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화 (2/312)

2화. 집에 가

폭풍이 몰아치고 지나간 교룡관주실.

팽도율과 모용진호만이 떨떠름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하무백은 이미 관주실을 떠났다.

“직접 보니 어떤가?”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네. 건드리지 말게.”

팽도율의 말에 모용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본능 또한 강렬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절대 저 놈과는 엮이지 말라고.

“일반 교관으로 왔으니. 그래도 한 조를 맡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관이 모자랍니다.”

맹룡대는 한 조에 다섯 명씩 모두 스무 개의 조로 구성되며, 교관 한 명이 한 조를 책임지고 훈련시킨다.

이번 기수의 교관 스무 명도 이미 확정이 된 상태고, 그중 한 명이 하무백이었다.

“골치 아프군.”

팽도율이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골치 아픈 일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입대한 맹룡대 훈련생도들 중에 골치 아픈 이들이 있었지?”

“아… 네. 있었지요.”

이번 기수에 맹룡대에 절대 들어올 리 없는 이들이 동시에 들어왔다.

이미 그에 관한 보고는 맹에까지 올라간 상태.

그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든 올 텐데, 그때는 또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모용진호는 벌써부터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잘 됐군. 그 친구들에 적당히 숫자 맞춰서 하 교관에게 맡겨.”

“네?”

모용진호가 깜짝 놀랐다.

“그 친구가 그랬잖은가. 자신은 조용히 있는데 주변에서 시끄럽게 한다고. 이번에도 과연 그런지 좀 봅세.”

***

교룡관 내의 교관 숙소에 짐을 푼 지도 사흘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첫 출근날이었다.

이미 맹룡대 내의 보직 발령도 받은 상태였다.

“칠 조 전담 교관이라.”

전날 있었던 맹룡대의 입대식은 먼발치에서 그저 지켜만 봤다. 맹룡대주가 그래도 된다 했기에 귀찮게 굳이 나가지 않은 것이다.

일단 맹룡대주 모용진호가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하무백 입장에서는 그것 하나는 좋았다. 교룡관주 팽도율이 언질을 해 놓은 덕이리라.

“뭐, 여기서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한가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칠 조에게 배정된 연무장으로 향하며 하무백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숙소에서 연무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세 근처에 도착했다.

멀찍이 다섯 사람이 보였다. 하무백이 담당해야할 훈련생도들이다.

“응?”

다섯 사람의 모습을 본 하무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묘하게 익숙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자세를 취할 이들이라면, 고기 방패를 양성하는 맹룡대에 있을 리가 없었다.

“저건 아무리 봐도 당가 출신 같은데…….”

껄렁한 자세로 서 있는 녀석. 보폭이나 무게 중심이 아무리 봐도 당가의 편법(鞭法)을 익혔을 때 나오는 자세였다.

“흠. 암기나 독공의 흔적은 안 보이는데… 채찍만 익혔다고? 자질이 떨어지는 놈인가?”

하무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천당가의 성명절기는 누가 뭐래도 암기와 독이다. 채찍은 차선의 절기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채찍만 익힌 당가의 사람이라니.

하무백으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 놈은 종남파.”

종남파의 기본 검식을 수련하면 자연스레 몸에 배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저 아이는… 흠. 애매하긴 한데. 연가인가?”

오대세가 중 하나인 호북연가 출신으로 짐작되는 여아도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자신이 맹룡대의 교관으로 온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일단 확인을 해봐야지.”

그렇게 중얼거린 하무백의 두 눈으로 내공이 모였다.

일수유의 순간 아주 짧은 번득임이 두 눈을 지나갔다. 그 찰나 하무백은 연무장에 모인 다섯의 몸을 쭉 훑었다.

무극명륜안(無極明輪眼).

하무백이 익히고 있는 사문의 안공이다.

정확히는 하무백만이 익힐 수 있는 안공. 그가 타고난 체질 덕에 가능한 안공이었다.

상대의 내공 연원과 그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는, 사기나 다름없는 무공이었다.

“어라? 이것 봐라? 귀여운 수작을 부렸네.”

하무백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하무백이 최소 한 번씩은 본 적이 있는 내공이었다.

‘당가, 연가, 종남이 맞았어. 그리고 저건…….’

다섯 명인데 읽어낸 내공은 네 개.

무공이라고는 아예 익힌 적이 없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의미다. 그건 그것대로 골치 아픈 일이다.

오대세가 중 당가와 연가, 그리고 구파일방 중 하나인 종남파.

그 출신이 자신의 조에 배치되어 있다니, 맹룡대주가 참 재미있는 짓을 했다 싶었다.

“분명 난 조용히 있겠다고 한 거 같은데…….”

작게 중얼거린 후 계속 걸음을 옮긴 하무백은 곧 긴장한 얼굴로 모여 있는 다섯 사람의 모습을 마주했다.

“하아…….”

보자마자 터져나온 한숨.

그 소리에 다섯의 시선이 하무백에게로 향했다.

“맹룡대 칠 조 다섯 명?”

“네!”

‘이 새끼.’

“넵!”

‘종남에서 온 놈.’

“네!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

“…….”

‘연가에서 온 소녀라.’

“늬에…….”

‘당가 새끼로군.’

개성 가득한 다섯 음성이 들렸다. 그리고 그 다섯의 출신을 이미 알고 있는 하무백.

그들을 바라보는 하무백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런 표정에 다섯 사람도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었다.

하무백이 그들 앞으로 자리했다.

“반갑다. 맹룡대 칠 조 전담교관이 된 하무백이라 한다.”

짧은 인사말.

“앞으로 이 년간 맹룡대에서 훈련을 받은 후, 산월장성으로 배치될 예정이라는 것. 알고 있지?”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표정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고 이 자리에 섰음을.

“그럼, 오늘이 훈련 첫날이니. 첫 번째 지시를 하지.”

다섯 쌍의 눈동자가 하무백의 입으로 향했다.

“집에 가. 그럼, 이걸로 끝.”

그 말을 끝으로 하무백은 다시 숙소를 향해 몸을 돌렸다.

“?!?”

“어, 저…….”

“허?”

“하?”

“응?”

다섯 훈련생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하무백은 제법 먼 곳에 있었다.

설마 설마 했으나 정말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하무백은 그날 해가 지도록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혼란에 빠진 훈련생 다섯은 그때까지 연무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캬. 교관도 제대로 또라이네. 뭐, 가라면 가야지. 잘됐네.”

껄렁한 모습으로 나무 아래에 기대어 앉아있던 청년이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사실 그로서도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

맹룡대에 입대했고, 배정받은 조에서 교관을 기다렸으며, 그의 지시를 따를 것이니까.

집에 가라고 하는 지시를.

“자네들 뭔가?”

그때 나타난 한 인물 때문에 그는 발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에 멈춰야 했다.

“대, 대주님을 뵙습니다!”

잔뜩 긴장한 한 소년이 갑자기 나타난 중년인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모용진호는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분명 칠 조에게 배정한 연무장이다. 그런데 교관은 없고, 훈련생도들 다섯 명만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하 교관은?”

모용진호의 물음에 다섯은 서로 눈치를 살필 뿐이다.

입을 연 것은 껄렁한 모습의 청년이었다.

“돌아가셨습니다.”

“언제?”

“오시자마자요.”

돌아온 대답에 모용진호는 눈을 찌푸렸다.

“당진산.”

“네.”

“그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알겠다.”

모용진호는 그 말을 남기고 연무장을 떠났다.

다섯 훈련생도는 다시 덩그러니 방치되었다.

모용진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하무백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관주가 그를 건드리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결국 모용진호가 향한 곳은 관주실이었다.

“허, 참. 그 친구.”

팽도율이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모용진호에게 한 말이 있으니 자신이 직접 그를 상대해야 했다.

“하 교관!”

하무백의 숙소를 찾은 팽도율이 하무백을 불렀다.

침상에 누워 적당히 달콤한 수면을 즐기던 하무백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몸을 일으켰다.

“관주께서 이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아직 잠이 가득한 목소리다. 그 모습에도 팽도율의 신색은 평온했다. 하무백이 어떤 인간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탓이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그래.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자그마한 다탁에 앉은 후 이곳에 온 용건을 꺼내는 팽도율.

“뭘 말입니까?”

“자네는 맹룡대 칠 조 교관일세. 그러면 칠 조 훈련생도들을 훈련시킬 의무가 있는 게야.”

팽도율의 말에 하무백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자네…….”

“사천당가. 호북연가. 종남파.”

차가운 얼굴을 한 하무백의 입에서 흘러나온 세 문파. 그 이름을 들은 팽도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흐음…….”

“사람을 얼마나 병신으로 보면, 명문가 애 셋을 한데 모아서 떠넘기는 거요? 관주. 죽을 애들 모으고 있는 맹룡대에 그 셋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오? 다섯 명 채운다고 적당한 애 두 명 섞어서 나한테 떠넘기면 어쩌라는 거요? 그 셋을 돌보면서 남은 둘을 죽을 자리로 보내라는 거요?”

“그건…….”

“개새끼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 상종 못할 개새끼요.”

하무백의 말에도 팽도율의 신색에는 변화가 없었다.

“보나 마나 세 곳에서 애들 관리한다고 압력 들어올 게 뻔한데. 나를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소? 아니 애초에 그 셋을 왜 받아들인 거요? 아무리 개나 소나 다 뽑는 맹룡대라지만.”

“…….”

“지난번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난 조용히 있고 싶다고. 주변에서 시끄럽게만 굴지 말라고.”

하무백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끓어 올랐다.

“크윽.”

전신을 압박하는 어마어마한 기세에 팽도율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오해일세.”

하무백의 기세를 버티며 입술을 뚫고 나온 팽도율의 한 마디다.

그 말에 하무백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당진산과 백리평은 당가 가주와 종남파 장문인이 직접 보낸 걸세. 연하민은 그녀 스스로 찾아온 거네만…….”

하무백의 기세가 잦아들었다.

“그래봐야 어차피 죽으러 갈 거. 집으로 보내는 게 답인 것 같소만.”

“다른 교관은 그들을 감당을 못할 걸세.”

“그래서?”

“다른 교관들이 당가나 종남의 간섭과 압력을 감당할 거라 생각하나? 아니 애초에 맹룡대 교관들은 기껏해야 일류와 이류 사이에 걸친 이들일세. 그런 이들이 그 생도들을 제대로 훈련 시킬 수나 있을까? 눈치나 보면서 굽실거리지만 않아도 다행일세.”

“…….”

“결국 그들은 어느 조로 가든지 그런 식으로 나머지 조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어. 그들과 같은 조가 된 아이들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자네가 아니면 감당을 할 수가 없어.”

“고기 방패로 죽을 애들 뽑아놓고는 퍽이나 신경 써 주시는구려?”

“그래도 오 푼은 살아 돌아오네. 생환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은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그들을 한데 모아 자네에게 맡긴 걸세. 자네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간절한 설명에 하무백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팽도율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단목운뢰. 그 아이는 스스로 자원해서 들어온 아이야. 자네가 집으로 가란다고 갈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고. 돈이 필요해서 온 아이니까.”

하무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 다섯 생도의 신상명세에 대한 서류일세. 자네가 받아 가지 않았다기에 내 가져왔네. 내일부터는 제대로 부탁하지. 아, 그리고 적어도 연가의 간섭은 없을 걸세.”

“……?”

팽도율의 마지막 말에 하무백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 아이가 연가의 아이라는 건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니. 그걸 알아본 게, 역시 자네이다 싶네만. 그러니 연가 아이의 서류는 필히 소각시켜 주게. 내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거니.”

“그게 무슨…….”

“그럼 잘 부탁하네.”

그 말을 끝으로 팽도율은 서둘러 하무백의 방을 빠져나갔다.

하무백은 다탁에 올려진 서류를 천천히 살폈다.

“하아.”

깊은 한숨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씨발. 진짜 못할 짓을 하라고 시키네. 그나저나 이 새끼가 그 새끼인가?”

하무백의 시선이 한 장의 서류에 멈췄다.

다섯의 신상명세를 머릿속에 제대로 집어넣은 하무백은 삼매진화로 서류를 태워 날렸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다른 이들은 그러려니 하는데, 단목운뢰와 연하민의 개인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결국 바람이라도 쐬려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런 하무백의 기감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하?”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하냐? 니들?”

하무백이 나타난 곳은 칠 조의 연무장이었다. 이미 사위에 어둠이 내린 때다.

다섯 명의 생도는 여전히 연무장에 있었다.

“교관님!”

가장 반색을 한 이.

단목운뢰였다.

첫 만남에서 가장 긴장하고 있던 녀석이다. 무공이라고는 병아리 눈물만큼도 익힌 적이 없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녀석.

“쳇.”

혀를 차는 놈은 당진산. 가장 껄렁거리는 녀석.

“집으로 가라니까?”

“가, 갈 수 없습니다!”

단목운뢰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두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의 개인사를 알았기에 예상은 했던 일이다.

“그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우리 꼰대가 다시 여기에 처넣을 거요. 무창에서 사천까지는 너무 멀어요.”

투덜거리는 당진산.

저놈은 일단 말하는 싸가지 교육이 먼저일 것 같았다.

남은 셋은 그저 묵묵히 있었다.

그들 역시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그 사정 때문에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이곳 연무장에서 이렇게 있었던 것이다.

“후우.”

하무백의 입에서 깊디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니들 밥은?”

“…….”

“밥은 먹었냐고!”

짜증 섞인 하무백의 외침에 단목운뢰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줄곧 이곳에서 하 교관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답답하네 진짜.”

하무백이 이곳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사시 초(대략 09시경)다.

지금은 술시 중반(대략 20시경).

이놈들은 지금 그 시간 내내 이곳에 있었다는 거다.

이미 교룡관의 식당도 문을 닫을 시간이다.

“다들 따라와라.”

하무백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나 다들 몸을 움찔거릴 뿐,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뭐해! 빨리 따라오라니까! 밥은 먹으러 가야지!”

신경질 가득한 외침에 단목운뢰가 후다닥 하무백의 뒤에 섰다. 그게 신호였을까.

다른 네 사람도 그 뒤에 섰다.

“가자.”

그렇게 하무백은 자신에게 배정된 다섯 생도를 데리고 교룡관 밖의 적당한 객잔으로 향했다.

각종 요리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단목운뢰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뿐, 젓가락을 들지조차 못했다.

당진산은 익숙하다는 듯 거침없이 젓가락을 움직여 요리들을 공략했다.

다른 세 사람도 그럭저럭 음식을 먹고 있었다.

“먹어라. 먹어.”

하무백의 재촉에 단목운뢰는 겨우겨우 젓가락을 움직여 요리를 입에 가져갔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맛이었다.

그 때문일까.

왈칵 눈물이 흘렀다.

”아씨.”

그 눈물에 하무백의 입에서 짜증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단목운뢰가 움찔했다.

“너.”

“네.”

하무백의 부름에 단목운뢰가 다시 한번 움찔했다.

“좀 싸줄 테니까. 먹고 집에 다녀와라. 집도 여기 근처더만.”

“네?”

단목운뢰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 음식 싸줄 테니까 집에 가져다주고 오라고. 이따가.”

두 번째 말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고개를 숙이는 단목운뢰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씨. 진짜. 울지 좀 마. 사내새끼가.”

“네, 넵. 알겠습니다.”

소매로 눈물을 닦고 애써 웃는 단목운뢰였지만, 두 눈은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보다 니들.”

하무백이 다섯을 둘러보았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와. 죽고 싶어서 그런 거야?”

물음에 답하는 생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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