.

“가역이란 아이가 있었소.”

“…….”

곤마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설휘는 다시금 담담히 말을 이었다.

“정이 꽤 많던 녀석이었소, 항상 자기 장비보다 남 걸 더 챙겨줬을 만큼. 그리고 성격도 좋았소. 가끔 놀려도 화내지 않고…… 그저 웃던 녀석이었소.”

설휘는 잠깐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터에 가보니 그 녀석이 보이지 않더이다. 그것도 며칠 동안이나. 해서 이상하다 싶어서 그 녀석 집에 찾아갔소.”

꿈틀.

곤마는 어깨를 슬쩍 움직였다.

마치 다음으로 이어질 이야기를 예감한 것처럼.

“죽었소, 청소가 제대로 안 되었단 이유로. 조금 놀라운 건, 백주대낮에 길바닥에 시체가 떡 하니 놓여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더이다.”

“…….”

“난 당신의 삶의 무게는 잘 모르오. 살아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아오. 시정잡배보다 못한 삶도 있다는 거. 언제 죽을지 모르고, 죽음 또한 누구 하나 기억해 주지 않소.”

스윽.

곤마가 고개를 들었고, 설휘와 눈이 마주쳤다.

“난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가늠하려고 온 게 아니오. 앞으로의 당신의 삶에 대해 제안하려고 왔소.”

“앞으로의 내 삶.”

곤마가 설휘의 말을 따라 했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천마 넷째 제자가 되면 앞으로의 내 삶이 달라진다는 말이오?”

“그렇소. 완전히 달라지지.”

“어떻게 말이오?”

설휘는 여기서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곤마의 눈빛에서 처음으로 진심 어린 시선이 흘러나왔으니까.

“우선 난 천살성이 아니오. 그러니 힘을 써도 죽지 않지. 그리고 천살성이 아님에도 그만한, 어쩌면 그걸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무위를 가지고 있소. 그러니 억울하게 사람이 죽는 상황은, 더는 만들어지지 않을 거요.”

“…….”

“더는 은영단뿐만이 아니라 핵심무사, 호위무사, 비밀무사 전부 멸시받지 않을 것이오. 명분이 있고, 힘을 갖춘 당신의 위치에서라면.”

설휘의 말에 곤마의 시선이 흔들렸다.

담담하게 반응하던 처음과 달리, 이번엔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에 설휘는 기다려주었다.

그가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게.

누군가 자신을 대역하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꽤 시간이 흘렀을 때.

“후우.”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그런 그가 다시 설휘를 불렀다.

“딴 건 몰라도…… 당신이 강하다는 것쯤은 아오. 다른 제자들보다 훨씬 더. 어쩌면, 내가 만난 어떤 이들보다도 강해 보이니까.”

“……어떻게 안 거요?”

설휘는 조금 당황했다. 실력행사를 준비해 왔는데, 굳이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대신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당신을 만나는 순간, 편안한…… 느낌이 들었소.”

“……?”

“태어나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오. 천살성의 기운 때문에 나는 사람을 만나면 미칠 듯이 예민하고, 때론 지나칠 정도로 무감각하게 변하오. 그런데 당신은…….”

말하던 도중 잠깐 멈춘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만나자마자 그런 기운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오. 분명 사람일진대, 반응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하오.”

‘천살성의 감각으로 느낀 거구나.’

설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말이 되었다. 천살성의 극도로 예민한 감각을 자신이 편하게 만들어 줬다는 것. 상단전의 개안을 한 효과를 본 듯싶었다.

“이름이 뭐요?”

“휘라고 하오. 성은 설.”

“설휘라…….”

곤마는 설휘의 성과 이름을 읊조리더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설휘, 좀 더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소.”

곤마는 다시금 설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진짜 이유가 뭐요?”

예상외의 반응이었다.

앞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부족한 듯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나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소? 당신의 능력이라면 그냥 오제자라 우겨도 되는 거고, 교주께서는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니까…….”

“…….”

“그래서 묻는 거요. 진짜 이유, 꼭 나여야만 하는 이유가, 그게 대체 무언데 나에게……”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오.”

“……!”

순간 멈칫하는 곤마.

그런 그를 보는 설휘는 더는 둘러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진심을 요구하는 친우에게는, 모든 속내를 털어놓는 게 예의니까.

“멸시받고 괄시받는 입장이어야…… 그래야 복수도 더 짜릿한 법이오.”

“복수.”

곤마는 그 단어를 짚으며 다시 말을 걸었다.

“그거, 누구에게 하는 거요? 보아하니 당신의 무위는 천마제자들 따위와 견줄 수가 없어 보이는데, 대체…….”

“신(神).”

“……?!”

그 순간 곤마의 표정이 굳었다. 너무 놀라서 그대로 굳은 사람처럼.

“나를 이렇게 만든 신에게 하는 복수요. 어떻소?”

곤마는 몸을 떨었다.

이상했다. 분명 뚱딴지같은 소릴 들었는데, 이렇게 떨림이 생겨났다.

그래, 그랬다. 체념을 하고 단념을 했지만, 그랬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

자신이 다른 이유, 특별하게 망가진 이유.

보통의 사람과 태어날 때부터 다른 자신, 이걸 이렇게 만든 자가 분명 존재할 거라고.

“신이라……. 꽤 낭만이 느껴지는 단어요.”

곤마는 더는 시선을 회피하지 않았다.

설휘를, 이제 자신으로 변한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그거라면 하겠소. 나를 이렇게 만든 신이 있다면, 이토록 평생 서러운 삶을 만든 자가 있다면……. 그의 면상에 꼭 한번 주먹을 날려주고 싶었소.”

‘예전에 날렸소. 비록 생각처럼은 안 됐지만…….’

설휘가 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곤마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잘해봅시다. 넷째 제자님.”

“그래요……. 넷째 제자님.”

똑같은 모습의 두 사람, 그들이 서로를 보며 손을 마주 잡았다.

<1부 完>

*

조형근 작가입니다. 부득이하게 1부에서 끊는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작년에 연재가 많이 불규칙했습니다.

마음가짐이 제일 문제였지만,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살이 급격하게 48키로 정도가 불어서,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 생활을 규칙적으로 바꾸고 나서야 조금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체중은 조금 내려갔을 뿐.

원고로 인해 제대로 살을 빼고 건강을 챙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본래는 올해 초부터 쉬려고 했지만, 너무나 불규칙적인 연재로 인해 마음을 달리 먹었습니다.

올해까지 제대로 연재한 후, 휴재를 하겠다고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건강을 제대로 찾아서 돌아오겠습니다.

또한, 천마육성 2부는 올해 했던 것처럼 돌아오면 주기를 꾸준히 지키면서 해나가겠습니다.

천마육성을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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